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녹즙을 제공하라!... 경상대학교 정백근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선행돼야
윤호창 기자
2024-01-19 오후 2:36:42

▲ 국민건강보험 로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7개월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참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앞으로 또 어떠한 사건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도 한다. 좋은 일만 있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이 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정치 철학과 통치 전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그 덕분에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국민건강과 관련된 이들의 입장은 한미 쇠고기 협상 파동 의료민영화 추진 등을 통하여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부족이나 혼란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 건강에는 거의 관심이 없거나 자신들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면 국민 건강을 훼손하는 일조차도 불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건강마을을 만들겠다고 하였고 이와 관련된 준비가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마을은 그야말로 건강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을 의미한다. 그래서 건강마을 설립 계획서에는 반드시 일시 수용인원 200인 이상의 건강 체험 입소시설을 갖추도록 계획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안에 따르면 건강마을의 설립 목적 중의 하나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 체험 시설을 이용하도록 해서 올바른 건강생활 습관을 체득하게 하고 건강을 증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하여 지역산업과 보건의료자원을 연계하여 균형 잡힌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을 이루는 것도 중요한 설립 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 강원권 제주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의 6대 권역별로 단계적으로 건강마을 설립을 추진하며 개소 당 150억 원씩을 지원하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생활습관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특히 요즘 문제가 되는 암 심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 발생의 많은 부분들은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과 같은 생활습관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므로 정부가 건강마을 설립을 통하여 건강한 생활습관을 확산하려는 시도 그 자체를 크게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마을을 지역산업과 연계시키려는 시도와 관련해서는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정책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건강마을을 유치하고자 하는 지자체가 이의 설립 및 운영을 주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지자체 단독보다는 투자 의사가 있는 민간기업의 유치를 권장하고 있고 건강마을 운영의 민간위탁도 허용할 계획으로 있다.

이 밖에 건강마을은 건강 체험 입소시설 이외에 레저 숙박 휴양 관광시설과 같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부대시설의 규모 및 종류가 많을수록 계획서 평가 시에 가산점수를 주고 이에 대한 재원 투자 및 운영 역시 민간자본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군다나 중앙정부 지원액을 제외한 총 사업비 규모가 클수록 가산점수를 주는데 이 중 지방정부의 기여 부분은 평가 영역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사업비 규모가 크다면 그것이 공공부문의 돈이든 민간자본의 돈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이 계획에 따르면 건강마을은 크게 건강 체험 입소시설과 부대시설의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평가 시 부대시설의 종류와 규모를 크게 하는 곳에 가산점수를 준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확산시키기 위한 건강 체험 입소시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고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계획에 따르면 최대한 많은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지자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 지방정부의 재정능력이 취약하다는 맥락에서 볼 때 민간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승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민간자본의 수익성 추구를 도와주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건강마을의 성격이 특정 기업의 명품 리조트로 변모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마을이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면서 국민건강의 증진에 이바지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올바르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최종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각계각층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제대로 된 건강마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의 확산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국 보건소를 통한 서비스 전달체계가 확립되어 있다. 2005년부터 전국 보건소에서 건강생활 실천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서비스는 건강한 생활습관의 확산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고 작년부터는 지역특화 건강행태개선사업으로 그 명칭은 변하였지만 여전히 그 사업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학교 직장 지역사회 보건의료기관과 같이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생활 터를 중심으로 건강생활습관의 확산과 관련된 포괄적인 서비스가 상시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이 변경되었다.

아직 미흡한 점이 없지는 않으나 몇 안 되는 전국적 차원의 공공보건서비스 전달체계란 점에서 의의가 있었고 향후 문제점 개선을 통하여 얼마든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도 지역특화 건강행태개선사업 예산은 작년에 비하여 약 20% 정도가 삭감될 예정이다. 더군다나 계획서 평가 결과 2년 연속 ‘미흡’ 판정을 받은 보건소에 대해서는 아예 예산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중앙정부 스스로 전국적 서비스 전달체계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국립대학교 병원과 34개 지방의료원 6개 적십자병원 중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하여 건강생활실천 확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사업 전담인력이나 부서가 있는 의료기관이 다수 있으나 정부의 투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인력 및 시설을 보강하고 서비스 질을 개선함으로써 건강한 생활습관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영역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의 확산과 관련해서는 보건교육이나 건강생활 체험과 같은 범위를 넘어서는 더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관련해서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건강에 이롭지 못한 행태를 가질 확률이 높으며 이를 교정하는 것도 매우 힘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민 전체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소득보장을 통한 빈곤 감소 고용과 교육의 장려 보건의료의 형평성 강화 등을 통하여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6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상대적으로 젊은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30년 동안 사과와 부추 등을 넣은 녹즙을 마셨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녹즙이 그의 건강비결이라고 홍보하였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녹즙 판매량이 급증하였다는 기사도 나왔다.

녹즙이 건강에 좋고 녹즙을 마시는 것이 건강한 생활습관이라면 또한 이명박 정부가 이왕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확산하고자 마음먹었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까지는 시도하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쯤 모든 국민들에게 녹즙 한 컵 정도를 마시게 해 주면 어떨까?

이것이 너무 많은 재정 지출을 필요로 한다면 저소득계층에게 만이라도 이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이미 보건소의 지역특화 건강행태개선사업 예산을 절감하였고 앞으로도 계속적인 절감이 예상되는 마당에서 예산 부족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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