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한 거대한 공감...레디앙 홍기표 기획위원(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 1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 행사 대성황
윤호창 기자
2024-01-19 오후 2:27:33

▲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이끌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 (사진출처=픽사베이)

동학농민혁명 시절 워낙 많은 농민들이 집결하는 바람에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 이라는 말이 생겨났었다. 하얀 농민 복을 입고 손에 죽창을 든 농민들이 구름떼처럼 모여 서 있으니 언덕이 모두 하얗게 보여 백산이고 농민들이 지휘관의 말을 듣기 위해 일제히 앉아보니 죽창만 빼곡히 보이는 것이 마치 대나무 산처럼 보였던 것이다. 참 기막힌 표현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금요일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충무 아트 홀에서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한 거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 1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 행사가 약 200여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비롯한 많은 축하 사절단 여러분들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위한 애정 어린 격려사를 해 주셨다.

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평소 변호사보다는 인권운동가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밥을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고 복지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오니 역시 밥부터 줘서 고마웠다는 말로 객석의 청중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유팔무 사회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는 민주노동당의 강령 작성과정에 참여했다가 다시 한국노총 중심의 녹색사민당에 참여했던 일 그리고 다시 민주노동당 내부의 사민주의자 그룹인 자율과 연대를 거쳐 오늘의 사회민주주의 연대에 이르기까지 다소 굴절을 겪으며 진행해왔던 자신의 사민+복지 인생을 스스럼없이 소개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결국 현재 사회민주주의 연대 내부에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지향하는 목적에서 별 다른 차이가 없어 해체하고 통합할까? 말까? 하는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까지 재미있게 연출해서 청중의 폭소를 터트렸다.

마들연구소 소장 겸 진보신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전 의원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관 제2조 ‘단체의 목적’ 조항을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목적이 진보신당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진보신당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통합을 추진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축사를 재미있게 표현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주요 사회경제정책 발표에 대해서는 내후년 지방선거에 쓸 진보신당의 정책공약을 보는 듯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천정배 민주당의원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가 펴낸 ‘복지국가 혁명’이라는 책을 마치 성서처럼 늘 책상 앞에 펼쳐놓고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언사들은 축하 인사로 건 낸 정치적 발언이었지만 정치적 수사 치고는 매우 높은 수준의 레토릭이었다.

이날 행사의 대미는 최병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님의 제안이었다.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낭독된 이 제안은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모든 진보개혁 세력이 현재의 편협한 정파 구도와 정치적 입장의 사소한 차이들을 뛰어넘어 커다란 정치사회적 밑그림을 그리고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 함께 단결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을 끝으로 행사는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날 행사가 있기 얼마 전 진보신당 당원 3500명을 상대로 시행된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 55%가 넘는 당원들이 ‘복지를 우선시 하는 유럽형 사민주의 정당’의 모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타당한 진보정당의 상으로 꼽았다.

그밖에 ‘노동자 계급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정당’이 27.7%로 뒤를 이었고 ‘중산층의 이해를 도모하는 자유주의 개혁정당’이 6.3%로 3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놓고 향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사민주의 또는 복지국가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출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예전에는 진보정치 세력에서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들은 80년대를 거치면서 사민주의나 복지국가가 뭔지 알기도 전에 사민주의는 개량주의라 나쁜 것이라는 말을 먼저 들으면서 성장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복지국가의 이념을 추구하는 제 정치 세력들이 모두 모여 거대한 강물을 이룰 수 있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서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고 했을 때의 그 백산과 죽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간과 인간의 커다란 교감이었을 것이다. 억압과 착취에 대한 저항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열망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감이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1주년 기념 행사 역시 하나의 커다란 공감이었다.

이 날 모인 여러 정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축하 손님으로서 격려의 말을 많이 전하고 갔다. 그리고 그들의 축사는 단순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축사로 보기엔 매우 높은 수준의 언사들이었다.

무엇인가 마음 속 깊은 곳을 흐르는 거대한 공감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수준의 축사와 격려사들이었다. 우리는 이제 그 다음 수준을 기대한다. 이 땅의 민생과 현실 진보의 획기적 진전을 위한 큰 틀의 정치가 그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교감 그것은 아마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명확한 사회 설계도를 갖고 있는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거대한 세상과의 교감을 창조해 낼 것인가? 이는 순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고 그런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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