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바다를 이룬 비정규직의 삶…이랜드 노동자의 투쟁…UNI 한국협의회 최정식 사무총장
정부의 사회정책과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 악덕기업에 대한 사회적 대처라는 관점으로 접근
윤호창 기자
2024-01-17 오후 9:33:37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30도를 오르는 땡볓 더위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왜 이렇게 투쟁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 젊은 여성들과 결혼한 30-4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이랜드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장시간 노동에 월 80만원에서 100만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고용의 신분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자신들 스스로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연대의 물결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투쟁현장과 경찰이 동원된 현장 그리고 연행된 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실사 현장에서도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들의 서러움은 단순히 일시적인 센티멘탈리즘으로 그치고 이랜드 사태가 종료되면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가서는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이랜드 사태는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무책임하고 부도덕적인 기업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제2의 이랜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해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랜드 사태는 정부의 사회정책과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 악덕기업에 대한 사회적 대처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같이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임금은 물론 각종 사회보험에서까지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870만 명을 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살리기 논리에 따라 근로자파견법을 통과시키고 기업가들에게 해고의 자유라는 최대의 무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해고도 자유롭고 거의 모든 직종에 파견근로자 사용이 가능해짐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뉴코아의 경우 캐셔직 등 외주용역화에 대한 반대가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 외주용역으로 전환되는 순간 이들은 현재의 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 전락하고 매달 용역회사에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극도의 노동유연성이 반드시 경제성장과 복지에 선순환적으로 나타난다는 근거는 미약하다. 아마도 이로 인건비를 과감하게 감소시킨 기업가나 경영자들의 몫은 수천배 수백배로 뛰었을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로 볼때는 안정적인  노동공급이 사실상 어려워진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리고 정부측은 기본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복지적 차원의 정책과 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은 것 같다. 예를들면 이랜드 투쟁에 참가한 주부 사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이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는 홑벌이(single-income earner)들이다.

도시 근로자 4인 가족 한달 평균 생활비에 비해 월 80~100만원의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회보험료, 자녀들의 교육비,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워킹푸어(Working-poor)를 양산하는 저임금 노동시장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하는 것이 사회를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워킹푸어가 증가할수록 정부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늘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정부가 울며겨자 먹기로 짊어질 것인가.

미국 월마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월마트의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해 의료보험을 들어주지 않아 주정부 예산에서 수천만 달러의 의료지원비가 나가고 있다.

기업이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마땅히 지어야 할 책임을 정부에게 교묘하게 전가하고 기업의 이윤은 하늘을 찌를 듯 뛰어 오르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경영법에서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최소한의 윤리경영선을 유지해야 한다. 만일 기업이 일정 수준의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인 경우 구조조정을 하거나 기업경영을 포기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일정 부분의 임금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그리고 퇴출된 노동자들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의해 실업보험금을 받고 재교육훈련을 통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랜드-홈에버의 경우 까르푸를 인수할 때 전체 1조7000억 자산에 대해 단돈 2000억을 갖고 인수했다. 이렇게 높은 담보율을 갖고 인수하는 것을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랜드가 높은 금융비용을 감수하면서 안정적이고 적절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가? 기업의 결합심사는 시장지배력만을 중요시할 것이 아니라 고용과 노동시장에 파급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했었다. 
 

소비자들의 측면에서도 이랜드와 같이 악덕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가족들도 역시 일부는 이미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앞으로도 비정규직으로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따라서 하루살이 노동시장이 양산되는 불합리한 노동시장에 대해 전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합리적인 사회정책과 노동정책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이랜드 노동자들의 절규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내에 이랜드 투쟁이 좋은 모양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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