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정권 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44회 :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제언(2)
이상구 공동대표
2021-07-13
대입 경쟁과 계층 상승 사다리에 매달리는 사람을 인정하고 분석해야 해결책 찾을 수 있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

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44회는 2021년 7월 13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 교육평론가 이범 선생님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제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 (사회자) <문재인 이후의 교육>에서 진보 교육계의 일원으로 있으면서, 대입 경쟁의 원인과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한 것이 앞으로도 상당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신 것인가요?

- 저는 이 책에서 진보 교육계에 2가지 메시지를 던지려고 합니다. 첫 번째 메시지는 대입 경쟁과 계층 상승의 사다리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부도덕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대학 입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을 부정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인정하고, 그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 제가 3부인 '교육 경쟁은 어디서 비롯했나'를 집필한 것은 진보 교육계가 대중과 불화를 해소하려면 경쟁을 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교육을 계층 상승의 도구로 여기는 학부모를 힐난하기에 앞서 "왜 과거 한국 사회에서 계층 상승을 그토록 많이 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거기에 매달리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 이것은 진보 진영의 전형적인 역사 해석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인지됩니다. 특히 한국의 농지개혁(유상분배)을 북한의 농지개혁(무상분배)에 비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에서 벗어나, 분배된 농지의 ‘자산 효과’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고도 경제성장기 빈부격차를 강조하는 상투적 해석에서 벗어나 한국의 소득분배가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 해방 이후 미 군정 시기에 행해진 적산 불하와 농지개혁으로 어느 정도 자산의 분배가 이루어졌고, 60년대와 70년대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소득이 높아져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만들어진 것이 대학 입시 경쟁을 격화시킨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실제로 논을 팔아서 대학공부를 시킨다는 말이 존재하는 것은 팔 수 있는 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대략 1990년대까지가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 등 출세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 입시 경쟁은 ’공포 경쟁'의 비중이 더 큽니다. 수도권에 있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고, 자녀의 삶과 나의 삶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빚을 내어서라도 사교육을 시키고, 자녀 교육에 몰입해야 하는 입시 경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 (사회자) 실제로 좋은 대학을 나오면,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지요?

- 한국의 교육 경쟁은 신자유주의 때문만이 아니라 경쟁 참여자가 많았다는 ‘start line 요인’과 아울러 대학 서열(대학 간 격차)이 심했다는 ‘finish line 요인’이 함께 작용한 탓입니다. 현실적으로 대학 서열상 되도록 상위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 상위 대학에 진학할수록 교육 여건이 좋을뿐만 아니라 아울러 긍정적인 동료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경우 세계적 메가시티인 서울이 제공하는 기회와 매력도 맛볼 수 있습니다. 학벌효과라고 할 수 있는 후광효과나 동문네트워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설령 이를 제외한다 할지라도 상위 서열 대학에 진학하려는 욕구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 (사회자) 단순히 좋은 대학을 나오면, 기회가 더 많다는 것 만으로 설명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의 원인으로 또 어떤 요인들이 있을까요?

- '헬조선’이란 2014~2015년 청년들의 처지를 자조해서 등장한 표현입니다. 헬조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16개국을 비교해보면 한국은 정규직 전환율이 꼴찌 수준입니다.

- 비정규직 노동자가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OECD 평균 35.7%로, 1년 안에 3명 중 1명꼴로 정규직으로 전환돱니다. 하지만 한국은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11.1%로 최하위입니다.

-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3년 안 정규직 전환율은 OECD 평균은 53.8%, 즉 3년 안에 2명 중 1명꼴로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반면 한국은 3년 안 전환율이 22.4%로 역시 최하위입니다.

-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여기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선망하는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져 양극화가 심해져 계층 상승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한국은 ‘헬조선’이 되었습니다.

- 헬조선의 양대 요소인 ‘큰 격차’와 ‘좁아진 사다리’는 ‘공정’을 시대정신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위가 배분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뿐만 아니라 사법시험 대 로스쿨, 수능 대 학종 논쟁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 (사회자) 이범 선생님은 대학 입학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 단순히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아이들이 힘들어하니 대입 경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이유들이 더 이상의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첫째는 고령화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의 노후 대비를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부양자 대비 피부양자의 비율이 100 : 40이지만, 2050년에는 100: 100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대학입시 경쟁에 자산을 투입하면 노후 대비가 불가능해 집니다.

- 둘째는 저출산 때문입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로 낮아져,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한해 100만명 태어나던 베이비붐 세대들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는 한해 출생아 숫자는 28만 명 이하가 되었습다.

- 결혼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과 고용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가 중의 하나가 교육 즉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도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을 해결해야 합니다.

- 세 번째는 수월성 교육과 교육 선진화를 위해서 대입 경쟁을 줄여야 합니다. 입시가 치열해지면 수월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심각한 대입경쟁이 수월성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고급 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이 고 3 수준의 초보적인 문제 풀이에 시간을 몇 년씩 낭비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과도하고, 불필요한 대학입학 경쟁을 줄여야 합니다.

○ (사회자) 좀 더 근본적으로는 진보교육계는 대학을 개편할 대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국립대학 통합 네트웍> 및 <공동입학, 공동학위제> 정책이 있지 않나요?

- 바로 그 정책이 진보의 대학입학 제도 및 대학 제도 자체의 개편에 대한 대안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 내부에서부터 진보 교육계의 정책 대안은 이미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진보 교육계의 대학 체계 대안인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는 이미 파산 상태이며 차기 정부에서도 채택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하여 가칭 ’한국대‘를 만들경우 전국적으로 3만4000명을 모집하는 한국대와 서울에서만 각각 4000명을 모집하는 연세대와 고려대가 경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서울 캠퍼스에 배정될 확률은 10% 미만이기 때문에 역으로 한국대가 밀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립대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입시 경쟁에서 서울대와 같은 역할을 맏게 될 뿐 대학 입시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 서울대가 가진 우수한 교수 요원과 교수대 학생 비중, 그리고 실험실습 시설과 연구비 등 다양한 교육 여건을 전국의 지방 국립대가 모두 갖추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수 십년이 걸립니다.

-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지역의 대학들이 각각 자리잡고 육성되어온 독일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방안입니다.

-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실패는 김상곤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진보 교육진영 전체의 실패입니다. 큰 규모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중앙정치 고육의 시야와 이를 통해 구성된 구체적인 정책 시뮬레이션과 실행계획이 필수적인데, 진보 교육 진영 내에서는 그런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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