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정권 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44회 :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제언(1)
이상구 공동대표
2021-07-13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입학여부 결정해야 공정해, 진보진영은 대입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대안과 전략이 없어서 성과 내지 못해

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44회는 2021년 7월 13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 교육평론가 이범 선생님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제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 (사회자) 민주당의 대선 예비 경선이 마무리되어, 6명의 후보로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후보들 중에는 교육 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있는 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구가 줄어들어 교육정책의 필요성이 낮아서 일까요? 아니면 먼저 들고 나왔다가 손해보기 좋다는 경험이 앞서기 때문일까요? 오늘은 교육평론가이신 이범 선생님을 모시고, 교육정책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위원장님 이범 선생님을 소개해 주십시오

- (이상구) 이범 선생님은 과학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 아마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국내 최고의 수능 <과학탐구> 과목의 ‘1타 강사’라는 경력 때문일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로 유명한 메가스터디의 창업 멤버였으나, 2003년 학원가에서 은퇴하고 이후 교육평론가로 활동했습니다.

- 현재는 한국 최고의 교육평론가로 손꼽히는 분입니다. 사재를 털어 진보 씽크탱크인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를 만들어, 10여 년 동안 운영을 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님의 요청으로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지냈습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계실 때는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을 역임했습니다.

- 지은 책으로 《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의 교육특강》 《우리교육 100문 100답》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등이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참여하시고, 2018년부터는 계획했던 공부를 위해 그 동안 외국에 계셨다고 합니다.

- 오늘 이범 평론가님을 모신 것은, 최근 <문재인 이후의 교육>이라는 책이 나온 것을 보고 내용이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셔서 인터뷰로 모실려고 했는데, 그동안 외국에 계셔서 스튜디오로 출연하지 못하다가, 지난 주에 입국하셨다는 연락을 주셔서 오늘 직접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 (사회자) 최근에 쓰신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준석씨의 능력주의를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 이준석씨 본인이 얼마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는 논외로 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험’을 통해서라도 <공정>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에서 글을 쓴 것입니다. 즉, 그 기저에는 실제로 청년들이 박탈당한 ‘공정’에 대한 욕구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첫째, 능력주의는 강력한 전복(顚覆)적 효과를 가집니다. 능력주의는 인맥과 가문, 학벌을 극복하고 엽관제를 타파하는 효과적인 무기입니다. 강력한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위 공직은 혈연·지연으로 얽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입니다.

- 둘째, 능력주의는 구조(構造)적 요인에 의해 강제됩니다. 기업은 능력있는 사원을 선발하려 하고, 구직자는 더 나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어필합니다. 기업과 구직자가 놓인 ‘시장경쟁’이라는 맥락이 능력주의를 강제하는 구조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셋째, 능력주의는 대중의 집단적 절망(切望)에 의해 강화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양극화’가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우리 국민들은 어느 당이 집권해도 양극화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 지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지위의 배분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 이를테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큰 만큼, SKY와 지방대 간의 격차가 큰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채용이나 입학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 따라서 해법은 ‘지위의 격차’, 즉 결과의 불평등을 줄이는 데에서 나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 진보는 실패했고, 여기서 공정 열풍과 이준석 신드롬이 싹튼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직시해야 합니다. 

○ (사회자) 이범 평론가께서는 <문재인 이후의 교육>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한계가 많았다는 지적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첫 번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은 새로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에 매몰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 2017년 3월 문재인 대선 후보는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습니다’라는 발언을 통해 정시 확대를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이후인 2017년 8월 교육부의 “수능 개편 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동요와 반발에 못이겨 대입제도 개편을 1년 연기하였습니다.

- 그리고 2018년 4월 새로운 대입제도를 정하기 위한 공론화를 시작하면서 수능파와 학종파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어쨌든 공론화 결과로 정시 비중을 30%로 올리고, 학종의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는 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 그러던 중 2018년 9월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을 위해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벌어지고, 학부모들의 촛불집회가 시작되는 등 정시 확대를 할 경우의 문제가 공론화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 1월 치열한 대입 경쟁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방송되는 등 학종의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 2019년 11월에 서울 소재 상위권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40%로 높이고, 학종에서 비교과를 전면 삭제하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이 시행되었습니다.

-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몇 년 동안 준비했지만, 아직 법 제정도 못했고, 여전히 출범을 못하고 있습니다. 임기 내내 대학 입학 제도와 관련된 논쟁에 끌려다니느라 교육 개혁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임기 마지막 년도를 보내고 있습니다. 

○ (사회자)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나 코로나19 방역 등 우선 순위가 높은 많은 문제들을 당면하고 있었고, 당장 이들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교육 개혁정책까지 구체적으로 추진할 여력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러한 문제는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의 진보 진영의 본질적인 한계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 저는 2014년부터 2년간 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부원장이었고, 2016년 말부터는 문재인의 씽크탱크인 ‘국민성장‘의 교육팀 소속으로 대선 공약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 당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김상곤 교육감과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팀은 대입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이명박 정부에서의 영어 몰입교육, 자사고, 일제고사 등 교육정책이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2010년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으로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무상 급식‘과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계의 진보 진영의 대표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교육계의 진보 진영 전체가 대입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지 못했던 한계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은 대입의 수시와 정시 논쟁에 매몰되어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 2013년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대입 중 수시 모집은 1)학생부 교과 전형, 2)학생부 종합 전형, 3)논술 전형, 4)실기 전형의 4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반면, 정시 모집은 수능 위주 전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 학종의 기본 전형 요소는 여기서 더 세분화되어 1)내신성적, 2)세부 특기사항, 3)비교과, 4)수능, 5)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와 교사가 쓴 추천서 등 기타 서류, 6)면접 등 매우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큽니다.

- 진보 교육계는 ’수능 자격 고사화‘와 ’수능 폐지‘를 주장했지만, 그렇게 되면 내신으로 대학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내신을 강화하게 되면 학생들의 체감 경쟁 강도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 노무현 정부인 2005년도에 이러한 정책을 도입했다가, 첫 번째 중간고사 이후 학생들이 여러 명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벌어져서 중지되었습니다. 상대평가인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어도 내신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균등 선발의 효과가 무너집니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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