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정권 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39회 : 김태유 교수님께 듣는 ‘한국의 시간’ (1)
이상구 공동대표
2021-06-01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해 생산한 제품을 선진국으로 수출, 적자 수출로 확보한 달러로 신기술 도입하면서 경쟁력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


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39회는 2021년 6월 1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대 김태유 명예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한국의 시간'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 (사회자)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김태유 교수님을 소개해 주십시오.

- (이상구) 교수님은 학부는 공대를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석사와 박사는 경제학을 공부하셔서, 이제는 스스로도 경제학자라고 말씀하십니다. 대학에서는 자원공학과 산업공학을 가르치셨습니다. 제가 교수님을 처음 만난 것은 참여정부의 초대 대통령 정보과학 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셨을 때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 신성장동력산업의 지정과 육성, 이공계의 공직 진출의 길을 열었습니다. 경제부총리가 현안을 담당한다면 <과학기술 부총리> 제도를 신설하여 국가의 중장기 전략을 담당하도록 하셨습니다.

- 특히 각 부처로 흩어져있는 R&D(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자체의 예산 배정권을 가진 기술혁신본부의 설치와 실제로 과학기술을 아는 분들이 정책을 할 수 있도록 이공계 박사 5급 특채 등의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했습니다.

- 과감하게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해 기득권들이 반발하여 억울하게 그 자리에서 물러나셨습니다. 교수님은 그 원인을 자신의 공부가 부족해서라고 해석을 하셨습니다. 이후로 절치부심(切齒腐心)하시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스스로 유폐(幽閉)시키셨습니다.

-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여 퇴근하는 저녁 6시 30분까지 화장실도 잘 가지 않으시고 경조사는 물론 일체의 대인 관계도 끊으면서, 교수님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시어 《Economic Growth》, 《패권의 비밀The Secrets of Hegemony》, 《국부의 조건》, 《은퇴가 없는 나라》,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등을 출판하고, 많은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 특히 CEO를 대상으로 하는 조찬모임에서 말씀하신 ‘4차 산업혁명 시대 부국의 길’은 딱딱한 주제에, 1시간 50분이 넘는 어려운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조회수로 400만회가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 이번에 내신 <한국의 시간>은 그 동안 많은 자료와 학문적 근거를 포함하면서 어렵게 쓰여 있던 책들과 달리,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셨습니다.

- 책의 부제가 “제2차 대분기, 경제패권의 대이동”입니다. 마치 그 동안의 저술을 총괄 정리하시려는 듯, 대한민국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히고 있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기에, 오늘은 교수님을 직접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 (사회자) 2017년에 출판한 <패권의 비밀>이 그렇게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아마, 지금까지 나왔던 딱딱한 산업발전이론이나 경제학 관련 서적들과 달리 인류 문명사에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정책의 차이가 어떻게 패권 국가를 만들었는지를 쉽게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많이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 이번에 출간한 <한국의 시간>에서는 앞 부분에 간단하게 우리나라의 관련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일본과 조선은 서구 열강으로 부터 개항(開港)을 요구받은 것이 10여 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신과학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고, 일본은 메이미유신으로 국가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의 함포로 일본 해군에 비해 압도적인 화력의 우위를 점했지만 동학농민군 수십 만명이은 무라다 소총으로 무장한 3000명의 일본군에  패배했습니다. 원인은 명치유신을 통해 막부를 폐지하고, 서구의 신기술을 도입하는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 얻게 된 압도적인 기술력의 차이입니다.

-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과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기를 맞으면서 또 한번의 기회가 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국가정책으로 수용하는가에 따라 세계적인 패권국가로 성장하는가, 아니면 다시 뒤처지게 되는가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 (사회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을 보면, 이제 한반도 문제를 넘어 국제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력하기로 하는 등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교수님의 말씀이 매우 구체적으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 일본이 우리에게 반도체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무역전쟁을 도발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이들 첨단 소재의 수입 경로를 다양화 하는 것과 동시에 자체 기술개발에 들어갔고, 일본의 무역 제재(制裁)는 실패했습니다.

- 그 이후부터 한-일 간의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기술에 종속된 나라가 아니라, 동등하게 경쟁하는 나라가 되면서,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지는 등 새로운 경제성장의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성공적으로 한 것도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위상과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신 생산 2위 국가가 되어서 미국과 협력하여, 전세계적인 코로나 19극복과 제3세계에 백신을 보내기 위한 역할 분담이 한-미 정상회담의 주제가 된 것입니다.

-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을 통해 4차 산업 혁명의 선도적인 국가가 되기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우리가 선진국을 추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매진하다 특정 산업에서 1등을 못한다 해도 그자체로서 이미 성공한 것이 됩니다. 일단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 같은 기술로 유사산업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패권에는 홀로 하는 ‘독점 패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몇명이 유사 산업 종목을 나누는 ‘과점 패권’도 있습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최소한 ‘과점 패권’의 일원으로서 얼마든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강소국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회자) <한국의 시간>에 보면, 박정희 정부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나옵니다. 먹을 것도 부족해 농업생산에 주력해도 모자랄 시기에 갑자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적자를 보면서까지 수출을 한 것이 의미가 있었다는 것인가요?

- 선발 산업국가와 후발 산업 국가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선착(先着)의 효(效)’ 때문입니다.

-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공산품은 외국의 싼 제품을 수입하고, 대신 쇠고기나 구리 등을 수출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살았지만, 지금은 후진국으로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 그래서 당시 한국 정부는 수출주도 산업화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습니다. 첨단기술을 들여와 선진국의 신상품을 국산화해 수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자전거도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가 자동차를 제작해 수출하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 어찌 보면 자유주의 무역질서에 역행하는 엉뚱한 선택이었습니다. 비교우위도, 아니 비교열위조차도 아닌, 국내에 아예 ‘없는’ 산업을 전략적으로 ‘새로’ 만들어 수출을 감행하겠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입니다.

- 흑백TV도 못 만들면서 컬러TV를 만들어 선진국에 수출하겠다는 엉뚱한 발상. 그런데 그 엉뚱함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뇌관이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는 자전거도 못 만들었지만,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을 통해 선진국의 신기술을 도입하여 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국가가 된 것입니다. 한강의 기적의 원인은 첫째가 <수출주도 산업화>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한강의 기적’의 두 번째 요인은 무엇인가요?

- 두 번째는 <적자 수출>이라는 고육정책이었습니다.

- 우리나라가 원재료를 들여와 섬유제품이나 봉제, 가발 등을 수출하려면 재료비와 설비비 400달러에 인건비 600달러 등 1000달러가 생산단가가 됩니다. 그런데 국제시장에는 신기술로 더 싸게 생산하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900달러에 수출을 하게 되면 100달러를 손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국민들에게 500달러라도 인건비를 지불할 수 있게 되면서 수출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일단 수출에 성공하자 달러가 확보되면 그 외화로 다시 신기술을 도입하고, 그 기술로 선진상품을 국산화해 수출하고, 그 외화로 다시 신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조금씩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사회자) 부실공사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최저가 낙찰제>도 한국의 경제성장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가요?

- 발전된 기술을 가진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도로를 건설하고 항만을 지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당장 산업화를 위해 SOC를 구축하는 것이 급한 우리나라에서에는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2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예산으로 3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가격에입찰할 외국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직접 건설하면서 기본적인 토목과 건설 관련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 또 이렇게 어렵게 쌓은 기술력으로 해외의 건설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적자 수출을 만회할 수 있는 흑자 수출의 기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 그 과정을 정리해보면 적자 수출 등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이윤을 확보하면, 이를 바탕으로 기술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여 신제품 개발을 하고, 신제품에 의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확대 재생산 체제’가 가능해집니다.

- 한강의 기적은 바로 정부의 과감한 정책에 의해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확대재생산 체제를 확립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물론 그 과정이 쉽지도 않았습니다. 저임금에 노동탄압 등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확대 재생산 체제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수출 7위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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