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인의 생활실험7] 재활용 담당 신랑이 어느날 달라진 이유는?
시스템(System), 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변해가는 사람, 문화.. 그리고 지구
2021-07-06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킬로그램이다. 한명이 연간 88.2킬로그램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치로서, 대만(60.17kg), 이스라엘(55.47kg), 체코(49.36kg)가 뒤를 잇고 있다. 이는 아일랜드의 20배, 핀란드와 비교하면 100배에 달하는 수치이다(EUROMAP, 2017).

코로나로 음식배달, 온라인 쇼핑이용이 급증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가속화되었고, 이는 그렇잖아도 힘든(!) 지구를 더욱 신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인이 동기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거나 규제할만한 "시스템"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그린뉴딜이라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도덕심이나 윤리, 시민의식에만 쓰레기 문제를 맡길 수는 없게 된 것이다.


▲ 작은 산골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공간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https://www.thevoiceofus.co.kr/news/article.html?no=842


쓰레기 분리수거 통이 45개라구?

일본 도쿠시마 현에는 노령인구로 구성된 1500명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 존재하는데, 이 가미카스마을에서는 생활 쓰레기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그 중 한 요인으로 재활용통 종류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마을의 재활용통은 무려 45개나 되기 때문이다. 1997년에 불과 9종에 불과했던 쓰레기 분리기준이 2015년 13품목 45종까지 증가했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버리니 재활용 비율도 당연히 높아지는 것!  이런건 우리나라도 배워야하는게 아닐까?

분리수거에 대한 교육, 각성, 그리고 약간의 협박(?)

맞살림을 위해 가사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하고 있는 우리집의 경우,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은 남편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남편이 얼마 전부터 굉장히 바빠졌다. 가령, 예전엔 박스를 접어서 내놓기만 했었는데, 요즘은 박스만 보면 붙어있는 테이프를 제거하느라 바쁠 뿐 아니라, 물이나 탄산수를 마셨던 플라스틱이나 유리병도 그냥 버리지 않고, 라벨을 꼼꼼히 제거해서 버리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분리수거장에 전에 없던 안내문이 붙어있더라구요."

"무슨 안내문? 포스터같은거?

"아니아니~ 경비아저씨가 손으로 직접 쓰셨는지 분리수거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었고, 제대로 분리하지 않으면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처리된다는 말도 적혀있었어요. 물론... 약간의 협박성 멘트도 같이 있었죠. 그걸 보고났더니 어차피 재활용통에 넣는데 조금 더 고생해서 재활용이 더 잘 되게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어려운 것도 아니구요."


▲ 시스템이 변하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도 함께 변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정말이었구나. 아는만큼 볼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손영혜 작가님의 책이 생각난다. "잘 버리면 살아나요 : 지구를 구하는 분리배출 생활을 위한 50가지 질문"이라는 책이었는데 실용적인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가령, 종이영수증은 재활용이 아니라 일반쓰레기라는 거, 음식물쓰레기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가 먹어도 안전할만한 것들만 버려야 한다는 것(그러므로 어패류의 껍데기, 유통기한 지난 약물, 달걀껍질 등은 제외해야한다) 등이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나 막 독립한 스무살 청년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고 각성하고, 인지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지구는 조금 더 안전해지지않을까?


▲ 1인가구 독립생활자,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쓰레기 배출 실용서 중 하나!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지구가 변한다.

일종의 시스템 변화다. 시스템이란 체계적인 방법이나 조직, 또는 제도. 순화어는 `조직', `체제', `방식'을 의미한다.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좀 더 세분화해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박스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과 쓰레기 배출문화 그리고 지구가 변화된다. 실제로 단독 주택은 2021년 12월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20년12월부터 투명 페트병(음료, 생수)을 따로 분리 배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왔다.


▲ 라벨은 떼고, 뚜껑은?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이렇게 하세요(https://news.joins.com/article/23827994)

라벨은 떼고, 뚜껑은? 투명페트병 분리수거 이렇게 하세요(https://news.joins.com/article/23827994)

강동구에서는 아이스팩을 재활용, 재사용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공무원의 아이디어로부터 착안한 것으로,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수거함을 하나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역사회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 덕분에 무의미하게 버려질 수 있었던 아이스팩들의 수명을 늘리고 지구를 한주먹만큼 더 나아지게 만들었다.

제로웨이스터들의 기본 태도로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바쁜 현대인이 묵직한 스테인레스 컵을 언제나 어디서나 가지고 다니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이 있지만 미처 준비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 인생이란 언제나 'exception'의 연속이니까. 유명한 제로웨이스터 블로거가 어느 너무 더운 여름날, 플라스틱 잔에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신다면, 대중들은 어떨까? "제로웨이스트.. 말로만 하는거 아니야?"하고 비난의 눈초리를 쏘아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꼭 개인의 윤리와 도덕에만 기댈 문제인가?

독일에는  프라이부르크컵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주문을 마친 손님이 커피값과는 별도로 컵 보증금 1유로를 낸 뒤, 사용했던 컵을 다른 카페에 가져가면 세척 후 음료를 담아준다. 인근 카페에서 언제든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한 카페가 처음 시작했는데 '시'가 적극적으로 컵 제작을 지원하면서 동참하는 카페가 1년 만에 100개 넘게 늘게 된 케이스다. 커피와 함께 구매한 이 컵은 인근 카페에서 언제든 반복 사용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첨단에 서 있는 미국의 경우, 이런 공유텀블러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Grab, Go, Drop).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회사로 컵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보증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지역사회 다양한 상점들의 참여를 얻어내기만 한다면 충분히 우리나라 상황 속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다. 실제로 텀블링 등의 서비스가 개시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한데 아직은 홍대주변의 몇몇 가게들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노오력(!)에 기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시스템(System)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통해 조금 더 구조화된 용기내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크고작은 실험, 모임, 노력, 시도들이 꾸준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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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인 기자 dazu3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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