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인의 생활실험6] 탄소발자국 줄이는 나의 텃밭
환경과 맞돌봄의 관점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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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디트로이트의 로컬팜, 도시에서의 농업

1950년대만해도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최대 공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2000년대 후반, 범죄율 1위, 실업률 1위,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채를 지닌 도시로 파산에 이르게 된다.  자동차산업의 쇠퇴, 방만한 예산운영 등은 결국 빈 공장 터에서 시민들이 절망에 휩싸이도록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21년의 디트로이트의 모습은 또 굉장히 색다르다. 10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이 도시는 세계적인 "로컬팜" 도시로 탈바꿈했다. 쇠퇴된 도시구역 곳곳에서 배고팠던 사람들이 농지를 개간하고 일구기 시작했고, 정책적으로도 이런 활동들이 지지받기 시작했으며, 결과적으로 디트로이트는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의 리더가 됐을 뿐 아니라, 도시녹색화를 지향하는 멋진 초록도시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결과들은 디트로이트의 녹색화(greening of Detroit)라고 불리는 유명한 운동의 일부로서, 자전거와 걷기를 장려하기 위한 보행자 친화적인 녹색 도로의 증가, 슬럼화되어 가는 공터에 나무 심기, 그리고 콘크리트 복도에서 미적으로 쾌적한 가족 친화적인 여행지로 변모한 도시의 강변 개발 등이 포함된다(https://visitdetroit.com/detroit-experiences/). 도시 어디에서든 몇 발자국만 가면 이런 "초록"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굉장히 가치있게 느껴진다.


▲ https://www.pinterest.co.kr/pin/228628118560308484/


▲ https://www.modeldmedia.com/features/10-years-urban-ag-091415.aspx
 

 

비싼 땅덩이, 우리나라 현실 속 나만의 실천적 대안 - 텃밭 만들기

최근 우리나라도 그린뉴딜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후환경과 관련한 이슈들에 접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땅값이 비싼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가족텃밭이라고 지자체에서 제공되는 땅도 매우 한정적이어서, 정보를 잘 알고 활용하는 사람들 말고는 접근성도 낮은 듯 하다.

그래서 나는 3단텃밭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나만의 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세개 층을 다 합쳐도 한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 초록이들은 끝없이 자라고 또 자라나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작은 텃밭 하나를 가꾸는 것은 돌봄의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식물, 생명의 소중함과 길러내는 것의 노고를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변화를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 부추한단을 사러 차를 타고 마트에 가거나, 박스와 플라스틱이 마구 포장되어 오는 배달을 시키지 않고도, 손쉽게 부추를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탄소발자국을 제로로 만드는 매우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키우고 있는 작물은 고추, 상추, 부추, 가지, 호박이다.  이중에서 가장 잘 자라고, 현실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아이는 부추인 것 같다. 계란말이 할 때, 부침개를 해먹을때... 가위로 밑둥을 살짝 잘라주는데, 몇일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쑥쑥 자라나 영양분을 제공해준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부추"가 따로 없다.

상추도 아이가 직접 수확을 하니,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먹을때 함께 곁들여먹기 좋다. 본인이 기르고, 본인이 수확하니 훨씬 더 맛있는 모양이다. 바로 따서 먹으니 싱싱할 뿐 아니라, 너무 과도하게 익어버린 단단한 상추가 아닌 연하고 부드러운 상추를 맛볼 수도 있다.

코로나로 육아에 지치고, 식상한 놀잇감에 지친 아이들과 함께, 지구를 지키는 마음까지 한 스푼 얹어 텃밭을 함께 꾸려본다면 저녁식탁이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모두 함께 도전해보면 좋겠다.


▲ 지구를 지키는데 젠더 감수성도 높이고자.... ㅋ 난 요즘 제로 웨이스트의 모든 과정에 미래 남성(? 지금은 아직 중성의 아기 ㅋㅋ) 아들래미를 주로 투입(!)시키는 중.



▲ 초록이들이 건강하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커나가고 있다.


▲ 저녁 반찬거리를 위해 상추를 조금 수확하고 있는 아이

오혜인 기자 dazu3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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