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인의 생활실험4] 비건지향적인 삶,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요
- 부부, 가족이 함께 비건지향하기
2021-06-21
채밍아웃!

나는 올 4월부터 주 5일 채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채식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육류가 탄소발자국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행동이 잘 연결되지 않았는데 결정적인 결정타를 날렸던 것은 "동물권"에 대한 각성이었다.

Earthlings(지구생명체)라는 다큐멘터리는 머리로만 추상적으로 알던 것들을 구체화하여 내 삶에 던져놓았고, 결국 나의 행동은 변하기 시작했다.  인종차별,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종차별" 역시 같은 메커니즘으로 발생한다. 인간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파르르 떨며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려 애쓰는 사람일지라도  여전히 종 차별주의자인 경우가 있다. 정말 꼭 닮은 방식으로 억압과 차별, 혐오라는 작동기제가 나타나는데도 말이다. "동물"을 단지 타자화하고 있던 나는 다큐를 다 보고나서, 가죽이 다 벗겨진채 긴 속눈썹을 바르르 떨며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족제비의 영상에 충격을 받고 나서, 타자화를 지양하고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해 소중함, 존중을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서, 채식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완전한 비건은 아니지만(락토오보정도 되는것 같다), 그럼에도 3일에 한번씩 작심삼일 하는 마음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식단을 고민한다. 


▲ 채식주의의 넓은 스펙트럼

왜 비건을 지향하는가?

김한민(2020)은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통해 왜 비건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목조목 짚고있다.

•잔인함 :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왔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한번 찾아보자. 자본중심의 공장식 축산시스템 속에서 동물들은 착취당하기 위해 길러지는 노예의 모습과 닮아있다.  모든 것은 효율(돈)을 위해 작동된다. 효율을 위해 감별된 수평아리들을 갈아버리고, 효율을 위해 갓 낳은 송아지를 어미로부터 떼어내며, 효율을 위해 산채로 가죽을 벗긴다. 인도적 도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오염 : 축사에서 나온 오폐수가 주변의 물과 토양을 엄청나게 오염시키고 있다. 소고기1kg를 얻기 위해 물 1만5천리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엄청난 오염까지 따라온다는 사실. 물이 없어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국민들을 생각해볼때 국제적으로 기만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탄소배출 :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며 지구온난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체 탄소 배출량 중에서 비행기,선박 등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13%인데, 축산업은 18%의 비중을 차지한다).

•훼손 : 1초에 축구장, 1년에 이탈리아 면적에 해당하는 숲과 밀림이 파괴되고 있다. 왜냐고? ..가축사료 재배를 위한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리스크 : 항생제…살충제… 우유생산량 높이기 위한 인공호르몬, 인공색소…제초제, 유충제거제, 성장촉진제, 진정제, 식욕촉진제.. 등이 엄청나게 사용되며, 잔존하는 물지들이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항생제 80%가 축산업에서 소비되고 있다).

•병 : 암…심장질환… 빈혈… 골다공증…뇌졸중…당뇨 (2015 WHO 국제암연구소 - 벤조피렌 소시지 등 가공육 1급 발암물질로 분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염병에도 기여를 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동물착취시스템(구제역 AI 광우병 피스테리아 등)이라는 사실이다.

비건 실천 의외의 복병 -  가족들?!

여러 이유로 비건지향적인 삶을 결심한 나에게 의외의 복병은 가족들이었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단 한 술도 뜨지 않는 두 아들, 힘을 내려면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편이 바로 그 주범이었다. 

가족들의 동의와 지지가 없는 경우 결심이 흔들릴 뿐 아니라, 쉽게 포기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생기고 만다. 아이들 돈가스를 튀기다 말고 맛을 보다 죄책감이 든다거나, 저녁을 두가지 버젼으로 차려야 해서 힘이 더 든다거나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야 하는걸까?

(1) 다함께 각성하기

- 요즘 아이들과 다양한 환경 다큐를 보고 있다. '나의 문어선생님', '우리집 거실에는 문어가 산다'와 같은 다큐는 우리가 흔히 먹어왔던 생물(특히 문어)들이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인지와 행동을 보여주는 하나의 개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다 생물들을 '먹을거리'로만 생각해왔던 아이들이 바다 생물을 '귀여운'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이상의 큰 아이들이라면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earthlings'라던지 'Dominion'과 같은 다큐를 함께 보길 권해본다. 

- 남편도 함께 비건을 지향하면 좋을 것 같아 관련 책들을 추천해주고 있다. 보선님이 쓰신 "나의 비거니즘일기"같은 경우는 만화로 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다.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도 입문용으로 좋은 책이다. 

(2) 집밥예찬 : 초록이들의 식탁점유율을 높여가기

- 아무래도 배달음식은 육류가 대부분을 이루거나 정크비건(밀가루, 튀김 등)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조금 신경을 써서 집밥을 계획하고 차리는 노력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 식탁을 두 번 차리는 일은 정말 고되므로, 나는 한번에 식탁을 차린다. 다만 비건을 지향하는 가족구성원이 무엇을 먹는지를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권하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예쁜 플레이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던지, 향기로운 야채로 후각을 사로잡는 기술도 선보인다. 아이들의 경우 생야채는 여전히 힘들어하지만, 굽거나 찌거나, 다양한 방식 혹은 양념으로 맛을 낸 재소들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 베란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야채들을 스스로 수확해 먹는 경우, 조리과정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먹기 싫은 야채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3) 새로운 단백질을 제안하기

- 시중에 비건대체육들이 많이 나와 있다. 얼마 전에는 콩으로 만들어진 비건미트볼에 야채를 볶아 주었더니 아이들이 고기인줄 알고(?) 별 의심없이 먹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신랑에게도 약간 쎈 양념을 해 콩불고기를 만들어주었더니 잘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 건강을 핑계삼아!

-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어른들의 경우 '건강'을 근거로 채식을 권하면 대부분 수긍하는 편인 것 같다. 실제로 비건은 너무 과도하게 "육류중심"인 우리의 몸,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의식각성과 기후에 대한 신념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가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하며 이를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비건 몇 명을 만드는 것보다 다수의 사람들을 더 ‘비건적’으로 만드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훨씬 의미있고, 좋은 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들과 남편이 "주 7일 비건"인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저는 고기를 먹지 않아요.'라고 말했을때, 그 사람을 놀리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의견과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의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고, 기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듯, 앞으로 더 많은 가정에서 비건지향적인 식탁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오혜인 기자 dazu3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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