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인의 생활실험2] 소프넛에 대한 두가지 시선
오혜인 기자
2021-05-26
생태적 맞살림?을 지향하는 삶을 생활 속에서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늦깎이 대학원생인 내가 아무래도 회사원인 남편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라 육아의 많은 부분(등하원, 학원픽업, 먹이고, 씻기고, 가르치고, 재우기)을 담당하고 있다. 대신, 남편은 요리하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집안일(설거지, 빨래, 청소, 쓰레기 등)을 맡아 수행하는 중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남편이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보다는 상대적으로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음을 말이다. 실제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평일 가사노동 시간은 3시간 10분(아이돌봄 시간 제외)인데, 평균적으로 남성들은 여성이 가사일에 들이는 시간대비 1/4 정도밖에 시간을 소요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가령, 기름가득한 설거지를 아무생각없이 마구 겹쳐놓는다거나; 청소방식이 나와는 다르다거나, 빨래를 접고 정리하는 방식이 나의 것과 차이가 있다거나...) 평상시엔 어느정도 존재하는 이와 같은 차이들을 묵인하며 지나간다. 그것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맞살림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노하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세탁에서만큼은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남편은 세제를 엄청 많이(맥시멀리스트;;) 쓰는데, 그래야만 묵은때가 깨끗이 씻겨나갈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제로웨이스터이자 생태적 맞살림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기에 신랑에게 소프넛에 대해 소개하고, 이걸 한 번 써보자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화학세제가 세탁물에 잔존함으로 인해 생기는 피부관련 질환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풀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초보자들의 경우 사실 진입장벽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소프넛 사용일 것 같다. 비누(soap)와 열매(nut)의 합성어인 소프넛, 요런 주머니에 넣어서 옷과 함께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 참 간편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땅으로 썩어버리는 천연세제라니 좋지 아니한가! 세탁시 화학잔여물이 남아 피부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데, 이 세제를 쓰면 그럴 염려가 없으니 정말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걸 발견 혹은 찾아낸 사람은 누굴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다. 


▲ 세탁기에 직접 사용해본 소프넛의 모습, 망원동 알맹상점에서 1,150원 정도에 구입했다.

소프넛, 천연세제에 대한 환상

신나게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있는데 "카톡카톡!" 하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아래와 같은 글을 하나 나에게 보내왔다.

맹물보다 못한 소프넛의 세탁효과 - 천연세제에 대한 환상

처음엔 제로웨이스터 부인 VS (세탁에 관한 한) 맥시멀리스트 남편의 전쟁구도인가 하며 도전적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고나니 소프넛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글이었다.

1) 탄소발자국

소프넛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 않으니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것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이 상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매우 공감되었다. 나 역시 인도에서 수입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로컬리티가 환경문제의 대안이라는 뭇 생태론자들의 주장이 생각나 약간 꺼림직하던(!)차였는데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2) 생태계 교란

소프넛이 거품을 내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 '사포닌'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인간에게는 무해할 수 있지만, 생태계 내 생선들에게는 독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이 사포닌이라는 성분이란 의견도 제시되었다.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경우,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읽어내려갈수록 상당부분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3) 효과성

무엇보다...효과가 물이랑 비슷하거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천연세제에 대한 사랑과 제로웨이스터로서의 의지가 팍 꺾이는 느낌아 든다(신랑은 여기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어필했다. 물보다 안좋은애를 왜 쓰냐면서..). 

글에서는 소프넛을 사용하기보다는, 차라리 세제를 조금 덜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세탁을 좀 덜 하는 방법으로(바람에 말려 건조하기, 얼룩은 1차적으로 제거한 뒤 세탁기에 넣기 등) 세탁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쩌면 더 효과적인 지구보호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소프넛과 관련한 찬반양론을 좀 찾아보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학문적인 논문같은건 발견하지 못했다. 이런 논의들이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론! 세탁습관의 변화가 필요

소프넛의 과학적 효과를 따지기 이전에, 결국은 연장이나 도구보다는 본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떤 세제,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세탁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탁습관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수정해나가기로 했다.  퇴근 후, 나와 남편은 가족회의를 통해 매일 하던 빨래를 이틀에 한번만 수행하기로 했다. 세제도 평소에 쓰던 양의 2/3정도만 써보기로 결론 지었다.

생태적 맞살림에의 적용 : 학습과 소통

제로웨이스트도, 맞살림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보통은 해당 과업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만, 하루동안 부부가 알게된 다양한 내용들은 생태적 맞살림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식습득이었다. 이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족회의는 상호 소통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도구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연년생 아들녀석들 때문에 제대로 앉아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에, 때로는 30초 통화, 어느 때는 스티커를 활용한 문자소통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서로에 대한 이런 관심과 노력이 '맞벌이 못지 않은 맞살림'을 보다 원활하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공부하고  알아가고 소통하면서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제로웨이스터 &  맞살림 부부가 되기 위해  한걸음 또 이렇게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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