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현지 한인연구자와의 만남을 통한 조직문화 비교 20191024
한국에 비해 연구주제, 프로젝트 자체의 영향력이 큰 편인 스위스
박동완 대기자
2024-04-16 오전 11:03:18
□ 연수내용

◇ 스위스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하며 느낀 연구문화 공유

○ 스위스 취리히대학 물리학과와 취리히 대학병원 방사선연구소에서 박사과정에 있는 심소진씨를 만나 한국과 현지 조직문화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 국가 연구소에 있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아카데미 수준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심소진씨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동대학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인턴십을 경험한 후 석사는 스위스에서 마쳤다. 로잔연방공대 원자력공학 석사, 취리히공대 원자력공학, 폴 셰러 연구소 의료물리학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 자기소개중인 심소진씨[출처=브레인파크]


◇ 한국에 비해 연구주제, 프로젝트 자체의 영향력이 큰 편인 스위스

○ 한국에서는 대학원에 들어가면 지도교수가 지도학생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스위스는 교수님이 학생들을 지도할 시간이 한 달에 한 번 뿐이다. 대신 교수와 함께 많은 과학자와 박사후과정생들이 있다. 박사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박사도 채용한다.

○ 그래서 스위스에서는 석사 과정생이 7명이었다. 석사과정 7명을 위해 스위스에 하나밖에 없는 원자로를 가동하고 다른 국가 연구소의 소장, 과학자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교수는 큰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결과를 분석하고 어느 부분을 고쳐야겠다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제안을 먼저 하는데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 증명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 때문에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과 연구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다.

연구의 필요성이 증명되면 스위스 내셔널 펀딩, 유럽 펀딩에서 자금을 받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반면 한국은 기관이 주도해서 방향을 정하고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 자금 조달은 한국은 기관으로 펀딩이 내려오고 주제가 정해지는 걸로 알고 있다. 반면 스위스는 연구주제,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반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 과제 관리와 감독에 대해서는 스위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학자와 박사후과정 모두 독립적인 권한을 가지는 편이며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되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경우 슈퍼바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화이다. 한국은 주로 교수나 상급자가 연구비전과 방향을 세우고 감독하는 추세가 강하다.

○ 연구지원 부문에서는 대학 레벨로 보면 한국은 연구실 단위로 연구가 진행되면서 각종 기술 업무와 서류업무까지 박사과정생들이 해야 하는데 스위스는 관련 기술자가 굉장히 많아서 연구 외 업무들을 학생들이 할 필요 없이 연구만 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 프로젝트 관리 시 스위스와 한국 문화 비교[출처=브레인파크]


○ 스위스는 연구보조원부터 인력으로 보고 이때부터 급여를 지급하고 박사후과정생들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급여를 좀 더 받는다.

○ 개인에 대한 기대치의 경우, 각각의 인력에 대한 기대가 다르다. 스위스는 본인이 느끼기로는 스스로 잘 해나갈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일을 준다.

각각의 배경지식은 부족해도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는 데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 스위스는 임금이 높기 때문에 유럽의 우수인력이 다 모인다고 보면 된다. 스위스에서 과학자는 외국인 연구진에게 의존을 하고 있다.

○ 스위스에서는 대부분의 포지션이 일시적이다. 박사후과정도 1~2년 있으면 기관을 다시 찾아야 된다. 영구적인 사람은 정교수(1명의 영구적 과학자를 둘 수 있음)와 기술자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짧은 계약기간이 개인에게는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해도 기관 입장에서 보면 1~2년 후 나가야하기 때문에 기관이 압박하지 않아도 연구원들이 알아서 열심히 연구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 질의응답

외국인 과학자들이 본국에 돌아가서 기여하고 싶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국가 자체가 연구하기도 좋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본국으로 가는 것보다 사실 산업계로 가는 것이다. 박사후를 하다가 그만둘 수도 있고, 교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나라의 교수로도 많이 가기도 한다. 한국분들도 3/1은 한국의 국가 연구소로 돌아가시는 것 같다."

보통 한국에서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러 더 많이 간다. 유럽에서 학위를 받은 분은 극히 드물다. 스위스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옵션이 월등히 좋으면 돌아갈 생각이지만, 외국에서의 삶이 더 좋았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삶을 평가해본 결과 유럽이 더 좋았다. 또한 ETH가 미국의 웬만한 학교보다 좋다.

원자력 박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제가 석사를 시작할 때쯤에는 외국 좋은 대학교에서 박사를 하는 한국여성이 한 명도 없었어서 나중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더 좋은 기회가 올 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서 원자력공학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어학은.

"어학을 그렇게 중점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커트라인만 넘으면 되는 것 같다."

석사과정에서 RA(Research Assistant)를 한건가? 생활비가 충당됐는지.

"석사논문을 쓰고 학기 프로젝트를 할 때는 RA를 했다. 석사 때는 제가 알기로 장학금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사부터는 그래도 좀 나온다."

보통 논문을 쓰는 데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지.

"논문 쓸 때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좋은 논문도 장비, 교수님의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박사후를 뽑을 때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논문에 점수를 매겨서 뽑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평가를 통해 잘 맞는 사람을 뽑는다."

고용계약서를 쓰는지.

"박사부터는 고용계약서를 쓰고 워킹비자가 나온다."

EPFL과 ETH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EPFL은 프랑스어권에 가깝다. 학교 자체의 행정 파워가 교수님보다 강하다. 교수님이 교수과목에서 박사를 뽑겠다고 하면 학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TH는 독일어권이고 교수의 힘이 강해서 교수님 마음대로 박사를 뽑거나 자를 수 있다. 월급도 교수님이 준다. 그래서 스타트업 스핀오프를 만들고 과학자들을 넣은 후 잘라서 변호사 동반해서 싸우는 경우도 봤다."

한국과 비교하면.

"박사를 졸업한 후에는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위스도 일시적인 자리이기는 해도 잘하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는 걸 봤다. 여기는 단기간에 연구해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연구실에 지원을 많이 하고 연구비를 아낌없이 준다. 재가 사용하는 기기도 20억 정도 된다. 다른 연구소에도 몇천만원의 연구비를 주기도 한다.

원하는 장비가 필요하면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경우 바로 허가가 나온다. 학생이 시켜서 영수증 주면 알아서 처리해준다.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기술자가 해결해준다.

기술자가 연구자분들과 같은 수준이다. 연구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계신 분도 많은데, 영구적인 기술자를 선택하시는 것 같다."

비서가 하는 일은.

"제일 큰 문제가 비자인데 그런 것들을 알아서 처리해준다. 집을 어디서 알아보는지 알려주는 등 중요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준다.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비서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된다. 1-2명이 랩을 커버하는데 10-15명을 돕는다. 인원수보다는 랩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인센티브가 있는지.

"인센티브는 없다. 박사후과정에서 인센티브를 받으신 한국분은 봤다. 컴퓨터학과시다. 학교에 슈퍼컴퓨터가 있다. AI연구도 많이 한다.

한국의 경우 개인컴퓨터로 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도 슈퍼컴퓨터를 돌린다. 돈이 들어가는 작업에 한국에 있는 것과 콜라보하면서 몇 십억을 아끼신 것 때문에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받으셨다."

프로젝트 예산을 짜는 것도 다 해주는가? 아니면 계획서를 내는지.

"프로젝트 선정이 되면 계획서를 낸다. 미리 PAC를 몇 년간 쓸 지 정한다. 요즘에는 정한 기간을 연장하는 게 안 된다고 들었다."

초과 근무를 하거나 주말에 나올 수도 있다. 근로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원자력 연구소는 기업처럼 운영해서, 시간을 확실하게 체크해서 초과한 만큼 휴가도 주기도 했다."

교수들이 사적으로 자기 업무를 학생에게 시키지 않는가? 존속 관계가 없는지.

"없다. 어느 정도 업무를 시킬지 예상을 하고 뽑기 때문에 일을 더 시키는 것도 없다. 졸업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데 ETH는 일하는 기간이 5년을 넘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3-5년 사이에 졸업을 한다.

5년이 넘어가면 윤리위원회에서 심사가 들어오기도 한다. 따라서 졸업이 늦어져서 문제가 생기는 건 본 적 없다. 3년 예산을 받아놓고 (3년이 지난 후) 1년 후에 졸업을 하면 연장을 하는 경우는 있다. 박사 월급도 무시 못하기 때문에 연장을 잘 해주지 않는다. 3년 예산이 끝낸 후 1달 비자만 주는 경우도 봤다."

전 유럽에서 지원하는지.

"전 유럽, 미국에서 지원서가 온다."

- 우수한 인재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가? 대학, 기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하는지.

"전략적인 지원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박사를 뽑을 때 추천서를 중요하게 본다. 석사논문을 쓴 곳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 문제가 별로 없지만 다른 랩을 갈 때는 추천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평가는 연구실에서 일을 할 때 자동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큰 프로젝트 안에서는 '이 사람이 무얼 했느냐'보다 '어떻게 진행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모호한 것 같다. 아시아 사람은 시키는 건 잘 하는데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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