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카스틸리오네 델 라고(Comune di Castiglione del Lago), 농촌경쟁력 강화를 위한 치타슬로운동 시작(下)
'km ZERO'시스템을 도입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모두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공급
박동완 대기자
2009-11-27
 


○ 우리나라의 치타슬로 운동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어인 '치타슬로'라는 말 보다는 '슬로시티'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 20개 마을이 슬로시티에 가입신청을 했으나 이미 작은 농촌마을까지 개발이 진행되고 미국화된 문화가 상륙했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되었다.

우리나라는 2007년 11월 완도, 산안, 담양, 장흥의 전통마을이 가입된 것을 시작으로 하동과 예산이 이 네트워크에 가입되어 있다. 충남 예산군은 전 세계 121번째 치타슬로 가입 마을이다. 가장 최근에 가입된 마을은 충남 예산군이다.


▲ 우리나라 여섯번째 슬로시티, 예산[출처=브레인파크]


한국슬로시티본부에 따르면, 예산군은 자연 환경, 전통 문화, 지역 공동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곳 예당저수지는 빼어난 경치와 풍부한 먹이로 낚시애호가들 사이에 소문난 명소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옛집과 500년 된 향교가 그대로 남아 있고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주민은 스스로 지역 신문을 펴내고 있다.

예산만의 독특한 음식이 있다는 점도 슬로시티 인증에 한몫했다. 예산은 예당저수지에서 잡힌 붕어로 만든 찜과 죽, 황토밭에서 키운 사과로 유명하다.

충남 예산군에 이어, 전주시와 남양주시도 슬로시티가입을 신청,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슬로시티본부는 슬로시티가입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 특산품을 제조하는 기업에 '슬로시티 동반자'를 지정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60개 도시를 '만성(晩城)'으로 지정해 슬로시티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 질의․응답 내용


○ 행정과 치타슬로운동의 관계

- 일반 시민들과 비교해 이 곳 공무원들의 보수는 어떤지.

"한마디로 월급이 많지 않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젊은 실업자들에게 많은 예산이 돌아가기 때문에 월급수준은 낮지만 안정된 직업이기 때문에 공무원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에 이런 문제를 많이 안고 있었는데 최근에 우익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 분야·구역별로 공무원 관리자를 두는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각 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치타슬로운동이 주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행정에서는 어떤 지원을 했는가? 실질적인 주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흩어져 있는 농가민박, 역사, 자연환경, 특산품을 모두 정리하고 모아서 패키지화하려고 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미니 전기버스 등을 도입해 모든 곳을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지역 내 상점, 레스토랑,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들을 모두 연계시킬 수 있는 연결고리, 예를 들면 음식·이벤트·전통·이야기를 찾아내 연결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 다른 국가, 다른 지자체와 교류를 하고 있는지.

"20년 전, 파리 근교의 작은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은 아니었고 일회성 방문에 그쳤다. 그래서 이제는 치타슬로연맹과 전체적으로 행보를 같이 하고 있으며 치타슬로 도시는 아니지만 핀란드의 한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또, 치타슬로 연맹 이외에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협회(Borghi Piu Beui D'italia)'에 소속되어 있고 '호수의 삶(Living Lake)'이라는 유럽협회에도 가입해 있다. 현재 카스틸리오네의 시장이 그 협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 카스틸리오네의 자원 활용

-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2차 대전 이후 인근의 많은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이 지역도 사람들이 떠나가고 거의 버려져 있었다. 그 후 이 지역에 영국, 독일사람 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을 통해 이 지역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농장주나 농민들이 갖고 있던 농장에서 사람들을 재우고 전통적인 음식을 제공했던 것이 초기 농촌관광(Agriturism)의 시작이었고 이에 각 지자체들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경치가 좋은 곳에 호텔, 사우나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피트니스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포화상태여서 전체적으로 볼 때 이곳의 농촌관광은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청에서는 4~5월에는 거리장식 이벤트를, 여름·겨울에는 발레, 콘서트, 축제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내년 봄에는 스토리를 접목시킨 튤립축제도 기획하고 있다." 

- 지역 내에서 유기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지.

"지역에서 40% 정도가 유기농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 밀의 가격을 책정하는데 유기농이 아닌 것은 가격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점차 유기농의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또 'km ZERO'시스템을 도입하여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은 모두 이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식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또 농촌관광을 하는 농가에서는 모두 유기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직접 판매를 하기도 한다."

□ 무엇을 배울 것인가?


○ 느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필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이 앞을 다투면서 산업시설을 유치하고, 고층빌딩을 짓고, 페스트 푸드에 빠져 있을 때, 카스틸리오네는 반대로 생각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며 나설 용기가 있었다.

자신들의 지역에 산업시설이 전무하고 고층빌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은 느리게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던 방식을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고, 교육을 통해 체화시켰다.

이같은 성공적인 변화는 무엇보다 자기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에 기반한 것이다.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었다면 치타슬로도 없었을 것이다. 많은 지역들이 자신들이 가진 문화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만을 뒤쫒는 경향이 많다.

ㅇㅇ군이 카스틸리오네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하지만 문화와 전통을 소중히 하면서 친환경적인 삶을 경쟁력으로 택한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카스틸리오네 델 라고가 그들의 문화를 지켜야 할 가치로 인식하고 그 문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느림의 삶을 택했듯이 ㅇㅇ군도 우리의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가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치타슬로의 정신일 것이다. 

○ 치타슬로마을 발굴, 지역활성화 추진

예산과 인력이 도시보다 부족한 화천군 현실에서 속도와 크기로 다른 도시와 경쟁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전략이다. ㅇㅇ군에서 전통과 문화가 잘 보전되고 있고 지역 특산물이 있는 마을들이 있다. 이런 마을들은 '느리고 작게'를 지역마케팅 전략으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치타슬로 가입 조건을 확인하고 가능성이 높은 마을은 지역 주민에 대한 교육을 시작으로 착실히 준비하면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치타슬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농촌경관 유지, 친환경적인 지역 특산물 육성 등을 비롯해 보행자 전용도로 운영, 민박 육성, 유기농 보급, 대체에너지 육성, 하수의 자연정화 처리, 도시 소비자와 농산물 직거래, 단열이 잘되는 저에너지 주택 보급, 지역 주민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치타슬로로 지정을 받지 않더라도 치타슬로의 조건을 지역사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슬로시티에 가입하면 사용할 수 있는 달팽이 브랜드는 그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슬로시티의 슬로푸드 제품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광산업과 식품산업에서의 위상이 올라가는 효과를 얻고 있다.

즉, 일반 지역에서 생산된 검은 콩은 특산물이지만, 슬로시티에서 생산된 검은 콩은 세계적인 유기농 특산물로 가치상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관광산업에서의 가치상승과 직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슬로시티들도 방문객이 평균 30%가 증가했다고 한다. 전남도는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숙박시설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담양 창평, 장흥 유치, 완도 청산도, 신안 증도 등 슬로시티 지역에 한옥민박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 슬로시티 운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내용

하지만 슬로시티 운동에서 경계할 것도 있다. 그것은 관광객 유치의 수단으로 슬로시티 지정을 받으려하거나 슬로시티 지정을 계기로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전통적인 경관과 문화를 해치게 되는 일이다. 이런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 

○ 관광객 유치 수단 전락 경계해야

슬로시티 운동은 관광객 유치로 돈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슬로시티 본래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나는 것이다. 슬로시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연친화적인 행복한 삶, 지역공동체의 회복, 주민스스로 참여하는 운동, 이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슬로시티 운동에 접근해야 한다. 

○ 지역이미지 홍보로 공동마케팅 전략 추진

카스틸리오네는 치타슬로 연맹 이외에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협회(Borghi Piu Beui D'italia)'에 소속되어있고 '호수의 삶(Living Lake)'이라는 유럽협회에도 가입해 있다.

이런 협회는 실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기도 하지만 가끔 지역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비슷한 조건을 갖춘 자치단체들이 전략적으로 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예산이 적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작은 자치단체들이 독자적인 마케팅을 추진해서는 지역을 홍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특정한 주제에 대해 공감하는 작은 지역들이 단체를 만들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공동으로 홍보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ㅇㅇ군도 카스틸리오네 처럼 특수한 주제에 있어서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다른 유사한 환경에 있는 지역들이 참여하는 비영리 사회단체 구성 제안을 주도하는 마케팅을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골마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가장 친환경적인 농업 '지역자급' 확대

카스틸리오네는 전체 농산물의 40%가 유기농산물이라고 한다. 특히 이 마을은 'km ZERO'시스템을 도입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모두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공급하는 지역 자급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 자급은 친환경농업의 궁극저인 지향점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농산물의 이동거리를 줄여 탄소 저감을 실천하고 직거래를 통한 지역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안전한 농산물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도시민의 판로개척에도 유리한 이점이 있다.

ㅇㅇ군의 식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식단을 학교 급식으로 공급하면 환경농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에게 먹이는 안전한 화천군 농산물'을 슬로건으로 마케팅을 추진하면 도시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자급, ㅇㅇ군 농산물 마케팅의 신전략으로 더욱 확대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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