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움직이는 100대 싱크탱크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복지 이슈와 관련된 연구소의 대약진
윤호창 기자
2024-01-17 오후 9:41:36

▲ {출처=한경비지니스)

한경비즈니스의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는 올해로 네 번째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국내 연구소들 가운데 전문가 설문을 거쳐 대표 싱크탱크 100개를 가려 뽑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싱크탱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탄하게 뿌리내린 싱크탱크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대한 ‘정책 쓰나미’에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전환기를 눈앞에 둔 한국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싱크탱크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조사는 올해부터 방식이 약간 달라졌다.

우선 평가 문항이 세분화됐다. 그동안은 ‘각 분야별 최고의 싱크탱크가 어디입니까’라는 단일 항목으로 설문이 이뤄졌지만 올해부터 이를 ▷영향력 ▷연구의 질 ▷연구 역량 등 3개 항목으로 나눠 물었다.

각 항목별 최고의 싱크탱크 10개를 순서대로 답하도록 한 다음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했다. 최종 순위는 이렇게 산출한 각 항목 추천 점수를 합해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정렬해 정한 것이다.

조사 대상은 현재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각종 연구소를 모두 포함한다. 정부 연구소와 정부 출연 연구소 기업 연구소 업종 단체 및 협회 부설 연구소 대학 연구소 정당 및 사회단체 부설 연구소 순수 민간 연구소가 모두 들어간다.

설문 항목에서 ‘영향력’은 의제 설정 능력 언론 활동 정책 영향력 등을 의미한다. ‘연구의 질’은 연구의 전문성·객관성·신뢰성 등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역량’은 연구원의 전문성 네트워크 연구원 수 등을 가리킨다.


또한 올해부터는 과학·기술 분야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이 분야는 전문가 설문이 아니라 각 연구소의 연구비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해 왔다. 전문가 설문에 기초한 선정이라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복지’관련 연구소 대약진…대논쟁 예고

조사 결과 전체 5개 분야 중 2개 분야에서 올해 1위가 바뀌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1위를 차지했다.

외교·안보와 환경 분야도 외교안보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순위가 4계단 뛰어 1위에 올랐다. 여성·노동 분야 역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국노동연구원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복지 이슈와 관련된 연구소의 대약진이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 문제가 시대적 과제이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최근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정치·사회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올해 이 분야에서는 지난해 5위에 머물렀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순위가 4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 담론과 복지 이슈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복지 연구의 메카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지만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어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2위)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3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5위) 희망제작소(6위) 등 복지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 온 연구소들이 상위권을 거의 싹쓸이 했다.

반면 한반도선진화재단·한국발전연구원·시대정신·바른사회시민회의·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복지확대에 부정적인 보수·우파 성향의 연구소들은 순위가 하락하거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여성·노동 분야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순위 하락이 눈길을 끈다. 노동 정책 노사관계 연구의 대표 주자로 불렸던 이 연구원은 박기성 전임 원장이 2009년 연구원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사임한 후 3년째 원장 공석 상태가 계속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백혈병 근로자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이끌어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순위가 16계단 상승해 5위에 올랐다. 이 연구소는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 연구단을 모태로 2003년 문을 열었다.


올해 조사부터 설문 항문을 세부화하면서 각 연구소별 장단점도 한눈에 드러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은 영향력에서는 84점으로 삼성지구환경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연구의 질과 연구 역량에서 이들을 따돌려 이 분야 1위에 올랐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항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영향력에서는 전체 조사 대상 중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가 15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연구의 질과 연구 역량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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