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생활실험12]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엄돕프가 뭐지?
2021-08-09
아빠! 가사노동이 뭐야?

생략- 가사노동의 종류와 내용은 다양하여, 처리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생기므로 시간과 노력이 담당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데, 사회적 생산을 위한 노동력 생산에 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부에서의 사적노동에 지나지 않고, 게다가 직접 임금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경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의 기계화, 가정의 민주화, 가사노동의 사회화 등의 경향이 두드러져서 가사노동에 드는 노력과 시간이 점차 감소되어 가고, 물품의 구매라든지 관리적인 노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가사노동[domestic chores, 家事勞動] (두산백과)  

지금은 사회인인 큰딸이 초등학생이었던 때, 방학숙제인  독서를 하다가 문득 " 아빠 가사노동이 뭐야"라는 질문을 한적이 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가사노동이라고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 방학만 되면 아내의 가사노동이 몇배씩 늘어나는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엄마 돕기 프로젝트'가 태동하기 시작한 우리집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엄돕프(엄마 돕기 프로젝트)1탄

먼저 아이들과 함께 엄마가 하고 있는 일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나열 해 보았다. 청소(화장실,방,거실,베란다),빨래(간헐적인 이불빨래,속옷과 수건처럼 매일 하는 빨래),음식만들기(아침,점심,저녁,간식), 설겆이(아침,점심,저녁,간식),아이들 학습 점검,숙제 봐주기,학교준비물 챙기기, 아이들 학교와 관련된일(상담,1일교통도우미,급식 식자재검수,방과후 청소년 지킴이,운영위원장 회의, 학부모 모임등),남편 도우미활동,아이들병원(예방접종,아플때),장보기(생필품,계절옷,가구나가전등) 구체적으로 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리스트를 만들어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말해 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뜻 나서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강제로 할당을 해 주고 역할별로 2일이나 1주간격으로  로테이션을 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삐죽삐죽 하기싫던 내색을 하던 아이들이 일정기간이 지나자 자기들끼리 그라운드룰을 만들거나 자발적으로 참여 하게 되었다.

나는 청소 너는 설겆이!

개학을 하고나서 시키기도 전에 하교 후나 주말에, 아이들은 엄돕프를 이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엄마에게 많은 시간들이 주어지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엄마를 돕는다는 생각에 자기가 참여 할 일들을 찾아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서로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기 시작하였고, 일이 아닌 게임으로 여기게 된것이다. 아내는 늘어난 시간만큼 학부모 모임등 외부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고, 모임 후 귀가시 가족들에게 깜짝  음식을 포장해 온다던지 특별식을 자주 만들어 주는날이 많아 졌다.

해를 거듭할 수록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게임을 즐기듯 엄돕프에 진심 참여는 물론, 방학이 지난 일상에서도 엄마를 배려하고 도우려는 착한 마음들을 지니게 되어 엄돕프는 우리가족 모두의 습관이 되었다.  이제는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당연히 분담해야하는 일로 여기고 있어 코로나19가 왔어도 기자집에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그전보다 조금 더 분담의 양이 늘어난 정도랄까?  이렇게 공정한 게임은 우리가족 구성원 모두가 찐으로 동참하였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평화는 여성의 평화로부터

실비아 페데리치의 '혁명의 영점'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실비아 페데리치는‘가사 노동에 임금을’이란 캠페인을 벌여온 여성운동가이자 정치철학자이다. 페데리치에 따르면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가사 노동이고,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주부이다. 자본주의는 자연 자원에 사람의 손길을 가해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내는 과정을 기본으로 삼는다. 이윤을 많이 내기 위해서 자본가는 자연 자원과 사람의 손길에 들이는 자금을 최소한으로 만들려 애쓰게 된다. 자연 자원에 들어가는 돈은 일정한 범위 이상으로는 삭감할 수 없으니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을 최소화하려고 노심초사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가 제대로 못 먹고 못 입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는 줄 수 없는 바, 결국엔 노동자가 자신의 심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고 아침마다 어제 아침과 같은 수준의 건강과 정신력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살짝 웃도는 수준의 임금을 주게 된다. 


▲ 호프스트라대학 명예교수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와 『혁명의 영점』(Revolution at Point Zero). 출처 아마존

그런데 자본가가 주는 임금을 산정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모두 노동자의 노동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물품’에 관한 사항들뿐이다.그 물품을 시장에서 사 오고,물품이 식재료일 경우 집에서 씻어서 다듬고 조리하고 밥상을 차려내고 다 먹은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하고,물품이 옷일 경우 빨래하고 널고 개고 다림질하는 노동력,즉 노동자를 매일매일 일정 수준의 건강 상태로 재생산하는 손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도,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는다.

 

▲  가사노동은 오랫동안 가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 했다. 여성들의 격렬한 싸움이 있었지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된 뒤에도 저평가된 것은 마찬가지이고, 많은 여성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한 채 비공식 영역에서 일해왔다. ⓒ 국제가사노동자연맹

누군가가 그 노동자를 위해 ‘당연히’ 요리하고 빨래하고 집 안을 청소할 것이라 가정하고, 그 누군가가 손에 들고 가공할 물품에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주부’이다. 노동자에게 아내가 있을 거라 가정하고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데 드는 가장 큰 비용을 아내에게 전가함으로써 자본가는 엄청난 이득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지도, 문제로 떠오르지도 않는다. 여성은 집안일, 즉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통념이 사회에 굳건히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강렬하고 끈질기고 일관되게 권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명쾌하게 이해된다.


▲ 여성들의 무급 가사노동은 제대로 된 경제적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세상에 아내라 불리우는 여성들 ‘주부’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존립자체가 위험하게 될 것이다. 주부들이 동맹하여 파업을 일으켰다고 가정해 보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물류를 멈추어 세상을 바꾸자'는 사상초유의 화물연대 파업을 기억하는가? 세상 모든 주부들이 파업에 동참한다면  화물연대 파업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엄청난 사회 혼란이 올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무탈하게 작동 하는 것은‘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를 무상으로 재생산 해주는 여성들 곧 ‘주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프로젝트 말고 일상으로

기자가 방학만 되면 시작했던 엄마 '돕기' 는 이제 더이상 "돕기가 아닌 것"이 된것처럼, 그 '프로젝트'라 불리운것은 기자 가족의 "일상"이  된것처럼 이제  독자들도 엄돕프를 시작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녀들이 주부파업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

가사노동이 여성들 즉, 주부의 당연한 것이 아닌 세상, 공정하고 공평하여 양성평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 그것이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사회일 것이다.  애써 외면하던 주부들의 가사노동에 관심을 가져야 할때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가 ? 그렇게 생각 하였다면 다행인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실행 하면 되지 않은가? 그 시작으로부터 일상으로 만들어 가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누구에게나 공정하다고 여성들이 외치게 하자. 그 중심에 여러분이 있다. 

이찬우 기자 ycw200507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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