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인의 생활실험1] 환경을 생각하는 '맞살림'이 필요한 때
오혜인 기자
2021-05-12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지형을 엄청나게 바꾸고 있다. 국가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선포되면서, 사람들은 직접 마트나 시장에 가기보다는 온라인 쇼핑과 택배를 선택하게 되었고, 집에 머물게 되면서 외식 대신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30분이면 빠르게 도착하는 식사, 손가락 하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식재료들, 심지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놀게 될 ‘곤충’까지도 비대면(언택트)으로 배송해 받는 편리한 문명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대란의 발생

그러나.... 밝은 빛 이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쓰레기”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도하게 배출되는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는 오래전부터 대두되어 왔지만, 코로나 19 상황으로 매우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환경문제는 더욱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몇몇 매체들은 2019년 대비 2020년 쓰레기량이 15% 이상 급증했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Lia patsavoudi(2021)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과도한 소비와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환경 문제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한다. 지금 잠깐의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 행하는 것들이, 장기적으로는 제 2의 코로나 바이러스, 제 3의 메르스와 같은 것들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운동의 확산... 그리고 젠더편향??

다행스럽게도 지역맘카페나 주부커뮤니티 사이에서 이러한 생태학적 관점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용기내(비닐봉지 대신 가정에서 쓰는 용기를 가져가 먹을거리들을 담아오는 활동)와 같은 운동에 동참하며 연대하는, 제로웨이스트적 삶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뭔가 기묘하다. 환경이야기가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인데, 너무 여성의 살림, 여성의 채식, 여성의 녹색소비만이 부각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명한 생태주의자들 중에는 남성들이 많던데... (북친...McLaughlin, Karpa, Naess....), 유명한 환경블로거는 상당수가 여성이다.  왜 "말하는 사람" 말고 "실천하는 사람"들 중에 남성들이 잘 보이지 않는 걸까? 

제로웨이스트, 환경을 위한 소비, 비건지향적인 식단...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때로는 평소보다 더 부지런해야하는 과업이다보니 조금 더 많은 에너지가 들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런 요소들이 아내와 엄마와 딸과 며느리들만의 것으로 여겨지고 남성은 여기서 쏙 빠져버린다면.. 상당히 젠더적으로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혹시나 제로웨이스트적 삶의 실천에 있어서 성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이 솟아나게 된다.

생태적 '맞살림' 노력을 기울일 때

수년 전,  "맞살림"이라는 단어를 마주했다. 한 강연회에서 아동가족을 전공한 한 국립대 교수가 "진정한 맞벌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맞살림, 맞돌봄이 공존해야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던 글을 통해서였다.  

제로웨이스트, 환경을 위한 소비, 비건지향적인 식단...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은 비단 여성들만의 일이어야 하는것은 아니다. 남성(남편)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더욱이, 하나의 가정공동체 내에서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경각심, 의식화된 상태로 함께 공존하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실천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매일의 일상과 살림이 참 외로운 고행이 되거나, 작심삼일하듯 동력을 잃어 중단되어버릴수도 있는 위태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생태적 맞살림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우리가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생태적" 차원의 "살림"을  남편과 아내가 "같이" 하면 된다. 함께 비건을 지향하는 식탁을 꾸리고,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대신 용기를 함께 에코백에 담아 다니며,  함께 친환경을 위한 물품들을 고르고, 함께 대나무 칫솔을 쓰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와 물질주의, 편리성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배달과 택배의 천국 서울에서, "생태적"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각성과 지속적인 훈련이 아니고서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의 4배에 이르는,  맞살림이나 맞돌봄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제도와 문화 속에서  남성의 상당시간을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맞살림" 또한 녹록치 않은 미션일 것이다.

지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언제까지고 미루고 있을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면 생태적 맞살림을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이 오늘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앞으로 나는 다양한 생활실험을 통해 "생태적 + 맞살림"을 구현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이다.

조금 멀긴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면 언젠가 그 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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