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 연구 및 산학협력 환경 비교 20161010
에릭슨의 개방성, 다양성을 갖춘 시스타사이언스시티
박동완 대기자
2024-06-13 오후 4:00:52
스웨덴의 연구 및 산학협력 환경 비교
성기원 산업공학 박사(KAIST)
현 KTH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 커뮤니케이션 시스템부 연구원
에딘버러 대학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텔레커뮤니케이션 R&D 센터 연구원
Tel: +46 76 064 4134 / sungkw@KTH.se
스웨덴       시스타



□ 연수내용

◇ 한국과 영국을 거쳐 스웨덴 KTH에서 연구 중

○ 연수단을 위해 발표를 해 준 성기원 박사는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KTH)에서 한국의 부교수와 비슷한 지위인 도슨트를 맡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11년 정도 공부했고, 이후 삼성전자에서 3년 정도 일한 후 영국에서 박사 과정으로 연구원 1년, 스웨덴에서 박사후 연구원 1년을 마친 후 KTH에서 일한지 7년 반 정도 되었다.

○ 연구 분야는 이동통신시스템, 특히 5G 시스템 아키텍처와 주파수 정책, 미래 이동통신 시스템의 주파수 정책, 경제성 분석, 시스템 구축과 그 외 에코 시스템 구축과 관련된 것이다.

KTH에 온 이후로는 거의 모든 연구가 산학협력과 관련된 연구였다고 한다. 성 박사가 맡은 연구는 대부분 EU 프로젝트 프레임워크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 주요 산학협력 프로젝트로 FP7 QUASAR프로젝트를 이끌며 에릭슨, 알토대학, 아헨공대, 연세대와 협력했고, 29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인 FP7 METIS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로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삼성 등 통신 관련 대기업과 Telefonica, Telecom Italia, Orange등 여러 수행기관,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 스웨덴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PTS와도 연구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 관리자가 필요 없는 자율적 혁신 생태계

○ 시스타사이언스시티는 총면적 200만㎥, 1,200~2,000개의 ICT 기업이 입주, 약 72,00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수치자료는 없다고 보면 되는데 이는 수치자료에 대한 관리가 안 되고 있고 반대로 관리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생태계가 갖춰진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관리자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시스타 개요[출처=브레인파크]


○ 현재는 뚜렷한 관리주체가 없다. 각종 자료를 토대로 통계자료를 유추해볼 때 전체 종사자 7만2천여 명 중에서 ICT관련 종사자는 3만여 명, 그 중 1만여 명이 에릭슨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면적과 종사자 규모는 삼성 디지털시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가늠해볼 수 있다.(삼성 디지털시티: 면적 157만㎥, 종사자 약 35,000명)

◇ 에릭슨의 개방성, 다양성을 갖춘 시스타사이언스시티

○ 이미 한국에서 많이 정리되어 있듯이 1988년에 생긴 시스타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스웨덴을 대표하는 에릭슨의 입주 △입지조건 △초기 운영 및 관리전담회사의 설립(관리회사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고, 이와 관련해서 정부에서 큰 인센티브를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산학협력을 가능케 하는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입주 △시스타 혁신성장센터와 창업지원 시스템 등이다.

○ 이 중에서 에릭슨의 입주와 산학협력을 가능케 한 대학과 연구기관의 입주가 가장 주요한 초기 성공요인이었으며, 시스타 혁신성장센터의 활동은 시스타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요인이라고 본다.

○ 이 외에 시스타 현장에서 느끼는 시스타의 성공요인 또는 한국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제도와 제도를 둘러싼 마인드라고 본다.

제도상으로는 한국이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적인 요인에서의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사람들의 개방성과 다양성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시스타사이언스시티 지도[출처=브레인파크]


○ 환경적인 요인에서의 개방성과 다양성은 시스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에릭슨은 물론이고 공급 기업들, 스타트업, 대학, 심지어 경쟁사인 화웨이 연구소까지 시스타에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 때문에 다른 기업의 연구원이면서도 교류가 가능하다. 또 KTH wireless 센터 역시 금요일 오후마다 오픈세미나를 여는데 에릭슨, 화웨이 등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 있는 연구원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 삼성디지털시티 지도[출처=브레인파크]


○ 반대로 삼성디지털시티는 외부에서는 접근이 어렵게 되어 있고, 자급자족하는 모델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공모델의 하나로 꼽히긴 하지만 산학협력 측면에서 효율적 모델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성균관대나 경희대와도 거리가 있고 카이스트나 연세대 등과는 더 멀리 있어 협력이 어려운 위치이다.

◇ 당면과제는 다양한 산업군의 지속적 융합 발전

○ 이처럼 생태계는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데, 생태계 조성 이후 정부지원이나 공공의 역할, 창업지원도(STING을 제외하고) 시스타 내에서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 당면 과제로 시스타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면 처음에는 반도체와 이동통신 양대 축으로 시작하여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렸지만 유럽에서 반도체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이 모두 빠져나가고 에릭슨만 남아 wirelees 밸리라고 불린다. 한마디로 산업군이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 여전이 에릭슨이 이동통신산업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5G 등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에릭슨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시스타의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그리도 또 한 가지 스웨덴은 ICT 관련해서 이동통신 산업도 유명하지만 게임 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MS에 1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된 모장(Mojang)이 있고 캔디크러쉬의 킹 등이 유명한데 이들 게임회사들은 시스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스톡홀름 다운타운에서 시작한 성공모델들이다.

시스타에서 창업한다고 하면 대부분 10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학문, 경력을 쌓다가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두가지 모델이 전혀 융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 질의응답

- 엔지니어가 아니라 궁금한 점이 있다면, 에릭슨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시스타를 대덕연구단지와의 비교를 해본다면 어떤지.

"이동통신업종의 두 가지 갈래를 보자면, 첫째가 삼성, 애플이 대표적인 유저디바이스가 있고, 둘째로 네트워크 장비가 있다. 네트워크 장비 중에서 유선 분야는 시스코가 가장 유명하고 무선 분야에서 바로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가 가장 유명한 것이다.

그 중에서 에릭슨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또 대덕단지와 비교를 해보면 대덕단지에는 산업이 없다. 산업이 없기 때문에 대학과 연구기관이 아카데믹한 연구를 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지만 산학협력 측면에서는 무리가 있다."

- 시스타 지도에서 에릭슨과 함께 사이사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고 했는데 그 대학이나 출연연들은 에릭슨 건물을 임대받아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스타 시에서 임대해서 들어오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에릭슨 건물은 아니다. 스웨덴은 대부분의 대학 건물을 아카데미카 혹스 라는 국영관리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건물도 이 업체가 관리한다.

이 업체가 국영업체이기 때문에 결국 건물들도 국가의 것이다. 하지만 일렉트로니카 건물 말고 다른 건물들은 기업에서 토지를 사고,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섞여있다."

- 그렇다면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모두 공립대 시스템인지.

"사립대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공립대이다."

- 공동연구 매칭을 어떻게 하는지.

"거의 대부분은 인맥을 통해서 매칭이 이루어진다. 매칭을 해주는 에이전시는 없다고 보고, 만약에 있더라도 시스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매칭 이벤트는 있다. 프로젝트나 연구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이벤트의 주체는 여럿이 있겠지만 한국의 연구재단과 같은 펀딩 에이전시는 꼭 주체에 포함되어 있다.

스웨덴에서는 혁신청(VINNOVA)이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산학협력에 관해 VINNOVA가 가장 큰 예산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맥을 통해서 매칭한다는 것을 예로 들면 KTH의 학장은 시스타 초기부터 이곳에서 연구했고, 그렇다보니 아는 사람도 많다. 어떤 공동연구가 제시되었을 때 아는 사람들을 연락하고 연계하면서 매칭이 이루어진다.

매칭단계 이후 매칭 된 산학협력이 어떠한 프레임에서 진행되는지를 보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산학협력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스웨덴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적으로 유레카, Horizon 2020 등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들이 있다. 보통 이러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들은 기업체들, 대학들 등 복수의 단위들이 모여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고 특정한 펀딩을 신청하고 지원받는다.

지원금은 기업도 받고 대학도 받는다. 대부분 단일 기업과 단일 대학만 협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FP7(Seventh Framework Programme)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지원 비율의 차이가 있었으나, Horizon 2020으로 진행되면서 비율 차이도 없어졌다.

그러므로 EU의 펀드를 기업과 대학이 함께 지원받는 성과로 나타나고 성과관리, 산학협력 관계자들의 모든 의사결정과 합의는 '프로젝트'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이루어지고 해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보자면, 혁신청 VINNOVA 등 연구자금 지원기관에서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지원금을 지원할 때가 있는데 이때 지원금의 원칙은 공동 지원이다.

즉 연구센터들이 기업들과 협력해서 50%는 외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 50%는 VINNOVA에서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에도 기업이 50%를 출연하지만 결국 연구센터 프레임 안에서 기업과 대학, 연구센터가 협력하여 제안서를 작성하고 정부펀드를 지원받는 프로세스이다."

- 그렇다면 대기업의 협력과 지원은 가능한데, 중소기업과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중소기업은 보통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도 중소기업들을 우대하는 자금들이 있다."

- 관리하는 조직의 역할과 기능이 미미하다고 했는데, 예를 들어 기업과 정부에서 자금을 투입하고, 또 기업과 대학이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정부 지원 자금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해 성과관리, 예산관리, 배분하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는자.

"총괄은 국가 차원의 기관인 펀딩에이전시(VINNOVA, 스웨덴 과학재단, VR, SSF 등)가 그런 역할을 한다."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은.

"스웨덴은 서울시 인구와 비슷한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프로젝트에 참여주체로 참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또는 아주 작은 연구프로젝트를 대학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대형 프로젝트에서 관리나 조율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 시스타 내에 있는 대학과 외부에 있는 대학과의 산학협력 차이는.

"제도적인 차이나 차별은 없다. 하지만 산학협력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거리상 가까운 대학을 택하는 빈도가 높을 뿐이다. KTH 단과대학이 9개인데 그 중 정보통신대학만 시스타에 입주해있다."

- 스웨덴에 대학은 몇 개 정도 있는지.

"꽤 많다. 지역 살리기의 일환으로 지역마다 거점 대학을 만드는 정부의 노력이 있다."

- 중앙정부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했는데 어떤 형태로 참여하는 것인지.

"지방정부, 스웨덴 방송통신위원회 등 연구프로젝트의 연구주체로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공무원들은 정부에서 별도의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덧붙이자면 VINNOVA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VINNOVA가 다소 복잡한 과정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역량에 비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 성과 관리에 관한 내용이 한국에서 이슈인데 스웨덴도 그러한가? 또 차이점을 설명해 줄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성과관리에 관해서 말하자면, 스웨덴은 헤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성과관리와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개념이 스웨디시 패러독스(Swedish Paradox)가 있다.

기초과학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과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성과관리 뿐만 아니라 지원자금의 성격 자체가 지나치게 기초과학에 치우쳐진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혁신을 위한다면 혁신이 가능한 분야에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스웨덴 혁신청(VINNOVA)은 기관명과 같이 '혁신'에 포커스를 맞춰 변화하였고, 이에 못지않게 연구 성과보다 '혁신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자금지원으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도 계속해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성과관리에서의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스웨덴은 여전히 정량평가에 회의적이다. 정량평가보다는 전문가평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 스웨덴 정부에서 지원되는 지원금이 적절하게, 투명하게,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보는지.

"제도보다는 연구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량평가인지, 정성평가인지와 관계없이 일단 연구지원금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기 위한 성과인지, 진짜 성과인지는 전문가도 구별해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결국 연구자의 인식, 동기부여, 양심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스웨덴은 꽤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스웨덴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작정하고 낭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를 잡아낼 방법은 쉽지 않다."

- 연구자 집단 자체가 전문가 집단인데 다른 전문가들이 평가한 것에 대해 잘 받아들이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연구자 집단 자체가 스스로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의 평가를 받았을 때 그 결과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스웨덴은 어떤지.

"스웨덴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 스웨덴도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학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선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개개인의 연구자들이 양심, 동기를 정부차원에서 믿어주는 경향이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우물을 벗어나서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국내프로젝트는 해외 전문가를 초빙한다거나, 유럽연합 프로젝트는 이미 큰 틀에서 진행되고 평가된다."

- 국내 이공계에서는 논문, 특허, 기술사업화 등 정량성과들만 가지고 평가를 해왔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을 평가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준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평가는 전문가 앞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결국 문제는 '질'까지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구할 수 있느냐 인 것 같다.

특히 그 정도 전문가라면 당연히 바쁠 것이고, 그만큼 평가에 쏟을 시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은 정성평가를 위해서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 한국에서는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성과를 못 낸 경우, 실패를 인정하는 제도나 시스템이 있는지.

"스웨덴에서도 마찬가지로 실패한 프로젝트를 찾아보기가 어렵고 어떠한 프로젝트라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 투자 대비 성과를 보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정량적인 성과 측면이 강조되는데, 스웨덴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지.

"스웨덴도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관마다 다른데 정량적인 성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기관도 있고, 제출은 하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에서 논문, 특허 등을 제출하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컷오프 되는 적은 없다. 또한 제출된 정량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뚜렷한 기준도 없다."

- 그렇다면 스웨덴은 In-put 대비 Out-put는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고 연구자들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역사적, 문화적 바탕 속에서 그런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성과관리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 학부생 차원에서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지, 참여한다면 어떻게 참여하는가? 아니면 교육프로그램에서 기업과의 연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연계를 하는 경우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부의 많은 코스를 프로젝트 화하려고 한다. 프로젝트 화할 때 산업체 전문가를 초빙해서 수업하게 하는 방식 등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해당 담당교수의 역량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대학 자체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나 의무화하는 경우는 없다."

- 그렇다면 KTH의 본 캠퍼스는 시내에 있고 정보통신대학은 시스타에 있는데 시스타에 있는 이점은.

"개인적으로 볼 때 학부생들한테는 큰 이점은 없는 것 같다."

- 시스타에 입주하여 기업과 대학이 서로 시너지를 얻는다고 보는지.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면, 에릭슨과의 연구협력 경험이 있는데 첫째, 에릭슨은 구체적인 개발단계로 발전되면 학교에 위탁하지 않고 에릭슨이 직접 개발에 나선다. 그러므로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컨셉이 잡히기까지의 고차원의 연구 분석이다.

즉 실제로 기지국을 설치하고 만드는 것은 에릭슨이 하지만 미래의 수요에 대한 연구는 대학과 함께 연구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둘째, 인적 자원, 즉 인력양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학협력에서의 성과를 묻는다고 했을 때 스웨덴 대학에서는 여전히 Output 1순위는 석·박사 졸업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를 평가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산학협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 그렇다면 졸업생들이 시스타 주변에 취업을 많이 하는지.

"많이는 아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사졸업생은 거의 취업하지만 석사졸업생은 모두 INTERNATIONAL MASTERS 코스이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에서 스웨덴으로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되지만 우수하지 않아서, 비자 만료 때문에, 본국의 일자리를 찾아서 등등의 이유로 많이 떠난다."

- 기존에 알고 있기로는 시스타 사이언스시티라는 거대한 과학단지 속에서 일렉투룸이라는 관리조직이 있고, 산하기업도 있고 시스타혁신성장센터도 있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 역할이 미미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미미한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 일렉투룸과 관련해서 지금 연수단이 있는 건물이 일렉투룸 건물인데, 일렉투룸이 건물도 있고 재단도 있지만 사실상 그 역할은 크지 않다.

그리고 시스타 사이언스 주식회사는 활동은 굉장히 미미해졌음에도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해서 시스타에 계속해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기는 하다.

그 이유가 시스타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해서이다. 시스타혁신성장센터는 STING을 말하는 것 같다."

- 한국에서의 산학협력 과정과 스웨덴에서의 산학협력 과정을 비교한다면 어떤가? 또 한국에서 산학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요인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산학이 함께 하는 것은 있지만 과연 '협력'하는 것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용어 자체가 '위탁'과제라고 부르는데 '위탁'은 시킨다는 의미이다. '위탁'하는 순간 협력이 아닌 것이다. 단순히 대학을 소규모 컨설팅업체처럼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연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강제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기업체의 연구원과 대학의 교수, 대학원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컨셉을 논의하고, 연구파트를 분담하고, 보고서 작성을 협의한다. 그러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번째로 한국에서 산학협력이 왜 잘 이루어지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산학협력을 할 기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너무 거대하고 중소기업은 너무 작다. 예를 들면 삼성은 자급자족이 효율적이고 일부 부족한 부분만 대학에 위탁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또 공동 연구 과제를 기획할 때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연구소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데 과연 그런 대기업이 지원금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공동연구가 지적재산권문제, 정부통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입장, 특히 성공한 스타트업에서는 항상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보통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은 프로젝트 참여 자체가 사업모델인 경우가 많다."

- 말하자면 에릭슨 같은 서양식의 대기업은 오픈형으로서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분위기라면 한국의 대기업은 폐쇄형으로 요약하면 되는지.

"그렇게 볼 수 있다."

- 인적 자원 측면에서 대학과 기업, 연구소 사이에 연구인력 이동과 교류가 있는지.

"원하는 사람들은 이동, 교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제도를 이용하거나 이용하고 싶어 하거나,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시스타에서의 경험으로 보자면 가까운 거리가 교류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도보거리에서 대학과 기업이 존재하고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 그러면 인맥 이외에 학회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은.

"물론 학회에 참석하면서도 협력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아카데믹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진다."

- 지역에도 시스타와 같이 산업단지, 과학단지가 있는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각 지역마다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톡홀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린셰핑이란 곳의 린셰핑대학도 유명한데, 그곳에도 에릭슨 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협력이 활발하다.

즉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떤 곳을 지정한다고 해서 협력이 잘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일단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학이나 기업이 있고 근거리에 비슷한 분야, 규모의 기업이 모인다면 협력이 잘되는 것 같다."

- 한국은 대부분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연구 단지나 산업, 과학단지를 지역에 분산시켜보아도 인적 자원이 가지 않는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시스타에서 일하면서 일자리와 교육, 거주지 문제는.

"출퇴근 30분 거리에 살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1시간미만의 출퇴근거리에 살고 있다."

- IBM, 삼성 등 해외 대기업이 시스타에 입주한 이유가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확보인지, 아니면 시스타가 가지고 있는 연구역량 때문인지가 궁금하다.

"에릭슨이 가장 큰 바이어이기 때문에 공급자들은 에릭슨 때문에 이곳에 입주하면서 초기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에릭슨과 그 공급 기업들이 어느 정도 모여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 조직들도 직접적인 이점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곳보다는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사업적인 이득이 있을 수 있고,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것이다."

- 이곳에서도 특허분쟁이 존재하는지.

"당연히 있다. 스웨덴이 시장은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국내특허를 내지 않고 바로 국제특허를 출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국내특허 대비 국제특허 비율이 높다. 국제적인 수준에서 볼 때 기업과 기업 간의 분쟁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학과 기업 간의 특허분쟁은 대부분 인맥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분쟁거리를 만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분쟁이 없는 것은 아니고 제도적으로 프로젝트를 계약할 때 분쟁요소를 철저히 따진다."

- 대학과 기업이 1대1로 투자해서 나온 것과 같은 산학협력의 결과물은 대체적으로 어느 쪽에서 소유하는지.

"국제기준에 따르고 있고, 대부분 공동소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에릭슨과 삼성을 비교하자면 어떻게 장단점이 있는지.

"결론적으로 에릭슨이 삼성을 많이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삼성도 연구조직은 대학과 연구는 많이 하는데 '위탁'개념에 많이 갇혀있는 것 같다.

반면 스웨덴에서 기업과 대학이 같은 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 자체가 매우 놀라웠다. 에릭슨의 장점은 방향설정을 잘함으로써 낭비를 줄이는 것이라면 삼성은 모든 방향을 확인하느라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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