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씽크탱크” 266회 : 자기주도 학습과 차기 정부의 교육 정책(2)
이상구 공동대표
2021-12-28
이명박 정부에서 자기주도학습법을 대대적으로 펼쳤지만 부작용으로 중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교육이 확대되면서 중요성 다시 부각돼

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6회는 2021년 12월 28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최성우 교수, 김판수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자기주도 학습과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 (사회자) 예전에 자기주도 학습이 한창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인가요?

- 2006년 EBS에서 김판수 교수와 함께 연구와 실험 등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의 성과가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 이후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이를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 보급, 확산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 당시에 전국의 대부분의 학교들에게 연간 5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해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연수 등을 통해 활발하게 자기주도 학습 보급을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 그러나 갑자기 전국에 배정된 대대적인 예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학교에서는 부족한 전문가들을 인터넷 등에서 찾아내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고민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 이런 식으로 자기주도 학습에 대해 천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무조건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 전문성보다는 사업적 목적을 앞세운 소규모 교육기업이 많이 등장했고, 사설학원 또한 자기주도학습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홍보와 유사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본질은 사라진 채, 사업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 이러한 문제점과 준비없는 국가적 정책 시행은 국내에 자기주도학습의 “열풍(熱風)”과 더불어 “역풍(逆風)”을 불러왔습니다. 

○ (사회자) 자기주도 학습의 문제가 발생해서 중지되었나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

- 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로 바뀌면서 교육정책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에서 시도한 많은 것들을 없애거나 바꾸었습니다.

-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교수학습 지원 정책보다는 국가 교육정책의 기획과 추진에서 가장 해서는 안되는 유행성, 이벤트성, 포퓰리즘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의 파괴력을 경험한 이후, 돌봄교실 확대 등과 같은 정책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교사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고심해야 할 교수학습 활동에서는 예산 지원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또한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학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사고만 안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습니다.

- 무엇보다도 대학입시 정책은 매년 바뀌면서 전반적인 학교 교육이 모두 영향을 받고 피폐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학교 교육과 학습 본연의 핵심 전략인 자기주도학습은 학교의 공교육에서는 그 존재감조차 기억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 (사회자) 이미 여러 곳에서 자기주도 학습센터를 운영하셨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 (사회자) 그런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기주도학습이 다시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아이들이 혼자서 원격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격차가 학부모들의 눈에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 학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부모들은 자신들의 아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학습 태도와 학습 결과물, 그리고 성적을 직접 보고, 자신의 아이가 스스로 학습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능력의 수준을 파악하게 된 것입니다.

- 실제로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갖추고 있는 아이들은 코로나 상황 이전이나 이후에 큰 차이 없이 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 등·하교하는 시간이나 학원에 오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조절하면서, 집에서 혹은 독서실 등에서 자신의 의도와 계획대로 학습을 진행하면서 더욱 좋은 결과를 얻고, 또 만족감 또한 높아졌습니다.

- 반면 혼자서 원격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조력자가 없는 집의 아이들은 학습에서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겉핡기를 하게 되면서, 심각한 학력 저하 현상을 초래하는 등 학습에서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입니다. 

○ (사회자) 두 분 교수님들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계시니 그러한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20년 신입생과 ’21년 신입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 최근 치러진 수능 성적을 채점한 결과 코로나19 여파로 상위권과 중위권 간, 재학생과 졸업생 간 학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예년과 견줘 특이점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12/22).

- 하지만 실제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경험해 보니, 코로나 이전에 입학한 2020년과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입학한 2021년 대학 신입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20학번 학생들은 3월 입학과 동시에 바로 전면적 온라인 상황에서 수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1학번 신입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온라인 상황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2학년 선배보다 온라인 상황에서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수강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 학생 개인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의 1년을 온라인 상황에서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온라인 상황에서 수업 참여의 적극성, 발표 기술, 토론 활동, 강의 외 다양한 온라인 활동 (예, MT, 워크샵, 학과의 날 행사 등)에서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했습니다.

- 그러나 부모나 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점수’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다른 동료 학생들의 활동에 동조하는 정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 교사의 지원이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치는 초등학생들은 지금보다 앞으로 고학년이나 상급학교에서 그 문제가 더욱 심하게 노출될 것입니다.

-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시험을 치지 않기 때문에 <양적 평가> 결과, 즉 구체적인 성적이나 아이의 학력 수준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답답하니까 자꾸 학원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 사설학원이나 과외 강사들은 기초학력과 핵심역량 계발보다는 부모들의 눈에 보이는 결과와 성과 위주, (교육학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선행학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길러진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년이 높아지고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자기주도학습 역량과 그에 따른 학력 격차는 더욱 심화 될 것입니다.

- 첫째, 코로나19가 끝나도 비대면 수업이 많이 진행될 것이고, 비대면 수업 환경에서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더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 둘째, 코로나19 이후에도 어떤 형태의 학습환경이나 삶의 행로에서 자기주도성을 갖추면서 성장한 아이들이 (주입식으로) 만들어진 성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주도 학습>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 계속 -
저작권자 © 파랑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관련 기사
복지정책 방송콘티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