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한별의 생활실험1] 아띠 엄마의 코로나 우울증 극복기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산책
2021-06-01
좋은 경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집 앞에는 장미공원이 있다. 나풀거리는 흰나비와 앵앵거리는 벌들이 맘껏 춤을 추는. 나는 무지개 빛 온갖 장미가 참 예쁘게 공원을 수놓았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5월말이 다 되도록 그 예쁜 공원을 한 차례도 간 적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병원에서 두 차례나 수술을 하셨기 때문이다. 보호자인 나는 준비할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어머니 수술이 잘 될까 노심초사 걱정으로 며칠을 보내야 했다. 수술 후에는 빈혈 수치가 높아졌는데도 남의 피 받는 것을 싫어하셔서 수혈을 거부하시는 어머니를 며칠 간 설득했다. 병원을 옮긴 후에는 수혈할 피가 모자라 비싼 주사를 놓아야 하는 코로나 시대 작은 병원의 현실을 실감하기도 했다. 보험에 필요한 서류 준비, 수술 뒤 병원 옮기기, 간병인 구하기, 짐 정리하기, 퇴원이후에 환자의 삶을 위한 가구 바꾸기 등 할 일이 많았다. 이 계절의 여왕 5월에 일어난 가장 중요했던 나의 삶이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모두 전화로 관리하게 되었다. 사랑니를 두 개나 한꺼번에 뺀 첫째에게 약 먹기 전에 죽 같은 음식 잘 챙겨 먹으라고 말하고, 졸업반이라 늘 밤샘 작업을 하는 둘째하고는 직장이나 창업에 대한 이야기, 엄마가 곁에 없어서 자취생처럼 혼자서 줌 수업을 듣고 밥을 차려 먹느라 고생하는 막내의 건강염려는 모두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 어머니와 남편 걱정 때문에 아이들을 직접 돌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럼 과연 남편은 어떤지? 우리 남편은 두바이, 울진 등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후배가 수소문해서 남편을 찾는 바람에 후배와 함께 서울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원래 남편 후배는 잘 웃고, 부드럽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시달리다 보니 자신도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기고 책임감 때문에 제대로 휴일도 챙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일이 학원에 관계된 사업이라 코로나의 영향도 더욱 크고 설상가상이었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벌써 몇 번이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했다. 남편에게 후배를 칭찬하고 격려해 주라고 설득하는 것, 남편의 걱정과 근심을 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모두 내 몫이 되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나에게도 정신적인 여유가 필요했다. 좋은 감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의 바람은 심신의 여유를 찾아 자연을 거니는 것, 집 앞 공원에 온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 되었다. 다행히 5월 28일이 막내 생일이어서 온 가족이 모였다. 생일 기념으로 산책을 권하고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공원을 거니는 시간을 즐겼다. 마스크 때문에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신록을 마음껏 감상했다. 왠지 마음이 탁 트이면서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더불어 우리는 특별한 가족회의를 한 달에 한번 씩은 가지기로 했다. 그 시간에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묘책을 서로가 제안하는 것이다. 여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도 디지털과 친해서 유투브, 페북, 인스타그램, 카톡, e북까지 집에서 핸드폰을 놓고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런 디지털의 세계에서 사는 우리들이 아날로그적인 착상으로 온 가족이 서로를 위하여 함께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가족회의에서 할 일이다. 코로나 시대 특별한 가족회의는 부모와 아이들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고 좋은 의견을 듣고 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디지털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투명의 녹색 나무 그늘 아래 거닐어보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봄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그 기억을 가슴에 담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꿈꾸어 본다. 코로나시대 온라인 세계를 맘껏 노니는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꽃을 찾아 푸른 세상 아래에서 함께 걷는다는 것은 코로나 시대, 우울한 감정 가운데 싹트는 작은 행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홍한별 honguu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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