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0
" 청년 고용"으로 검색하여,
200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그렇게 거침없이 외쳤다. 야만적 힘의 논리를 이보다 극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그 야만의 힘은 12.12 군사반란을 혁명으로 둔갑시켰고, 가담자들은 이후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식하며 줄기차게 나눠먹는다. ‘우리가 남이가’식 독식과 배제로도 부족해 5.18 광주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증오의 씨앗까지 뿌렸다. ◇ 진짜 서울의 봄을 이긴 또 다시 그들만의 봄 인간은 자신의 삶, 자기세상을 끝없이 개선해가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그런 욕망이 세상을 진보시킨다. 가까이는 87년의 6월항쟁, 2017년 대통령탄핵의 역사가 그랬다.권력자들이 나라를 팔아넘기다시피 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조차 그런 욕망들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듯이 진짜 서울의 봄을 되찾기까지 인내로써 저항했던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욕망들이 득세할 때 역사는 또 얼마나 후퇴했던가. 임진왜란, 일제강점, 군부독재의 쓰라린 역사가 그랬다. 사회시스템은 중심을 잃고 권력의 사유화는 기승을 부린다.소수에 집중되는 권력의 독점은 비단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치, 경제, 노동, 문화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결국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교육, 육아환경까지 위협한다. 책임과 의무를 권위로 잘못 이해하면 그 의무는 권력이 되고 독점의 대상이 된다. 그 동안 양당의 정치권력 나눠먹기에서 적당히 눈치봐가며 변신을 거듭해왔던 검찰이 권력의 중심무대로까지 등장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후진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동안 형식적이나마 중립을 위장해왔던 그 사법, 준사법 권력이 이제 그 형식조차 아예 내팽개치고 권력쟁투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이제 정치권에서 역량과 실력 경쟁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를 제압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영화 속 전두광식 약육강식이 극성을 부릴 뿐이다. 이처럼 권력의 사유화가 극성을 부리는 동안 노동•민생 현장에서는 신음소리조차 잦아들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발의한 간호법, 양곡관리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방송3법까지 민생현안들을 보란 듯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특히 노란봉투법의 거부는 법률가로서 자기모순적인 행위다. 노조법상 교섭의무를 질 사용자 범위를 규정한 노조법 2조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입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던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조차도 후보 청문회에서 ‘노동자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힌’ 개념이라면서 위헌적 요소가 없고 그런 법리가 이미 확립돼 있는 만큼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한 그 조항이다. 이렇듯 뻔한 진실조차 권력의 손에서 무시되는 민생현장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 곳곳에 드리워진 양육강식의 생태계 산업현장에서는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목숨들 숫자가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좀처럼 산재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날 기미도 없다.하루가 멀다 하고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젊은 생명들의 안타까운 뉴스에도 담담하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당장 응급처치와 함께 즉각적인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그러나 정부는 대책도 없이 그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의 뜻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권력층 인사들의 자녀나 가족이 그렇게 죽어나가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여유를 부렸을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 목숨을 담보한 의사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도 이미 용인의 수준을 넘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간호인력 노동의 착취 행태와 구조, OECD 기준 최하위권의 의사 인력으로 의료체계를 움직이는 나라, 그로 인해 현재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물론이고 향후 의료체계에 보다 심각한 문제가 예상됨에도 그들은 하늘이 준 권력이라도 가진 듯이 행동한다.눈앞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 살인이 아닌가.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가. 어째서 감히 자신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연결된 산업생태계는 또 어떤가. 최근 카카오 등 IT 기반의 기업들이 벌이는 온갖 불공정, 착취 행태는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독점화된 거대 플랫폼들이 택시, 배달, 골목상권까지 곳곳을 누비며 약자들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야만의 힘을 보노라면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수많은 궁색한 변명들이 무심하게 어른거린다. 배달, 숙박, 금융, 택시 등 플랫폼 기업들이 기형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것은 IT 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치밀한 준비도, 생각도 없었던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 방향이 맞물려 있다.바로 공유경제 이슈로 시끌벅적했던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간다. 당시 가상•증강현실, AI, 생명공학 등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바람이 일었고 정부는 막연한 불안감에 쫒기 듯 공유경제를 강행했다. 실은 공유경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결국 택시노동자 3명이 연달아 분신자살하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정부가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대표적 IT 기업인 카카오에 의지해 그들이 내세운 공유경제에 힘을 실어 그대로 밀어붙였던 것이다.그런 취약한 기반의 생태계로 어떻게 기술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세계적인 ICT 기업들의 미래형 기술 발전 양상과도 전혀 동떨어져 성장해버린 지금의 문어발식 카카오의 시작지점은 그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삶의 터전이 무너져가고 있던 택시종사자들의 희생만 강요당하고 새로운 생태계로 이행해갈 정부의 지원정책은 전무했다. 상생자금을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일도, 충분한 논의의 시간과 과정도 완전히 차단됐다.이것이 약육강식의 생태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당시에 섬세한 정책조정과 논의가 충분히 진행됐더라면 플랫폼 경제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의욕만 앞섰던 정책결과에 대해 반성하는 이도 없고 그런 무책임한 정부 행정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 약육강식의 토양에서 아이들은 성장을 멈춘다 이런 약육강식 생태계가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이미 시시각각 단골 뉴스가 되어버린 지도층 자녀들의 학교폭력, 입시비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악랄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그 부모들의 문제 해결 방식들이다. 자신들의 자녀를 악마로 키워낼 생각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누군가의 능력을 방해하고 가로채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현장은 이미 권력 나눠먹기를 훈련하는 훈련장과도 같다. 친구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구조다. 성공하면 혁명이 될 수 있다는 바로 그 논리다.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오면 진정한 실력경쟁이 가능할까? 질투와 권모술수로 상대를 눌러 이기는 방식이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의 방향과 중심에 정작 있어야할 인간은 없고 권력을 향한 욕망들만 넘쳐나고 있다.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눈 뜨면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정부 행태가 그런 욕망들의 근원지다. 그럼에도 그런 행태에 대항할 마땅한 대항권력을 갖지 못한 우리사회의 무기력한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지속가능성에 제동이 걸린 사회다. 집단자살 사회라는 수식어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기반이 출생과 육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럼에도 50년 후의 인구가 현재의 2/3로 급감할 것임을 예측하면서 해법은 베이비시터. 주택문제 등 눈앞의 단편적 대책에 머물러 있다. 출산•육아 정책은 일하는 부모들과 연결된 문제다. 다음 세대의 생명력까지 소진시키고 있는 지금의 노동 방식을 어떻게 재배치해 육아의 질을 개선해갈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육아기 이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환경도 중요한 문제다. 즉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는 한 인간이 살아갈 전체 생애를 고민하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그런데 이런 약탈적 사회 생태계는 눈감은 채 또 다시 값싼 이주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청년들 주택대출과 같은 얄팍한 시각으로 문제를 대하고 있다. 누가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겠는가. ◇ 또 다른 약탈현장인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권력들, 수요자 중심조직으로 거듭나야 그렇다면 이런 약육강식이 점점 더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검찰, 법원 등 국가조직들에서 벌어지는 전관예우에 있다. 어이없게도 이행해야할 ‘의무’가 ‘권력’으로 둔갑해버린 기현상의 시작지점이다.LH공사에서 드러났던 전관문제, 이해충돌 등 공공기관들의 해묵은 탈법적 관행들도 충격적이다. 공고한 카르텔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는 그들이 금속노조의 고용세습 관행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 몰염치함에 그저 할 말을 잊는다.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무력화시키는 카르텔 악습과 자기밥그릇 챙기는 모든 관행과 법령을 새롭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건전한 경쟁 생태계는 살아날 수 없다.국민의 세금이 기반인 모든 조직들은 말 그대로 대국민 행정서비스조직이지 그들끼리 잘 해먹으라고 부여해준 권력조직이 아니다. 검찰, 법원, 의료, 교육, 노동 등 모든 조직의 운영원리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기능으로 거듭나야 한다. 온갖 후진적 특혜를 감싸 안고 있는 국회는 어떤가.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도 없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총선을 앞둔 지금 밀실에서 또 다시 국민이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거제 개악을 모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선거제도를 악용해 자기 당에 유리한 쪽으로 수 싸움이나 벌이는 퇴행적 행태에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 사유능력을 상실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 지금의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권력집단들을 지켜보는 관객이 아니라 주체들이다. 그리고 방치했던 모든 것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주체들의 사유이다. 사유하지 않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들로 정치가 굴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의 친위대이자 홀로코스트 실무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자행한 엄청난 악행에 대해 죄의식은커녕 상부의 지시와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당시 법을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발견한다.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제도, 관행, 법령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할 때의 그 무의식적 행위들에서 수많은 아이히만들이 탄생한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규율사회의 착취방식을 지나 스스로 효율적 성과를 내리도록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이 시대의 위험성을 말했다. 약육강식 강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정보기술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다.‘관계’가 아닌 ‘연결’로 대체된 지금의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들 뒤에 ITC 기업들의 알고리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역사에서 기술 권력에 대항할 길항권력이 없을 때 인간이 얼마나 처참해졌는지도 방대한 역사적 사실로써 보여주고 있다(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김승진역). 그 길항권력을 만들어갈 첫걸음이 바로 사유의 확장이다. 최고 권력자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든 그저 보호하기 급급한 수많은 아이히만들, 규정된 법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권력자의 상명하복을 강요했던 채상병 사건, 이태원 참사, 세계 잼버리대회, LH 순살아파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진정 무엇을 사유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악행들은 특별한 의도에서 벌어질 때보다 일상에서 사유가 정지될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흐르는 내내 나도 그들도 넋 높고 화면만 바라보았다. 비록 영화 한편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처럼 스스로에게 사유할 시간을 허락했다.불과 몇 십 년 전 역사였고 지금도 틈만 나면 고개를 드는 한국사회의 야만적 정치권력의 행태. 잠시 상념에 젖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
2024-07-12▲ 유 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묻지마, 묻지마, 묻지마 귀농하신 필자의 어머니가 지난주 치과치료를 받으러 부산에 오셨다. 늦은 시간 내려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편의점을 들렀다가 뒤늦게 나오신 아버지를 차 앞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요즘 묻지마, 살인이 많잖아. 어두운데 차 앞에 혼자 서있으려니 누가 나한테 흉기 들고 올까봐 무섭더라’ 그 순간 고속도록 휴게소는 많은 이들의 여행의 설렘을 담는 공간에서 대중 속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품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2022년 1월부터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한 ‘묻지마 범죄’는 과연 동기가 없을까? 상대적 박탈감, 고립, 사회와의 단절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인가?흉기난동과 살인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급기야 지난 8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 장갑차가 배치되었다. 부산 서면 칼부림 예고 글에 지하철역 주변에 경찰의 순찰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사건이 일어나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칼부림 예고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 없이 온라인 공간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분으로 들끓는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신장애인은 이미 지역사회와 분리되었다. 이를 의식한 탓일까.정부는 최근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약물 치료를 중단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을 위해 강제입원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입원과 재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손 놓은 채 말이다.이는 정부가 스스로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가 자신에게 찍힐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 앞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으려 하겠는가? ◇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 어른들 말씀에 시골동네엔 한둘씩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했다. 도시에서 살아 그런 경험이 만무한 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박광현)’을 보고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었다.한국전쟁이 배경인 영화에서 배우 강혜정은 동막골 주민 ‘여일’역을 맡아 동네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닌다. 뱀에게 물리면 아프다는 말과 연신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아대던 ‘여일’은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동막골 주민들 틈에서 지낸다.이념 갈등과 대립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군인들은 동막골에서 대립한다. 하지만 동막골 주민들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화해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여일’도 동막골 주민이었다.뻔한 클리셰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알던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념은 서로를 미워해도 병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공동체 말이다. 지난 8월 4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상당수 언론이 “용의자가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 중” 혹은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등 추측성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미 정신장애인당사자단체 침묵의소리에서 2021년 11월 국제신문을 통해 정신장애인미디어보도가이드라인 2.0을 발표한 바 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전국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중세 마녀 사냥의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자였다는 문헌자료를 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털의 조회수를 염두해 둔 것 같은 지금의 보도 행태를 바라보는 수많은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강력범죄율 0.065%이며 정신질환자 강력범죄율이 0.014%로 일반인보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훨씬 적게 일으킨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시 ‘조현병’과 같은 특정 질환을 언급하는 추측성 기사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뿐이다. ◇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가이던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강제입원을 하여 3개월 동안 페쇄병동에 지낸 적이 있다. 한 달 정도 입원을 하니 눈에 보이는 증상이 사라졌다. 환청 등의 증상이 사라졌음에도 퇴원을 시켜주지 않아 많이 갑갑했고 미칠 것만 같았고 잠을 잘 수 없어서 무척 고생스러웠다.나의 치료 경험에 비추어보면 환청이 심하게 들리거나 조증이 심하거나 우울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지속되어 현실감각이 떨어질 때 정신과 약물 복용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그러나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멍하니 생각을 할 수가 없는 등의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에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5분이 되지 않은 짧은 외래진료로 심리적인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것 같다.한 두차례 약물교육으로는 병식을 깊게 가지기 어려웠다. 무기력감과 같은 음성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약 중단 이후 6개월 만에 재발을 해서 1개월 동안 재입원을 해야만 했다.요즘 뉴스를 보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강화, 치료, 격리 등을 통해 사회와 분리해야만 안전하다는 비상식적인 논리가 적용되는 것 같다. 내가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며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공포감을 느꼈다,” 현재 송국클럽하우스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 2월부터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근무를 하고 있는 안경아 씨와 언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솔직하게 나눈 이야기이다.안경아 씨는 회복과정에서 정영환 동료지원가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본인도 ‘가정방문을 통해 나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경험전문가로서 나의 회복경험을 나누며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더 많이 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WHO는 정신건강 모범사례 5가지(인권 및 회복 범주론/2021)로 법적 역량의 존중, 비 강압적 실천, 참여, 지역사회 포용 그리고 사회보장, 고용, 교육, 주거를 포함한 회복접근을 제시하고 있다.퇴원 이후의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확대되어야 비로소 정신질환자의 효과적인 회복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입원하고 싶은 환경과 치료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서비스 확대와 재활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격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서비스가 나아가야 방향이 아닐까? ◇ ‘힙(Hip)하게’ 이웃 만나기 국내 최초로 실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2023.4.13. 국무조정실 발표)에 따르면 우울증상 유병률은 6.1%(남 4.9%, 여 7.5%),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경험은 2.4%(남 1.8%, 여 3.1%)가 있다고 응답했다.1인 가구 청년의 경우에는 7.3%로 1.2%p가 더 높았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2.4%로 남자(1.8%)보다는 여자(3.1%)가, 비수도권(1.9%) 보다는 수도권(2.8%) 거주 청년에서, 고졸 이하(3.2%)의 학력을 가진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자살 생각 경험률이 높았다.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미충족 경험은 여자(8.3%), 30-34세(6.3%), 수도권(6.7%), 고졸 이하(6.3%) 등의 집단에서 높았으며, 미충족 의료 발생 이유는 ‘상담비용이 부담되서’(27.5%),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20%),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심리적 거부담 때문에’(18.9%),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15.6%)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확인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전략에 활용될 기초 자료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부산지역의 이웃의 일상을 돌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돌봄 필요 중장년, 이른 돌봄으로 과도한 부담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여 우울감 등 부정적 심리상태 및 생활의 전반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일상돌봄 사업 ‘중장년, 청년 심리지원’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부산에는 영도구, 남구, 북구, 해운대구, 수영구 5개구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돌봄 필요 중장년(만40~64세), 가족돌봄청년(만13~34세)이며 정신질환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식사영양관리, 병원동행, 심리지원, 휴식지원, 건강생활지원, 소셜다이닝 등을 제공한다. 또한 동료지원가들이 발을 벗고 청년 정신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요원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위의 자료와 더불어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건강문제에서 가구유형별, 소득수준별, 학력별 격차가 관찰되었고, 제대로 된 식사 보다는 배달이나 인스턴트 음식 섭취의 요인으로 영향불균형을 초래하고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특히 저소득 1인 청년의 경우 ‘양질의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라는 비율이 70%에 육박하였다. 청년정신장애인의 경우 더욱 취약한 집단인데, 이들은 일자리, 주거, 경제활동에 많은 어려움과 더불어 독립을 위한 사회기술이 부족하여 양질의 식사를 챙기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정방문을 갈 때 한 손에는 영양소가 균형 잡힌 밀키트를 한 손에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이들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혐오를 만든 미디어에 맞서 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 모두 ‘힙(Hip)하게’ 이웃 만나는 방법을 찾고 오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면 좀 더 살만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숙 소장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사람살이를 돕기 위해 송국클럽하우스에서 24년째 근무 중이다. *침묵의소리는 2008년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 2020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였다. 현재 부산지역 정신재활시설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당사자 리더양성, 동료지원가 양성, 정신장애 인식개선 사업, 조례개정 운동과 절차보조사업에 참여하였다. *작가소개 그림1. 박승현: 두꺼운 선과 주관적 표현이 강렬한 작가. '에곤 실레'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제작한다.그림2. 고장훈: 송국에서 만화작가 활동에 참여하며 어릴적 만화가의 꿈을 다시 꾸는 중이다.그림3. 황유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일러스트부터 웹디자인 등 다재다능하다.
-
□ 유니콘 기업*은 고용증가를 견인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집중* 기업공개시장(IPO)에서 1조원 이상 가치를 지닌, 설립 10년 이내 스타트업◇ 중기부는 지난 8.9일,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 일자리 동향을 발표하며 대기업 보다 뛰어난 고용 효과를 높이 평가○ ’22.6월말 기준,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 3만 4,362곳의 고용인원은 76만 1,082명으로 전년 대비 9.7%(6만 7,605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고용증가율 3.3%보다 3배 높은 수준◇ 특히 이들 중 유니콘으로 인정받은 스타트업의 채용기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 주요 유니콘 14개사의 고용인원은 ‘21년 7,850명에서 ’22년 6월말 1만 942명으로 증가, 전년 대비 39.4%의 고용증가율을 기록○ 유니콘 기업은 기업당 220.9명을 추가 고용, 이는 전체 벤처기업 평균 추가 고용 인원(2명)의 110배를 상회하는 수치▲ 전체 벤처기업과 유니콘기업 고용 증가 추이◇ 올해 상반기에만 5개 신생기업(오아시스마켓·여기어때 등)이 추가되는 등 국내 유니콘 기업이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유니콘 기업) (‘17) 3→(’18) 6→(‘19) 10→(’20) 13→(‘21) 18→(’22.상) 23○ 제주에 있는 1개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플랫폼 기반인 유니콘 기업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천억~1조)·아기유니콘(1백억~1천억)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마찬가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기업 57곳 중 50개사(87.7%), 아기유니콘 기업 100곳 중 8개사(88%)가 수도권에 위치□ 정부는 혁신적 스타트업(유니콘 기업)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 정부는 그간 K-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시장개척자금 외 금융․기술개발(R&D) 등 다양한 지원책(인센티브)을 마련하는 등 집중 지원○ 특히, 유니콘 기업 등 스타트업이 유발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목, 청년 스타트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 인재육성 등에 초점◇ 새정부도 미래 먹거리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자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생태계 구현(32번)’을 국정과제로 수립○ 창업 기반 확충, 민간투자 활성화, 재도전 기반 조성 등을 통한 5년 내 신규 혁신창업 30만개 창출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 ‘유니콘 기업 생태계’ 구현 국정과제 주요 내용 >실행계획주요내용대학창업 요람화▹거점대학-신산업벨트를 연계하여 사업화까지 패키지 지원하는 ‘창업중심대학’ 확대신산업분야 육성▹신산업 분야 창업지원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 젝트’ 및 ‘민간주도 예비창업 프로그램’ 신설벤처투자 활성화▹모태펀드 규모를 대폭 확대, 청년·여성 창업 지원, M&A 투자 한 완화 등 벤처투자 생태계 고도화스케일업 지원▹해외 현지 창업 인프라 확충 및 정책자금·기술보증 프로그램 신설 등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 가동규제자유특구 고도화▹기업수요에 따른 자유로운 특례 이용을 확대하는 자 율참여 방식의 ‘규제자유특구 2.0’ 추진글로벌 혁신특구 조성▹권역별 혁신기업의 지역 유치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특구 지정, 투자·규제특례 등 지원◇ 또한 중기부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 등 미래의 유니콘을 발굴○ 아기유니콘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시장확대 지원을 위해 국외 지원기관과 연계프로그램 운영하고○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신속히 완화하는 등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시장 진출을 촉진·지원□ 자치단체도 지역 기반의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 지난 7월,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광주 등 비수도권에서 모인 ’지역유니콘기업연합’이 부산에서 첫 워크숍을 가져 주목○ 이들은 아기 유니콘기업마저 비수도권에 거의 없는 현재 상황이 향후 청년들의 지역 이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민선 8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 자치단체에서는 유니콘 기업과 같은 지역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이 청년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인식○ 민선 8기에서도 창업인재 양성을 균형발전의 핵심과제로 꼽으며, 미래 먹거리인 지역 창업 육성을 현안사업으로 추진◇ 지난 8.10일 부산시는 ‘금융창업정책관’을 신설하고, 창업 기능을 한데 모은 ‘부산창업청’ 설립을 위한 ‘추진단’을 발족○ 유니콘 기업은 아예 없으며 아기유니콘 기업은 현재 3개밖에 없는 부산의 척박한 창업환경 개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창업청 신설 이유를 부산의 아기 유니콘, 예비유니콘을 육성으로 꼽으면서 시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사업인 ‘판교테크밸리의 글로벌 스타트업 메카화’를 통해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할 계획○ 판교테크노밸리 내 다양한 분야의 지원기관이 입주해 각 기관별 특화분야에 맞는 지원사업과 스타트업 보육 공간을 운영○ 특히,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바이오 등의 분야에 유망한 10개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 육성하는 사업에 주력◇ 경북도는 포스코·삼성전자·무역협회 등과 함께 ‘경북스타트업지원 협의회’를 구성하고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진출을 지원○ 또한 수도권 대형 투자운용사를 지역에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12개 지역 스타트업에게 투자 모집 기회를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스타트업과 관련한 모든 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의 대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원팀정신을 강조◇ 강기정 광주시장은 5,000억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투자기관을 설립해, 지역 청년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 이를 위해, 원스톱 창업 육성체계 확립, 지역 기반 투자 활성화, 유니콘 기업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할 방침◇ 일부 자치단체는 지역기업 육성 뿐 아니라 유니콘 기업 유치해 적극적으로 지원, 세계적인 유니콘 육성 모델을 조성한다는 방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7.1일 비전선포식에서 에너지 유니콘 기업 유치하고 해양풍력발전단지 일자리 12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 전문가들은 벤처생태계 조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제언◇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역 격차가 점차 확대돼 지방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 벤처스타트업 육성 기반인 벤처캐피탈과 청년인재·최신기술 등 스타트업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키고 있다고 지적◇ 전문가들은 지역 금융의 펀드 동참을 통해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지역 이점을 살린 창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 특히, 최근 민간 투자사들은 지역에 관계없이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발굴 하는 추세라며, 민간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규제개선·세제지원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
▲ 이수일 고흥마을대학 이사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면 소재지의 아시아마트들 고흥군 도화면 소재지에는 근래 몇 년 사이에 식자재 전문 마트가 3개나 등장하였다. 이들은 마트의 간판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동티모르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기가 새겨진 이른바 아시아마트들이다.도화면은 커다란 김 양식장들과 어항인 발포항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에 고용된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의 고객이다.1주일에 1~2번 정도 씩 어촌의 한국인 사장들이 자가용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태우고 와서 식자재와 생활용품들을 사가고 있다.외국인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어촌은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월 200만 원~350만 원으로 보수가 좋은 편이다.노동집약적인 양파농장이나 마늘농장 등에서도 이들을 고용하지만 파종기와 수확기에만 일하는 계절 노동자이고, 일반 농장에서는 인력회사를 통해서 연결되는 일용노동자로서 점심을 사주고 일당이 15만원 정도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식적으로는 노동부에서 알선해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체류 상태로서 고용인이나 피고용인 양측 모두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이다.더 근원적인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한국의 농어촌은 이미 현상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이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려고 하면 농어촌은 당장 비상이 걸린다.그래서 차라리 이를 합법화해서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예 이민정책으로 나아가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견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아무튼지 중앙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못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로서 이들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근원적인 문제해결의 처방이라기보다 현상을 뒤쫓아 가는 임시방편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 장차 영농(營農)영어(營漁)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 농어촌은 누가 영농영어의 주체가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아직 농어촌에는 대부분 영농영어의 후계자가 없고, 산업화시대부터 농어촌을 지켜온 세대들은 이미 70~80대의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돌봄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그동안 귀농귀촌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통계적으로는 이 공백을 메워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못 되고 있다.이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따져보기로 한다. 현재로서는 극히 일부이지만 자녀 중에 가업을 이어받는 형태로 귀향하여 부모의 농장이나 어장을 이어받는 사례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볼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는 규모가 꽤 크고 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과수원, 축산농장, 수산양식장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세 소농이나 소형 어선의 경우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영세농이나 영세한 수산어업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농촌에는 빈집과 휴경지가 늘어나고 어촌에서도 사정은 다소 유리하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가장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것은 ‘기업형 경영자’의 등장이다. 사실 이 길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추구해온 정책방향이기도 하다.경쟁력이 약한 소농들이 자연도태되면서 자본력이 있는 대규모 시설농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형태로 구조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이러한 추세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과학기술혁명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기후위기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식량부족 현상을 불러오고, 필연적으로 곡가폭등과 물가폭등으로 이어질 경우 힘센 자본이 식량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산업화과정에서는 영세한 소농을 희생시키면서 저곡가정책으로 일관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적인 식량대란의 상황에서는 식량공급자의 주도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힘있는 자본들이 여기에 뛰어들 경우 농산물가격도 공산품처럼 공급자가 결정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과학기술혁명에 힘입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팜’ 농업 역시 상당한 시설투자와 자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세소농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동안 소농중심의 생태적인 농촌공동체를 추구해온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 귀농귀어귀촌은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가? 귀농귀어귀촌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그 중에서도 청년층과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추세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농산어촌은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는 의문이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실정이다. 고흥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1개 면 규모의 인구가 유입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고흥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이는 단순히 고령자의 자연사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분명 이들의 상당수가 실패를 경험하면서 다시 빠져나가거나 유입인구에 허수가 들어있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태와 원인을 정확히 알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이다. 대략 귀농귀어귀촌인구의 90% 이상이 귀촌인이고, 10% 미만이 농어업 지망생이다. 그런데도 귀농귀촌교육은 주로 창업교육과 그 성공사례를 보여주는데 치우쳐 있다.이들은 대부분 창업을 할 수 있는 능력(자본,경험,기술 등)이 없지만 소정의 교육을 받은 청년이면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약이 되기보다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할 일이 없으면 내려가서 농사나 짓지!”라던 전통적인 편견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억대 부농을 꿈꾼다!”는 더 위험한 장밋빛 환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방송언론 매체들이 앞다투어 억대부농의 성공사례들을 내세우면서 귀농귀촌을 부추기고 수많은 출판물들이 이에 가세해 온 결과이다. 각 지자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귀농귀촌교육 또한 이러한 위험한 환상을 올바로 깨우쳐주기보다 이에 영합하고 있다.실패할 경우 수억 원의 창업지원금은 결국 농자재회사 농약비료회사 모종씨앗회사 등으로 돌아가고 귀농창업자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데, 그 책임은 오로지 경영을 잘못한 당사자의 몫이 되고 만다.비록 그 대상이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이 어렵게 기특한 결심을 하고 내려온 소중한 쳥년들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갈 곳을 잃고 있는 우리 청년들 아직도 매년 일자리를 찾아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청년이 5만 명에 이르고 있다. 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도 1년에 약 1만명 씩 빠져나가는데 그 중에 청년이 20%를 차지하고 있다.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공식통계상으로 대략 10% 약 100만 명이던 것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일자리 없는 청년이 약 260만 명으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라는 보도가 있다.결과적으로 수도권 대도시는 더 이상 청년들을 수용할 수가 없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어있고, 농산어촌에는 청년일꾼이 사라지고 없어서 지방소멸의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문제는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의 농산어촌의 일자리는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는데 있다. 여기에는 일자리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인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부터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함은 농업이 인간의 삶과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이라는 의미로서 오늘날에도 그 본질적인 의미와 중요성이 조금도 달라질 수가 없다.오히려 기후위기와 펜데믹이라는 이중 재난시대를 맞이해서 식량산업으로서의 농수산업과 생활공간으로서의 농산어촌의 상대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우리의 농산어촌이 이렇게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존립의 위기에 처한 것은 오로지 산업화과정에서 농업을 희생시킨 결과일 뿐이다.아무튼 1차산업으로서의 농수산어업이 그 경제적인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거기에 종사하는 농어민의 사회적인 위상이 바로 서고 진실로 존중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청년들이 이러한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농산어촌으로 시선과 발길을 돌려놓을 때 청년실업은 물론이고 이로 말미암아 파생되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이 땅에 참다운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사회적인 인구구성의 면에서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농산어촌에서 여유롭고 쾌적하게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살게 될 때 한계에 봉착해있는 대도시의 문제들도 해소되고 진정한 도농상생의 길이 열려갈 것이다.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비현실적인 주장도 아니다. 우리는 산업화 이전에는 오랜 세월 대부분 1차산업에 종사하면서 농산어촌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농산어촌은 그만한 수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아다. 그러나 농산어촌에서 산다고 해서 모두 1차산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특히 교통통신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모든 경제활동이 공간적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이제는 농산어촌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직업이나 직종이 없어지고, 오히려 비용과 효율 면에서 대도시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귀농귀촌인구의 90% 이상이 비농업 귀촌인이라는 사실도 이러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농산어촌을, 누구나 그 직업을 불문하고, 자연 속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이는 기후위기와 펜데믹이라는 이중 재난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인류문명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 고학력사회에서 왜 마을대학인가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69%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으로서 이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취업이나 창업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행복지수와도 무관하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오히려 고학력사회가 되면서 고학력의 희소가치가 사라지고 학력파괴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귀농귀촌 청년들에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도시 출신의 청년들에게 농산어촌은 전혀 새로운 사회일 수 밖에 없다.따라서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어차피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부터 새롭게 배우고 익혀 나가야 한다. 고흥에서 살려면 고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대학에서 전공을 정하고 공부를 하듯이, 고흥이 어떠한 고장인지 알아보고, 자신이 해보고 싶은 전공을 정하고, 그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공부는 어디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농업을 살펴보자. 농사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신비로우면서도 알아야 할 지식이 의외로 많고, 예상할 수 없는 돌발변수도 많다.열 번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그해 농사는 망칠 수 있다. 기회는 일 년에 한 번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고 실패의 댓가가 그만큼 크다.농사야말로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한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너무나 엄중한 직업이다. 작물의 생태와 관리법, 각종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법, 다양한 농기구의 사용법과 물주기, 좋은 흙 만들기와 거름쓰는 법, 열매를 수확하고 보관하는 법 등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농사라고 통칭하였지만, 작물마다 생태가 다르기 때문에 재배법도 각기 다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농사꾼이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생업에 관련 일에 대해서, 이렇게 신비롭고 어려운 배움을 어찌 ‘대학’이라 아니할까! 마을대학이 아니더라도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강좌는 너무나 많은 편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구체적인 농사법을 알려주는 교육은 없다.실전을 통해서는 배울 수밖에 없는데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낯선 고장에서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한두 번의 조언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로소 발견되는 문제들이 많아서 초보자는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예부터 농사와 공예는 도제식으로 배우는 전통이 있다.농사와 공예는 대부분 부모를 스승으로 해서 어릴 적부터 일을 배우고 익혀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물려 받았던 것이다. 그러면 귀농귀촌인에게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고흥군에서는 멘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면 단위로 한 명씩 멘토를 지정해서 귀농자들의 상담에 응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그러나 멘토가 누구든 모든 문제에 해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필요에 충분히 부응하기에는 그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한 아이를 가르치는 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한 사람이 지역주민으로 정착하는 데에도 마을대학이라는 집단지성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 지역적인 삶을 위한 마을대학의 역할 고흥마을대학은 청년귀농인을 위해서 ‘도제식 인턴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기간을 일정하게 제도화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2~3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가령 어떤 귀농자가 허브농장을 희망한다면, 허브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마스터로 삼아서 그의 도제가 되어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물론 이 기간에도 마스터는 도제에게 그의 노동에 대한 보수를 일정하게 책정해서 지불한다. 그것으로 도제는 자신의 생활비를 해결하면서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배울 수가 있다.이렇게 도제로서 직접 체험을 하다 보면 처음과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언제든지 다른 분야로 전공을 바꾸어 다시 인턴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말하자면 열려진 교육과정운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스터와 도제로서 맺어진 인간관계는 독립한 후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담과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대학은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없는 배움의 학습공동체이다. 가령 목공기술을 가진 회원은 목공강좌를 개설할 수가 있고, 그 목공기술을 가진 회원은 양봉업을 하는 회원이 개설한 양봉강좌에 참여하여 배울 수가 있다.거꾸로 이번에는 그 양봉업자가 목공강좌에 참여해서 목공기술을 배울 수가 있다. 이렇게 마을대학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나누어 가질 수가 있다.이러한 재능의 나눔은 다양한 교양 취미 동아리의 형태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고흥 야생화 사랑 동아리’ ‘주말 자전거 타기 동아리’ ‘향토사 공부반’ ‘고전 강독반’ 등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마을대학은 지역사회와 귀농인을 돕는 일만큼이나 회원들 자신의 삶과 생활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들을 서로 나누면서 지역적인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생할공동체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조사하여 새로운 지역특화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마을대학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고흥은 해양수산자원이 풍부하여 그 경제적인 비중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그 중에서 고흥에서만 매년 12만톤 씩 해양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부산물을 자원화해서 가축사료와 농업용 퇴비로 재활용하려는 실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장차 이 사업은 그 자체로서 규모와 경제성이 매우 크고, 바다 환경의 정화, 건강한 생태축산, 작물의 면역력 강화 등 복합적인 의미와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이와 관련해서 해초를 소재로 하는 공예품을 개발하기 위해 해초압화 기술을 전수받는 교육강좌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체험농원, 교육농원, 전통문화, 향토음식, 편백숲 휴양림, 해안선 둘레길, 숙박시설 등 관광자원들을 조사하여 공정여행프로그램과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연구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대학은 군청 교육청 등 지역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문화관련 공모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에는 군청 지역특화 공모사업에 참여해서 “해양탐방 해설강사 양성을 위한 해양탐방”을 수행하였다.2022년에는 고흥교육지원청 지원으로 “고흥해양역사와 해양수산자원에 대한 마을교육과정 개발”사업으로 발전시키고, 2023년에는 해양탐방을 위한 학교급별 교사용 해설자료집과 학생용 워크북을 작성하기 위한 마무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내년부터는 군청으로부터 학생 전용 해양탐방선을 지원받아서 상시적으로 해양탐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2022년에는 고흥군청 문화도시 공모사업으로 거금도의 홍연마을에서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마을축제”를 홍연마을주민과 고흥마을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하여 사라져가는 마을공동체문화를 되살리는 뜻깊은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올해에는 전남도 지원 ‘마을공동체사업’으로 포두면 신촌마을에서 같은 마을축제를 수행해서 마을주민들의 좋은 호응을 받았다. ◇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살아가기 사람들에게 ‘고흥마을대학’이라고 소개하면 “고흥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은 몇 명이나 되고 무엇을 가르칩니까?”라는 질문이 바로 되돌아온다. 당연한 질문들이지만 간단하게 응답하기가 쉽지 않다.“마을대학은 장소가 따로 없고, 고흥이 다 강의실이고 실습장입니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없고, 누구나 필요한 것은 다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릅니다.” 주섬주섬 설명해주다 보면 “아~ 그래요?” 말끝을 흐리면서 뜨악한 표정을 짓곤 한다.이러한 혼란과 의문은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든지 반드시 만나고 넘어가야 할 산이기도 하다. 사실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서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고흥마을대학사회적협동조합”을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서 등록하는 절차를 밟을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등교육법에 저촉이 되니 ‘대학’이라는 명칭을 빼라”고 요구했다.아무리 설명하고 설득을 해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고, 결국 교육부장관에게 청원서를 올려서 등록할 수 있었다. 마을학교운동에 대한 이러한 행정당국의 보수적인 태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마을대학이 주민참여행정의 파트너로서 행정력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역할을 자임하여도 선뜻 곁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보다 전향적인 이해와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마을대학은 어떠한 법인형태를 취하든지 비영리 공익단체일 수밖에 없다. 영리단체는 이해관계로 뭉치고 영리추구가 추진동력을 만들어내지만, 마을대학과 같은 비영리 공익단체는 무엇으로 구심력과 추진력을 만들어 갈 것인지가 1차적인 고민이고 과제이다.아무래도 마을대학은 일종의 이념공동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이념이 지속적으로 재충전되고 진화해 갈 필요가 있다.초기에는 추진 주체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신념이 추진동력이지만 그러나 그 이념이 당위에만 머물러서는 구성원들의 활동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인격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만큼 활동 동력으로 선순환되어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다양한 모습의 마을대학들은 스스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일 수 있지만, 막막하고 두렵고 책임도 따르는 일이다.“눈 내린 들판 걸어갈 때, 그 발길 어지러이 하지 말라. 지금 나의 발자취가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서산대사의 선시를 떠올리게 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살아가자”라는 시대정신을 생각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끝으로 고흥마을대학 창립선언문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한다. “고흥마을대학은 지방소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깃발이 되고자 합니다. 내 고장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당연히 고흥을 무대로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고, 멀리서 뜻있는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찾아오는 꿈의 산실이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창조하고 지역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으로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여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
▲ 조준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엔젤스헤이븐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I. 희망보다는 절망이 큰 사회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여 왔다. 경제는 성장했고 국민의 삶은 좋아졌다.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 중진국으로 이제 선진국이 되었다.1955년 1인당 GDP는 64불이었지만, 2021년 3만5000달러로 늘었고, 인구가 5,000만 이상의 나라 중에서는 일본을 넘어 6번째인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고대하던 선진국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일본까지 넘어선 나라가 되었다.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좋을 것이고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경제는 성장하여 선진국이 되었지만 선진국 중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미래가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두운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는 나라였고, 가장 모범적인 발전을 이루어 다른 나라의 본이 되는 나라로 여겨졌다. 그런데 현재는 출산율이 사상 첫 0.65대의 초저출산 국가이고, 그에 따른 초고령사회로의 이행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고, 태어난 아이들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대한민국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갔다. ‘하면된다’는 신념으로 나라를 발전시켰고, 선진국이 되었다. 선진국이 빠르게 되기 위해서 우리는 중요한 가치들을 “선진국이 된 다음”으로 미루었다.행복하기 위해서 행복을 미루었다. 경제가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모든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 될 사람, 될 기업을 밀어주는 것이 국가를 발전시키는 동력이었다.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때, 교육은 개인에게는 계층상승의 도구였고, 국가와 기업에게는 양질의 노동력과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을 충실히 담당해왔다.학교와 가정, 사회, 국가의 경쟁과 성장중심의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를 발전시켜왔던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시스템,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구조와 시스템은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기제이다.선진국이 되기 위해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법과 제도 시스템(교육과 복지시스템)등을 열심히 들여와 형식은 거의 모두 갖춘 나라가 되었다.그러나 선진국이 100년 이상을 거쳐 사회적 합의와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 낸 여러 가지 가치와 철학은 우리 사회에 제도와 시스템을 움직이는 내적 가치로 스며들지 못하였다. 특히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통한 시민의식의 성장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서 선진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유럽의 가치가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인 양 이념 안에서만 머물고 기계적으로 수용되었을 뿐이다.우리 사회가 이제 기존의 권위주의 시스템과는 다른 가치와 철학에 기초한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그리고 그러한 사회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은 사실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쌓이고 쌓여서 분출하는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실붕괴’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체벌이 제도적으로 금지된 이후 학생에 대한 규율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 당국의 공식적인 지침이나 방식은 없었다.학생에 대한 지도는 교사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일 뿐, 교사를 가르치는 교대와 사범대에서 교사의 자질로서 길러질 공식적인 내용이 된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권위주의 사회를 벗어난 민주국가에서 체벌이 아닌 민주적인 규율과 훈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교육계에서 존재하지 않았다.학생인권헌장 이전에 민주적 교육이 무엇이고, 민주적 규율과 훈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지침, 혹은 공감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교육개혁은 없었다.서울대를 누가 갈 것인가를 정하는 수시, 정시 논쟁만 있었을 뿐 학교가 무엇을 해야하고, 우리의 아이들, 소년들, 청년들은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어떤 구성원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과 그를 위한 교육개혁의 논의는 없었다.그러는 동안 70%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학교가 그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다. 필자는 학교의 실패와 가정의 실패로 인한 희생자들에게 관심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 느린학습자, ADHD를 가진 아동 및 청소년의 증가, 학교폭력, 아동학대, 청소년 자살율의 증가, 도박과 마약의 증가, 묻지마 범죄, 자립준비청년....과거와는 다른, 적어도 2000년 이전, 20세기의 한국과는 다른 사회적 문제가 우리의 아이들, 청소년들,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한국사회의 핵심적 문제로 만성화되었다. 2. 대한민국이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풀어간다. 첫째는 처벌강화이다.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범죄, 촉법소년 등 다양한 자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처벌이 되었느냐에만 관심을 갖는다.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이 난 후 우리 사회는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처벌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 후 다른 아이가 학대로 사망하면 정인이에게 주었던 관심의 수십 분의 1로 줄어들고, 또다시 몇 달이 지나 사망하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누구의 죽음이 자극적인가 아닌가에만 관심을 갖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쓰면 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치부한다. 제대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고 그에 기초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담당자를 만들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등으로 재정을 투입한다. 예를 들어 학교현장에 학교폭력의 문제, 학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교육청에서 내어놓은 해결책은 학교마다 담당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다.상근 변호사는 아니지만 댓가를 받고 법률적인 자문과 상담 등을 해주는 방식으로 답을 찾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원인을 찾아서 그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라는 수단으로 교육 재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항상 문제가 생기면 모든 언론이 나서서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그리고 희생양을 찾아서 조리돌림을 하고 난 뒤, 모두가 잊는 과정을 반복한다.여론이 대중적으로 분노를 일으키고, 또 공감을 일으키게 되면 바로 해답을 찾아야 하므로 가해자의 처벌에 집중하고, 재정 지출을 통해서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3. 성장 중심의 사회가 낳은 희생양 생각해보자. 은둔형외톨이, 느린 학습자 문제, 묻지마 범죄, 아동학대, 학교 폭력, 그리고 저출산, 고령사회 등 우리의 현재 문제 중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는 것들이 있는가?필자는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미루어왔던 과제들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넘어왔기에 현재의 문제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대한민국은 성장, 성과, 경쟁을 통해 사회를 빠르게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을 위해 희생시킨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선진국이 되어 기쁜 우리는 글을 쓰는 50대(또다른 의미의 586)가 가장 수혜를 입은 세대이고, 청년세대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으로 체념하는 사회가 되었다.좋은 일자리도 없고, 미래가 더 좋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해서 3만 5천 불에서 7만 불이 되는 길일까?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위의 문제는 돈이 없어서 생긴 것일까? 돈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해결 방안이 아님을 이미 지난 10년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만 더 쓰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을 계속한다.물론 돈을 쓰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상관관계에 따른 부수적인 부분에 돈을 쓰고, 미봉책만 남발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우울한 미래를 그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밖에 없다. 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고 전에 없던 문제들이 나오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사회이다. 공부를 왜 하는가? 왜 열심히 사는가? 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이다.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가? 남보다 잘 살기 위해서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재정적으로 풍부해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지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돈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바꾸어 보자.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삶은 무엇인가? 답을 할 수 없다. 다시 돈에 대한 질문으로 회귀한다.최저생계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들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 “돈”이 문제의 시작이자 해결책이다. 경쟁과 성공, 서열, 낙수효과, 부정적 의미로는 각자도생! 이러한 개념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기본적인 담론이다.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국민들 모두의 목적이 되었다. 돈은 행복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그 수단이 목적이 된 사회가 되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다.GDP를 올리는 것이 최고선인 사회에서 그것과 연결되지 않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고, 돈을 써서 해결하면 되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졌다.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힘들다고 여러 신호를 보냈지만 중요하지 않은 문제, 하찮은 문제로 여겨지고, 일탈이나 혹은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어 왔다.은둔하고 고립되고, 고독사하고, 자살하고, 아니면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이 쌓여서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행복도가 가장 낮은 나라, 초고령, 초저출산의 국가가 된 것이다. 4. 경쟁과 의존 그사이에 살 자리 만들기- 한국 교육의 방향 전환 문제의 근원을 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경쟁이 중요한 사회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경쟁시스템은 필요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 원리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경쟁만이 최고의 선이 되는 사회, 경쟁을 통한 부의 획득이 최고선이 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민해야할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성공과 경쟁과 함께 협력과 연대,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담론의 형성이 만들어져야 문제는 해결된다.이런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면 빠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다른 행복한 사회의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대기업 회사원...이러한 직업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얻을 수 있는 20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일자리로 여겨졌고 미국의 전 대통령 오바마가 부러워했던 한국식 교육으로 가능한 것이었다.제조업을 통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성공으로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21세기가 되어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AI와 로봇의 시대에서도 한국산업은 세계적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대한민국은 국가 간 경쟁, 개인 간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경제성장과 산업혁명에 맞는 ‘창의적 사고’를 해야하는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교육의 과제라고 한다.그러나 ‘시험’이라는 경쟁을 통해서 서열이 정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를 정당화해주는 교육의 사회적 기능은 이제 수명을 다 했다. 필자는 국가나 산업의 필요에 따른 인력양성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현재의 교육체제가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해야 현재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기존의 경쟁시스템을 해체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경쟁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이기지 못하면 패배자가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경쟁에서 성공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라면, 경쟁하지 않고 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교육목표가 경쟁을 통해 산업과 사회구조에 필요한 인력양성만을 두는 것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교육, 즉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는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능력이 있는 학생이든, 능력이 없는 학생이든, 느린 학습자이든, 자신을 성장시켜주는 교육으로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경쟁하지 않고도 자신의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가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가 좋은 학생, 노력하는 학생,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 부모에 의해서 항상 준비된 학생만 학교의 교육 대상이 되어야 할까?일방적 강의 – 시험 – 성적을 통한 서열정하기는 현재 실패한 한국 학교 교육의 기본틀이다. 누가 시험문제를 많이 맞추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적 경험은 무엇이고 교육을 통한 개인의 성장은 무엇인가는 현재 한국 교육의 관심사가 아니다.오히려 느린 학습자, 경계선, ADHD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문제아동(청소년)”으로 낙인 찍히고, 교육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오히려 더 많은 교육적 과제가 있음에도 공식적 교육에서는 배제되고 격리되고 열패감과 부정적 감정, 잘못된 상호작용으로 가득 차 학교를 떠나거나 억지로 졸업하게 된다.적어도 학생 중 40%는 학교에서 아무런 교육적 경험을 하지 못한다. 즉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한 채 학령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는 것이다. 존중받지 못하고, 서열을 정하는 공부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학교에서 사회성을 배우지도 못하는 대한민국의 아동과 청소년기라고 할 수 있다.느린 학습자에 대한 고민을 왜 학부모가 해야하는가? ADHD의 문제를 갖고 있는 아동의 문제를 부모가 치료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 ADHD로 학생이 가진 어려움이 판정되면 학교 교사는 더 이상 자신의 교육대상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을 다룬다.논쟁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사회의 장애학생의 비율은 1.7%이다. OECD 국가의 장애학생의 비율은 8~15%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 모두를 학습장애로 보고 지원한다.초등학교 때부터 칼을 든 아이에게 교육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95조의 예산이 과거보다 1/4로 줄어든 학생들에게 쓰이는 데, 돈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교육이란 대학 입학이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학생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의미한다.학생의 성장이란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행복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과 청소년기에 사랑받고 존중받고 성장한 후 성인이 된 대학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청소년기는 행복하면 안된다는 전제 하에 학교 교육이 만들어져 왔다. 경쟁상대가 같은 학급의 친구이고, 놀면 안 되고, 잠도 많이 자면 안 되고, 행복과 여유는 대학에 들어간 후에 경험하라는 것이 학교 교육의 기본 담론이었다. 시험과 성적을 통한 서열 정하기와 지식 중심, 과목 중심의 학교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행복하지 않은 사회이기에 자신의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된다고 본다.행복을 미루다보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것을 미루고 살라는 사회시스템은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3만5000달러의 선진국에서는 다른 가치를 미루고 오로지 경쟁과 성장 중심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은 변화해야 한다.
-
▲ 김 대석 / 평화인권센터 선임연구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사회적가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사회문제는 ‘개인 행복의 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전지구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팔레스타 양민피해 지속,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긴장 그리고 심심찮게 언급되는 한반도 위기설 등 국제적인 갈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개인들의 취약성과 불안 또한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1. 고조되는 국내외의 위기상황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국제질서는 자국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파편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가는 국제사회 안에서, 개인은 국가 안에서 오직 자국과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경쟁에 내몰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무한경쟁 컨베이어벨트에 떠밀려 올려지고 있다.이와 같은 국가나 개인의 생존 위협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일어난 국제공급망 교란 현상, 국제기구의 기능 약화, 강대국의 자국이익 중심주의 강화, 국내 정치상황의 비이성적 우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특히 국내 정치 상황의 경우 집권 정부여당의 이해할 수 없는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문화 등 국가의 모든 측면의 정책결정과 집행의 모습은 작정을 하고 그 동안의 성과를 퇴행시키려는 것 같은 괴이함을 지울 수가 없다. 아울러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라는 일극 중심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듯 했으나, 작금의 경우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축,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축, 그리고 중간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하는 축 등으로 크게 삼분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국제 정세 지각 판이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특히 중요한 힘의 대결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가운데 우리 현 집권세력은 미국에 이른바 ‘몰빵’을 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일차원적 외교행태로 인해 대중수교 이래 없었던 대중 무역적자와 기업투자 손실은 물론 외교에서 불이익 초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연 집권정부의 이러한 선택을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무모하고 무지한 맹목이라고 해야할까? 또한 남북관계는 과잉 대북강경 태도로 인하여 힘들게 몇 개 가지고 있는 9.19.남북합의 등 그 동안의 성과와 열매마저 한 순간에 날려버리고 있다.평화프로세스 붕괴 유발 행위로 인해 국내 안보지형은 연일 불안징조가 높아지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권 내지 발언권을 자발적으로 내던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접국가 일본의 재무장의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이는 마치 현 한일정부가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패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정세는 국제정세 대로 곳곳에서 군사영역의 충돌이든 경제영역의 충돌이든 또는 외교영역에서의 충돌이든 갈수록 긴장의 정도는 높아지고 있다.국내정세는 사실상 검찰정권의 형식적 법치주의에 의한 반역사적 권위주의로 회귀, 극단적 무책임정치의 만연, 수구언론의 본연의 기능 폐기 등에 따른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 그래도 개인의 행복에 관심을 가져야 나라 안팎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와 위험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는 가운데 기술측면에서는 2023.3.에 생성형 인공지능 Chat GPT-4가 출시되었다. 그야말로 위기와 급진적 발전 영역이 동시 공존하고 있다.위기와 발전이 공존하고 있는 공간에서 국가와 사회는 총체적 문제에 대한 대응에 몰입하느라 자칫 개인의 안위를 간과할 수 있다. 사실 2020년 이후 사회적 양극화와 집값 불안정이 주요 문제로 부각되었다.이후 코로나 위기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불신과 불안이 증가했다는 여러 측면의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개인들의 취약성은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2022년에는 세대별, 성별, 지역 간 인식 격차와 갈등이 확대되었고, 2023년에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불안정성이 '불안사회'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가 잦아지고 있는 모습을 국가통계포털(KOSIS)의 몇몇 지표만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예컨대 인구구성 비율에서 중위연령의 변화 같은 경우 1960년대 남녀 평균19.0세에서 2024년 현재 46.1세 그리고 2072년에는 중위연령이 무려 63.4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사회가 향후 직면하게 될 다양한 사회문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은 성별, 연령 등 특성별로 체감하거나 인식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분야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즉 2~30대 남성의 경우 소득 및 주거불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반면, 2~30대 여성의 경우 사회통합 약화에 따른 어려움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여 40대 이상 여성과 남성은 각각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와 고용 및 노동불안정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문제는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자본과 정부의 무관심한 태도로 인하여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각자의 몫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청년층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존엄과 가치 행복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헌법은 명백히 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10조). 그런데 헌법의 이와 같은 선언이 실효적이기 위해서는 국가는 적절한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즉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령별 성별 사회문제의 주된 관심분야가 다양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사회문제에만 전력할 수 없다.모든 연령층, 좀 더 적극적으로는 모든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한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에 국가는 헌법의 명령에 따라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대응책 마련에 생성형인공지능인 Chat GPT 즉, AI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3. 분절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UN 2011년 총회 결의에도 있었듯이, 행복은 인간의 근본적 목표이자 보편적인 열망이다. 이와 같은 보편적 열망은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 경제적 발전과 그 과정에서 환경보전과 사회경제적 발전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통한 생태계의 보존을 통해 채워야 한다.왜냐하면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사회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사회문제는 다른 사회문제의 요인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하나의 사회문제 해결은 여타의 사회문제를 선순환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생태계의 보존은 필수적 전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문제는 해결되는 속도보다 발생하는 속도가 언제나 앞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문제의 속성을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마침 4년마다 치러지는 홍역과도 같은 정치판 재구성의 시기가 도래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다종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유능한 개개인이 그 역량을 사회적으로 결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의 역량 결집을 형해화 시킬 수 있는 무능한 정치세력을 퇴출시키고,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본다.정치꾼 선별작업만이라도 좀더 이성적으로, 좀더 합리적으로 하게 된다면 적어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듣도 보도 못한 황망한 이 상황에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복무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은 훨씬 더 영이 설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대중과 사회는 총체적인 지혜와 용기를 모아야 할 때다.
-
▲ 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선거의 계절이 곤혹스럽다. 단 1표의 권리 행사일 뿐이지만 청년의 뛰는 심장처럼 미래를 꿈꾸던 때가 없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대중의 비판을 두려워할 때까지는 그랬다. 이제 그 뛰는 심장 자리에 우려와 한숨이 자라났다. 그들의 눈과 귀는 더 이상 우려와 한숨을 듣고 보지 못한다. ◇ 덜 깨끗하기 경쟁, 넘나드는 윤리적 기준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수행 행태가 워낙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보니 야당은 그 많은 실책에도 또 다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되었다.진영논리가 극에 달했던 입시비리 사태를 딛고 조국 전 장관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바로 집권여당과 정부 그리고 민주당의 합작품이다. 자녀의 입시 관련 비리가 문제된 당시 당사자의 변명보다 더 참담했던 것은,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동정심들이 도를 넘어 비호세력으로 변질되어버렸던 점이다.그래도 여당의 누구보다는 비리가 가볍지 않느냐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급기야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유명작가의 탄원서가 등장했고, 일부 대학교수들의 성명서까지 뒤따랐다.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조롱과 가십거리였을 그 범죄행위들을 두둔하고 방어하는 그 흐름들에서 나는 두려움마저 느꼈었다. 그들이 들이대는 잣대는 기득권에 너무도 관대한 것이어서다. 물론 조국 장관을 둘러싼 먼지털기식 검찰 수사가 극히 위험한 수준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범죄행위 자체와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할 또 다른 문제였음에도 그들은 이를 구분하려들지 않았다.그런 원칙들이 어느새 무너지고 합리적 이성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입으로 변질되면서 진영논리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시민들이 바로 방금까지도 철통같이 지켜 온 그 기준들이 권력자들의 비리경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져 내리는 현상을 지켜본다는 것은 참담한 것이었다. 의도와 상관없이 조국 장관 일가의 부정행위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윤리적 기준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우리사회에 진보의 의미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진보에게서 그런 기준은 존립 근거다.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 삶이 위기인 상황에서도 혈세를 쏟아 부으며 여전히 여당의 치졸한 공격에 맞대응이나 일삼는 민주당을 보고 있자면, 그저 서로의 비리들을 내면화하며 담합하는 공범자들을 보는 것 같다.자신들의 비리 정도는 누구보다는 깨끗하지 않느냐며 이전의 기준치들을 별 생각 없이 무시하는 순간, 더 부정한 자의 뒤에 숨어 덜 깨끗하기 경쟁이 시작될 뿐이다. 우리의 인식기준이란 이렇듯 별 저항감 없이도 뒷걸음 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나 그 예상을 저버리지 않았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에 참담함을 느낀 지지자들의 허탈감이 극에 달했던 선거였다.지난 총선에서의 반칙을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여당을 따라 위성정당을 만드는가 하면, 자기 사람들로 채우기 급급했던 뻔뻔함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우왕좌왕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역시 ‘저들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승부수를 띄웠다.이런 와중에도 선거는 생존투쟁이라며 연일 투표를 독려하는 영혼 없는 메시지들이 오고 갔다. 뽑을 사람이 없는데 누굴? 덜 악한 사람이라도 뽑아야 한다는 그 맹탕의 논리다. 난생 처음 나는 투표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들과 공범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다.물론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질 때 당장의 우리사회가 어떻게 위태로울 수 있는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만의 잔치에 쫓기듯 투표하고는 다시 낙망하는 일을 이번만큼은 멈추고 싶었다. ◇ 조국혁신당의 ‘부당한 기득권 내려놓기’ 공약을 지지한다 그럼에도 마음은 어느새 선거결과에 가 있었다. 지금의 국정 방향을 제어할 수준에 안도했다. 외형적으로나마 민주당의 독식을 막고 조국혁신당으로 분할되어 나타났던 민심도 다행이라 생각했다.조국혁신당에 걸었던 기대는 딱 거기까지였는데 그들의 ‘의원 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보며 실낱같은 기대가 되살아났다. 회기 중 골프 금지, 국내선 항공 비즈니스 탑승 금지 및 의원 특권 이용 않기, 주식 신규투자 및 코인보유 금지, 부동산 구입시 당과 사전협의 거치기, 보좌진에게 의정활동 이외의 부당 요구 금지 등이다.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어느 정도의 부패는 융통성쯤으로 용인하는 우리의 정치풍토에서는 꽤 참신한 것이었다. 불공정하게 취득한 기득권을 토대로 부당하게 이권을 독식하고 있는 풍토에서 자신들부터 그 고질병들을 수정해나가겠다는 것 아닌가.판검사들의 전관예우, 공공기관들의 부정•부당행위, 정치인들의 불필요한 각종 의전과 혜택들, 그 기득권들이 곳곳에서 국가재정을 파탄내고 공정경쟁을 해치고 있다.최근의 사과 파동을 추적했던 MBC의 PD수첩에서는 우리의 일상적 먹거리조차 대기업들에 장악된 유통망의 실태가 그대로 보도되었다.만약 이번 총선에서 어떤 정당이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면 어땠을까? 온 국민이 겪었던 사과, 대파 파동이었던 만큼 아마 지금의 선거결과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이처럼 문제의 원인이 분명한데도 왜 개선하지 못하는 것일까? 각종 기득권 카르텔이 서로 공고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누군들 이 문제에 손댈 수 있을까. 그런데 새로 창당한 정당이 자신들부터 이런 고비용 구조의 기득권을 타파하겠다고 나섰다. 자신들의 기득권은 당연한 권리라도 되는 듯 좀처럼 내려놓을 생각이 없으면서 국민들에겐 조금씩 양보해 분배와 정의를 함께 실현하자고 말한다면 통할 수 있을까?지금까지 민주당과 야당의 정책들이 늘 현실적, 구체적이지 못하고 상대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조국혁신당이 또 다른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연대임금제를 예로 들어보자. ◇ 사회연대임금제에서 터진 설익은 공약, 제대로 공부하는 정책을 내놓길 조국혁신당이 내걸었던 사회연대임금제는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사방에서 공격부터 받았다. 왜 그랬을까? 공격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진 공약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제를 단순한 임금나누기로 생각했다면 시작부터 문제다. 그 합의 안에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내포되어 있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그들의 옷이 비바람을 막아줄 훌륭한 옷으로 보인다고 해서 우리와 그들의 환경의 차이,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채 그 옷을 바로 들여와 우리에게 입히려 한다면 어떨까? 이 분명한 논리가 정치인과 진보정당들에서는 흔히 무시된다.만약 임금격차가 우리사회에서 문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면 문제의 역사적 근원부터 따라가 보는 것이 순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내놓기까지의 치밀한 연구과정은 늘 생략되고 설익은 정책부터 내놓기 일쑤이니 실행 단계에서는 늘 좌충우돌이고 결국 밀어붙이기의 유혹을 받는다.우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실책들을 줄줄이 경험했다. 정의로운 방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결국 독재방식의 밀어붙이기 유혹 앞에서 좌절당하기 마련이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제는 그 실현 기반부터 우리와 다르다. 우선 80년 전 상황이라는 점에서부터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들이 수두룩하다.게다가 우리사회의 교육시스템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살아가도록 구조화되어 있어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 쟁취했다고 여기는 현재의 조건들을 이참에 조금씩 내려놓는 게 어떠냐고? 그들이 스스로 그럴 의사가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이번 의대 입학 정원 증대와 관련한 의사들 파업에서도 경쟁체제의 부작용들이 사회를 어떻게 파탄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비록 결정과정에의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이 문제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의사 증원의 문제는 한 나라의 의료 정책에 해당하는 문제다.국민의 건강권 앞에서도 치열한 사적 경쟁구도는 멈추지 않았고 밀어붙이기의 달인인 정부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스웨덴은 우리보다는 느슨한 사회다. 그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얻을 고연봉 대신 느슨한 삶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나라다.노동조건에 대해서도 개별 기업별로 고립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산별노조라는 특성을 가진 나라다. 개별기업이 아닌 전체산업에 대한 균형감을 이미 경험했고 그런 경험들이 연대임금제 합의의 한쪽 동력으로 작용했다.이후 연대임금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에 그물망 같은 사회적 안전망도 있었다. 합의 이후에도 그런 보완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합의가 아무리 부러워도 전후 상황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분석도 없이 갑자기 공약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퇴행적 발상으로 비칠 뿐이다.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식을 택한 스웨덴과 달리 우리의 경우는 전체 고용율에서 약 90%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사회에 이미 형성돼버린 고질적인 기업 환경들, 그런 환경에서 고용되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노동자들 삶의 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다.한방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앞서 지금의 임금격차를 지탱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먼저 살피고 기초부터 준비해야 한다. 거대 담론 이전에 현실의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고 구조적 문제부터 치밀하게 개선하려는 노력, 우선되어야 할 간접적 정책들이 많다. 스스로 설명할 수도 없는 정책을 어찌 실현할 수 있겠는가. 합의의 당사자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기조는 민주당의 25만원 민생안정지원금과 기본소득에서도 나타난다. 도무지 정책의 지속성이란 걸 엿볼 수가 없다. 경기 부양이 목적이라면 1인당 천만 원쯤은 지원해야 가능하지 않을까.물론 전체 금액이 당장의 지역경제 살리기에 작다고 할 수 없고 그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막연히 마중물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후에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예산들의 지출 효과를 추적해 갈 것이며 어떤 식으로 지속성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없다.이런 1회성 정책이 한 나라의 정당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기본소득의 경우도 그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거니와 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신중하고도 치밀한 실천적 접근이 없는 한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다. ◇ 고비용구조에 기대는 기득권 타파에 동참해야 우리사회는 자신들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들에 대해서조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왜 그럴까? 사회적 합의란,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내 것도 내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의결 방식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우리사회를 고비용구조로 내모는 기득권 세력들이 기를 쓰고 이를 방해한다. 한쪽에서는 온갖 기득권과 비리가 용인되는 환경에서 다른 한편으로 정의로운 정책들이 설득될 수 있을까?민주당이 복지, 분배, 사회정의, 이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실현하고 싶다면 조국혁신당이 내 건 기득권 내려놓기 공약부터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고비용구조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지치고 힘든 일이다. 각종 비리와 청탁 그리고 불공정 경쟁의 온상이 되고 있는 그 기득권을 위해 온 국민이 고비용구조를 떠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보자. 우리의 산업 전반은 효율성이라는 이름 하에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운영된지 오래다. 과연 기업들이 효율성을 달성해 저비용구조가 되었는가?사람의 목숨이 달린 기형적인 산업재해율, 약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하도급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검은 거래들이 고스란히 우리사회가 지출해야할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렇다고 이전 구조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우선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계약을 가려낼 철저한 기준과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후 이들 기업들 간 업무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격차가 있다면 그 격차를 인정할만한 하도급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 기반이 우선된 이후에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수준을 좁혀나갈 중소기업 지원 정책들도 의미 있게 실천될 수 있다.이 모든 과정들이 기득권과 비리의 개입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기본토양을 다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옳은 것이라면 무조건 밀고나가려는 습성처럼 무모한 것이 없다.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이 좋은 정책이다.
-
2024-06-28▲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중단되었다.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겠다.”고 대통령이 말하자,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21대 국회 회기 내 연금개혁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주요 개혁 의제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하여, 시민대표들이 선택한 50%보다 한참 낮은 44% 안을 여당이 제시하였고, 여당 안을 야당이 최종 수용했음에도, 여당은 갑자기 말을 바꿔 합의를 무산시켰다. 연금개혁 논의를 관장하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가시적 성과 없이 해체되었다. ◇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개혁구도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에 설치하겠다던 대선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파기했다. 스스로 1호 국정개혁과제라고 이름붙인 ‘연금개혁’에 대한 책임을 국회에 떠넘겨 버렸다.국회에 급조하여 설치한 ‘연금특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공·사 연금 전체를 망라하는 완성판 연금개혁’을 책임지고 성사시킬 수 있는 기구가 될 수 없다.더구나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들도 하나같이 자신들의 개혁대안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혁논의에 수동적으로만 참여하였다. 정부도 책임에서 빠졌는데 여·야를 불문하고 책임을 자처할 필요가 있겠는가?국민연금의 보험료율 하나를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 간의 연금개혁과정에서 확인되었다. 하물며, 윤석열 정부는 다섯 개의 공적연금은 물론, 퇴직연금과 주택(농지)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들까지 포괄하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그만큼, 정부와 사회의 역량을 장기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집중하여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는 어려운 개혁임에도 개혁의 어떤 그림도 없이 국회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여당, 야당, 시민단체, 언론들 모두 침묵하였다. 특히 여당과 야당은 무슨 권한이나 얻은 것처럼 어떤 이의제기도 없이 ‘연금특위’에 참여했다. 공적연금개혁의 중차대함에 대한 이해나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방대한 범위의 개혁을 변변한 지원조직이나 정교한 로드맵도 없이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 의존하는 개혁논의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었다.예상대로 개혁 논의의 우선순위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였고, 논의의 범위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채 개혁논의가 공전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2024년에 들어 연금특위는 서둘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방대한 개혁과제들에 대한 방향을 시민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쳐 봉합하는 수순에 들어갔다.‘연금특위’가 최소한도로 줄여 정리한 7가지 개혁 주제들에 대해 이해집단들의 의견을 수렴 했고, 이와 함께 500인의 시민대표단을 선정하여 숙의토론과 투표를 거치면서 주제별 개혁대안 선호의 변화를 파악하였다.4월에 최종 투표가 있었고 그 결과, 정치적으로 예민한 ‘소득대체율’에 대해 여·야간 합의 단계에 이르렀으나 용산의 개입으로 논의가 중단 된 것이다. ◇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의 숨은 목적지...공적연금 축소, 사적연금시장 확대?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통해 진행된 연금개혁은 외형상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내실 있게 진행된 모습을 보였다.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을 통한 사실자료 설명회와 개혁방향에 대한 사회적 학습, 이해집단 대표들의 문서화된 의견개진,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과 3차에 걸친 표결이라는 공론화 절차 이행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애초에 잘 못 끼워진 단추인, 개혁구도 중간에 이런 절차를 거친다는 것만으로 중차대하고 방대한 개혁과제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금개혁의 책임 주체, 지원 조직, 개혁 로드맵, 진행 일정, 논의내용 등 모든 면에서 윤 대통령이 공약한 완성판 연금개혁을 달성할 수 있는 개혁구도는 처음부터 아니었다.나아가, 이번에 비상식적으로 중단된 연금개혁 사태를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애초에 의도적으로 국회에 바지 사장을 앉혀놓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혁 상황을 조정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그 보이지 않는 손이 의도하는 개혁 방향은 공적연금의 강화나 내실화를 통한 ‘빈곤예방’과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소득대체율’조정에 대해 여·야 간 최종 합의를 중단시킨 것이 그 증거이다.더 나아가,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확대로 자본시장 파이를 키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개혁구도 설정이 초래하고 있는 위험을 야당이나 시민단체, 언론, 학자 누구도 날카롭게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역시 이 개혁구도의 문제를 신문 칼럼을 통해 몇 차례 제기하는 소극적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한 거대 야당조차도 아무 문제제기 없이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덜컥 참여하였다. ‘연금개혁의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실세 사장의 들러리 역할을 해 온 모양새다. 국회의 ‘연금특위’ 호는 마치 조난당한 배처럼 방향키를 누가 잡을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종 허둥거리다가 실세 사장의 한 마디에 난파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국회회기에서의 여·야 합의 불발이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시민대표단 다수가 선택한 소득보장 강화(소득대체율 50%로 상향조정)와 재정안정화(보험료율 13%까지 인상) 병행 안이 여·야의 손에서 크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만약 정부·여당이 고집한 안인 소득대체율 44%, 보험료율 13%로 야당이 합의했다면, 그리고 다음 국회에서 여당의 급여삭감을 의도한 (변칙)구조개혁안을 기초로 다시 개혁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야당은 세 가지 점에서 크게 명분과 실리를 잃었을 것이다.첫째, 시민들의 집단지성의 힘으로 어렵게 찾아낸 노후소득보장 강화의 명분과 기대를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둘째,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을 통한 사회적 학습과 이에 따른 대표성의 행사를 일거에 무산 시킬 권리를 누가 여·야에게 주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셋째, 개별적 연금개혁으로는 치유가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진 공적연금 체계 전반을 재구조화하여 공정하고, 평등하며, 효율적인 다층연금체계를 구축할 기회를 잃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다. ◇ 합의가 안 된 것이 다행일수도...개혁구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이제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구도를 어떻게 다시 구축할 것인가이다. 이는 국민들의 노후의 삶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마음껏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와도 깊은 상관성이 있다.보험료와 급여주준에 대한 것은 비록 합의가 쉽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개혁 논제일 뿐이다. 그 외에도, 더 중대하고 다양한 개혁과제들이 지금 묻히고 있다. 예를 들어 정체성과 기능을 상실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소득의 역 분배 실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국민연금, 시너지가 아닌 서로 발목 잡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대한 대책, 민·관 연금제도 구조 상이에 따른 끝없는 갈등과 형평성 시비, 장기적으로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이다.모수개혁이나 (변칙적) 구조개혁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정공법으로만 올바른 길을 열수 있다. 그러기 위해 야당은 가장 먼저 정부·여당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이고 민주적 개혁논의 구도를 만드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다음으로는, 연금개혁의 철학과 비전, 개혁 방향과 전략 등 연금체계개혁(pension systems reform)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꿈을 주고 논의와 선택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와 고용주와 국가의 3자 모두에게 재원부담의 짐을 기꺼이 지도록 설득할 수 있다.지금까지 우리나라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연금개혁의 비전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각 근로자, 고용주, 국가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려 노력한 정당을 본적이 없다.그런 면에서 정책 쇄빙선 역할을 자임하는 ‘조국혁신당’은 먼저, “왜 국민연금개혁이 아닌 연금개혁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후의 삶에 대한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개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공적연금 축소를 위한 위장된 구조개혁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진정한 구조개혁이요 근본개혁인 ‘연금체계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권보장 정당으로서의 정책쇄빙선의 역할이다. ◇ 극심한 노후빈곤과 오작동하는 연금체계, 연금학자와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연금개혁, 특히 국민연금개혁은 국민들 편에서 보면 지나치기를 넘어 가혹하기까지 했다. 공무원 등 특수직역 공직자들을 위한 공적연금제도와는 다르게 대다수 민간 국민들이 가입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차별적이고, 선제적이며, 세계사에 유례없는 급격한 삭감개혁으로 일관했다.그 결과가 지금의 가혹한 노인빈곤과 노인자살의 현실이다. 비록 주어진 책무의 수행이라고는 하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삭감 개혁에 앞장선 관료와 학자들 대부분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에 가입되어 있다.그들은 월 400만원 가까운 연금이 보장된 분들이다. 부부합산 월 7~8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평균 연금액 59만원인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입된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합리화하거나 묵인해 왔다. 그럴 수도 있다.그러나 뒤 늦게 태동하여 채 발육도 되지 않은 국민연금에 대해 왜곡된 ‘기금고갈론’과 ‘세대갈등론’으로 삭감개혁을 강요해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금상품이 아닌 공적연금은 왜 우리에게 필요하며, 보험수리 전문가가 아닌 연금전문가, 사회정책학자는 왜 필요한가? 삭감 개혁에 따른 국민들의 빈한한 노후의 삶도 문제지만, 가뜩이나 떨어진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들의 신뢰를 더 추락하게 만든 것은 더 큰 문제다.이는 결국 청년들의 연금가입 회피로 이어져 연금빈곤의 악순환을 야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제도의 장기적 유지가능성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극심한 노후빈곤과 노인자살의 참상이 개선되지 못하는 데에는 필자를 포함하여 연금학자나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정치권과 언론들은 때로는 의도를 가지고 때로는 잘 알지 못하여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원리를 혼동시키고 재정문제를 과장하여 부각시킨다. 또한 국가의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책임을 부정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국가는 자신의 역할의 많은 부분을 공적연금에 전가하여 수행하게 하고 있다. 즉 공적연금을 통해 강제적으로 소득을 재분배시켜 빈곤을 예방하게 하고 사회적 연대 기능을 강화시킨다.또한 출산과 군복무 등 사회공헌에 대하여 연금제도가 보상하게 만든다.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공적연금에게 부가시켰다면 마땅히 연금재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시혜가 아니라 의무다. 공적연금의 독특한 사회적 연대원리와, 과도기 가입자들에 대한 배려와, 국가의 재정책임원리에 대하여 연금학자와 전문가들은 정치인, 관료, 언론들을 교육하고 설득하고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연금정치의 구도를 간파하고 정책수단을 목적으로 도치시키려는 집단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여 개혁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 역시 연금학자들의 몫이다. 초기에 형성된 연금개혁 구도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과 속도를 실질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개혁구도에 대한 문제나 대안제시 없이 정부·여당이 제시한 대로 논의에 순응만 한다면 이는 연금개혁의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학자로서의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 ◇ 22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구도와 논의의 전개 방향은? 그렇다면 앞으로 진행될 연금개혁은 어떻게 될까?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절차가 다시 재개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원하는 바가 달성될 때까지 연금개혁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다.따라서 아무리 합리적 절차를 통해 타당한 개혁 방안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용산의 의도가 달성되지 않는 한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지금처럼 외면되거나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야당이 발의하여 통과시킨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행태를 보아 반드시 그럴 것이다.드러내 놓지는 않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인 실세 사장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적연금 영역을 축소하고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고 연금기금 관리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그간의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한 여러 조치들과 정책기조 발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또 예견되는 일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완성판 연금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가 한다.이를 충분히 가만하고 연금개혁에 임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이 비록 중단되었지만 몇 가지 중요한 결실들이 있었다. 첫째,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올바른 길을 찾아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의 사회적 대타협과, 이번 21대 국회의 ‘연금특위’에서 주도한 ‘사회적공론화’는 사회적 과제를 집단지성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매우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무엇보다도 연금개혁 같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과제도 정확한 논의 주제가 주어지고 사실 자료와 이에 대한 여러 관점의 전문가들 설명과 질의응답과 토론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면 각각의 주제에 대한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정하게 주요 이해집단의 대표를 뽑고, 주제별로 정제된 의견을 문서화하여 잘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시민대표단의 선출을 어떻게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이해집단 대표 구성이나 주제 별 논의 선택지 구성에 있어서 불공정 시비 소지가 있는 일들이 있었다.예를 들어 노인 단체들에게 이해단체 정책의견서를 받지 않은 것과, 문재인 정부 사회적대타협에서 권고문에 만장일치로 들어간 기초연금 지급대상 확대를 선택지에서 제외시킨 것 등이다. 셋째, 그간의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주장하던 내용들이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들이 ‘기금고갈론’에 기반한 경고의 허상이다.또한 국민연금의 실질적 보장성이 매우 취약하여 더욱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에 대다수가 공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금제도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폰지 사기라는 세대갈등 조장도 당사자들이 비토 했다는 사실도 매우 의미가 깊다. 어려운 연금개혁의 여정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각 정당들은 먼저 각자의 연금개혁 비전을 명확히 밝히고 개혁의 방향과 목표, 개혁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연금개혁의 실제 상황을 가정하여 로드맵과 단계별 협상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짜서 주제별 이해집단의 의견수렴,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과 표결, 그 결과에 대한 국민보고회까지 하도록 하면 좋겠다.이를 통해 구조개혁을 넘어 역사적으로 모범적인 ‘연금체제개혁’을 한 나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공정하고 평등하며 효율적인 다층 연금체계를 구축하여, 노인이 존중받고 노후가 행복한 사회, 그래서 젊은이들 안심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도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섭 공동대표는 사회정책학 박사(영국 University of Kent, 논문주제; 공적연금개혁의 정치)이며, 사단법인 복지국사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연금개혁특별대책위원장, 공적연금수급자유니온 공동대표, 전,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등을 엮임했다.
-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재택 등 원격근무 활성화◇ 디지털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디지털 최신기술에 기반한 재택근무, 텔레워크 등으로 불리는 원격근무가 도입○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별 비대면 근무의 본격 시행으로, 재택·공유오피스 등 대안적 형태의 근무방식이 급속도로 확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택근무 현황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 코로나 종식 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한다는 기업도 최소 37.5% 이상인 것으로 조사, 재택근무 유지 이유는 단계적 일상회복 차원 43.8%, 직원들의 선호 반영 20.8%, 정부 장려 16.7% 순○ 또한 재택근무 시, 업무 생산성 향상 정도에 대해서도 기업 인사 담당자와 근로자 모두 2/3이상 긍정적으로 응답▲ 기업 재택근무 생산성 향상도▲ 근로자 재택근무 생산성 향상도◇ 지난 7.4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업계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체제 전면 시행을 발표,○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 5일 전면 재택근무, 격주로 주4일 근무, 놀금제도 등을 도입하고 원격근무를 시작, 지방 거주 직원들이 크게 호응하는 상황○ 또한, 네이버는 이날부터 워케이션(업무+휴가)제도도 시행, 재충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방침□ 외국에서도 재택근무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 일본은 지방에 있는 인재를 채용하면서, 그 지역에서 재택근무하도록 하는 ‘지방 제택근무제’, 영업점이 필요없는 ‘위성사무실’ 등이 활성화○ 또한, 고향으로 U턴하는 직원들을 위해 지방에 위성오피스를 설치하는, 이른바 ‘지방창생 텔레워크’ 사업 시행 결과, 도쿄 전출인구가 증가◇ 한편, 최근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세계 주요국들은 지역사회 활성화 방안으로 ‘디지털 노마드*(원격근로자)’ 모시기에 돌입*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노트북·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 공간제약 없이 재택이동 근무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지칭○ 각국은 인재 및 해외자본을 지역사회에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 원격 근무자 유치를 위한 특별비자를 발급, 현재 25개 이상 국가에서 시행 중< 디지털 노마드 유치 주요국 사례 >◇ 이탈리아디지털 노마드 대상 1년 비자 출시, 나아가 지방도시 ‘피렌체’와 ‘베니스’는 디지털 노마드가 영구적으로 정주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코스타리카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별도 ‘렌티스타 비자’를 마련, 최대 2년까지 체류 가능, 다만 월 2,500달러(약330만원) 이상의 수입 증명 필요◇ 아르헨티나지난 5월, 특별비자를 출시하면서, 외국기업에 일하는 원격 근로자 뿐 아니라, 자국기업에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발급 대상을 확대□ 새정부는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착수◇ 정부는 당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지자체를 비롯한 민간기업에 재택근무를 단계별로 시행○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업무효율성 증대 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 완화의 해법으로 대두됨에 따라 새로운 근무 문화로 안착될 수 있도록 재택근무 활성화 지원을 지속할 방침◇ 새정부는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 활성화를 통한 근로 문화 개선을 국정과제(51번)로 채택○ 이에, 고용부는 우선 재택근무 도입․확산을 위해 12주간 사업장 맞춤형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고, 관련 지원제도를 긴밀하게 연계**하여 기업의 재택근무 도입을 유도* 재택근무가 일상적 근로형태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합 직무 진단, 인사노무관리 체계 구축, IT 인프라 구축 활용방안, 정부 지원사업 참여 등** △(고용부)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인프라 지원사업, 일터혁신 컨설팅,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중기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등◇ 또한 재택근무 도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 마련○ 재택근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장비 등 구입시 인프라 구축비용(최대 2천만원)을 지원하고, 재택근무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업주의 인사·노무 관리비용도 지속적으로 지원** 근로자의 재택(원격)근무 활용 횟수에 따라 1년간 최대 360만원 지원○ 아울러,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제도 홍보를 강화하고, 향후 캠페인도 전개해 나갈 예정□ 자치단체도 재택근무 여건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각 자치단체에서는 시대·환경변화에 따른 재택·원격근무 확산트렌드에 부응하는 한편, 이를 관계인구 확보의 기회로 삼기 위해 인프라 구축 및 홍보에 박차○ 또한, 일과 휴가를 겸하는 근무방식인 ‘워케이션’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유치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 지역 내 숙박시설과 사무공간을 갖춘 복합센터 건립, ‘워케이션 마을’ 조성 등◇ 전남 해남군은 지역 체류인구를 유치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끌어내기 위해 해남형 워케이션 시범사업을 추진○ K-콘텐츠 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남 지역 내 폐교 등 유휴공간을 워케이션 시설로 활용할 계획◇ 부산시는 다른지역에 근무하는 청년들이 일정 기간 부산에 머물며 원격근무를 하도록 지원하는 ‘리모트워크’ 사업을 시행○ 오는 10월까지 만 18~39세 청년 재직자와 창업자를 대상으로 신청받으며, 선정 시 최대 60일 동안 부산 내 사무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1인당 최대 100만원의 체류비도 지원◇ 경남 하동군 직장인 체류형 워케이션 관광프로그램 ‘오롯이 하동, 워케이션’을 시행,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3박 4일 간의 숙박비 및 문화예술 체험·농어촌 체험·관광지 입장료 등을 지원◇ 경남은 원격근무 도입 초기인 8년전, 선제적으로 광케이블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통영 ‘두미도’에 초고속 인터넷 사용 환경도 마련○ 경남의 살고 싶은 섬 1호로 선정된 통영시 두미도에서 ‘섬택근무’ 사업을 추진, 중소벤처진흥공단과 협력해 두미도 어민회관을 개조한 워크센터를 설치하여 운영 중◇ 제주도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워케이션 지원사업을 추진, 공유 사무실을 조성하고 워케이션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를 구축○ 민간투자를 통해 워케이션 빌리지 조성에 나서는 한편, 빈집과 유휴시설을 활용한 업무공간도 제공할 방침□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근무여건 조성에 집중할 것을 제언◇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확산된 재택근무가 수도권 밀집 해소와 지방소멸 등 인구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 재택근무가 보장되면 굳이 집값과 생활비가 비싼 수도권에 살 유인이 낮아지고 이는 지방 거주의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자치단체에서는 정책의 초점을 1회성 재정 지원 방식보다는 ICT 등 기반 시설과 생활 인프라 확충을 통한 지속가능한 근무여건 조성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
-
2024-06-18□ 시대 환경 변화에 따른 공직문화 개선 요구 증대◇ 지난해 10월 이영 의원실에서 팀블라인드(익명게시판 앱 운영사)에 의뢰해 실시한 공직사회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아직까지 부조리한 공직문화가 높은 비율로 잔재한 것으로 확인▲ 불합리한 공직문화 경험 비율(%)◇ 지난 ’20.11월 정부혁신 어벤져스*가 출간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책자에 나타난 통계에 따르면,* ’19.7월 출범한 공직관행 개선을 위한 범정부 네트워크(43개 기관 500여명)○ 주니어 공무원(’80~’00년생 1,810명)의 59.6%가, 시니어 공무원(’60~’79년생, 1,196명)의 49.3%가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이들이 이직을 고민한 이유로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을 가장 높은 비율로 지목(각각 31.7%, 45.8%)◇ 실제 현직 공무원들의 중도 공직 이탈도 증가하는 상황○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 퇴직자는 ’20년 기준 9,968명으로 전체 퇴직자 중 21%를 차지, 지난 ‘17년 15%에 비해 크게 증가◇ 특히, MZ세대의 취업이 이어지고, 조직이 젊어지면서* 공직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조직문화 개선 요구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 ➀전체 공무원 중 20~30대 공무원 비중 : 41.4%, ➁지방공무원 평균연령(세) : (’17) 43.1 → (‘18) 42.6 → (’19) 42.1 → (‘20) 41.9 → (‘21) 41.5(공무원인사통계)○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이 20대 중후반인 신규공무원은 개인과 자아를 중시하는 세대로, 조직·집단을 우선시하는 40-50대 기성세대와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 인식변화 : 개인적 손실 감수할 수 있는가▲ 인식변화 :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이에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 공무원들의 사기 함양, 나아가 공직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공직문화 개선의 목소리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 공직 문화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항(%)▲ 민간 조직문화에서 가장 부러운 점(%)※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책자 통계 일부 발췌□ 정부는 탈권위적·수평적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 새정부는 공정과 책임에 기반한 역량있는 공직사회 실현을 국정과제(14번)로 수립, 공정하고 수평적인 공직문화 조성에 노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세종청사 방문에서 MZ세대* 공무원 36명과 간담회와 오찬을 하고,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책자를 선물 받는 등 2030 공무원과 소통의 기회를 넓힘○ 토론 중심의 국무회의, 보고서 없는 회의 등을 통하여 권위와 형식을 탈피하고 효율을 우선시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강조◇ 인사혁신처는 공직사회 행태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인사제도와 시스템 정비하는 등 공직문화 혁신방안 마련에 착수○ 공직문화 혁신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기관별 공직사회 인식·행태와 공직문화 변화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공직문화 혁신지표*‘ 개발* 개인역량, 관계·소통, 제도적 기반 등 3개 분야 공직문화 혁신지표로 구성하여, 기관별 공직문화 수준의 주기적 진단 기준으로 활용 방침○ 또한, 경직된 기존 인사 및 보상제도를 개선, 일부 제도*는 올해 7월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 기존의 특별승진제도 외 ‘당직 1회 면제권’, ‘모바일상품권’ 등 보상 제도 개선◇ 한편, 부처별로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일을 최대한 줄이고 권위를 내려놓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 중○ 장관과 MZ세대 직원 간담회(행안·중기부), 보고서 없는(paperless) 회의(국토부), 보고용 기사스크랩 폐지(산자부), 직급과 무관한 형식 없는 보고(해수부)를 지시하는 등 부처별로 공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 또한, 기관장 항공편 등급 하향 조정, 차량 문을 직접 여닫는 방식으로 변경 등 관례적 의전을 축소(법무부)하는 변화도 시도□ 자치단체별로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 시도 중◇ 공직사회 내부적으로는 중앙부처에 비해 자치단체에 관행적 문화가 보다 고착화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 이는 지역 연고 기반의 인적 구성, 연공서열과 연령의 비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이 요인으로 지목◇ 이에 각 자치단체에서는 그간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고강도의 공직문화 개선대책을 마련·시행○ 복무 유연화, 보고 방식 개선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한편,○ MZ세대를 중심으로 혁신조직 구성, 소통 창구 개설 등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세대 간 격차 극복에도 노력 중인 상황< 시도별 주요 대책 > 시 ․ 도주요 대책서 울△신규직원 업무분장 기준 마련, △유연근무 활성화·초과근무단축·휴가사용 실적의 평가 연계, △식사당번·팀비·사생활 질문 등 개선 캠페인 전개대 구△꼰대 자가진단 등 ‘라떼’마인드 전환 캠페인 실시, △실·국 렌트차량 확대 및 업무용 택시 이용 활성화로 하위직의 자가차량 지원 문화 근절인 천△MZ세대 중심 주니어보드 운영, △리버스 멘토링(하급자가 멘토 역할),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 ‘이것만은 실천합시다’ 전개광 주 △MZ세대 공직경험 사례집 “과장님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출간·배포, △멘토링 운영 및 활동비 지원, △메타버스 소통창구 운영대 전△조직문화진단 및 혁신방안 수립 연구용역 실시, △불필요한 보고 및 비효율적 보고방식과 부서간 업무 ‘핑퐁’ 등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 중울 산△조직문화혁신 기본계획 수립, △청년모임 운영·익명게시판 개설, △분기별 조직문화 설문조사 △업무절차 간소화, △정시퇴근 문화 조성(퇴근전 지시 자제)경 기△6급 이하 20~30대 공무원으로 혁신 주니어보드 구성, △갑질·조직문화, 업무 방식, 복무문화 3개팀으로 나눠, 토론회·캠페인, 정부혁신 벤치마킹 등 실시강 원△지난해 도청 혁신모임 ‘일단바꿔’ 운영(정부혁신 대상 수상), △매월 조직 문화 개선·일하는방식 개선·불필요한 초과근무 줄이기 캠페인 전개충 북 △도정혁신 주니어보드 운영, △리버스멘토링, △팀별 연구활동·현장견학· 소통간담회·혁신교육 실시, △불필요한 관행 개선 아이디어 발굴충 남△신규직원 연찬회, 워킹맘 등 고충 청취, △부서·직급별 토론방 운영, △자기주도·자율적 근무 분위기 조성, △건강검진·심리치료 프로그램 운영전 북△상호존중문화 확산 ‘무지개’ 캠페인 전개, △아침일찍회의 없는 날 운영, △정시출퇴근 문화 정착, △특별휴가 자유롭게 쓰기, △갑질 및 식사모시기 근절전 남△내부 갑질피해신고 지원센터 운영, △갑질예방 근절 캠페인 전개, △갑질 행위자 처벌 및 피해자 심리상담 지원경 북 △MZ세대 중심 혁신모임 ‘경북혁신 바람개비’ 구성, △격월 1회 정기회의 및 조별모임, △경북형 조직문화 개선 실천과제 선정,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경 남△5급이하 각 연령대를 포함한 ‘세대공감 동아리’ 구성, △조직문화 혁신 주인공 선발 △출퇴근·의전·업무방식 등 10대 중점 개선과제 추진제 주△30대·7급이하 ‘공무원혁신TF’ 구성, 조직내 불공정·불합리한 관행 개선 아이디어 제안, △조직문화 개선 토론회, △업무방식 개선 전문가 특강□ 공정한 평가·보상체계 확립과 공무원을 개혁의 주체로 인식 필요◇ 전문가들은 그간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들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 보다 근본적인 공직문화 개선과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와 보상체계의 확립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언○ 노력·성과에 비해 합당한 평가와 보상이 따르지 않는 ’불공정 관행‘ 또한 사기 저하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 아울러, 단체장 교체에 따라 새로운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 열악한 처우에도 과중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것은 결국 공직자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라면서,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로서 공무원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1
2
3
4
5
6
7
8
9
10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