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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윤호창 상임이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해가 바뀌고 총선이 가까워오자,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생정당을 하겠다는 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50개가 됐으며, 창당준비위원회에 등록한 예비정당도 10개나 된다.창당을 하려면 만만치 않은 과정과 절차, 사람과 돈이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50개의 정당중에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이름이나 들어본 것은 다섯 손가락 내외지만 말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치로 인한 폐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연초에 야당대표에 대한 칼 테러가 일어나더니, 지난주에는 여당 국회의원에 대한 돌멩이 테러가 있었다.정치가 점점 극단화되면서 말로 해야 하는 정치가 몸으로 하는 정치로 변하고 있다. 갈등과 대립, 분열을 조장시켜 온 정치인들의 자기업보, 자업자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이대로 가면 우리 정치는 더욱 폭력적이고 파괴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 제대로 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우리 사회는 민주공화정일까? 우리 사회가 점점 파괴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데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 크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토종씨를 뿌리고 키운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한 씨종자였다.그 씨앗이 우리 땅에 맞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이식을 당했다. 그래서 1948년 정부를 수립하고 민주공화정을 본격화 한 지 7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그래도 다른 제3세계에 비해서는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는 있지만 말이다. 민주주의가 제 땅에 뿌리 내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민주주의는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 좋은 질문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과 실천을 해 나갈 때에 성장할 수 있다. 좋은 민주주의자 없이는 좋은 민주주의도 없기 때문이다.출세주의, 경쟁교육, 국가주의, 입시교육, 돈벌이 교육에 매몰된 지난 교육은 좋은 시민을 양성하는 데에 큰 뜻이 없었다. 교육이 출세를 하고자 하는 소수를 만들어 내는 데에 뜻이 있었지, 다수의 건강한 평민을 양성하는 데는 뜻을 두지는 않았다.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교육의 전면적인 전환 없이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제대로 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질문하는 시민을 위해 질문을 하나 해보자.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과연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1조에 대해 질문을 해본 국민들은 얼마나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권은 몇 해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주권이 없다. 국민들의 헌법과 법률을 발의할 권리도, 발의한 헌법과 법률에 대해서 국민들이 투표할 권리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사고를 치는 국회의원을 소환할 권리도 없다.대한민국 헌법1조가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제③항에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의 권리를 가진다”라는 조항이 들어가야 ①과 ②는 비로소 유미의성을 지닌다. ③과 같은 구체성이 없이는 그저 빛좋은 개살구에 가깝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50개의 정당 중에 지난 연말에 이름을 올린 ‘국민주권당’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아마 이런 문제의식과 질문 때문에 만들어진 신생정당으로 보인다. 이름처럼 국민들의 주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법 개정부터 우리 사회의 정치가 엉망진창,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은 민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정치구조 때문이다. 매년 2월 초에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분석기관인 EIU가 발표하고 있다.매년 발표 결과를 보면, 상위 10개국은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완전연동형은 민심만큼 정당이 국회의원을 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민심에 밀착하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도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요구로 전체 국회의원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47석을 가지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지만, 두 거대 정당의 횡포로 표류하고 있다.민심이 두려운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처음부터 반대했고, 민심과 권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민주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북유럽처럼 100% 독일처럼 50%도 아니고, 15%를 가지고도 일부만 비례대표를 적용하는 이상하고 복잡한 제도를 만들었다.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한 북유럽이나 스위스의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가 통합된 것은 무게 중심이 아래, 즉 권력이 시민에게 있기 때문이다.오뚜기가 쓰러져도 바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실현된 국가들은 위기를 겪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이른바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말이다.반면에 무게중심, 권력이 위에 있는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사회는 위기에 그대로 무너지고 만다. 독일의 히틀러나 소련의 스탈린 등 역사를 통해서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 왔다. 지난 민주주의 역사를 보면 권력을 소수에서 다수로, 위에서 아래에 있는 평민들에게 가지고 오는 역사였다.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사의 긴 시선에서 보면 보다 많은 이들이 주권을 가지는 쪽으로 발전해왔다.정치발전의 중요한 계기점에 선 민주당이 시민들의 주권을 강화하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포함한 정치개혁을 진행해야 한다.미약하나마 국민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소수정당이 진입할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과거의 병립형으로 되돌아갈 경우 민심의 강한 역풍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정치는 시민에게 달려 있다 민주주의 지수조사에서 보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성취가 높을수록 정치는 안정되고 사회가 통합된다.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들에게 주권을 직접 부여하거나, 북유럽처럼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통해서도 가능하다.시민들에게 주권이 있으면 정치인들은 민심에 어긋한 정치를 하기 힘들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순간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보다 많은 주권을 가지는 것은 안정과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지만, 시민들이 주권을 가지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권력은 아비와 자식 간에도 나누기 힘들다’라는 말처럼 권력은 스스로 독점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나쁜 권력자를 만났을 때는 독점화의 속도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권력의 독점화를 막기 위해서는 종횡으로 견제와 균형의 제도를 만들고, 시민들이 주권자의 위치에 당당히 서 있어야 한다.시민들이 스스로 주권을 확보하고, 주권자의 자리에 서 있지 않으면 주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주권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시민들은 당장에 선거법 개정부터, 멀게는 시민주권을 위한 헌법개정까지 끊임없이 주권자로서의 공부와 행동을 해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정치업자들이 주권자의 권리를 가로채 갈 가능성이 크다.민주주의를 만들고, 지키고, 키우는 일은 많은 이들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시민 개개인들이 직접 하지 않으면 신도, AI도,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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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 상생사회 일천인선언 상생의 소리단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 퇴행의 한국 정치, 희망이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9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야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연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제 살기에만 급급해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치로 인한 정치 불신을 완화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로 인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꾸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은 어느 때보다도 간절해 보인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이 사문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발안・국민투표・국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정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바램과 열망은 여러차레 물거품이 되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주관으로 2023년 5월 실시된 ‘숙의형 공론조사’(500인 회의) 권고안은 공론조사의 편향성 등을 이유로 여당측이 수용을 거부해 무산되었다.4월 총선이 코앞인데도 여야는 표 득실에만 급급해 아직 선거방식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례대로 총선을 1개월여 앞두고 밀실담합할 것이 뻔해 보인다. 개헌은 더 첩첩산중이다. 1948년 헌법제정 이래 9차례 개헌이 단행되었지만 그때마다 최고 권력자의 의도대로 바꾸거나 정치인들끼리 적당히 타협해 만들어졌다.4・19혁명으로 단행된 3차 개헌(1960)과 6・10민주화항쟁이 이끌어낸 9차 개헌(1987)에서는 국민 여망이 많이 관철되었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주도한 개헌은 아니었다. 2017년에는 국회 개헌특위 산하에 시민 200명~300명을 무작위 추출해 ‘헌법개정 시민회의’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안되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그나마 당시 ‘국민참여에 의한 헌법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안’(개헌절차법)에 명시된 ‘시민회의’ 역할은 헌법개정안(기초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는 ‘자문’ 수준에 불과했다. ◇ 왜 시민의회인가? ‘국민참여’에서 ‘시민권력’으로 시대가 바뀌었다. ‘국민참여’가 아니라 ‘국민주도’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국정 운영방식도 협치(governance)를 넘어 시민권력(civil power)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세계 곳곳에서 민주적 혁신(democratic innivations)의 이름으로 다양한 유형의 미니-퍼블릭(mini-public)이 시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의 실험이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다. 한마디로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로 국회를 구성하는 방식이다.고대 아테네의 민회를 본따 ‘추첨민주주의’, ‘추첨의회’라고도 한다. 기득권이나 정치적 이해구조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운 시민들로 의회를 구성해 입법권을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기존의 대의제에 도전하는 혁명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회를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개헌을 위한 아일랜드(2012, 2016)와 아이슬란드 시민의회(2010-2012),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2004) 및 온타리오주(2006)와 네덜란드 시민의회(2006), 프랑스의 기후위기 시민의회(2020-2021), 지방의회 단위에서 구성된 동부 벨기에 시민의회(2019) 등을 들 수 있다.이 중 아일랜드의 2차 시민의회는 2018년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전면 금지한 수정헌법 제8조를 개정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주로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경제위기 타개와 정치개혁을 위해 시민의회 창설을 공약한 뒤 법률을 제정해 발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정당과 정치인이 주도한 선거제도 개혁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민의회 운영이 파행을 거듭한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캐나다, 네덜란드).특히 주류 언론과 기득권 정치세력이 시민의회 활동에 비우호적이거나 권고안 수용을 거부해 제도개혁이 무위로 끝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아이슬란드, 네덜란드).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을 벌인 이후 주류 언론과 정치권의 견제로 영향력이 퇴조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 시민단체가 연대한 아이슬란드 사례에 주목해야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춰볼 때, 국회에서 개헌이나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의회 구성’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점에서 아이슬란드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함의를 던지고 있다.아이슬란드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출하자 2009년 시민단체가 연대한 앤트힐(Anthill) 주도로 시민의회(National Forum)를 설립했다.아이슬란드 의회는 이같은 시민사회의 압박에 2010년 헌법회의(Constitutional Assembly)를 설립하는 법률을 제정해 2차 시민의회가 출범하게 된다. 비록 각국의 사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시민의회는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특히 ‘동부 벨기에 모델’(2019)은 기존의 공식적인 대의기관(지방의회)과 시민숙의기구(시민의회)가 융합된 형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된 시민의원과 직접선거로 뽑힌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에서 정책권고안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이같은 방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 핀란드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오리건주에서 2008년부터 시행 중인 ‘시민주도적 검토’(CIR)는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패널이 법안을 투표하기 전에 사전 심의한 시민검토서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주권을 되찾기 위해 국민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최대 관문인 개헌과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시민의회’라는 지렛대가 필요하다.4월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국민주도 개헌을 위해 시민의회 구성을 공약하라”고 시민사회단체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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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직접민주지역자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원꿔주기’, ‘꼼수제명’, ‘위성정당’, ‘비례대표 셀프공천’, ‘친명횡재 비명횡사’, ‘윤핵관’ 등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고 보게 되는 말들이다.요즘 정치를 보면 그야말로 요지경이요,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후보등록 5일을 앞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정당 기호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위성정당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뚝딱뚝딱 창당이 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인데 선거의 본 취지와는 무관한 말들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공직선거법상 '선거 1년 전까지는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 법을 만든 국회는 수십 년간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선 정작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법 자체를 형해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규칙을 만든 선수가 제 손으로 그 규칙을 농락하는데 앞장선 꼴이 됐다. 대놓고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표명한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위성정당을 그토록 비판했던 이재명 대표와 소수정당,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온갖 명분을 가져다 붙이면서 위성정당을 버젓이 창당하고 셀프공천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현재 정치권, 언론계, 시민사회 모두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 지역소멸 대응, 지역주의 완화, 다양성을 증진하는 선거제도로 바꿔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지만 안타깝게도 선수가 게임의 룰을 만드는 권한을 갖고 있다보니 국민의 명령을 들을 리 만무하다. 지난 해 4월에는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려 더불어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8명으로 총 100명 의원이 선거제도 관련 발언에 나섰다.그리고 이후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를 개최했고 KBS 생중계도 진행했다. 500명의 시민참여단 투표결과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질문에 숙의 전 27%에서 숙의 후 70%로 43%포인트 증가했고, ‘국회의원 수를 더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숙의 전 65%에서 숙의 후 37%로 하락했다.국민 집단지성에 의한 결정은 국회의원 300명이 결정하는 것보다 객관적이고 탁월한 결과를 도출해내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실제로 스위스,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매년 평균 1% 화력발전량 감축, 화력발전소 신설 및 확장 중지, 일본 후쿠시마 및 4개 지역 농산물 수입금지 유지, 민법을 통해 동성 간 혼인 관계 보장,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규정한 ‘전기법’ 조항 폐지(탈원전 정책 중단) 문제 등을 결정한다. 스위스는 1년에 4회 정기적으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6개월 정도 충분한 토론과 숙의 기간을 거친 후 투표에 들어간다. 대만 국민투표법은 만 18세 이상 유권자 수 0.01%가 모이면 투표에 상정할 안건에 대해 서명을 시작할 수 있고, 1.5%의 서명을 얻으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비용 등 효율성 측면을 고려하여 선거가 치러질 때 함께 진행되고, 이 때 결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2년간 반하는 정책을 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직접민주주의 헌법개정을 하자는 적극적인 요구들이 분출되고 있다. 헌법 1조에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 등을 중요한 개념으로 추가하자는 주장도 있고, 헌법 4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헌법 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를 "입법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직접 또는 그 대표자를 통하여 입법권을 행사한다"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선거, 헌법개정, 공직선거법, 연간 예산, 기타 주요한 법령 등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하고 그 외의 것들은 지금과 같이 대의정치를 통해 운영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지, 몇 명을 뽑을지와 같은 중요사안은 국민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범시민사회계에서는 정치개혁과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움직임과 목소리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민의회’는 기존의 지방의회, 국회와 별개로 존재하는 제도로 선거가 아니라 추첨에 의해 뽑힌 시민대표들로 구성된다.무작위로 뽑혔기 때문에 어떠한 이익집단들로부터도 자유로운 수백 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자치단체와 국가의 중대한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활발한 토의와 충분한 숙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리는 시스템이다.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법으로 제도화되어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시민의회 등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토론회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직접민주주의’, ‘지역정당’, ‘지역자치’의 가치에 동의하는 전국의 지역정당들이 연합하는 ‘직접민주지역자치당’이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이들은 대한민국 최초로 '직접민주주의'와 '지역정당'을 새로운 정치 아젠다로 내놓고 있으며, 중앙이 아닌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최초의 정당, 직접민주주의로 운영하는 최초의 정당이 되어 정치문화를 완전히 새롭게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국회가 작동하지 못하면 주권자로서 국민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 시민의회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도입은 국민주권과 국회의 신뢰 회복,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개헌과제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많은 정당과 후보자들이 직접민주주의 아젠다에 관심 갖고 관련 정책을 내놓기를 바라며 선거 이후 구체적인 개헌, 법제화 논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이라면 이번 총선에서 직접민주주제와 현재의 대의민주제를 적절하게 결합한 하이브리드 민주주의를 위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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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봉 상임대표(SDG더나은세상) 한울림교회 목사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노자 17장에 보면 “태상(太上)은 하지유지(下知有之)하고, 기차(其次)는 친이예지(親而譽之)하고, 기차(其次)는 외지(畏之)하고, 기차(其次)는 모지(侮之)라”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를 백성(百姓), 지금 시대로 말하면 국민(國民)들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구절이다. ◇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태상(太上)은 하지유지(下知有之)하고! 태상(太上)이란 가장 높은 지위란 뜻인데 문맥으로 보면 가장 훌륭한 지도자쯤이 되겠다. 세상을 다스리는 지도자 중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백성들이 잘 모른다는 얘기다.세상은 태평성대(太平聖代)요, 생활은 넉넉하여 근심이 없으니 구태여 다스리는 자가 누군지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도자도 시시콜콜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세상이 저절로 질서 잡혀 돌아가기 때문이다.혹 조금 삐꺽거리고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무리하게 억지로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툼이나 시비가 일지 않는다. 위무위즉무불치(爲無爲則無不治), 무위로써 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기차(其次)는 친이예지(親而譽之)하고! 다음으로 쳐 줄 수 있는 지도자는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다. 백성들은 그를 가까이하려 하고 받들어 준다. 그의 치적에 대해 칭송하고 감사한다.지도자를 잘 뽑아 나라가 편안해졌다고들 한다. 그가 한 일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는 하나 시비와 다툼의 소지를 가진 것들도 있다.아무리 유능하고 훌륭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100가지를 다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 중 몇 가지라도 백성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누구는 불평을 할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기차(其次)는 외지(畏之)하고! 이보다 못한 지도자는 아랫사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두려워서 고개를 조아리고 복종할 수밖에 없다.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응징한다.그렇지 않으면 세상을 통치하기 어렵다. 심복이라 할지라도 눈 밖에 나면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지도자의 카리스마는 남아있다. 그래서 주변에는 그나마 충성스런 자들이 존재한다. 기차(其次)는 모지(侮之)라! 마지막으로 제일 하급의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경멸을 당하는 자다. 백성들이 경멸하는 이유는 그가 무도하고 거짓되기 때문이다. 백성들을 사랑하지도 나라를 위하지도 않는다. 그 속에는 다만 권력욕만 불타고 있을 뿐이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쥐어야 한다. 권력을 쥐고 나서는 그 권력을 빼앗길까 조바심을 낸다. 측근도 믿지 못하고 늘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나라와 백성을 팔아먹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 근 현대사를 통하여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평가해 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아니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통틀어 태상(太上)에 해당되는 지도자가 있을까? 전설 속의 성군인 단군왕검이나 세종대왕쯤이 그에 속할까? 백성들이 가까이 여겨 진심으로 받든 지도자도 손에 꼽을 듯하다.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어떨까? 친이예지(親而譽之)에 해당하는 지도자는 몇이나 될까? 외지(畏之)나 모지(侮之)한 지도자만 만났다면 우리 백성들은 참으로 불행한 세월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 ◇ 4.10 총선에 대한 국민의 선택은? 이번 4.10 총선에서 야권에 189석이라는 압승을 안겨준 국민들의 선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근 현대사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독재정권에 대항하며 많은 피를 흘렸다.그러면서 4.19, 5.18, 6.10, 촛불혁명을 통해 독재와 파쇼 정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외세와 정치권에 의해 도로아미타불 되는 경험을 반복해 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의 축적이 이번 표심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촛불혁명을 이루며 우리 국민들이 가진 바램은 근현대사의 질고가 되었던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자주와 통일을 향해 가는 민주 정부의 완성이었을 것이다.그 바램의 결과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180석의 민주당 압승이었다. 그러나 5년 뒤의 결과는 0.73% 차이의 대선 패배였다. 나는 이 결과가 선진국 진입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 하나 이뤄내지 못한 나약한 정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명한 의사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 선거에 뛰어들게 된 이유 2020년 11월에 나는 내 인생에 중요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은 43년 동안 해왔던 시민운동의 자리를 내놓고 대선과정에 참여해야겠다는 것이다. 1977년 감리교청년회 운동을 시작한 이래 나는 목사로서 풀뿌리 시민운동을 지속해왔다.정치와는 일정의 거리를 둔 채 사회변혁을 위해 복무하려고 애써왔다. 지역시민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선거 때마다 유권자운동본부 등을 구성하여 17차례 선거감시, 정책제안, 낙천 혹은 좋은 후보 지지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에는 우리 사회 미래의 최대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직접 선거에 뛰어들게 되었다. 특히 이낙연씨를 둘러싼 세력들의 행태를 보며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컸었다.그래서 옛동지들을 규합하여 15개월간의 대선 대장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 2년 동안 무너져 가는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이번 총선에도 관여했다.지역의 동지들과 함께 일선에서 활동한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나는 밖에서는 보지 못했던 정치권 내부를 들어다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 총선 승리의 요인 이런 과정을 통해 이번 총선이 주는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총선 승리의 요인을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가 칭송할 만한 민주시민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잘 보여 준 일대 쾌거라 할 수 있다. 총선을 서너달 앞두고 윤 정부가 6.29 또는 10.26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6.29 전략은 한동훈을 등판시켜 5공화국 말기의 노태우 6.29선언처럼 반전을 일으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0.26 사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살해 미수 사건으로 비교될 수 있었다.만일 이재명 대표가 천운으로 살지 못했다면 야권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고 총선 역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한몫할 것으로 보였으나 민주시민의; 역량은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우려는 북풍 공작이었다. 간첩 조작 또는 북한과의 국지전 등 전쟁의 위협으로 총선을 치루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하지만 한반도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었던 3월 한미연합훈련은 사상 유례없이 조용히 치러졌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총선 막판까지 계속된 촛불대행진도 윤석열 정권 심판의 열기를 끌어 올렸고, 이재명 대표의 선거연합 결단도 총선 승리의 계기가 되었다. ◇ 총선 이후,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총선 압승 이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도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는 헌법개정을 통한 제7공화국의 탄생일 것이다. 이를 통해 적폐청산과 민생회복, 평화통일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는 정치권의 대오각성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윤석열 탄핵과 헌법개정을 위해 야권 200석 이상을 기대했던 국민들 가운데는 ‘대승이라는데 뭔가 찝찝하다’는 반응이 있다.하지만 나는 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의 절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는데도 별 성과 없이 윤석열 정부의 탄생을 지켜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아마도 국민이 이룬 성과를 정치인에게 몽땅 양도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야권에 189석을 준 것은 탄핵과 헌법개정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는 할 수 없으니 국민들의 명령을 따르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권력자가 아닌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도구임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 22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부터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행정부(모피아 등)나 사법부 등 타 분야 특권도 폐지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또 4년 임기 동안 의원 1인당 50억 원 이상의 혈세가 지원된다는데, 그 경비를 대폭 줄여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의 국회의원 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구의원 300명, 비례대표 300명으로 증원하면 좋겠다. 세 번째는 헌법개정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국민발안권, 국민소환권, 주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 주민자치 기본권 등 헌법개정과 마을기금 법제화 등 주민자치법 개정, 시민의회법 제정 등을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선거법을 개정하여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지역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적 공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위원장의 사천 등 공천과정에서의 횡포를 완전히 막아야 한다. 특히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국가 과제를 헌법정신 속에 못 박아야 한다.그래하여 과거 청산을 통한 새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번 총선 이후, 권력을 사유화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다시는 발호 할 수 없도록 촛불 국민들은 계속 행동에 나설 것이다.다음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대통령이 누구인지 관심갖지 않아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최상의 지도자가 뽑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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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이승봉 광명더불어파티(준) 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요즘 세간에 떠도는 심한 농담 중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 헌법 1조에 관한 것이다. 헌법 1조는 2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헌법에 나오는 권력과 권한 1조 ①항은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는 ‘공화국’이고, 정치체제는 ‘민주주의’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②항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다.②항이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권력 행사에 관한 것이다. 헌법 조문 안에서 1조 ②항에서만 유일하게 ‘권력’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 외의 조항에서는 권력이 아니라 모두 '권한'이라고 표시한다.이는 국가(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비롯한 모든 헌법기관)의 모든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한정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권력의 원천은 오직 국민이 유일하다는 것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판사나 검사 등 그 누구도 권력을 휘두를 수 없고 국민이 위임한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그런데 세간에서는 헌법 1조 ②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건희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건희로부터 나온다”라고 바꿔 말하며 현 세태를 조롱하고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에 관한 것이다. 권익위는 지난 6월 10일 참여연대가 ’윤 대통령 부부와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사건‘에 대해 “위반사항이 없다”며 종결 처리 결정을 내렸다.검사 출신의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이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최 목사가 재미교포라는 점을 들어 외국인이 건넨 선물은 국가 소유의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신고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청탁금지법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을 결정 근거로 들었다. 이 결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권익위가 건희위가 되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게시판에는 권익위의 청탁금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조롱 글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권익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김건희 권익위 방지법’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김 여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조국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앞으로 공직자 가족들은 대놓고 300만 원짜리 선물을 받아도 되지만 절대 표창장과 장학금은 받으면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4·19, 5·18. 6·10,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해 온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백주대낮 한반도의 남쪽에서 가능할까? 그리고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파동이 주는 의미 얼마 전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를 했고, 그 결과가 권리당원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 사이에 공분을 일으켜 큰 파장이 일었다. 불과 며칠 사이 당원 2만2천여 명이 탈당했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7~9%가 빠졌다. 이 사태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매우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로 보았다.이 대표는 6월 21일 채해병특검 당원 난상토론에서 이 문제가 “잠시 일렁인 정도가 아니고 근본적인 밑바닥 흐름에서 감지되는 중”이며 “이 흐름을 당이 분열하고 역량이 훼손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새 발전의 계기로 만들 건지 그 기로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5월 22일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일하는 국회’, ‘국민이 부여한 힘과 권한 수행’, ‘당원민주주의 강화’라는 결론이 나왔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는 ▲국회법 49조에 따라 매주 상임위(월~화), 상임위 소위(수), 본회의(목) 개최 ▲기후위기, 저출산, 사회 양극화, 지역균형 발전, 남북화해협력 등 대안 마련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국민이 부여한 힘과 권한 수행은 ▲대통령 견제 ▲강력한 야당 ▲검사, 장관 등에 대한 탄핵 권한 적극 행사 ▲정부측 인사 불출석, 위증, 자료 미제출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권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 당원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당원의 의사를 당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TF팀을 만들기로 했다. 워크숍에 앞서 있었던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의 강연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일제강점기로부터 지금까지의 민주화 운동 대중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최근에는 시민운동이 쇠퇴하면서 그 주류가 정당가입을 통해 욕구를 실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즉 시민대중들의 정당운동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다. 그동안 민주시민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본다면 반정부단체(NGO)에서 비정부단체(NPO)로, 그리고 지금은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운동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시민단체의 위축과 정당의 확대라는 현상은 한국의 특이한 현상인데 민주시민 대중들의 요구는 과거 NGO나 NPO가 하던 일을 정당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와 참여를 통해 정당 참여의 효용성을 느낀다고 한다. ◇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충돌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가 가져온 파문은 이제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논란으로 커져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와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다선의원들은 국회의장단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조항에 반대하며 속도 조절론은 제기하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논리다.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6월 6일 당원과의 소통행사에서 당원들의 주권행사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바람직한 현상의 일부라고 본다"고 말했다.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매일 얘기하는데 그 권력의 원천이 원하는 바에 의해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다고 하는 것은 논리 모순, 언어도단 같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 선거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이고, 당으로 좁혀보면 원내정당적 사고와 대중정당적 사고가 부딪히는 지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흐름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88.9%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물러설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 왜 대의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사실 대의민주주의란 정치체제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정치의 이상은 시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직접 민주정치에 있지만,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공공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한곳에 모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됐고, 이런 대의민주주의는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치 형태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문제도 많다. 대의민주주의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잘 대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경우에 따라 국민의 의사와 반하게 된다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전쟁을 결정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도 그렇듯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은가?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표를 구걸한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경험하고 있다. 목이 뻣뻣해져, 주권자를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공공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개인의 이해 관계가 개입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때로는 당과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거대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종종 내릴 수도 있다. 이런 모순 때문에 국민들은 대의민주정치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포함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적 각성이 커져가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발전해 왔다. 직접민주주의 요소인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제 등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고 무늬만 직접민주주의다. ◇ 새로운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시대 대의 민주주의가 도입된 결정적 이유가 직접민주주의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런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기술적으로 쉽게 국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투표시스템을 갖춘다면 공공의 주요정책이나 결정은 실시간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 대의민주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동안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집단들의 저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로의 이행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정치권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직접민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당의 대표자들, 국회의장단에 대한 투표 반영뿐 아니라, 헌법재판관, 법원장, 검사장 등 공권력 기관장 등에 대한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국민발안권, 국민소환권,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 주민자치 기본권 등 헌법개정과 마을 기금 법제화 등 주민자치법 개정, 시민의회법 제정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작금의 민주당 흐름을 본다면 다선 국회의원들 중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정부와 여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방법을 찾아아 한다. 다행인 것은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조직화가 중요하다.우리 국민들과 민주당 당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투표권 행사다. 국민과 당원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흐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 새로운 시대, 시민들은 직접 주권행사를 원한다 1977년부터 민주화 운동, 시민운동을 해 온 필자는 시민운동의 쇠퇴를 보며 정치시민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2020년 11월 그동안 수행하던 시민운동의 모든 직책을 내려 놓고(당시 경실련 중앙위 부위원장, 경기경실련 상임대표, 광명경실련 공동대표, 경기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동대표, 광명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광명시민신문 발행인 등) 대선과 총선에 참여했다.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면서 정치개혁의 열망을 가진 동지들이 많이 모였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동지들은 흩어지지 않았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에서부터의 정치개혁을 해보자는 결의를 다졌다.그 결과가 ‘광명더불어파티’라는 조직의 출범이다. 정치가 주민·시민들의 축제가 될 수 있고,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도해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아직은 준비위원회 단계지만 다음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정치개혁의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광명더불어파티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면서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공유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동지들이 많이 발굴되었다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참여한 이 중에 IT기술자가 있어 더불어파티라는 정치혁신플랫폼의 개발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독점되고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는 지역 정치를 살리자고 만든 솔루션이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220여만 명이라지만, 당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정당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단 민주당 뿐만 아니라, 다른정당과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예를 들어보자. 254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나눈다면, 각 선거구에는 편차는 있겠지만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평균 8600여 명씩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거구별 현실은 어떠한가?소수의 당직자들을 제외하면 권리당원이 누구인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밥을 함께 먹어도 스스로 권리당원임을 밝히지 않는 한 도무지 알 수 없다.이는 소통 채널의 부재 때문이다. 당의 행사에 가야 그나마 열성 당원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가물에 콩 나듯, 그것도 선거 때만 몰리는 당 행사가 권리당원들의 의사소통과 요구를 담을 수 있을까? ◇ 더불어파티, 시민들과 함께 꾸는 꿈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치혁신플랫폼 ‘더불어파티’를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파티’를 매개로 당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스스로를 조직화 할 수 있으리라 본다.지역별·분야별 이슈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5백 명이 모여 있으면 지역구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들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1천 명이 모여 있다면 그 중에는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치혁신플렛폼 ’더불어파티‘는 현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여러 기능들을 갖추어가고 있다. 이 솔루션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당원 또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소통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공유할 수 있는 혁신적 정치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이슈를 공유하고 캠페인을 함께할 수 있고, 자신의 조직이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정치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고, 지역에서부터의 정치개혁을 만들어갈 온라인 공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파티는 지역에서부터 정치개혁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첫 번째로 함께 꿈꾸는 일은 7월 5일 저녁에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더불어파티에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고, 뜻있는 모든 이들이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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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올림픽 시즌이 돌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지만, 만남도 어렵고 둘러앉아 회포도 풀기 어려운 요즘 같은 날엔 젊은 선수들의 몸짓과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흐른다. 스스로 몸을 놀려 땀을 흘리는 것보다야 못하지만, 거의 모든 활동이 막히고 코로나 우울증에 걸린 이들에게 스포츠를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치료제다. 돌아온 정치 시즌, 우리 정치의 자화상 정치의 시즌도 돌아왔다. 7개월 뒤면 대통령 선거가, 10개월 뒤면 8번째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들의 가슴은 이미 8월 염천보다도 더 뜨겁다. 코로나19의 창궐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긴 어렵다. 코로나19도, 기후변화도 정치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국민들은 그렇게 믿지 않지만,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가 남다른 사람들이다. 스포츠와 정치,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닮기도 했지만 물과 불처럼 상극이기도 하다. 스포츠가 몸으로 하는 정치라면, 정치는 말로 하는 스포츠다. 둘은 단기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며, 상대방을 이겨야 스스로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많이 닮았다. 하지만 말보다는 몸이, 정치보다는 스포츠가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말은 웬만한 지성으로도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기 힘들지만, 몸은 그 자체로 투명하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는 스포츠보다 정치가 백배 천배 중요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는 술 한 잔 마실 일은 없겠지만, 내가 뽑는 동네 이장과 시장은 밥과 술을 먹으며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디어에 정치가와 정치평론가의 말들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곧장 개벽이라도 이뤄질 듯하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말과 정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상실됐기 때문에 정직한 몸과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더욱 강해진다. 촛불시민혁명과 문재인 정부 대한민국이 근대국가를 형성한 이후에 몇 차례의 혁명적 전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전환과 혁명은 없었다. 60년의 4월이 그랬고, 80년의 5월이 그랬고, 87년의 6월이 그랬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인 문전까지 들어가긴 했지만, 우왕좌왕하다 똥 볼을 차버리는 과거의 한국 축구와 정치는 많이 비슷했다. 그래도 그동안 축구는 월드컵 4강에도 들고, 올림픽에서 동메달도 따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지난 2017년 시민들은 ‘촛불시민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엄동설한을 견디며 문재인 정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해물 때문에 갈 길을 못 간다고 투덜거리자, 시민들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을 통해 걸림돌과 방해물을 모두 제거해주었다. 그야말로 아낌없는 지지였으며, 전폭적인 후원이었다. 그런데 지난 4년을 뒤돌아보며 헛된 말에 속았다는 이들이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주리라 믿으며 기다렸던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됐고,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국가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실제로 총량 기준으로는 진입했음)을 하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의 보통 국민들은 양극화와 불평등 속에서 여전히 어렵게 오늘을 살고 있다. 실패한 여의도 정치, 시민들의 직접 정치를 허하라!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은 다시 화려한 말과 공약을 쏟아낸다. 기본소득, 신복지, 자치분권국가 등이 그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선거철을 맞아 많은 분들이 다시 이들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지만, ‘역시나’라는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화려한 어록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는 왜 이렇게 실패할 거듭할 수밖에 없을까? 우리 사회의 정치가 실패를 거듭하고,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라운드를 절반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에 있다. 정치는 시민들에 의한 직접정치와 직업정치인에 의한 대의정치라는 두 날개로 함께 움직여야만 온전한 날개 짓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한쪽 날개는 제대로 날개 짓을 해본 적이 없다. 시민들에게 정치는 선거 날 투표하고, 지지하는 후보에게 열광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을 연 ‘장 자크 루소’가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은 선거 날 하루만 자유롭다”고 지적한 것처럼, 시민들의 자유 확장을 위해서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새로운 전환의 출발은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와 정치의 확대에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3대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의 제도적 장치는 아직 우리 헌법에 보장되어 있지 않다. 국민투표가 있기는 하지만, 헌법의 규정에 의거해 국민이 직접 투표안건을 정할 수 있는 레퍼렌덤(Referendum)과 통치자가 안건을 정하고 국민투표에 붙이는 플레비시트(Plebiscite)로 구분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플레비시트는 국민투표로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역사에서 진행된 6번의 국민투표는 모두 플레비시트 유형이었으며, 그 중에서 5번은 박정희 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실시했다. 2020년 3월에 국회는 절반이 넘는 국회의원이 국민발안제를 도입하자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통령과 국회에만 있는 헌법 개정 발의권을 국민들에게도 주자는 제안이었지만, 보수야당의 거부로 폐기되고 말았다. 민폐를 끼치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이라도 소환하자는 제안은 국민들에게 뜨거운 관심사지만 제도화는 난망하다. 지방자치법에서도 주민소환, 주민발의, 주민투표법이 형식적으로 갖춰져 있지만, 문턱이 높아 실효성은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자치지만 지난 30년 동안 주민들에 의해 소환된 지방의원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선거라는 이름을 통해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하는 것 말고는 정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없다. 스위스와 북유럽의 시민정치 스위스에서 시민들과 주민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유권자 10만 명이 동의하면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고, 5만 명의 참여가 있으면 각종 법률의 제정과 개정도 시작할 수 있다. 해마다 분기별로 4차례의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해 국민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UN이 선정한 가장 행복한 국가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도 유권자의 1.2%에 해당하는 5만 명이 발의하면 국회에서 자동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국민발안제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시민주권의 강화가 분열과 대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보수야당은 반대하지만, 오히려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는 사회통합과 국민화합으로 이어진다. 시민들의 숙의와 토론을 거쳐 결정된 만큼,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승복하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북유럽이 우리처럼 사회갈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이들 국가가 사회갈등이 적고 사회통합력이 높은 것은 이렇게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데는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작은 단위나 하급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적으로 권한과 예산을 주어야 하며, 상급단위는 이들이 보다 잘할 수 있도록 보충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되지 않는 일 중의 하나다. 이미 대부분의 권한이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최상층에 있는 데다, 하급기관이나 작은 공동체에서 좋은 성과와 모델을 만들면 상급기관은 오히려 자신의 작품처럼 만들고 스스로 공치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국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서 마을공동체를 위한 조례를 만들고, 지원조직을 만들어 육성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책임·예산을 주지 않고, 주민들을 그저 참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관변조직에 가까운 주민자치위원회를 일신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설립을 육성했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관료들이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없고, 시민들 또한 자신의 권리와 좋은 사례를 보지 못한 탓이 크다. 도쿄 올림픽과 알뫼달렌 정치 축제 아베정권이 일본의 부활을 목표로 시작됐던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날로 폭증하고 있으며, 무관중으로 인한 적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 추락한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라고 볼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한 스위스였다면 올림픽 진행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였을 것이고, 국민들의 토론과정을 통해 적어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후유증을 최소화했을 것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매년 7월이면 고틀란드섬의 알뫼달렌이라는 곳에서 스웨덴의 정당과 정치인, 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알뫼달렌 정치박람회’이름으로 정치 축제를 8일간 연다. 스웨덴의 8개 정당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자신들의 정책과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토론하는 이 정치 축제를 50년 넘게 운영해왔다. 축제 기간 동안 1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알뫼달렌은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가 되었으며, 정치박람회는 세계적인 관광 상품이 되었다. 북유럽 5개국 모두가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TOP10에 드는 지를 알뫼달렌 정치 축제 하나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에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지만, ‘부강한 국가, 불행한 국민’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행한 국민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여의도 대권주자들은 화려한 공약과 정책을 선보이지만, 핵심은 시민들에게 주권자의 권한의 되돌려 주는 일이다. 지난 역사를 봐도, 위기는 항상 위정자들이 일으켰고, 국민들은 온 몸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행한 국민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빨리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한국판 알뫼달렌 정치 축제’를 열고 주권을 되돌려 받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윤호창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임이사 webmaster@parang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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