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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도영인 전)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작년 몇 달 동안 나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남양주 별내 신도시에 있는 고층 아파트를 팔고 제주시의 신축 빌라로 이사하게 되었다.부동산 시세의 하락과 건축업계의 재정난 때문에 원래 공지되었던 날짜보다 몇 달씩 입주일이 지연된 것이다. 임시거처에서 새 빌라의 완공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지인들이 내게 자주 물었다.은퇴 후 삶의 터전으로 비교적 살기 좋은 지역에 잘 정착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왜 번거롭게 다시 이사를 결정했냐고 의아해했다. 그것도 차로 왕래하기 어려운 제주도까지 꼭 이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내 응답은 간단했다. 자연의 품 가까이 살겠다고. 일 위주로 살아온 내가 은퇴할 때까지의 바쁜 생활을 돌아다보니 집 주변 자연환경 속에서 큰 행복을 누렸었던 기억이 뚜렷했다.나는 미국 동부의 아름다운 해변마을에서 만끽했던 지구 어머니의 평온한 생명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나는 제주도의 푸근하고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누리려고 내 생애 마지막 이사를 감행한 것이다. ◇ 인간이라는 섬, 사회적 동물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1938~), ‘섬’ 인간(人間)은 서로 간격을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 인간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상의 고등 동물’이라고 정의된다.우리는 각자 다른 이와 분리된 몸으로 섬에 비유될 수 있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산다. 동시에 다른 인간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내면의 욕구가 있다. 의식주 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자 다른 모습의 몸을 생산적으로 쓰는 가운데 자기 피부의 안팎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창조한다.아직 미성숙한 사춘기이거나 외모만 돌보기에 바쁜 경우에 눈에 보이는 모습이 진정한 자신인 줄로 아는 사람도 많다. 자기 몸의 모양새가 진정한 자신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사용하는 삶의 임시도구일 뿐이라는 걸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 걸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인간은 겉모습보다는 자기만의 은밀한 내면 정체성이 훨씬 더 중요한 동물이다. 표층적인 동물의식을 갖고 먹고사는 욕구에만 집중하는 동물과 인간이 서로 다른 점이다. ‘단세포적인’ 인간이라든가 의식 수준이 낮은 ‘파충류’ 인간이라는 표현은 단연코 모욕적인 언사일 수밖에 없다. 인간 욕구는 생존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몸이 홀로 선 섬과 같다면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세계라는 미묘한 섬을 각자 만들어낸다.사람은 자기만의 의식세계를 보전하기 위한 서로의 거리가 필요한 존재이다. 보통 인간은 혼자만의 심리세계와 동기부여의 방향에 따라 감성적 특성을 가진 내면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정현종의 시적 표현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개인은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가진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 시인의 마음에서 나는 섬이 주는 물리적인 거리감보다는 심리적인 고립을 먼저 읽는다.언어라는 개념 도구를 가진 고등한 존재로서 사람들에게는 고립된 섬 (즉 물리적 정체성)과 또 다른 서로 다른 내면세계를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다.미국의 한 유행가 가사 구절인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서처럼 섬을 잇는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우리 인간은 모두가 하나라는 인류의식을 가져야 한다.서로 떨어져 있는 신체적인 정체성을 넘어 각기 다른 내면의 존재감을 존중하는 배려심과 상대방을 돌보려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랜 타국 생활 후에 내가 2010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지난 수 십년 동안 개인주의 체제로 무지막지하게 변화했다. 이제 일인 가구가 거의 25%에 달한다.한국전쟁 이후 너도나도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경제 시스템 속에서 매우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쟁 위주의 일상패턴에 빠져 ‘나 몰라라’ 하는 개인 중심적 인간관계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가 낳은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통계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인 대부분은 고립되어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급히 연락할만한 지인이 있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보다 아무도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고립성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등 거시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역공동체 삶의 방식에서 다시 찾지 않으면 안 된다.기본적으로 홀로 선 섬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 서로를 돌보는 ‘돌봄 공동체’가 가능한가? 화상회의와 SNS 소통방식으로 상징되는 비대면 인간관계가 점점 더 보편화 되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기술적인 방식으로나마 사회적인 연대감을 유지하고 산다.이미 ‘가상공동체’라는 현실이 일반인들에게도 점점 더 익숙해진 세상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각자 처한 시간과 공간이 큰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코로나 사태 이후에 글로벌 차원의 가상공동체인 시공간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내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국시간으로 밤 12시부터 전 세계 지구인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이라는 웨비나 토론에 참여한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증가하는 기술적 교류로 인해 인간관계의 질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지 않나 우려하기도 한다. 현란한 속도의 정보교환에 의존하는 가운데 개인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화상회의 방식의 학술대회나 소그룹 모임이 증가함에 따라 친분 있는 동료와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 악수하고 미소짓는 자연스러운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다.현시대의 비대면 생활패턴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좀 더 인간적인 관심이나 배려심을 나누는 시간을 없애고 있다. 기계화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에서조차 사회적 효과성보다는 기회비용, 가성비 혹은 시간 효율성에 더 신경 쓰게 된 현실이 씁쓸하다. 인간이 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공감과 연대감을 나누기를 원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가운데 ‘우리’를 잊고 사는 개인 중심 일상에 갇히게 되었다.기계화된 체제 속에서 인구 대부분이 자기도 모르게 외로운 느낌과 삭막한 고립감의 늪에 빠진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이제 사람들이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성과 영성적 존재감을 깊이 인식하는 사회체제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다행히 일부 지식층과 깨어있는 시민들 중심으로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중위기 시대로 접어든 한국에서 현재 직접민주주의연대, 상생돌봄공부방, 마을공화국, 지역자치당, 시민사회위원회 등 온갖 유형의 시민연대를 증대시키려는 사회활동이 활발하다.집단협력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위기감에서 벗어나고 더 안정된 사회생활을 실현하려는 지혜로운 집단지성이 왕성하게 표출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촛불들이 많이 있다. 전통 방식대로 반찬을 따로 자기 접시에 담지 않고 한 상에서 나누어 먹는 식습관이 아직 건재하다. 개인들 사이의 거리감을 함께 나누는 음식문화로 좁혀온 한국인의 오랜 집단의식을 엿볼 수 있다.코로나 사태 후로 바뀐 면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는 나눔과 돌봄의 문화가 아직 진하게 남아있다. 나라 전체의 빡빡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5개월 전에 제주도로 이사 온 후 한국문화 속 풍요로운 연대감과 푸근한 인간관계를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 꿈속의 내 고향이 제주도는 아니다 연약한 날개로 장거리 여행을 감행하는 나비들과 고향 땅에 두고 온 둥지를 잊지 않고 찾아 돌아가는 황새와 같은 생명은 고귀한 존재들이다.위험을 무릅쓰고 표출하는 끈질긴 사랑 에너지와 생명 존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일상의 삶 속에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우주적 힘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등 동물이 아닌 생명체들조차도 사랑과 생명의 보금자리를 보전하려는 본능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신비한 우주적 원리에 기반하여 타고난 생명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고유한 존재의미를 창조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서울이나 육지의 큰 도시에서 살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제주도민들을 지난 몇 달 사이에 여럿 알게 되었다. 내가 제주도에 안착한 것은 태어난 고향이 제주도이기 때문은 아니다.돌아보건대 30년이라는 타국 생활 동안에 여러 번 직장을 옮긴 건 마음의 고향을 찾으려는 매우 인간적인 본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에게 있어서 출생한 지역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붙이고 살만한 마음의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나는 2010년도에 한국에서 얼마간만 살아 보려는 생각으로 임시로 귀국했었다. 그리고 결국 퇴직 후에 한국에 정착하기로 하고 미국 집을 팔았었다.생각해보면 내가 끊임없이 중요시해 온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며 살만한 지역공동체를 찾으려는 무의식적 욕구(needs)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 1960년대 한국이 너무 가난했던 시절에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미국식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이민행을 감행하는 인구가 많았다.군사독재와 국가폭력을 피해서 1980년대에도 줄줄이 이민 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2024년 현재 ‘헬조선 신계급사회’를 탈출하려는 젊은 청장년층이 느는 추세다.최근에 카이스트 연구원을 포함하는 최고급 기술인력이 R&D 예산을 삭감한 권위주의 정부의 무도한 정책에 실망하여 미련 없이 이민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지난 이삼십 년 동안의 역이민 추세를 역행하며, 불안정한 교육정책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구절벽 시대에 제주도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 제주도는 희망의 섬 은퇴자의 천국이라 할만한 제주도에서의 내 개인 생활은 여러모로 매우 만족스럽다. 검소한 채식 생활이지만 도심의 나쁜 공기와 불쾌한 인구 조밀 상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다.나는 가까이 해변에서 건강에 최고라는 맨발 걷기도 하고 숲속 산책도 하는 호강을 누리고 산다. 도시개발로 많이 훼손되기는 했어도 제주도에서는 아직 풍성한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나는 제주도 특유의 자연환경의 고귀함을 실감하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영어소통이 가능하므로 사실 나는 지구 어느 곳에 살더라도 새 지역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자신감이 있다.작년에 2개월 가까이 칠순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두 여성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했을 때 그 자신감이 허황한 오만함이 아니었음을 체험한 바 있다.그러나 나는 한국사회의 못남과 자랑스러움을 모두 함께 사랑하는 한국인이자 세계인이다. 판소리와 고전무용을 포함하여 한국문화를 즐기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본래부터 내게는 딱히 이름 지을 수 없는 일종의 ‘한국사랑’ 같은 의식이 내재해 있다. 그러나 나는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 정신을 추종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인류 하나됨’을 추구하는 지구인이다. 영성 면에서 ‘하나됨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기에 형이상학적으로 외롭지 않지만 내 삶의 실존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한국 시민으로서, 미국 시민권자로서, 그리고 이제 제주도민으로서 나는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분열의식으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있는 지구 어느 구석에서도 온전히 평안한 의식세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내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만한 온전한 공동체는 아직 계속 진화하고 성취되어야 할 이상향으로 남아있다.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고 항상 고마움이 있으나, 나는 아직 큰 소원이 있다. “삼촌은 소원이 뭐예요?”삼촌은 곰곰이 생각하다 낮은 목소리로 쑥스러운 듯 말했습니다.“조국 통일.”세상에나 소원이 조국 통일이라니, 신문에서나 보던 말을 실제로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게 소원인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습니다. - [없는 층의 하이쎈스] 김멜라 장편소설 (2023, 327쪽)에서 그렇다. 다시 찾은 내 고향 한국은 절대로 반쪽인 체제로 계속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분단을 극복해야 한다. 제주도 내에서의 환경문제 등 여러 산적한 공적 이슈들과 함께 해결되어야만 할 가장 큰 문제는 분열의식이다.위에 인용된 것처럼 요즘 젊은 층에서 다소 신기하게 들리겠으나 내 소원은 “‘조국 통일’”이다. 일부 극우 그리스도교인들이 꿈꾸는 “빨갱이” 때려잡고 성취하는 흡수통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독일에서 불완전하게 이룬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자본주의 중심의 통일도 아니다.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무엇보다 인권이 존중되는 그런 통일을 원한다.같은 동포를 부자연스럽게 양편으로 갈라놓은 DMZ 경계선을 넘나들며 왕래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하기를 바란다.소통과 왕래를 통해 한민족이 공통으로 갖는 크고 밝은 공동체 정신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그리하면 언제라도 한 국가체제로서의 정치적 통일까지도 점차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제주도에는 섬이라는 특수한 제약을 극복하면서 제주도민이 함께 겪어낸 몽고항쟁과 일제 수탈과 같은 고난의 역사가 있다.일본에 의한 식민지 경험과 처참한 4.3항쟁에서 흘린 피눈물을 제주 곳곳에서 흔히 보이는 검은 돌들이 끌어안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잘못된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오랜 슬픔과 한을 공기처럼 숨 쉬게 된다. 그래서 제주도는 어느 지역공동체보다도 더욱 세계평화에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새내기 제주도민으로서 나는 조만간 우리 민족끼리 서로 왕래하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북한에서든 남한에서든 한국(조선)인 모두 인권 중심의 새로운 체제를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정치적 조작으로 오염된 근대역사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의 본성은 원래 평화로운 돌봄 문화의 가치를 추구한다. 사랑 에너지가 동백나무처럼 꽃 피어 나는 온전한 생명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는 ‘평화의 섬’ 특유의 세계적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본다.인생 후반기 70대에 들어선 나는 제주도에서 그런 희망의 걸음마를 새로 시작한 셈이다. 제주도는 이제 내게 희망의 섬이 되었다. 도영인 님은 전)우송대 사회복지학 교수를 정년 퇴임했고, 현재는 Deep Change Inc에서 영성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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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인구감소해 구도심의 붕괴 빨라져, 지역의 창업인프라가 부실해 우수 인재유치를 통한 신산업 발굴도 어려워▲대전시청 전경(출처 : iNIS)▶ 폐쇄된 공무원 네트워크로 사회 혁신의 가능성 낮아사회2019년 11월말 기준 대전시의 인구는 총 147만명으로 남자는 73.7만명, 여자는 73.9만명이며 여자가 많다. 10월에 비해서는 1,481명이 줄어들었는데 동구, 중국, 서구, 유성구, 대덕구 등 모든 지역의 인구가 동반 감소했다.2015년 154.2만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2020년 152만명으로 회복한 이후 2035년 15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많고,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예상대로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대전과 충남의 인구가 세종특별시로 유출되는 현상, 소위 말하는 ‘세종시의 빨대현상’이 지속되면서 인구감소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중앙정부 이전지로 세종시가 결정된 것이 이중 삼중으로 대전시에 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2019년 9월 대전지법은 민원인으로부터 중고차를 뇌물로 받고 행정편의를 제공한 대전 중구 소속 공무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동년 11월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업자로부터 구청 옥상에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직무와 연관성이 없고 평소 친분이 있어서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2019년 6월 대전시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시청 수유실에서 불법 미용시술을 받다가 발각됐다. 출장을 내고 수유실에서 속눈썹 연장 시술을 받다가 우연히 방문한 시민의 신고로 드러났다.시술 행위자는 미용 자격증이 있었지만 영업신고가 되지 않은 장소에서 시술해 공중위생법을 위반했다. 공무원의 근무태만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지만 발각된 일탈행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는 직권남용죄, 직무 위배죄, 뇌물죄 등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과거에는 공무원의 급여가 적어서 부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현재는 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 부패하는 것은 공무원 스스로 엘리트라고 인식해 민간인보다 머리가 좋아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만하기 때문이다.지역의 정치가 후진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의 공직기강을 확립할 방안조차 사치스럽다. 대전시의 행정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운전자의 혼란만 초래하는 교통표지판이다.필자는 교통표지판에 의존해 대전 판암인터체인지에서 대전역을 거쳐 한남대학교로 가는 길을 찾다가 분통이 터졌다. 표지판을 따라가다가 엉뚱한 장소로 갔다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는데, 운전경력은 20년이 넘고 독도법에도 익숙해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주민들의 일상생활에 기본이 되는 교통체계조차도 관리하지 못하는데 일반 행정이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대전도 외지에서 인구유입이 많지 않은 도시이고, 인근의 소도시에서 이주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충청만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지역 공무원도 수십 년간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혁신(innovation)을 시도할 가능성도 낮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나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새로운 상징물을 개발하기 보다는 계룡산을 성지화하는 것이 효과적문화남한을 관통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교차점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로 정부부처 일부가 유성으로 이전하면서 행정의 중심지로 떠오른 대전도 특색이 있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축제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축제를 보면 대전 토토즐 페스티벌, 유성 국화전시회, 유성온천문화축제, 유성구 눈꽃축제, 생태관광페스티벌, 대전사랑 스마트앤이터일대회, 세계인 어울림 한마당, 칼국수 축제, 자운대 민군화합 페스티벌, 대청호 벚꽃축제, 견우직녀축제, 열기구축제, 태평고을 유등천 달빛음악축제, 목재문화페스티벌, 대청호 할로윈 호박축제, 아줌마대축제, 와우키즈 페스티벌, 과학기술축제, 달밤소풍축제 등이 있다.필자도 대전에서 개최된 유성 국화전시회, 유성온천문화축제, 유성구 눈꽃축제, 대청호 벚꽃축제 등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유성은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온양온천, 수안보온천, 장호원 앙성온천 등과 비교해 차별성은 없는 편이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제외하면 시설이나 온천수의 품질 등은 비슷하다.국화전시회도 다른 지역의 국화축제와 유사했지만 눈꽃축제는 특이했다. 5월에 무슨 눈꽃축제를 한다고 하는지 의아했지만 이팝나무의 흰 꽃을 눈꽃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은 들었다.하지만 이팝나무의 꽃을 제외하고는 다른 볼거리는 전혀 없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지인이 자주 초청하는 편인데 딱 한번 가본 이후에는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대전시는 엑스포공원, 월드컵경기장, 대전현충원 등이 도시를 대표하는 주요 상징물이지만 한국환경공단과 공동으로 둔산에 빗물의 자연순환과정을 엿볼 수 있는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대전시는 삼국시대부터 백제가 축조한 다수의 산성이 있으며 고려시대의 역사적 유물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대전하면 떠오르는 역사적 유물이나 문화재는 없다.필자는 대전이 자랑하는 산성 중 하나인 계족산성도 여러 번 올랐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잘 정비했다는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 맨발로 산책해본 경험만 제외하면 단순히 야트막한 야산의 오솔길을 걸었을 뿐이다. 계룡산이나 동학사가 유명하지만 그러 그런 한국 산골짜기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뒷산이나 사찰과 차이도 크지 않은 편이다.도시의 상징물을 개발하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는 대전시의 입장과는 달리 개인적으로 대전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계룡산이라고 생각한다. 기(氣)가 세기로 유명한 계룡산은 전국의 도사(道士)들이 모이는 성지와 같은 곳인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최근에 지인들과 함께 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계룡산 아래 마을을 직접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마을을 잘 정비한다고 우물을 깔끔하게 보수했는데 정작 우물물은 말라 있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문화재 보수의 기본 매뉴얼조차 없이 예산만 낭비한 사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우물은 목마른 나그네에게 음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깨끗한 목재로 친절하게 덮어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한 보수방법에 혀를 내둘렀다.개인적으로 유성에 위치한 구즉묵마을도 자주 방문했는데 개발된 이후에는 옛정취가 사라져 다시는 가지 않는다. 좁은 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 낡고 오래된 기와집에서 먹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남아 있는데 대로변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먹었던 도토리 묵밥은 좋은 추억을 송두리째 뭉개버렸다. 지역주민은 단기적으로 개발이익을 얻었겠지만 대전시는 지역의 좋은 문화유산을 잃은 것이다.문화재는 아마추어적인 계획으로 예산을 투입한다고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최하고 있는 각종 축제, 문화재적 가치도 없는 유물의 복제와 수선, 대중적 관심을 유인할 수 없는 문화유산의 관리 등도 척결해야 할 과제다. 문화재를 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하지만 목소리가 큰 짝퉁 전문가들도 배제해야 정상적인 문화재 진흥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생활인프라와 소프트 인프라로 인재유치 해야기술대전시는 대덕테크노밸리를 제외하면 변변한 산업단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대전공장과 제3, 제4일반산업단지가 개발돼 있지만 주력 업종은 명확하지 않다.일반산업단지를 돌아보면 단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으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 무인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최근 대전시는 융∙복합 특수영상 콘텐츠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10년 정부가 첨단문화산업단지를 지정한 이후 영화촬영스튜디오, 액션영상센타, 스튜디오큐브 등을 유치해 산업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수영상과 관련된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특수영상 관련 장비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스튜디오큐브의 부지를 30년 무상 지원하지만 영상콘텐츠산업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지역에 제작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관련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대학이나 교육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아 정작 외지인의 잔치에 들러리나 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전시에 위치한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충남대, 한밭대, 대전대, 우송대 등이 있다. 1972년 설립된 KAIST는 국내 과학자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유능한 인재를 다수 배출했다.실용적인 학문을 연구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일반 대학과는 차별화되어 있으며 정부가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모두 지원한다.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다.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국가연구소, 민간연구소 등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청년층이 인재와 돈이 많이 몰리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이 지역인재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대전보다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KAIST를 제외하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만한 수준을 갖춘 대학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 역할을 했던 충남대도 지방대학의 추락과 같이 명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지역의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전시는 준비가 아직 덜 됐다.예를 들어 영상콘텐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지역에서 인재를 육성할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이 관련 기업과 기술인력이 몰려 있는데 1,500억원들 들여 스튜디오 건물 하나 짓는다고 이들이 대전시로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지역의 산업 클러스터개발계획 대부분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줄줄이 좌초된 것도 생활인프라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대전시가 대덕구에 벤처기업을 대대적으로 유치 및 육성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창업을 주도하고 있는 청년층이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지역 창업인프라는 열악한 실정이다.지방에 위치한 창업센터를 방문해 보면 단순 임대사업자와 같고, 창업아이디어에 필요한 정보제공, 투자자금 유치, 소비시장과 연계 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건물과 같은 하드웨어에 투자해야 성과로 인정되겠지만 창업기업은 정보, 교육, 상담, 투자금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지원체계에 목말라 있다. 지식산업센터, 첨단기술센터, 복합 클러스터 등이라는 명칭으로 포장하고 있는 창업지원시설 대부분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과 거리가 멀다.대전시도 진정으로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육성하고자 한다면 기업지원 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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