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
" 소득불평등"으로 검색하여,
5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임이사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여름의 초입인데도 기후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일 첫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주중 내내 무더위가 계속 됐다. 올 여름 극한 더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여름철 무더운 날씨는 우리나라만의 걱정이 아니다.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전세계 표면 기온은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으로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폭염과 폭우 뿐만 아니라, 농산물 가격의 폭등도 일상화가 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사과 등 과일가격이 폭등한 것은 기후 이상으로 꽃이 10일가량 빨리 폈기 때문이다.과일나무 개화가 빨라지면 과일이 4월에 맺혀 저온에 노출되고, 냉해 등의 피해를 입을 위험이 커진다. 기후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정부의 대책마저 우왕좌왕 하면서 사과 한 알에 만원이 넘은 금사과 사태가 발생했다. 앞으로 더욱 피해가 깊고 넓게 전개될 것이고, 문제는 얼마나 심각하게 전개될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 역주행하는 윤석열 정부 기후위기가 점점 가시화되면서 지구적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Ss)을 제시하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이행하도록 하고,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것을 실천방법으로 내놓았다.기업들은 E(환경)·S(사회)·G(협치)의 관점에서 경영을 하도록 요청받고 있으며, 2050년까지 사용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RE100도 세계적 기준으로 등장했다. ESG나 RE100의 요건 충족은 본격적으로 수출과 경제문제로 등장하고 있다.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선언에 대한민국도 2020년에 동참을 선언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며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총량의 75%를 다음 정부로 넘겼다. 윤석열 정부 임기 기간인 2027년까지 매년 1.9% 감축하고 2028년 이후에 연평균 9.3%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이번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이미 한국은 탄소 배출량 세계 10위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후 대응 성과는 온실가스 배출 상위 60개국 중 57위로 '매우 저조함' 그룹에 속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에너지 분야다. 당장에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제도를 도입한다. EU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에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 2021년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신규 설치량은 4.2기가와트였는데, 2022년 3.0기가와트로 줄었고, 23년도는 2.5기가와트에 그쳤다. 100킬로와트 이하 소형태양광 우대제도도 폐지됐고, 24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예산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후퇴하는 사이 세계는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80%로 설정했다. 영국은 70%이고, 일본은 38%다. 한국의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는 21.6+알파인데, 이마저도 현재 진행 상태로는 어려워 보인다.독일과 한국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독일은 한국의 4배 정도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셈이다. 날로 강화되는 탄소국경에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 위기의 시대와 민주주의 윤석열 정부에서 역주행하는 것은 비단 환경, 에너지 뿐만 아니다. 민주주의·언론자유 등 사회의 전 분야에서 퇴행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집권 2년 동안 빠른 속도로 퇴행이 일어났고,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 연구소는 대한민국을 독재화가 진행중인 42개국 중의 하나로 지목했다.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남은 ‘3년은 너무 길다’는 급진적 슬로건으로 예상을 깨고 제3당의 위치에 올랐다. 사실 위기의 시대에 민주주의는 진가를 발휘한다. 민주주의는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정치제도이기는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민주주의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고대 그리스 시대에 페르시아 제국의 백만 대군이 쳐들어왔을 때, 지도층은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그리스의 미래를 제안하면서 민중들과 일치단결해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3차례 걸친 제국의 침략을 물리쳤을 때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전성기를 맞이했고,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웠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 세계가 맞이한 기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어떤 사회보다도 심각한 소득불평등 · 지역불균형의 위기에 빠져 있다.심한 소득불평등과 지역불균형의 결과로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난해 0.72의 출생율을 기록하고 있고, 기초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70곳), 소멸고위험(52곳) 상태에 놓여 있다. 인구는 이미 4년째 자연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2070년에는 3800만명의 인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위기는 깊어지고 있지만, 집권여당의 제대로 된 대책은 보이지 않고 전시행정·대증요법만 난무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여일 전에 갑자기 동해에서 유전이 개발될 수 있다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대통령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이 60%를 넘는다.지난 2년간 반복된 무능과 무책임 등으로 정치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가 이미 무너진 상태이니 이 정권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 직접민주주의로 만드는 ‘300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고대 그리스가 서구문명의 원형이 된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실험 때문이었다. 물론 절반의 여자, 노예 등이 배제된 대략 10% 시민들만의 민주주의였지만, 전제군주정이 전부였던 당시 고대 세계에서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은 파격 그 자체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했던 당시의 직접민주주의가 오늘날의 정치에도 많은 상상력과 영감을 주고 있다. 사실 오늘날의 주류가 된 대의제 민주주의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재력과 학력과 권력이 없이는 기득권의 질서, 실질적인 정치에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오늘날 대의정치는 귀족정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재력이 학력을 낳고, 학력이 권력을 낳고, 권력이 다시 재력을 낳는 폐쇄적 순환체제가 형성되었기에 현재와 같은 불평등·불균형의 문제를 기득권 집단들에게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기득권들의 정치를 생활현장에서 해체하는 풀뿌리 시민정치와 지역당. 엘리트들의 대의정치·여의도 국회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사회현안을 직접 숙의하고 결정하는 시민의회.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대학 등등 다양한 정치적 상상을 하면서 지역마다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깊어진 위기는 시민들의 다양한 민주주의와 참여를 통해 그나마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1850년 이후 상위 10개국이 62.4%의 오염물질을 배출했고 현재도 글로벌 100대 기업이 전체 71%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하위 100개국이 배출하는 오염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이 있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잘해 주면 좋겠지만, 이미 달콤한 권력에 빠지고 위기에 무뎌진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강대국과 거대자본에 쓴소리를 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것 같지는 않다. 오늘날의 기후위기 상황은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같은 거대한 파도와 같다. 세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위기의 시대, 지방정부를 위한 ESG』 이라는 단행본을 펴내고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찾고 만들고 있다.페르시아 대군을 맞이해 스파르타 레오니다스왕과 3백의 정예병이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모두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그리스인들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3차에 걸친 제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마침내 찬란한 그리스문명을 만들었다.300명의 시민연구원들이 226개의 기초지방정부, 17개의 광역정부 그리고 중앙정부를 제대로 하는 순서대로 일등부터 꼴찌까지 성적을 매기는 정치적 상상을 해본다. ESG단행본과 ‘지방정부ESG 300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www.welfarestate21.net)있으니 뜻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
□ 육아휴직급여 제도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간 상관관계 확인◇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점차 증가해왔으며, 성별 편향적인 이용 추세도 변화하는 양상○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10년 육아휴직자 비율은 여성 98%, 남성 2.0%였으나, ’20년에는 여성 75.5%, 남성 24.5%로 남녀의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 연도별 육아휴직 사용자 수◇ 아울러 육아휴직급여 제도 변화에 따른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 증가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음○ ’14년 소위 ‘아빠의 달*’이 도입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1.2%p 증가하면서 그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상승하였고, 이후 육아휴직급여제도 변화에 따라 비율이 크게 증가* ‘육아휴직급여특례제도’의 별칭으로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에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 또는 모에게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상향해주는 제도○ 둘째 자녀에 대한 두 번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상한액이 2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 ’17년에는 4.9%p, 상한액이 250만 원으로 인상된 ’18년에는 4.4%p의 증가율을 보임□ 소득대체율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미치는 영향이 큼◇ 입법조사처에서 남성의 통상임금별 육아휴직 사용자 비중을 분석한 자료○ 210~300만 원의 소득구간과 300만원 이상의 소득구간이 다른 소득구간들에 비해 매년 증가폭이 큰 추세에 있음○ 소득이 낮은 구간의 경우 사용률이 작고, 감소추세에 있어, 휴직으로 인한 소득손실이 가정에 미치는 타격이 크고, 고소득 근로자에 비해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다는 점을 시사▲ 통상임금계층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비중 변화 추이(%)□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은 경우 남녀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적음◇ 남성들의 자녀돌봄 참여의 증가는 여성들의 직장 복귀 및 경력 단절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육아휴직 남성할당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남성들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고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의 격차가 적었으며, 출산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남* 육아휴직 사용에 있어서의 성별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각 부모에게 할당 기간을 부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시키는 방식<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국가의 특징 및 한국과의 비교> (단위: 명, %, %p)국가출산율경제활동참가율여성남성격차스웨덴1.780.384.64.3아이슬란드1.880.786.15.4노르웨이1.575.880.44.6한국0.859.177.918.8◇ 이들 국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육아휴직급여 소득 대체율이 높다는 것으로, 80~100%에서 형성되어 있음○ 우리나라도 통상임금의 80%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하지만, 상한액 설정에 있어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상황<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국가와 소득대체율 비교 > (단위: %)국가경제활동참가율소득보전 규정상한액스웨덴781,030만원/월아이슬란드80547만원/월노르웨이80~100704만원/월한국80150만원/월□ 정부·자치단체는 저출산 대응 정책으로 육아휴직 활성화를 추진◇ 정부는 ’22년 1월부터 ‘3+3 부부공동 육아휴직제*’ 도입 및 ‘육아 휴직급여 인상**’을 통해 소득 지원을 확대* (3+3 부부공동 육아휴직제) 생후 1년 내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 육아휴직시 부모에게 각각 3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 100%(최대 월 300만 원)까지 지원** (육아휴직급여 인상) 4개월 이후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150만 원으로 높여 지원(기존 50%, 120만 원)○ 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새로 도입되는 육아휴직급여 적용시, 소득이 높을수록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남▲ ’22년 도입되는 제도 적용시 근로소득과 육아휴직급여 추정◇ 한편, 자치단체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지급을 추진○ 17개* 시·군·구에서 월 20∼70만원을 3∼12개월간 지급* 서울서초구, 부산수영구, 인천 동·서·남동·계양·연수구), 경기 광명·여주·평택시/양평군, 충남 천안시, 전남 광양시/영광·해남군, 경남 거제시/거창군□ 정책적 시사점◇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에 가장 중요한 추동 요인으로 ‘소득대체율’을 지목◇ 다만 스웨덴·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과 같이 소득불평등 지수*(지니계수)가 낮은 국가의 소득대체율을 우리나라에 단순하게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음*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낮음을 나타내며, ’20년 기준 아이슬란드 0.250, 노르웨이 0.262, 스웨덴 0.280, 한국 0.345로 나타남○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고려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상한액뿐만 아니라 하한액(70만 원)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의 고려가 필요함을 주장◇ 아울러 아직까지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부족으로 인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전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
-
마침내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 실체를 드러냈다. 파격적이다. 아니 파괴적이다. 엄청난 규모로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가능성에 대한 파괴가 단행된 것이다.이번 감세조치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항구적인 감세 규모가 연간 15조원씩이고 2012년까지 총 감세규모는 7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이번에 발표된 감세정책의 혜택은 대부분이 땅 부자들과 대기업에게 돌아간다. 가히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정권이다. 이렇게 역진적인 대규모의 감세조치가 어디 있었으랴! 이로 인해 장차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의 구조화를 통해 꾸준히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어 왔고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양극화 성장체제가 고착화되어 있다.안정적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를 줄이는 것이 우리시대의 진보이자 진보세력의 과제다.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소득 격차 자체를 줄여야 한다.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숙련직과 비숙련직의 격차 등 우리사회의 다층적이고 중층적인 격차 구조를 완화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역동적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치고 넘어야할 관문이다. 긴 호흡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정부의 역할과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정부가 나서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사회적 타협도 요구된다.최저임금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생산성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최저임금도 지급할 수 없는 한계 기업들은 정리되는 게 바람직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체계적인 국가복지 전략이 요구된다.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두 번째 단계의 조치는 누진적 조세개혁이다. 우리나라는 작은 정부의 왜소한 국가재정을 특징으로 한다.대표적인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재정 지출’ 규모가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56~58% 대를 유지하고 있고 보수주의 복지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도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51~53%(프랑스) 45~48%(독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일본과 미국도 37% 정도이며 유럽국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이렇게 재정적으로 왜소하고 불능한 정부는 연구개발(R&D)과 혁신경제를 위한 공적투자 등 역동적 경제정책의 여력이 없고 보편주의 사회복지의 확충을 위한 재정능력도 없게 된다.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를 줄이려면 고소득자로부터 누진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는데 유럽 국가들은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세 번째 단계의 조치는 세금으로 충당한 국가재정을 사회복지 분야에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재정에서 좁은 의미의 복지 관련 예산인 ‘사회보호 예산’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될 정도로 작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가장 작은 나라는 미국인데 그래도 그 비중은 20%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영국도 국가재정의 38~40%를 사회보호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고 스웨덴(40~42%)과 덴마크(42~45%) 등은 국가재정의 40% 이상을 사회보호에 지출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사회보호 관련 예산의 비중이 북유럽 복지국가의 1/4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상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정책단계에서 첫 번째인 소득격차의 해소는 유능한 정부의 개입주의 경제정책에 의해 달성이 가능한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역동적 복지국가의 과제다.두 번째인 누진적 조세 및 증세 정책과 세 번째인 정부재정 중 복지 지출 비중의 확충은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를 위한 작동기제다. 우리나라는 소득재분배를 위한 작동기제가 대단히 부실한 나라다.사회보장제도와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거치기 전과 그 이후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 개선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김대중 정부 5년간 평균 개선율은 2.3%였으며 노무현 정부의 평균 개선율은 3.2%에 그쳤다.즉 참여정부의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평균 0.311이었고 소득재분배 이후 측정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평균 0.301로 소득불평등 개선율이 3.2%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이런 개선율은 선진국에 견줘 매우 낮은 것인데 스웨덴과 독일은 개선율(2000년 기준)이 각각 35.5%와 30.8%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 평균은 26.1%였으며 선진국 가운데 사회보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과 일본의 개선율도 각각 17.6%와 14.4%였다.이것이 한국 복지국가의 특징이자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진적 증세를 통해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토록 하고 이렇게 확충된 국가재정으로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경제정책과 보편적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간다. 역진적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대규모로 줄여주는 조치를 감행했다. 장차 정부재정의 여력이 없을 것이므로 국가복지 축소의 길로 정책 방향을 잡을 공산이 크다.아니라면 정부가 빚을 내든 공기업을 매각하여 그 돈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의 심화를 향해 가속 페달을 세차게 밟고 있는 것이다.눈앞에 낭떠러지가 보이고 서민과 중산층의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제 서민과 중산층 이들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모든 정치세력 시민사회와 복지국가 세력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
2021-08-13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뒤질세라 대선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공정 이슈가 뜨겁다.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지사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공정이라며 ‘성장과 공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1호 공약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내세웠다. 이낙연 후보도 출마선언에서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공정의 가치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정의와 공정의 기치를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가족에 대한 검증이 구체화될수록 검찰과 재계 유착을 의심케 하는 대목에서, 이재명 후보는 “선택적 정의는 방치된 부정의보다 나쁘다”라고 말했다. 여하간 국민의 마음을 사는 데 있어 공정의 가치야말로 최우선 순위라는 사실을 깨달은 정치인들이 공정의 깃발을 치켜들기 이전에도 우리 사회는 공정의 이슈가 주된 담론이었다.작년 말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 1위는 <정의란 무엇인가>이었다. 2위도 차별과 공정 문제를 다룬 <선량한 차별주의자>이었다고 한다. 공정과 능력주의에 대한 논의를 다룬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당시 예약순위 1위였다.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에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세대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의 근거 찾기를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4년 전의 대선에서도 공정은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촛불과 코로나 사이에서 ‘과정의 공정’을 약속한 문재인 정권은 여러 면에서 개혁을 시도했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했지만 ‘공정 지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블라인드 면접과 같이 편견을 줄이고 공정하게 선발하고자 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지만, 젊은 세대는 불공정이 우리 사회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느낀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정치인들의 빅 마우스(big mouth)를 넘어서 우리 스스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공동선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능력주의’로 경쟁하면 된다고? 우리나라의 능력주의자들이 본래 의미의 능력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근대적인 암기 위주의 입시와 시험을 공정의 잣대로 치환하는 ‘닥치고 시험’ 주의이다. 조국 가족의 입시 문제에 대해 갖은 이유를 붙여 멸문지화를 당할 만큼 조롱하더니, 결론은 오지선다형의 수능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홍준표 대표는 사시 부활론자이고, 본고사 부활을 외치는 야당 정치인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 진영에서 혁명이나 일어난 것처럼 떠들썩하게 등장한 이준석 대표도 ‘닥치고 시험’ 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생뚱맞게도 공직후보 자격시험을 공약하더니 대변인을 경쟁 방식으로 뽑았다. 공정의 기치 아래 토론 배틀과 압박 면접을 거치고 국민문자 투표까지 실시하면서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으니 가히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해야겠다. 그의 ‘공정한 경쟁’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기회의 평등이란 명목 하에 누구나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만이 불공정에 대한 해답인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능력주의를 내세우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겨냥하여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은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시대의 정의를 고민하는 학자답게 서구 능력주의의 위선을 수많은 사례를 들어 귀납적으로 입증하였고, 전제와 논거가 결과와 불일치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분석하였다. 서구의 능력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판국에 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된 능력주의가 앞뒤가 맞지 않는 허상이라는 사실을 넘어 불공정을 정당화하고 심화시키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능력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의 정당화를 지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엘리트 사회 중심으로 짜인 사회구조와 분위기는 공정과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패자가 단순히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그로 인해 겪는 삶의 부조리 또한 당연하다면 그러한 공정이 과연 우리 삶에서 필요한 것인가? 그는 또한 사회의 불공정이 증가할수록 사회는 불평등해진다는 점을 역설한다. 능력주의는 성공한 자들을 성공에 취하게 하고, 그들이 성공하는 데 따라주었던 우월적 환경과 행운을 잊어버리게 한다. 봉건시대의 귀족사회에 못지않은 불평등이 능력주의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면 안 된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노력과 땀은 고귀하지만 재능 없이 노력만 한다고 해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각 집단에서 재능, 노력, 환경, 운에 따라 성공하는 사람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처럼 늘 일부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공정한 시대, 더욱 벌어지는 격차 코로나19 사태 초기, 경제가 마비되고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5억 명 가량이 추가로 빈곤 계층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포괄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하였다(연합뉴스, 2020.4). 바이든은 불공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자증세를 제안하고, 유럽연합도 미국과 함께 공평과세로 세제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소장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소득불평등이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자본소득, 즉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해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른 현상을 우려하였다.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피케티지수’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독일의 두 배를 넘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육박했는데, 문제는 이 소득 격차가 자본 집적이 고도화된 선진국보다도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하나둘 사라지고 노동의 가치보다 자본의 가치가 지배적인 신세습사회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두터운 격차의 장벽을 한 뼘이라도 낮추어가며 공존하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인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지만, 지난 세기 말에 우리 사회의 어둡고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준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1990년대의 지존파 사건! 엽기적인 연쇄 살인 행각을 벌였던 10대,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들, 그들의 범행 동기는 빈부격차와 부자들에 대한 증오였다. 두목 김기환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우등상을 받았고 반장도 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진로가 좌절되면서 범죄로 빠져 들었다. 야타족과 오렌지족, 부유층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 경찰 포토라인에 선 이들의 분노에 찬 눈빛에서 사회적 불공정에 대한 불안과 분노, 평생을 패배자로 살아야 한다는 열패감과 두려움이 읽혀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때보다 더 공정한가? 함께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구체적인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가? 흙수저라는 자조적 자의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투영하는 수많은 성장 세대들이 사회 초년생으로 진입하자마자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로, 등 떠밀려 시작한 자영업자로 가혹한 삶을 마주하고 있다. 게다가 60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 40대 택배 노동자의 죽음, 비정규 청년 노동자의 죽음, 어느 이름 모를 이주 노동자의 죽음까지. 이뿐이랴, 가난과 질병 속에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 빈곤의 종착지 무연고 죽음, 채무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선택한 일가족의 극단적 죽음도 있다. 불공정을 이겨낼 힘, 제도적 공동선 추구해야! 다시 마이클 샌델 교수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코로나19 때 자발적으로 월세를 내려서 어려운 세입자의 짐을 덜어준 건물주 사례를 들었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 얘기란다. ‘피케티지수’가 악화되어도 공동체를 살리는 힘, 공동선(common good)을 지향하는 건물주가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피케티의 덕담(?)은 사회의 공정 이슈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K-방역의 성공도 알고 보면 국가 공동체의 사회적 연대의식이 집단적으로 발현된 결과일 것이다. 나 혼자만 안전하다고 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수천 년 간 시련과 고난의 역사 속에서 집단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연대하지 않으면 무너지게 된다’는 집단 공속성과 감수성이 우리 민족의 집단 무의식에는 이미 내재되어 있어서 공동체의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이를 감지하고 사회적 유대를 통해 공동체성을 복원하는 모드로 바뀌게 된다. 우리는 익숙한 문화이기에 몰랐지만 샌델 교수는 미국 사회에는 없는 특징이므로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다. K-방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불공정 이슈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잘 해결되리라고 낙관하는 근거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각자 개인이 이룩한 성과, 결실, 성공은 능력주의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각자의 실력과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미당 서정주는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자연의 바람이 나를 키웠다는 표현은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바람으로 상징되는 모든 총체적 요인, 어쩌면 젊음의 방황과 시련, 우연과 사회적 관계, 공동체의 상호관계를 통해 성장하였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일 게다. 서구의 능력주의자들이 개인의 성공을 자신의 실력과 노력의 결과임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반면, 우리 선조들은 “운칠기삼”의 결과라며 겸손하게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였다. 자신보다는 공동체의 다양한 요소가 긍정적으로 상승작용을 하여 자신의 능력 이상의 성취가 가능하였다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이는 인간의 실력보다 운에 기대야 하니 땀을 흘릴 필요가 없다는 운명론적 발상이 아니고, 그만큼 주변에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요즘처럼 복잡계로 얽힌 사회에서 개인에게는 행운처럼 다가오는 사회의 ‘공동선’이 절대 다수를 패배의 낙인에서 구제하는 안전망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나의 실력과 노력에 비해 큰 성취와 성공의 기회가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젊은 세대들이 느낄 정도로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강화되고 공동선이 강조될 때 비로소 우리는 공정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 강경숙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2018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본회의 위원을 지냈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 분과 위원, 전라북도교육청 인사위원, 국립정신건강센터 미래비전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겸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경숙 (원광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webmaster@parangse.org
-
10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로 국민 1인당 연간 600만원 지원하자는 기본소득 제안,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나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아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38회는 2021년 5월 25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차기 정부의 조세와 재정전략'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공사회복지 지출 확대 정책은 어떤 것들인가요?- 이러한 정책의 첫 번째 제안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입니다. 이미 지난 대선 경선에서부터 이재명 지사의 간판 브랜드로 자리잡은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일정 금액을, 일정 주기에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우선 1인당 연간 100만 원(분기별 25만원, 월 8만3천원씩)을 지급하되, 국민 합의를 거쳐 10년 이상의 장기목표 아래 증세를 통해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 원(연 600만원)까지 늘려가자는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재정 소요를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시작하자는 것이어서, 기본소득론자들 중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비판을 받는 안이지만, 연간 재정 소요가 50조원이어서 재정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제안입니다.- 최근 대학생들에게는 정부가 연간 7조 원이 넘는 예산을 반값등록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형평성을 맞도록 대학을 가지 않은 청년에게는 세계 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 기본소득 정책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재명 지사의 정책은 즉흥적인 제안이 아닙니다. 헨리 조지나 토머스 페인 등 220여 년 전으로 그 시원(始原)을 찾을 수 있는 역사와 철학이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 했습니다. ○ (사회자) 최근에 출마 선언을 한 정세균 총리도 현금 지원 정책을 제안했나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첫 번째 대선 공약으로 사회초년생에게 1억 원을 지원하는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제안했습니다.- 이 정책 또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 피케티가 그의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누진적인 소유세와 상속세에서 나오는 국민소득 5% 정도를 재원으로 소득과 상속을 받지 못하는 25세의 청년들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성인 평균 자산의 약 60%에 해당하는 12만 유로(약 1억 6000만 원 정도)를 일시금으로 지원하자는 정책의 한국판 버전입니다.- 최근 광화문포럼의 기조 강연에서는 정 전총리는 “경제적·사회적·일자리·계층 간 불평등의 축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평등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 ‘돌봄사회’를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 중의 하나로 현재의 성인 평생교육 및 직업훈련체계의 전면적인 개편과 더불어 <국민 능력개발 지원금 제도> 도입을 통한 기회의 균등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국민 1인당 평생 2000만원, 연간 최대 500만 원을 지급해, 적성에 맞는 직업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입니다. ○ (사회자) 이낙연 전 대표도 비슷한 정책을 제안하지 않았나요?-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군 전역자와 사회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지원하자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전 대표는 ‘연대와 공생’ 주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대선 슬로건 ‘내 삶을 지켜 주는 나라’를 발표하며 정책 비전으로 ‘신복지’를 제안했습니다. 신복지는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체육, 환경 등 8개 분야의 ‘최저 기준’을 설정해 국가가 국민의 삶을 촘촘하게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는 또한 ‘주거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내년부터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급여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대료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 전국 어디에 살든지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청년 가구에게도 동등한 사회 출발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월 소득 82만 원 이하 청년들에게만 지급되는 주거급여 제도의 대상자를 확대하고 급여액도 임대료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국회 세미나를 통해 <참여 소득>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현금 지원을 하는 정책인데, 발표과정에서 조율이 되겠지만 예산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사회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니, 야권에서도 기본소득과 비슷한 공약이 나오지 않았나요?- 야당의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 정책을 포함한 획기적인 복지 공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우파의 기본소득 도입을 오전에 언급했다가, 오후에 별도의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취소하는 등의 헤프닝을 벌였습니다. 일종의 간보기를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떠 보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되는데, 실제로 우파의 기본소득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발언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우파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김세연 전 의원이나 조해진,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공약으로 <안심소득>을 제안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를 우리나라에 도입하자는 <안심소득>은 4인 가족의 중위소득인 연간 6000만 원의 50%인 3000만 원을 서울시에서 지원하겠다는 정책입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연간 약 40조원의 예산을 사용합니다. 이 예산 중 약 11조 원이 기초생활보장의 주거급여, 생계급여, 자활급여 등에 투입됩니다. 이 정책을 폐지하고 이들 예산을 안심소득에 활용하며, 나머지 42조 원은 별도의 예산으로 마련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서울시에서만 안심소득을 위해 연간 53조원을 지출하겠다고 하니 복지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획기적인 정책인데, 나머지 예산을 구체적으로 증세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사회자) 지금시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제안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금 지원성 정책들이 제안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경제성장이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에서 불구하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음에도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최근 촉발된 부동산 관련 문제들은 취업뿐만 아니라 주거권을 비롯한 기본적인 생활도 보장하지 못하는 <기회의 불균등>으로 다가와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잘 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으로 폐업해야만 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과도한 자영업의 비중도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적어 국민들의 구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득불평등의 완화나, 미흡한 복지제도로 방치된 사각지대의 보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현금성 지원을 통한 내수 활성화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 기본소득정책이 관심을 끌게 된 이유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내년 대선이 끝나면 현금 지원 정책이 시행될까요?- 누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에 따라 방식과 내용은 많이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현금 지원 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해 정책 대결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쟁은 무조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가다가 아니가면, 간 만큼 남는다“는 현대화된 속담에도 있듯이 기본소득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될수록 차기정부에서 복지 분야의 예산은 늘어날 것이며, 차기정부의 과제로서 국민의 소득 보장과 보편적 복지 확대의 과제가 분명해질 것입니다.- 다만 어떤 정책이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가는 전 국민적인 논의와 토론을 통해 검증되어야 합의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차기 정부 기간 동안 신규 예산은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그리고 누구의 어떤 정책이 가장 구체적인지를 바라보고, 들어보고, 또 비교해 봐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생각이 모아져야 실질적인 정책이 될 수 있고, 차기 정부에서 현실적인 추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일반 국민들은 기본소득 논쟁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획가 된다는 점에서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회자) 오늘은 여기에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증세방안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는 이야기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를 세원으로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