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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그렇게 거침없이 외쳤다. 야만적 힘의 논리를 이보다 극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그 야만의 힘은 12.12 군사반란을 혁명으로 둔갑시켰고, 가담자들은 이후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식하며 줄기차게 나눠먹는다. ‘우리가 남이가’식 독식과 배제로도 부족해 5.18 광주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증오의 씨앗까지 뿌렸다. ◇ 진짜 서울의 봄을 이긴 또 다시 그들만의 봄 인간은 자신의 삶, 자기세상을 끝없이 개선해가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그런 욕망이 세상을 진보시킨다. 가까이는 87년의 6월항쟁, 2017년 대통령탄핵의 역사가 그랬다.권력자들이 나라를 팔아넘기다시피 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조차 그런 욕망들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듯이 진짜 서울의 봄을 되찾기까지 인내로써 저항했던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욕망들이 득세할 때 역사는 또 얼마나 후퇴했던가. 임진왜란, 일제강점, 군부독재의 쓰라린 역사가 그랬다. 사회시스템은 중심을 잃고 권력의 사유화는 기승을 부린다.소수에 집중되는 권력의 독점은 비단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치, 경제, 노동, 문화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결국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교육, 육아환경까지 위협한다. 책임과 의무를 권위로 잘못 이해하면 그 의무는 권력이 되고 독점의 대상이 된다. 그 동안 양당의 정치권력 나눠먹기에서 적당히 눈치봐가며 변신을 거듭해왔던 검찰이 권력의 중심무대로까지 등장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후진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동안 형식적이나마 중립을 위장해왔던 그 사법, 준사법 권력이 이제 그 형식조차 아예 내팽개치고 권력쟁투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이제 정치권에서 역량과 실력 경쟁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를 제압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영화 속 전두광식 약육강식이 극성을 부릴 뿐이다. 이처럼 권력의 사유화가 극성을 부리는 동안 노동•민생 현장에서는 신음소리조차 잦아들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발의한 간호법, 양곡관리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방송3법까지 민생현안들을 보란 듯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특히 노란봉투법의 거부는 법률가로서 자기모순적인 행위다. 노조법상 교섭의무를 질 사용자 범위를 규정한 노조법 2조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입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던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조차도 후보 청문회에서 ‘노동자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힌’ 개념이라면서 위헌적 요소가 없고 그런 법리가 이미 확립돼 있는 만큼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한 그 조항이다. 이렇듯 뻔한 진실조차 권력의 손에서 무시되는 민생현장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 곳곳에 드리워진 양육강식의 생태계 산업현장에서는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목숨들 숫자가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좀처럼 산재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날 기미도 없다.하루가 멀다 하고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젊은 생명들의 안타까운 뉴스에도 담담하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당장 응급처치와 함께 즉각적인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그러나 정부는 대책도 없이 그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의 뜻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권력층 인사들의 자녀나 가족이 그렇게 죽어나가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여유를 부렸을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 목숨을 담보한 의사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도 이미 용인의 수준을 넘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간호인력 노동의 착취 행태와 구조, OECD 기준 최하위권의 의사 인력으로 의료체계를 움직이는 나라, 그로 인해 현재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물론이고 향후 의료체계에 보다 심각한 문제가 예상됨에도 그들은 하늘이 준 권력이라도 가진 듯이 행동한다.눈앞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 살인이 아닌가.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가. 어째서 감히 자신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연결된 산업생태계는 또 어떤가. 최근 카카오 등 IT 기반의 기업들이 벌이는 온갖 불공정, 착취 행태는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독점화된 거대 플랫폼들이 택시, 배달, 골목상권까지 곳곳을 누비며 약자들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야만의 힘을 보노라면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수많은 궁색한 변명들이 무심하게 어른거린다. 배달, 숙박, 금융, 택시 등 플랫폼 기업들이 기형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것은 IT 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치밀한 준비도, 생각도 없었던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 방향이 맞물려 있다.바로 공유경제 이슈로 시끌벅적했던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간다. 당시 가상•증강현실, AI, 생명공학 등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바람이 일었고 정부는 막연한 불안감에 쫒기 듯 공유경제를 강행했다. 실은 공유경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결국 택시노동자 3명이 연달아 분신자살하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정부가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대표적 IT 기업인 카카오에 의지해 그들이 내세운 공유경제에 힘을 실어 그대로 밀어붙였던 것이다.그런 취약한 기반의 생태계로 어떻게 기술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세계적인 ICT 기업들의 미래형 기술 발전 양상과도 전혀 동떨어져 성장해버린 지금의 문어발식 카카오의 시작지점은 그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삶의 터전이 무너져가고 있던 택시종사자들의 희생만 강요당하고 새로운 생태계로 이행해갈 정부의 지원정책은 전무했다. 상생자금을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일도, 충분한 논의의 시간과 과정도 완전히 차단됐다.이것이 약육강식의 생태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당시에 섬세한 정책조정과 논의가 충분히 진행됐더라면 플랫폼 경제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의욕만 앞섰던 정책결과에 대해 반성하는 이도 없고 그런 무책임한 정부 행정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 약육강식의 토양에서 아이들은 성장을 멈춘다 이런 약육강식 생태계가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이미 시시각각 단골 뉴스가 되어버린 지도층 자녀들의 학교폭력, 입시비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악랄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그 부모들의 문제 해결 방식들이다. 자신들의 자녀를 악마로 키워낼 생각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누군가의 능력을 방해하고 가로채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현장은 이미 권력 나눠먹기를 훈련하는 훈련장과도 같다. 친구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구조다. 성공하면 혁명이 될 수 있다는 바로 그 논리다.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오면 진정한 실력경쟁이 가능할까? 질투와 권모술수로 상대를 눌러 이기는 방식이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의 방향과 중심에 정작 있어야할 인간은 없고 권력을 향한 욕망들만 넘쳐나고 있다.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눈 뜨면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정부 행태가 그런 욕망들의 근원지다. 그럼에도 그런 행태에 대항할 마땅한 대항권력을 갖지 못한 우리사회의 무기력한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지속가능성에 제동이 걸린 사회다. 집단자살 사회라는 수식어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기반이 출생과 육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럼에도 50년 후의 인구가 현재의 2/3로 급감할 것임을 예측하면서 해법은 베이비시터. 주택문제 등 눈앞의 단편적 대책에 머물러 있다. 출산•육아 정책은 일하는 부모들과 연결된 문제다. 다음 세대의 생명력까지 소진시키고 있는 지금의 노동 방식을 어떻게 재배치해 육아의 질을 개선해갈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육아기 이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환경도 중요한 문제다. 즉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는 한 인간이 살아갈 전체 생애를 고민하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그런데 이런 약탈적 사회 생태계는 눈감은 채 또 다시 값싼 이주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청년들 주택대출과 같은 얄팍한 시각으로 문제를 대하고 있다. 누가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겠는가. ◇ 또 다른 약탈현장인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권력들, 수요자 중심조직으로 거듭나야 그렇다면 이런 약육강식이 점점 더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검찰, 법원 등 국가조직들에서 벌어지는 전관예우에 있다. 어이없게도 이행해야할 ‘의무’가 ‘권력’으로 둔갑해버린 기현상의 시작지점이다.LH공사에서 드러났던 전관문제, 이해충돌 등 공공기관들의 해묵은 탈법적 관행들도 충격적이다. 공고한 카르텔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는 그들이 금속노조의 고용세습 관행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 몰염치함에 그저 할 말을 잊는다.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무력화시키는 카르텔 악습과 자기밥그릇 챙기는 모든 관행과 법령을 새롭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건전한 경쟁 생태계는 살아날 수 없다.국민의 세금이 기반인 모든 조직들은 말 그대로 대국민 행정서비스조직이지 그들끼리 잘 해먹으라고 부여해준 권력조직이 아니다. 검찰, 법원, 의료, 교육, 노동 등 모든 조직의 운영원리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기능으로 거듭나야 한다. 온갖 후진적 특혜를 감싸 안고 있는 국회는 어떤가.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도 없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총선을 앞둔 지금 밀실에서 또 다시 국민이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거제 개악을 모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선거제도를 악용해 자기 당에 유리한 쪽으로 수 싸움이나 벌이는 퇴행적 행태에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 사유능력을 상실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 지금의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권력집단들을 지켜보는 관객이 아니라 주체들이다. 그리고 방치했던 모든 것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주체들의 사유이다. 사유하지 않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들로 정치가 굴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의 친위대이자 홀로코스트 실무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자행한 엄청난 악행에 대해 죄의식은커녕 상부의 지시와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당시 법을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발견한다.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제도, 관행, 법령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할 때의 그 무의식적 행위들에서 수많은 아이히만들이 탄생한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규율사회의 착취방식을 지나 스스로 효율적 성과를 내리도록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이 시대의 위험성을 말했다. 약육강식 강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정보기술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다.‘관계’가 아닌 ‘연결’로 대체된 지금의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들 뒤에 ITC 기업들의 알고리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역사에서 기술 권력에 대항할 길항권력이 없을 때 인간이 얼마나 처참해졌는지도 방대한 역사적 사실로써 보여주고 있다(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김승진역). 그 길항권력을 만들어갈 첫걸음이 바로 사유의 확장이다. 최고 권력자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든 그저 보호하기 급급한 수많은 아이히만들, 규정된 법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권력자의 상명하복을 강요했던 채상병 사건, 이태원 참사, 세계 잼버리대회, LH 순살아파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진정 무엇을 사유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악행들은 특별한 의도에서 벌어질 때보다 일상에서 사유가 정지될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흐르는 내내 나도 그들도 넋 높고 화면만 바라보았다. 비록 영화 한편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처럼 스스로에게 사유할 시간을 허락했다.불과 몇 십 년 전 역사였고 지금도 틈만 나면 고개를 드는 한국사회의 야만적 정치권력의 행태. 잠시 상념에 젖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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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김종권 정책연구소 이음 책임연구원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최근에 우리나라의 인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22년 신생아 수가 25만 명 아래로 줄어들고 합계출산율 0.78을 기록하면서 ‘인구절벽’이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다른 한편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22년 17.4%를 차지했고, 2025년에는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사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척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노령인구 부양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성장’과 ‘비용’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초)고령화 사회를 걱정스레 바라보지만, 기대여명의 증가와 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노후의 ‘삶의 질’이라는 과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 저출산과 초고령, 위기의 한국사회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대여명은 82.7세로 고령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65세 이상 독거노인가구가 197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도 점점 늘어나 2023년 5월 기준 330만 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의 인구의 11.2%에 달하고 있다. 노인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돌봄’의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는 크게 늘어나, 2013년 40만 명에서 2022년 100만 명으로 2.5배나 증가했다.돌봄 수요가 증가하면서 돌봄 종사자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10년 47만 3천여 명이던 장기요양요원 수는 2022년 62만 6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노인장기요양급여 대상자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면서 장기요양요원 수급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2027년에는 약 7만 5천 명의 요양보호사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통해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을 통해 수급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국내 거주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요양요원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식개선을 위한 지원책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방법이 장기요양요원들이 당면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장기요양요원의 실태를 연구한 한 보고서는 장기요양요원의 90%를 차지하는 요양보호사의 인력 실태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의 20% 정도만이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종의 ‘장롱면허’, 요양보호사 유휴 인력이 80%에나 달한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족 요양을 위해 취득했지만 가족 요양의 필요가 사라진 경우도 있고, 요양보호사의 고령화로 인해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돌봄 어르신의 상황 변화 때문에 잠시 쉬고 있는 경우도 있고, 가족의 반대로 인해 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떨어져 있어서 요양현장에 다시 서는 것이 두려워서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가장 큰 이유로 요양보호사가 겪고 있는 열악한 처우와 떼어놓을 수 없다. ◇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돌봄노동 현재의 장기요양요원들의 처우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장년층과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결부되어 있다.돌봄 영역이 개인적 영역에서 사회적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비공식적인 돌봄 노동이 공식부문으로 편입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노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생계부양자(bread-earner)-돌봄제공자(care-giver)의 이분법적 분업체계 속에서, 돌봄은 클라우디아 골딘이 말하는 이른 바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위해 필수적이면서도 희생적인 영역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 가족 중 누군가가 약간의 희생을 하면, 다른 누군가가 생계비를 벌어 올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다만 가족 중 누군가를 가족이 아닌 돌봄 종사자로 바꿔 놓은 것일 뿐, 여전히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부가가치 생산의 바깥에 존재하는 영역인 것이다. 대부분의 가사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듯이, 돌봄노동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장기요양요원들은 돌봄수혜자를 위해 단순한 수납정리에서부터 어르신의 신체활동과 건강관리, 더 나아가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이해와 소통기술까지 다양한 직무교육을 받는다. 일부 ‘가사일’이 포함되지만, 돌봄은 돌봄수혜자의 신체적 활동과 정서적 안정을 돌보는 영역이다.그러나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돌봄수혜자를 위해 ‘허드렛일’을 하는 영역에 머물러 있다. 장기요양요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인식은 진일보하기는 했지만, 돌봄에 대한 인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복지부가 국내 거주 외국인력 도입방안이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 아니라, 신체·정서적인 안정까지 돌보는 일이 돌봄노동인 까닭이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돌봄수혜자와 ‘타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돌봄제공자의 관계는 동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허드렛일’에 종사하는 돌봄제공자는 ‘사회 보험의 당연한 수혜자’인 돌봄수혜자에게 항상 ‘을’이다.때로는 호칭이 그 사람의 직업 위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아줌마’, ‘어이’로 명명된다. ‘선생님’이나 ‘요양보호사’ 혹은 ‘요양사’라는 호칭을 요청할 시에는 ‘무슨 선생이냐’는 뒷말이 나오기 일쑤다. 전체 노동시장에서는 남성이 56.7%, 여성이 43.3%를 차지하고 있지만, 돌봄노동시장에서는 남성이 8.7%, 여성이 91.3%를 차지한다.전체 노동시장에서는 평균 연령이 47세지만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요양보호사의 평균연령은 60세로, 절대 다수가 50~60대 여성들이다.이런 점에서 돌봄 영역은 장년 여성들의 일터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젠더화된 시장이다. 전체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2/3 수준이라면, 돌봄노동자의 임금은 여성 노동자 임금의 2/3수준에 있다.임금이 노동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짧은 노동시간에서 비롯된 차이도 있다. 여성 노동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36시간인데 비해, 요양보호사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0시간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낮은 임금 수준을 짧은 노동시간으로만 설명하게 되면 ‘시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돌봄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수준은 낮은 시간당 임금에서 비롯된다. 더 큰 문제는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10년을 일한 요양보호사든, 1년을 일한 요양보호사든, 신규로 진입한 요양보호사든 받는 보수는 거의 동일하다. 평균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돌봄경제를 위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장년층의 경제활동은 편견과 차별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직업위세가 낮을수록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더욱 심하다.장년 남성들의 주된 일자리 중 하나인 경비노동자의 하소연 중의 하나는 ‘나이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비인격적 처우이다. 장년 여성들의 주된 일자리 중 하나인 돌봄노동자의 처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대부분의 하소연이 ‘이 나이에 어디서 일을 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하소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노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돌보는 일이 좋고, 돌봄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긍지를 느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서울시의 장기요양요원 지원기관인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직무향상과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장기요양요원들의 역량강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조사 결과이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장년 여성 돌봄노동자들이 ‘돌봄’을 단순한 일자리(job)가 아니라, 지속적인 일자리(career)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복지부와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자들의 경력에 대한 인정이 매우 야박하다. 국민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장기요양요원의 장기근속수당은 기본적으로 경력에 대한 인정이라기 보다는 수급문제를 위한 수당의 성격이 짙다.그 마저도 제도적 약점 때문에 효과가 약하다. 기관 근속으로 제한되면서 부득이 기관을 옮겨야 하는 장기 경력자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돌봄노동, 여성과 장년층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 정부, 기관, 시민의 인식 개선이 전제되어야만 장기요양요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돌봄은 장기요양요원들의 행복에서 시작하고 돌봄수혜자의 만족에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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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백혜숙 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의 후퇴를 불러일으킨다. 신자유주의는 정부 개입 및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여 복지 제도와 정책을 축소시켜 불평등 및 사회적 격차의 확대, 공공영역의 복지시스템 중단 등 다양한 국가적 문제를 유발한다.따라서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사회불안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부유한 나라이지만, 올해 발표된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137개 국가 가운데 57위,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한마디로 ‘성공한 나라 우울한 국민’으로 고착되는 듯하다. ◇ 복지국가 후퇴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정부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감세정책에 집중했다. 2024년 국세 감면액은 국세 수입 총액의 16.3%인 77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또한 조세 부담률을 2022년 23%대에서 20%대로 줄이고 있다. 건전재정이라는 미명하에 윤석열 정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방기하며 세금도 줄이고 재정지출도 축소하는 무책임 재정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민생과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조세정책으로 공정하게 세금을 걷어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소득재분배(시장소득 지니계수-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정도가 개선되면 경제성장률도 함께 오른다. 구체적으로, 소득재분배 정도가 1포인트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10%포인트 정도 상승한다고 했다. 한국 조세 경쟁력은 OECD 38개 국가 중 23위로 하위 수준이고, 노인 인구 1천만 시대에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란 프레임을 앞세워 뒤로는 부자 감세와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한편, 민생과 복지예산을 줄이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영역을 후퇴시키고 있다.투명한 데이터에 기초하여 공정하게 적정세금을 부담시키고 이를 보편적 복지에 지출하는 게 건전재정 정책 아니겠나. 그런 정책을 펼쳐야 우리 사회의 불평등 및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세금-보편복지 정책은 기후위기, 사회불안, 식량안보, 저출생, 고령화 등의 국가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 ◇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최악의 수출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곤두박질쳐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려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 적자 가구가 작년보다 82만 가구나 증가했다. 최하위 저소득층 20%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중이 62.3%로, 5.1%포인트나 급증했다. 분배 격차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푸는 해법은 소득재분배와 복지안전망의 확충에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사회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다.정부는 지난여름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살인 예고와 흉기 난동 등에 대응한답시고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곳곳에 배치했다. 서현역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하지만 왜 우리 사회에 이렇듯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했을까? 왜 세기말적 불안과 공포가 싹튼 것인가.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리 현상 아닌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사회불안 요소가 독버섯처럼 자라게 된다. 경찰특공대와 장갑차의 출현은 공포를 조장한다.이런 행태는 육상 보관이라는 해법이 있음에도,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의 해양투기를 강행한 일본의 짓거리와 닮았다. 핵 기지국이 되려는 일본의 시나리오처럼 공멸의 길로 가는 위험을 대량 생산하는 짓과 하등 다른 게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편 가르기 신냉전체제에서 사회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게 윤석열 정부다. 실패한 외교정책의 후과가 심히 우려된다. 동맹과 경제를 분리해야 함에도 동맹과 경제를 하나로 묶어버렸다.한・미・일 동맹을 한・미・일 경제화시킨 것이다. 수출 주도의 경제 구조가 고착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 편 네 편이 어떻게 수출 경제를 뒷받침하겠는가. 편 가름은 질곡으로 작용할 뿐이다.게다가 기후위기가 일상화되었다. 기상이변이 재난으로 닥쳐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가 경제가 추락하여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형편이다.저성장 흐름이 지속되어 민생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시대와 역사에 거침없이 역행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기형적으로 잘못 태어난 신자유주의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동맹에 기대어 호가호위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의 부자가 자산의 58.5%,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하위 50%는 자산을 5.6%만 가지고 있다.또한 탄소 배출에 있어서도 2019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54.5톤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톤을 배출하는 매우 불평등한 구조를 보인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상위 10%는 하위 50%의 삶을 알고 있을까?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4,800원인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쯤 되지 않았냐”고 해서 뭇사람을 ‘웃프게’ 만들었다. 불평등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하므로 서로 소통하지 않게 되고 서로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망가뜨린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한겨레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기조세션3 강연에서 미국 유씨(UC) 버클리대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소수에게 집중된 소득과 부의 힘은 정치적 힘의 집중을 의미하며 소득과 부가 커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예산 배분과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도 커지므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원칙까지 훼손할 수 있다.소득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은 다수에게 공평하지 못한 성장을 한 것이며 다수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또한 불평등은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분배 및 조세정책 실패로 커진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재 확충 등 공적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 다중위기 시대, 대량 생산되는 위험 인류와 지구에 대한 명백한 범죄인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위기, 즉 ‘생산된 위험’으로 진화하고 있다.2022년 원전 오염수의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질병관리청의 연구보고서, 2023년 원전 오염수가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는 해양수산부 연구보고서는 정책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2023년 10월 5일 시작된 2차 해양투기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 하한치보다 4번이나 높게 나왔는데, 일본은 문제없다며 11월 2일 3차 해양투기를 강행했다. 해양환경 및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위험은 대량 생산될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산 식품 수출을 위한 돌파구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활용하고 있다. CPTPP 핵심 국가는 일본이다. 완전 개방에 가까운 CPTPP 회원국 평균 관세 철폐율은 약 96%로, 다른 자유무역협정에 비해 높다.2023년 3월, CPTPP 12번째 회원국인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 독자적인 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으로 CPTPP를 선택했다. 그래서 후쿠시마 등 9개 현의 식품에 대해 방사성 물질 검사를 의무화했던 수입 규제를 6월 말에 철폐했다.대만은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2022년 2월에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 현의 식품 수입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주요 곡물 생산국의 기상악화나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은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지표 ‘엥겔지수’는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낮아지기 마련인데, 우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국제곡물가 상승,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식료품 가격이 올랐고, 실직자들이 늘어나 엥겔지수가 높아졌다. 2022년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는 식료품비 지출이 전체 지출액 대비 12% 이하인데 반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식료품에 21.4%를 지출했다. 향후 엥겔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유가, 고금리 정책 등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시대 철학은 생태적 복지국가다 생태적이란 생물이 살아가는 생활 상태와 관련 있는 것을 말하며,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생태도시는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도시를 말한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도시를 국가로 확장하면, 환경친화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작동되는 국가를 생태적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또한 세계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 흐름, 국내 저성장 경제 구조가 장기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는 한편, 기후위기・식량위기 등을 반영한 생물 지역 거버넌스(인간만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책임지는 통치)를 실현하는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엔농민권리선언」 중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친환경농업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농민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 시스템이 운영되는 국가가 생태적 복지국가다.농민이 공익적인 농사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이 창출한 가치만큼 보상을 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국민 대부분은 농촌 유지, 안전한 먹거리 생산, 생태환경 보전 등 국토 및 농산물 가치를 높이는 농민에게는 경제적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농민 삶의 질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스위스 농업정책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발굴하고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개발과 제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생태적 복지국가에서 도시라는 공간, 그리고 도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복지는 농촌 공간 및 농민과 연결되고 확장되어 나타난다. 공공의료에 이은 공공식료(食療) 시스템으로 농민의 권리 및 도시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먹거리로 농민 복지와 도시민 복지를 연결하는 공공식료 시스템 관리통합 플랫폼이 구축되고, 가락시장을 포함한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은 농민의 가격 결정권을 존중하여 계약재배된 식재료를 공급하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복지 재원은 우선 총량부터 부족하다. 복지 예산과 지출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생태적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탄소를 줄인 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탄소 화폐를 도입하면 된다. 농촌에서는 경축순환농업체계를 마을 단위로 구축한다. 공동자원화 설비를 갖추고 축산 분뇨를 퇴비 액비로 만들어 경종 농가에 지원하고, 경종 농가는 이를 조사료 재배에 사용하고, 재배된 조사료는 다시 축산농가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농가에는 탄소 배출권을 지급한다. 공공에서는 생산・유통・소비의 전 부문을 아우르는 농업(생태) 분야 전문 탄소 거래 시장을 설치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곳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고, 스위스처럼 농민과 농촌에 탄소 배당을 할 수 있게 된다. 도시에서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접근성을 강화해 먹거리 기본권이 보장되는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및 지역 내 직거래 유통 체계가 활성화된다. 이런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 지원 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농민이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비자(공동체)가 농산물의 대가를 미리 지급하고 수확기에 농산물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탄소 화폐가 지급된다. 도시와 농촌은 다시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케어 팜(Care Farm)’으로 이어진다. 케어 팜은 사회적 돌봄을 농장에서 실현하는 치유 농업 형태의 복지 시스템이다. 네덜란드의 케어 팜은 여러 기관(정부, 판매처, 복지기관, 의료기관, 지역공동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시스템 덕분에 탄탄하게 운영된다. 탄소 화폐를 매개로 생산-유통-소비-폐기-치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공공식료 시스템은 생태적 복지국가의 초석이다.‘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세계적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한 스웨덴처럼 굶는 사람이 없도록, 누구나 맘 편히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의 밥상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식료 시스템의 핵심이다.국민 밥상을 책임지는 공공식료 시스템이 작동되는 생태적 복지국가는 기후위기・식량위기의 시대 철학을 반영한 국가 경영전략이다. 국민과 함께 미래를 그리는 선도적 국가경영 전문가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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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봉석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사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R&D를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 예산을 삭감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약자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동의하기 어렵다.더군다나 예컨대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선심성 예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징조는 지난 8월 발표한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 예측도, 숫자도, 고민도 빠진 장기요양기본계획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비율은 18.4%로서 곧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인구로의 편입이나 높아지는 기대수명에 따른 노인인구의 폭증과는 반대로 생산인구와 출산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는 보장성 강화, 서비스고도화, 인프라품질관리, 지속가능성 제고 등 4개 분야에 걸쳐 지난 성과와 목표를 제시하였고,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수급자․인프라 및 요양보호사 수 확대, 서비스제공기관에 대한 평가와 지정갱신제를 통한 규제강화, 돌봄기술의 도입과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정부는 향후 5년간 145만명까지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계획에 나타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예측인지부터 알기 어렵다.즉, 제도시행 당시 약 21.4만명이었던 수급자 수가 2017년 58.5만명까지 늘어났고, 이후 2022년까지 5년동안 43.4만명이 새롭게 진입, 101.9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제도 시행 후 15년 동안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2008년 노인인구는 약 501만명으로서 10.3%였다. 하지만 지금은 1천만명에 육박한다. 이제부터는 해마다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여기에 더해 기대수명도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5년간 수급자가 43.1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증가 수보다도 적다. ▲ 노인인구 연령대별 인구 추이 [출처=보건복지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한편 저출산 ․ 초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수급자와 관련한 계획에 있어서는 보장성 강화도 요구되지만 진입예방 내지 지연이나 재정 등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라는 측면도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생산인구 감소 등 요인에 따른 인력문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정부는 공급인프라를 확대하고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처우나 근로환경개선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한다.하지만 진입예방에 관한 내용은 부실하며, 재정건정성 방안으로 적정수준의 보험료 결정, 적정국고지원검토, 미래준비금조성방안검토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수급계획도 마찬가지다. 장기요양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노동력 제공을 전제로 하는 휴먼서비스다. 때문에 인력확충이 공급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누구라도 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6월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은 61.4세다. 노노케어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자격증 취득자가 넘쳐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현장은 수요는 늘어가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정부도 2027년이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약 7.5만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 수를 75만명으로 늘리고 입소시설의 경우 종래 수급자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요양보호사배치기준을 높이겠다고 한다.당연한 얘기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품질향상과 요양보호사업무부담완화라는 취지도 충분히 공감할만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공급체계가 뒤따라야만 한다. 즉,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적정한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어떻게 서비스제공인력이 유입되도록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된다.다시 말해서 요양보호사 등의 임금수준을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로 향상할 것인가가 가장 기본적인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요양보호사 임금수준을 높이고 요양보호사 승급제나 장기근속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그런데 계획에 숫자가 빠져있다. 며칠 전 2024년도 장기요양수가를 2023년 대비 2.9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요양보호사 임금수준향상 정도를 최저임금인상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계획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교육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식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자 2.1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배치는 법정인력기준으로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관에서는 절대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얼마 전 현지조사를 받은 장기요양기관 중 약 92.4%가 부정수급으로 환수 및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 나타난 처분이유는 인력배치기준이나 직무배치기준위반이다.요양보호사가 간호업무를 했다거나, 사회복지사가 다른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당연한 처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기요양은 의료와 같은 사회보험이지만 성격이나 내용 등에서 보면 전혀 다르다.직무의 경계가 희미한 경우도 많다. 즉, 의료가 해당 질환 등에 대해 치료를 목표로 기간을 설정하고 의료인 ․ 의료기사 등 각각의 전문인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업무를 부과할 수 있는 반면, 장기요양은 재활이나 자활이라는 목표보다는 인간의 삶 전체 혹은 부분에 관여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간호와 같은 영역 뿐 아니라 복지 ․ 요양 ․ 돌봄 등 불명확한 개념이나 요소도 섞여있다.여기에 제도시행 당시부터 유지되어 온 저수가 ․ 저복지 기조로 인해 법정인력기준 자체도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법령에서부터 고시, 시행세칙 등등에 이르기까지 기관이 숙지하고 준수해야 할 내용 또한 방대하다.이것들이 행정처분의 사유가 된다. 때문에 위반사례가 의료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은 온전히 기관에게 있다. 나아가 행정처분이력과 평가결과 등을 2025년부터 시행예정인 지정갱신제와 연동, 적용할 예정인데 그 기준이나 요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퇴출기관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다.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개선방안, 방법 ․ 내용, 대응책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 2030년까지 50여개소의 국공립요양시설의 포함하여 5천개소의 장기요양기관을 신규로 늘리겠다는 것과도 모순된다. 일본의 ‘개호난민’이라는 용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시절 시행된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을 ‘노인 의료 ․ 돌봄 통합지원사업’으로 변경하면서 대상에 가정방문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기요양수급자를 포섭하고 있다.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이용자 중심 장기요양사례관리체계 구축이나 퇴원환자 ․ 장기요양등급외자 등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나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연계하겠다는 방향제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용어나 방향도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지방소멸의 원인이나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돌봄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돌봄제공인력이 유출되면 돌봄인프라도 함께 붕괴된다.그렇게 되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장기요양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통합돌봄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 대상도 장기요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당연히 충실히 반영되었어야 하는 것이지만 어디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돌봄기술에 관한 문제다. 노인돌봄기술개발을 통해 자립과 돌봄을 지원하고 특히 노인 ․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예산이 삭감된 R&D다.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 현 정부의 복지인식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암울한 미래 저출산․초고령화 사회가 미칠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복지영역에서도 그에 따른 세수나 돌봄제공인력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는 2024년도 복지예산안에서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둘째부터는 3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그렇다면 현 정부들어 실시했던 부모급여가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즉,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부모급여는 한시적 제도이다. 자녀가 24개월이 넘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지금의 젊은 특히 청소년 세대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나 성향을 띄고 있다. 출산이나 양육 이전의 문제로서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는 이 급여가 혼인율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누가 저출산 대책을 체감한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정부는 2024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2.2% 늘려 편성하면서 핵심분야로 약자복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급여 인상율을 보면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해서는 테이블에 올라오지도 않았다.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체계 구축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적한 대부분의 문제가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늘리기식 ․ 보여주기식에만 급급한 것 같다.최근 시작된 일상돌봄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성과도 없을뿐더러 시행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사업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여기에 감염관련이나 임대주택 관련예산 등은 오히려 줄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에게는 당연히 사회보장․사회복지를 증진해야 할 의무가 따르게 되고 따라서 복지는 정치나 정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그런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추진해 온 많은 복지정책들이 점검 ․ 평가되지도 못한 채 파기되거나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방향성마저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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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유 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묻지마, 묻지마, 묻지마 귀농하신 필자의 어머니가 지난주 치과치료를 받으러 부산에 오셨다. 늦은 시간 내려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편의점을 들렀다가 뒤늦게 나오신 아버지를 차 앞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요즘 묻지마, 살인이 많잖아. 어두운데 차 앞에 혼자 서있으려니 누가 나한테 흉기 들고 올까봐 무섭더라’ 그 순간 고속도록 휴게소는 많은 이들의 여행의 설렘을 담는 공간에서 대중 속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품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2022년 1월부터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한 ‘묻지마 범죄’는 과연 동기가 없을까? 상대적 박탈감, 고립, 사회와의 단절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인가?흉기난동과 살인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급기야 지난 8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 장갑차가 배치되었다. 부산 서면 칼부림 예고 글에 지하철역 주변에 경찰의 순찰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사건이 일어나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칼부림 예고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사건의 본질과는 관련 없이 온라인 공간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분으로 들끓는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신장애인은 이미 지역사회와 분리되었다. 이를 의식한 탓일까.정부는 최근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약물 치료를 중단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을 위해 강제입원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입원과 재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손 놓은 채 말이다.이는 정부가 스스로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가 자신에게 찍힐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 앞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으려 하겠는가? ◇ 마녀사냥?? 아니면 말고 어른들 말씀에 시골동네엔 한둘씩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살았다고 했다. 도시에서 살아 그런 경험이 만무한 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박광현)’을 보고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었다.한국전쟁이 배경인 영화에서 배우 강혜정은 동막골 주민 ‘여일’역을 맡아 동네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닌다. 뱀에게 물리면 아프다는 말과 연신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아대던 ‘여일’은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동막골 주민들 틈에서 지낸다.이념 갈등과 대립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군인들은 동막골에서 대립한다. 하지만 동막골 주민들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화해의 기회가 된다. 그리고 ‘여일’도 동막골 주민이었다.뻔한 클리셰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알던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념은 서로를 미워해도 병은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공동체 말이다. 지난 8월 4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상당수 언론이 “용의자가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 중” 혹은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는 등 추측성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미 정신장애인당사자단체 침묵의소리에서 2021년 11월 국제신문을 통해 정신장애인미디어보도가이드라인 2.0을 발표한 바 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전국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중세 마녀 사냥의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자였다는 문헌자료를 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털의 조회수를 염두해 둔 것 같은 지금의 보도 행태를 바라보는 수많은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강력범죄율 0.065%이며 정신질환자 강력범죄율이 0.014%로 일반인보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훨씬 적게 일으킨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시 ‘조현병’과 같은 특정 질환을 언급하는 추측성 기사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뿐이다. ◇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가이던스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강제입원을 하여 3개월 동안 페쇄병동에 지낸 적이 있다. 한 달 정도 입원을 하니 눈에 보이는 증상이 사라졌다. 환청 등의 증상이 사라졌음에도 퇴원을 시켜주지 않아 많이 갑갑했고 미칠 것만 같았고 잠을 잘 수 없어서 무척 고생스러웠다.나의 치료 경험에 비추어보면 환청이 심하게 들리거나 조증이 심하거나 우울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지속되어 현실감각이 떨어질 때 정신과 약물 복용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그러나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멍하니 생각을 할 수가 없는 등의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에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힘이 들었다. 5분이 되지 않은 짧은 외래진료로 심리적인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것 같다.한 두차례 약물교육으로는 병식을 깊게 가지기 어려웠다. 무기력감과 같은 음성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약 중단 이후 6개월 만에 재발을 해서 1개월 동안 재입원을 해야만 했다.요즘 뉴스를 보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강화, 치료, 격리 등을 통해 사회와 분리해야만 안전하다는 비상식적인 논리가 적용되는 것 같다. 내가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며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공포감을 느꼈다,” 현재 송국클럽하우스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 2월부터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근무를 하고 있는 안경아 씨와 언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솔직하게 나눈 이야기이다.안경아 씨는 회복과정에서 정영환 동료지원가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본인도 ‘가정방문을 통해 나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경험전문가로서 나의 회복경험을 나누며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더 많이 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WHO는 정신건강 모범사례 5가지(인권 및 회복 범주론/2021)로 법적 역량의 존중, 비 강압적 실천, 참여, 지역사회 포용 그리고 사회보장, 고용, 교육, 주거를 포함한 회복접근을 제시하고 있다.퇴원 이후의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확대되어야 비로소 정신질환자의 효과적인 회복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입원하고 싶은 환경과 치료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서비스 확대와 재활 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격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서비스가 나아가야 방향이 아닐까? ◇ ‘힙(Hip)하게’ 이웃 만나기 국내 최초로 실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2023.4.13. 국무조정실 발표)에 따르면 우울증상 유병률은 6.1%(남 4.9%, 여 7.5%),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경험은 2.4%(남 1.8%, 여 3.1%)가 있다고 응답했다.1인 가구 청년의 경우에는 7.3%로 1.2%p가 더 높았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2.4%로 남자(1.8%)보다는 여자(3.1%)가, 비수도권(1.9%) 보다는 수도권(2.8%) 거주 청년에서, 고졸 이하(3.2%)의 학력을 가진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자살 생각 경험률이 높았다.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미충족 경험은 여자(8.3%), 30-34세(6.3%), 수도권(6.7%), 고졸 이하(6.3%) 등의 집단에서 높았으며, 미충족 의료 발생 이유는 ‘상담비용이 부담되서’(27.5%),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20%),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심리적 거부담 때문에’(18.9%),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15.6%)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확인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전략에 활용될 기초 자료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부산지역의 이웃의 일상을 돌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돌봄 필요 중장년, 이른 돌봄으로 과도한 부담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여 우울감 등 부정적 심리상태 및 생활의 전반적인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일상돌봄 사업 ‘중장년, 청년 심리지원’서비스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부산에는 영도구, 남구, 북구, 해운대구, 수영구 5개구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돌봄 필요 중장년(만40~64세), 가족돌봄청년(만13~34세)이며 정신질환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식사영양관리, 병원동행, 심리지원, 휴식지원, 건강생활지원, 소셜다이닝 등을 제공한다. 또한 동료지원가들이 발을 벗고 청년 정신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요원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위의 자료와 더불어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건강문제에서 가구유형별, 소득수준별, 학력별 격차가 관찰되었고, 제대로 된 식사 보다는 배달이나 인스턴트 음식 섭취의 요인으로 영향불균형을 초래하고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특히 저소득 1인 청년의 경우 ‘양질의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라는 비율이 70%에 육박하였다. 청년정신장애인의 경우 더욱 취약한 집단인데, 이들은 일자리, 주거, 경제활동에 많은 어려움과 더불어 독립을 위한 사회기술이 부족하여 양질의 식사를 챙기거나 건강을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가정방문을 갈 때 한 손에는 영양소가 균형 잡힌 밀키트를 한 손에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청년 정신장애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이들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혐오를 만든 미디어에 맞서 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 모두 ‘힙(Hip)하게’ 이웃 만나는 방법을 찾고 오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면 좀 더 살만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숙 소장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사람살이를 돕기 위해 송국클럽하우스에서 24년째 근무 중이다. *침묵의소리는 2008년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 2020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였다. 현재 부산지역 정신재활시설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당사자 리더양성, 동료지원가 양성, 정신장애 인식개선 사업, 조례개정 운동과 절차보조사업에 참여하였다. *작가소개 그림1. 박승현: 두꺼운 선과 주관적 표현이 강렬한 작가. '에곤 실레'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제작한다.그림2. 고장훈: 송국에서 만화작가 활동에 참여하며 어릴적 만화가의 꿈을 다시 꾸는 중이다.그림3. 황유민: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일러스트부터 웹디자인 등 다재다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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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집중호우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 발생◇ 지난 8일 시작된 호우특보는 17일 15시를 기준으로 해제됐으나, 집중호우로 수도권 및 중부지방 등에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서울·경기·강원·충남에서 다수의 인명피해(46명)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 수도권과 충남·북, 강원, 전북 등 7개 시·도, 63개 시군구에서 4,257세대 8,143명이 대피 중이며, 이 중 일시대피 5,270명은 추후 피해조사 결과에 따라 이재민으로 분류될 예정< 인명피해 및 대피 현황(8.17일 11시) >구 분계서울경기인천강원충북충남전북인명 피해합계(명)461029 4 3 사망1484-2---실종6-2-2-2-부상26223---1-대피 현황합계(명)8,1435,1042,654738082077이재민2,8731,6761,049436-945일시대피5,2703,4281,605407481132◇ 또한 주택·상가의 침수, 농작물·가축의 유실 및 폐사 등 사유시설 피해와 도로·하천·상하수도 파손 등 공공시설 피해도 잇따라 발생○ 재산피해는 8개 시·도에서 시설 17,532건, 농경지 1,805.3ha로 집계< 재산피해 현황(8.17일 11시) >구 분계서울경기인천강원세종충북충남전북제주사유 시설합계(건)16,05714,73741362336115115628-주택·상가15,86414,65336557236115114727-옹벽·토사193844851---91-공공 시설합계(건)1,475*41388-107105030612도로사면1611224-784266-2산사태43814188-75-2159--기 타876*15176-2526811-농작물합계(ha)1805.3-152.7-305.4-77.31,121148.9-축산합계(마리)101,880-33,302-250--68,328--* 지역 분류가 안된 570건 포함□ 정부는 중대본 비상대응체제를 해제, 수습·복구단계로 전환◇ 윤석열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8.12.) 주재 등을 통해 부처에 신속한 피해 복구를 지시하는 한편 이재민에 대한 조속한 일상 복귀를 약속◇ 대통령 말씀신속한 피해 지원과 복구에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할 것, 조속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12일 국무회의, 18일 브리핑)○ 국무총리도 1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지자체조사·중앙 합동조사 등을 빠르게 실시, 9월 중 복구계획을 수립할 것을 당부◇ 행안부는 긴급 조치의 일환으로 서울·경기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큰 지역에 특별교부세 67억 원을 신속히 지원하는 한편※ 서울 28억, 경기 20억, 인천 5억, 충북 4억, 강원·전북 각 3억, 세종·충남에 각 2억○ 17일 15시, 중대본 비상대응체계를 해제하고 복구대책지원본부*로 전환, 현장의 수습·복구 진행 상황을 살피며 피해규모 조사를 진행* 복구지원총괄반, 재난자원지원반, 재난구호심리지원반 등 3개 반 가동◇ 아울러, 정부는 집중호우 피해가 국가 지원 대상으로 인정될 경우를 대비, 관계 부처 합동 ‘집중호우 피해 수습·복구 지원방향’을 발표○ 5대 지원 분야에 대해 부처별로 피해지역 주민의 조기 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 5대 분야 부처별 지원 방향 >분 야부 처지원 방향이주민 긴급구호 주거지원부처 합동지역 임시주거시설 지원 및 장기 이재민 공공임대주택 지원행안부복구대책 총괄 지원체계 가동,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이주민 생활안정 지원행안부사유시설 피해 복구비(재난대책비 748억원) 지원 추진복지부이재민의 국민연금 납부 예외(1년 이내, 사유 지속시 연장)・ 특별재난지역 선포지역의 건강보험료 경감 등산업부멸실 건축물 등에 대한 전기요금(1개월분, 최대 200만 원), 가스요금(1개월분)에 대한 감면 및 납부유예를 추진과기부통신사와 협의하여 피해주민을 대상 통신서비스 요금 감면소상공인 회복지원중기부재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7천만 원까지 저리 융자 지원금융위긴급경영안정자금 및 2백만원 한도 지자체 재해구호기금 지원세제 금융국세청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등 납부기한 연장, 소득세・법인세 공제금융위‘수해피해긴급대응반’ 운영, 침수 차량 안내, 보험금 조기 지원지자체 재정보조기재부 행안부수해복구계획이 확정시 재난대책비, 기정예산 이‧전용, 예비비 등 활용하여 복구비 지원, 재난안전특교세로 항구복구비 등 지원□ 자치단체도 피해 집계 및 응급 복구에 총력◇ 자치단체는 17일, 중대본에 따라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제하고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등 응급 복구 진행에 만전○ 지역 자원봉사 인력 등을 활용, 현재까지 17,532건 중 15,743건을 복구 완료(89.8%)하고, 1,789건에 대해서는 진행 중봉사 인원누계서울인천경기강원충남전북15,7483,9722187,1176083,76370◇ 한편 가용자원이 부족한 지역은 정부에 특별재난지원 선포 등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고 군·민간에 추가 봉사인력을 지원을 호소< 서울시 >◇ 서울시는 17일, 금번 수해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부상자·이재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총체적인 지원책을 발표○ 임시 주거시설 운영과 구호물품 구입 등에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응급구호비’ 2억 2백만원을 14개 자치구에 지원하고, 사망자와 실종자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 또한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비용 문제로 집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희망의 집수리’ 사업도 추진할 방침○ 한편, 관내 42개 전통시장, 약 1,130여 개의 침수피해 점포를 위해 전통시장 내 ‘원스톱 지원센터’를 설치, 폐기물 처리 등을 지원할 계획◇ 아울러, 서울지역에서 반지하 등 비주택 거주시설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한 반지하 대책을 발표○ 반지하 가구를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대책을 추진할 계획< 경기도 >◇ 경기도는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투입할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 군부대를 통해 대규모의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아 복구에 총력○ 한편, 집중호우가 집중적으로 강타한 양평·여주·광주·용인·성남 지역의 단체장들은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는 상황◇ 앞서, 경기도는 지난 12일 풍수해 종합대책과 반지하 주거시설 침수 방지 방안을 포함한 ’수해복구 긴급대책‘을 발표,○ 도는 지속적으로 반지하 주택 현황을 파악해 담당자를 지정하고 우기 전 예찰·점검을 확대, 취약주택 침수를 사전 예방할 방침◇ 또한, 15일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양평 등 3개 시·군에 재난관리기금 각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31개 시·군에 총 100억원 지원할 계획○ 도는 긴급 복구 지원을 위해 31개 모든 시·군에 26억원을 1차로 지원한 뒤 시·군별 소요액을 파악해 74억 원을 추가로 교부할 방침< 인천시 >◇ 인천시는 노후화된 도심지역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시와 10개 구·군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긴급 복구를 지원○ 특히, 관내 지역은 10일 호우경보가 해제됨에 따라 피해사항 추가 파악 및 군·구별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시와 10개 군·구는 8일부터 사흘간 3천 784명을 비상근무 인력을 투입하고 530대의 차량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배수 지원을 진행◇ 또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9일, 침수 피해현장을 살피며,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며 긴급 재정 지원을 시사○ 이재민·대피자에 대해 숙박비·식비 등을 재해구호기금으로 즉각 지원할 예정이며, 일신·신기시장 등 침수지역 보상방안을 마련 중◇ 또한 관내 침수피해가 노후배수관이 막히거나 파손돼 물이 역류하면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 이에 대한 전수조사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시가 관리하는 빗물 펌프와 우수 저류지 등 방재시설의 긴급 점검과 수해에 열악한 반지하 세대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 강원도 >◇ 도 곳곳에서 주택 매몰, 농경지 침수, 산사태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피해 집계 및 긴급 복구에 만전○ 호우로 인해 도민 2명이 아직까지 실종인 상태로, 군 병력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내 피해규모를 조사 중◇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11일 집중호우로 고립된 홍천군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복구와 피해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지시○ 하천 홍수위보다 낮은 도로로 인해 침수 고립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고 고립예방 사업을 추진할 계획< 충남·충북·전북도 >◇ 충남·북도는 기록적인 폭우로 농경지 침수, 영농시설 등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나 농가 일손부족으로 응급복구가 더디게 진행○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16일, 부여·청양 수해현장을 방문한 행안부 장관을 면담, 부여·청양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하는 등 영농지역 복구·지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 한편 전북도는 도로·주택, 농경지 침수 등 11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됨에 따라, 지난 12일 토사물 처리 등 복구작업에 착수하고 각 시군과 함께 추가 피해가 있는지 조사에 나설 방침○ 아울러 이번에 정부로부터 확보한 특별교부세 3억원을 관내 호우 피해가 가장 큰 군산시와 익산시에 긴급 지원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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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노동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영화 마니아는 아니다보니 나름의 기준으로 가려가며 영화를 보는 편이다. 그 중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다.영화를 쫓아가야하니 그럴만하다. 그래도 그 긴장감만큼의 묵직한 재미가 있다. 이번에 개봉된 ‘오펜하이머’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 오펜하이머를 읽어내는 재미 개인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과학, 우주물리학 책들을 종종 즐겨 읽는다. 이번에 본 영화 오펜하이머도 그런 과학적 흥미 거리가 가득하다.인간의 사고에서 벌어지는 우주의 신비를 고스란히 녹여내 분야를 넘나들며 생각하고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그야말로 알고자 하는 만큼 보이는 영화, 보이는 만큼 즐거운 영화다. 스토리 전개는 1954년 오펜하이머에 대한 ‘보안 인가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청문 위원회에서의 사상검증으로 시작한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핵폭탄 제조 과정이 소환되어 청문회 장면과 번갈아 교차되면서 사실관계를 대비시킨다.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인 루이스 스트로스가 과거 자신에게 열등감과 모멸감을 주었던 오펜하이머를 증오해 그에게 소련 스파이라는 오명을 씌워 과학계에서 밀어내려는 것이다. 참고로 당시는 매카시 열풍이 거셌던 시기다. 정치, 권력, 이념 등 시대적 산물들이 총동원되어 미국 사회를 관통해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갔던 숨가쁘고 빠른 청문회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조금은 느긋하게 즐길 흥미 거리도 있다.관객을 순수 자연과학의 세계로 끌어들이면서 과학기술의 활용과 인류사회에서의 윤리문제, 그리고 그 자연과학이 인간의 욕망에 어떻게 이용•관철되고 좌절되는지를 영화 전반에서 생생하게 전개된다. “당신과 나의 몸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당신을 뚫고 지나갈 수 없는 이유는 원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오펜하이머가 양자역학을 설명해달라는 연인(생물학자, 훗날 자신의 부인)에게 답하며 즐거워하는 대화 장면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원자라는 물체가 실은 거의 텅 비어있는 물질임을 설명하던 그 해맑던 순간엔 이후 자신의 업적들이 인류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것이 될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종식시켜야만했던 급박한 상황이 인류 최초의 핵폭탄을 탄생시켰다는 역사적 사실 외에도 영화가 깨알같이 보여주는 양자역학의 세계까지 탐색해본다면 흥미는 그만큼 배가된다.어차피 물리학 자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논리적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자연과학이 밝혀낸 그 세상이 전혀 이해되지 못할 일은 아니다.천재 과학자들이 밝혀낸 그 복잡한 우주의 세계를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인들 사고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놀란 감독의 천재성이 아닐까? 인간세상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불행의 역사들의 시작은 늘 자신만의 영역, 자신만의 세계 안에 갇혀 외부 상황과 타인으로부터 경계 짓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곤 했다.현실 세계에서 구현되는 이론과학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경계 너머의 세상쯤으로 지레 포기해온 우주물리학의 세상을 우리의 사고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계 너머 타인을 적대시했던 파시즘, 인종주의, 전체주의(영화에도 등장한다) 같은 극단적 체제가 또 다른 경계 너머의 과학을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 돌아보자는 것이 놀란 감독의 숨은 의도가 아닐까 싶다. ◇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를 넘어 과학자들은 우주를 설명해내는 두뇌를 가졌지만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사회과학 분야에는 취약한 편이다. 영화 속 오펜하이머도 그랬다.반면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제하고 주도했던 그로브스 장군이나 핵탄두 사용의 실질적 권한을 쥔 트루먼 대통령 같은 권력자들에게 취약했던 것은 반대로 과학자들이 가진 과학적 사고능력이다.인류를 몰살시킬 수도 있는 핵폭탄의 위력이 오직 천재 과학자들 머리에서 나왔다면, 그 핵폭탄을 떨어뜨릴 목표 지점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권력자들의 손이다. 이처럼 양쪽 세계를 넘나드는 포괄적 사고 능력을 한 사람이 온전히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서로의 분야를 구분 짓는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이런 한계도 극복될 수 있음을 드러내려 했다. 그러려면 영화를 보는 우리도 그 경계의 해체에 동참해야 한다.영화가 우리를 우주물리학의 세상으로 끌어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 영역에서의 능력과 권력이 곧 문제 해결의 중심점이라고 착각했던 이들이 점차 자신의 영역 너머와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이 그래서 더 흥미롭다.스스로 핵폭탄에 대한 권위자라고 생각했던 오펜하이머 역시 그런 현실적 자각의 과정을 겪는다. 그 역시 맨해튼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순간 피해갈 수 없었던 과학적 세계 너머의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영웅이 된 오펜하이머가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던 아인슈타인에게 다가가 나누는 대화 장면(대화 내용은 영화의 말미에서 공개된다)이 영화 초반에 등장함으로써 핵폭탄의 미래를 암시한다.“자네가 버클리에서 나를 위해 리셉션을 열고 상을 준 일이 있지. 그런데 그건 날 위한 게 아니라 자네들을 위한 것이었지. ~~(중략)~~ 이제 자네 차례야. 자네가 유명해지고 벌을 받고 난 후 세상은 메달을 주며 모든 걸 용서했다고 말할 테지. 하지만 그건 자넬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한 거야.” 실제로 핵폭탄이 투하된 이후 그에 대한 책임감과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던 오펜하이머는 “내 손에 피가 묻은 것 같다.”며 트루먼 대통령에게 핵폭탄의 위험을 알리려 한다.그러나 “당신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고 핵 투하 결정은 내가 내렸다.”면서 “책임은 나에게 있는데 당신이 왜 괴로워하느냐.”는 조롱 섞인 대통령의 대답에 오히려 안도하며 자신을 위로하려 한다. 그렇게 한 과학자가 내적 갈등을 겪어가며 인간사회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성공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급박한 시간적 한계 속에서 많은 과학자들 사이의 불협화음을 조정해 과학계의 행정가 임무를 완벽히 소화해낸 오펜하이머는 결국 핵무기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다.그리고 그 원자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터졌다는 소식이 날아온 순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과 수많은 관련자들은 미친 듯이 열광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광적인 모습으로 클로즈업된다.인류 최초의 핵폭탄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 그리고 그 핵폭탄이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 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는 순간,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불 타 죽고 있는지는 애초에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듯 경계 너머로 사라진다.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유일한 목적이 그들을 하나로 만든 순간 그 목적은 그들의 신앙이 된 것이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핵탄두가 결국 권력자의 손으로 넘어가 있음을 지각하는 순간까지도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의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한 것 같다(물론 그 대화는 훨씬 나중에 있었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무얼 말하고 있었던 것일까? ◇ 철 지난 이념논쟁, 그들에게 영화 오펜하이머 관람을 권한다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던 나찌 독일은 1937년 자신들의 신무기를 실험하기 위해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를 융단폭격으로써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이런 실상을 고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당시 파시즘에 반대했던 오펜하이머가 스페인 난민에게 후원금을 보내는데 공산당을 통해 전달했던 사실이 훗날 청문회에서 집요하게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된다.그러나 스페인 내전 당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화파(소련, 미국•유럽 국가들은 암묵적 지지만)과 국민파(반란군, 나찌 독일, 파시즘)로 대립되던 시기다. 그 이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지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선의의 행동이 미•소 간 냉전 시대에 다시 소환되어 정적을 제거하려는 데 이용된 것이다. 영화의 이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지금의 한국사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독립운동가의 공산당 입당 전력이 당시 시대적 상황이 고려되지도 않은 채, 그의 항일운동 전체를 흔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 흡사해서다.국가 행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실종되고 있고, 오직 최고 권력을 향한 충성맹세가 득세하더니 결국 이념전쟁으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영화 속의 그 어이없는 사상검증이, 아니 한국의 50-60년대의 그 피비린내 나는 이념투쟁이 21세기 한국사회 한복판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자유를 외치면서 비판세력의 자유는 억압하겠다는 듯한 이 현실에서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기우일까? 왜 그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이태원 참사, 대책 없던 수재현장, 잼버리대회 파행 등등 우리사회가 자체적으로 감당해내던 행정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불행한 사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GDP는 폭락하고 사상최대의 무역적자와 함께 각종 경제지표들의 위험 신호를 알리고 있는 지금,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무너지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각종 예산마저 어떠한 합의과정 없이 삭감하고 있다.대통령의 ‘킬러문항’ 말 한마디에 교육계가 술렁이는가 하면,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과 함께 교육현장의 위기도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마당에 “5천만 국민 모두 주권을 행사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가 된다.”는 심각한 수위의 발언까지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자신들의 무능을 덮는 데만 급급한 채 국민들의 비판까지 차단하려는지 시도 때도 없이 이념논쟁이다.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핵오염수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은 영화가 보여주듯이 경계를 해체시킴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며 해결해가야 할 문제이지 배타적 경계를 굳건히 지켜 강압으로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현상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려는 분위기는 점점 위협받고 그 자리에 진영 논리, 이념공세와 증오가 자라고 있다. 작은 프레임 속에 갇힌 채 인류의 보편적 가치, 아니 최소한 한 나라의 존립 기반조차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한한 우주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에서 조그만 땅덩어리에 갇힌 우리사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삶은 아랑곳없이 눈앞의 권력과 자신들 이익만을 향해 돌진하는 모양새다.이 극단의 시기에 때마침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뜬금없이 공산주의 타도를 외치는 그들에게,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무기력한 방어에만 급급한 그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돋보기가 아닌 망원경으로 경계 너머의 넓은 세상을 좀 보시라고. * 영화 내용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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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일 고흥마을대학 이사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 면 소재지의 아시아마트들 고흥군 도화면 소재지에는 근래 몇 년 사이에 식자재 전문 마트가 3개나 등장하였다. 이들은 마트의 간판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동티모르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기가 새겨진 이른바 아시아마트들이다.도화면은 커다란 김 양식장들과 어항인 발포항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에 고용된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의 고객이다.1주일에 1~2번 정도 씩 어촌의 한국인 사장들이 자가용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태우고 와서 식자재와 생활용품들을 사가고 있다.외국인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어촌은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월 200만 원~350만 원으로 보수가 좋은 편이다.노동집약적인 양파농장이나 마늘농장 등에서도 이들을 고용하지만 파종기와 수확기에만 일하는 계절 노동자이고, 일반 농장에서는 인력회사를 통해서 연결되는 일용노동자로서 점심을 사주고 일당이 15만원 정도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식적으로는 노동부에서 알선해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체류 상태로서 고용인이나 피고용인 양측 모두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이다.더 근원적인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한국의 농어촌은 이미 현상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이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려고 하면 농어촌은 당장 비상이 걸린다.그래서 차라리 이를 합법화해서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예 이민정책으로 나아가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견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아무튼지 중앙정부가 확실한 입장을 못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례로서 이들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근원적인 문제해결의 처방이라기보다 현상을 뒤쫓아 가는 임시방편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 장차 영농(營農)영어(營漁)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 농어촌은 누가 영농영어의 주체가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아직 농어촌에는 대부분 영농영어의 후계자가 없고, 산업화시대부터 농어촌을 지켜온 세대들은 이미 70~80대의 고령화로 인해 오히려 돌봄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그동안 귀농귀촌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통계적으로는 이 공백을 메워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못 되고 있다.이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따져보기로 한다. 현재로서는 극히 일부이지만 자녀 중에 가업을 이어받는 형태로 귀향하여 부모의 농장이나 어장을 이어받는 사례가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볼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는 규모가 꽤 크고 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과수원, 축산농장, 수산양식장 등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세 소농이나 소형 어선의 경우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시간이 흐를수록 이들 영세농이나 영세한 수산어업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농촌에는 빈집과 휴경지가 늘어나고 어촌에서도 사정은 다소 유리하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가장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것은 ‘기업형 경영자’의 등장이다. 사실 이 길은 그동안 역대 정부가 추구해온 정책방향이기도 하다.경쟁력이 약한 소농들이 자연도태되면서 자본력이 있는 대규모 시설농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형태로 구조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이러한 추세는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과학기술혁명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기후위기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식량부족 현상을 불러오고, 필연적으로 곡가폭등과 물가폭등으로 이어질 경우 힘센 자본이 식량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산업화과정에서는 영세한 소농을 희생시키면서 저곡가정책으로 일관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지구적인 식량대란의 상황에서는 식량공급자의 주도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힘있는 자본들이 여기에 뛰어들 경우 농산물가격도 공산품처럼 공급자가 결정하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과학기술혁명에 힘입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팜’ 농업 역시 상당한 시설투자와 자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세소농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거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다지 바람직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동안 소농중심의 생태적인 농촌공동체를 추구해온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 귀농귀어귀촌은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가? 귀농귀어귀촌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그 중에서도 청년층과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추세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농산어촌은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하는지는 의문이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실정이다. 고흥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1개 면 규모의 인구가 유입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고흥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이는 단순히 고령자의 자연사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분명 이들의 상당수가 실패를 경험하면서 다시 빠져나가거나 유입인구에 허수가 들어있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태와 원인을 정확히 알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이다. 대략 귀농귀어귀촌인구의 90% 이상이 귀촌인이고, 10% 미만이 농어업 지망생이다. 그런데도 귀농귀촌교육은 주로 창업교육과 그 성공사례를 보여주는데 치우쳐 있다.이들은 대부분 창업을 할 수 있는 능력(자본,경험,기술 등)이 없지만 소정의 교육을 받은 청년이면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들은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약이 되기보다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할 일이 없으면 내려가서 농사나 짓지!”라던 전통적인 편견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억대 부농을 꿈꾼다!”는 더 위험한 장밋빛 환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방송언론 매체들이 앞다투어 억대부농의 성공사례들을 내세우면서 귀농귀촌을 부추기고 수많은 출판물들이 이에 가세해 온 결과이다. 각 지자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귀농귀촌교육 또한 이러한 위험한 환상을 올바로 깨우쳐주기보다 이에 영합하고 있다.실패할 경우 수억 원의 창업지원금은 결국 농자재회사 농약비료회사 모종씨앗회사 등으로 돌아가고 귀농창업자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데, 그 책임은 오로지 경영을 잘못한 당사자의 몫이 되고 만다.비록 그 대상이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이 어렵게 기특한 결심을 하고 내려온 소중한 쳥년들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 갈 곳을 잃고 있는 우리 청년들 아직도 매년 일자리를 찾아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청년이 5만 명에 이르고 있다. 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도 1년에 약 1만명 씩 빠져나가는데 그 중에 청년이 20%를 차지하고 있다.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공식통계상으로 대략 10% 약 100만 명이던 것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일자리 없는 청년이 약 260만 명으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라는 보도가 있다.결과적으로 수도권 대도시는 더 이상 청년들을 수용할 수가 없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되어있고, 농산어촌에는 청년일꾼이 사라지고 없어서 지방소멸의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문제는 우리 청년들에게 지금의 농산어촌의 일자리는 그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는데 있다. 여기에는 일자리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인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부터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함은 농업이 인간의 삶과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이라는 의미로서 오늘날에도 그 본질적인 의미와 중요성이 조금도 달라질 수가 없다.오히려 기후위기와 펜데믹이라는 이중 재난시대를 맞이해서 식량산업으로서의 농수산업과 생활공간으로서의 농산어촌의 상대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우리의 농산어촌이 이렇게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존립의 위기에 처한 것은 오로지 산업화과정에서 농업을 희생시킨 결과일 뿐이다.아무튼 1차산업으로서의 농수산어업이 그 경제적인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거기에 종사하는 농어민의 사회적인 위상이 바로 서고 진실로 존중되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청년들이 이러한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농산어촌으로 시선과 발길을 돌려놓을 때 청년실업은 물론이고 이로 말미암아 파생되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이 땅에 참다운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사회적인 인구구성의 면에서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농산어촌에서 여유롭고 쾌적하게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살게 될 때 한계에 봉착해있는 대도시의 문제들도 해소되고 진정한 도농상생의 길이 열려갈 것이다.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비현실적인 주장도 아니다. 우리는 산업화 이전에는 오랜 세월 대부분 1차산업에 종사하면서 농산어촌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농산어촌은 그만한 수용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아다. 그러나 농산어촌에서 산다고 해서 모두 1차산업에 종사할 필요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특히 교통통신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모든 경제활동이 공간적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이제는 농산어촌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직업이나 직종이 없어지고, 오히려 비용과 효율 면에서 대도시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귀농귀촌인구의 90% 이상이 비농업 귀촌인이라는 사실도 이러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농산어촌을, 누구나 그 직업을 불문하고, 자연 속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이는 기후위기와 펜데믹이라는 이중 재난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적인 위기에 처해 있는 인류문명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 고학력사회에서 왜 마을대학인가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69%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으로서 이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취업이나 창업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행복지수와도 무관하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오히려 고학력사회가 되면서 고학력의 희소가치가 사라지고 학력파괴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귀농귀촌 청년들에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대도시 출신의 청년들에게 농산어촌은 전혀 새로운 사회일 수 밖에 없다.따라서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어차피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부터 새롭게 배우고 익혀 나가야 한다. 고흥에서 살려면 고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그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대학에서 전공을 정하고 공부를 하듯이, 고흥이 어떠한 고장인지 알아보고, 자신이 해보고 싶은 전공을 정하고, 그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공부는 어디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농업을 살펴보자. 농사는 자연을 상대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신비로우면서도 알아야 할 지식이 의외로 많고, 예상할 수 없는 돌발변수도 많다.열 번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그해 농사는 망칠 수 있다. 기회는 일 년에 한 번이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고 실패의 댓가가 그만큼 크다.농사야말로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한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너무나 엄중한 직업이다. 작물의 생태와 관리법, 각종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법, 다양한 농기구의 사용법과 물주기, 좋은 흙 만들기와 거름쓰는 법, 열매를 수확하고 보관하는 법 등 종합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농사라고 통칭하였지만, 작물마다 생태가 다르기 때문에 재배법도 각기 다르다. 그래서 제대로 된 농사꾼이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생업에 관련 일에 대해서, 이렇게 신비롭고 어려운 배움을 어찌 ‘대학’이라 아니할까! 마을대학이 아니더라도 여러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교육강좌는 너무나 많은 편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구체적인 농사법을 알려주는 교육은 없다.실전을 통해서는 배울 수밖에 없는데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는 낯선 고장에서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한두 번의 조언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로소 발견되는 문제들이 많아서 초보자는 미리 예측하거나 예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예부터 농사와 공예는 도제식으로 배우는 전통이 있다.농사와 공예는 대부분 부모를 스승으로 해서 어릴 적부터 일을 배우고 익혀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물려 받았던 것이다. 그러면 귀농귀촌인에게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고흥군에서는 멘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면 단위로 한 명씩 멘토를 지정해서 귀농자들의 상담에 응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그러나 멘토가 누구든 모든 문제에 해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필요에 충분히 부응하기에는 그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한 아이를 가르치는 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한 사람이 지역주민으로 정착하는 데에도 마을대학이라는 집단지성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 지역적인 삶을 위한 마을대학의 역할 고흥마을대학은 청년귀농인을 위해서 ‘도제식 인턴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기간을 일정하게 제도화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2~3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가령 어떤 귀농자가 허브농장을 희망한다면, 허브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마스터로 삼아서 그의 도제가 되어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게 하는 방식이다.물론 이 기간에도 마스터는 도제에게 그의 노동에 대한 보수를 일정하게 책정해서 지불한다. 그것으로 도제는 자신의 생활비를 해결하면서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배울 수가 있다.이렇게 도제로서 직접 체험을 하다 보면 처음과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에는 언제든지 다른 분야로 전공을 바꾸어 다시 인턴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말하자면 열려진 교육과정운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스터와 도제로서 맺어진 인간관계는 독립한 후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담과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대학은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없는 배움의 학습공동체이다. 가령 목공기술을 가진 회원은 목공강좌를 개설할 수가 있고, 그 목공기술을 가진 회원은 양봉업을 하는 회원이 개설한 양봉강좌에 참여하여 배울 수가 있다.거꾸로 이번에는 그 양봉업자가 목공강좌에 참여해서 목공기술을 배울 수가 있다. 이렇게 마을대학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과 기술을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나누어 가질 수가 있다.이러한 재능의 나눔은 다양한 교양 취미 동아리의 형태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고흥 야생화 사랑 동아리’ ‘주말 자전거 타기 동아리’ ‘향토사 공부반’ ‘고전 강독반’ 등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다.마을대학은 지역사회와 귀농인을 돕는 일만큼이나 회원들 자신의 삶과 생활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들을 서로 나누면서 지역적인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생할공동체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조사하여 새로운 지역특화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마을대학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고흥은 해양수산자원이 풍부하여 그 경제적인 비중과 잠재력이 매우 크다.그 중에서 고흥에서만 매년 12만톤 씩 해양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부산물을 자원화해서 가축사료와 농업용 퇴비로 재활용하려는 실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장차 이 사업은 그 자체로서 규모와 경제성이 매우 크고, 바다 환경의 정화, 건강한 생태축산, 작물의 면역력 강화 등 복합적인 의미와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이와 관련해서 해초를 소재로 하는 공예품을 개발하기 위해 해초압화 기술을 전수받는 교육강좌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체험농원, 교육농원, 전통문화, 향토음식, 편백숲 휴양림, 해안선 둘레길, 숙박시설 등 관광자원들을 조사하여 공정여행프로그램과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연구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대학은 군청 교육청 등 지역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문화관련 공모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에는 군청 지역특화 공모사업에 참여해서 “해양탐방 해설강사 양성을 위한 해양탐방”을 수행하였다.2022년에는 고흥교육지원청 지원으로 “고흥해양역사와 해양수산자원에 대한 마을교육과정 개발”사업으로 발전시키고, 2023년에는 해양탐방을 위한 학교급별 교사용 해설자료집과 학생용 워크북을 작성하기 위한 마무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내년부터는 군청으로부터 학생 전용 해양탐방선을 지원받아서 상시적으로 해양탐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2022년에는 고흥군청 문화도시 공모사업으로 거금도의 홍연마을에서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마을축제”를 홍연마을주민과 고흥마을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하여 사라져가는 마을공동체문화를 되살리는 뜻깊은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올해에는 전남도 지원 ‘마을공동체사업’으로 포두면 신촌마을에서 같은 마을축제를 수행해서 마을주민들의 좋은 호응을 받았다. ◇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살아가기 사람들에게 ‘고흥마을대학’이라고 소개하면 “고흥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은 몇 명이나 되고 무엇을 가르칩니까?”라는 질문이 바로 되돌아온다. 당연한 질문들이지만 간단하게 응답하기가 쉽지 않다.“마을대학은 장소가 따로 없고, 고흥이 다 강의실이고 실습장입니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없고, 누구나 필요한 것은 다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학교와는 다릅니다.” 주섬주섬 설명해주다 보면 “아~ 그래요?” 말끝을 흐리면서 뜨악한 표정을 짓곤 한다.이러한 혼란과 의문은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하든지 반드시 만나고 넘어가야 할 산이기도 하다. 사실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서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만들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고흥마을대학사회적협동조합”을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서 등록하는 절차를 밟을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등교육법에 저촉이 되니 ‘대학’이라는 명칭을 빼라”고 요구했다.아무리 설명하고 설득을 해 보았지만 통하지 않았고, 결국 교육부장관에게 청원서를 올려서 등록할 수 있었다. 마을학교운동에 대한 이러한 행정당국의 보수적인 태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마을대학이 주민참여행정의 파트너로서 행정력이 직접 하기 어려운 역할을 자임하여도 선뜻 곁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보다 전향적인 이해와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마을대학은 어떠한 법인형태를 취하든지 비영리 공익단체일 수밖에 없다. 영리단체는 이해관계로 뭉치고 영리추구가 추진동력을 만들어내지만, 마을대학과 같은 비영리 공익단체는 무엇으로 구심력과 추진력을 만들어 갈 것인지가 1차적인 고민이고 과제이다.아무래도 마을대학은 일종의 이념공동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이념이 지속적으로 재충전되고 진화해 갈 필요가 있다.초기에는 추진 주체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신념이 추진동력이지만 그러나 그 이념이 당위에만 머물러서는 구성원들의 활동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인격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만큼 활동 동력으로 선순환되어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다양한 모습의 마을대학들은 스스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일 수 있지만, 막막하고 두렵고 책임도 따르는 일이다.“눈 내린 들판 걸어갈 때, 그 발길 어지러이 하지 말라. 지금 나의 발자취가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서산대사의 선시를 떠올리게 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살아가자”라는 시대정신을 생각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끝으로 고흥마을대학 창립선언문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한다. “고흥마을대학은 지방소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깃발이 되고자 합니다. 내 고장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당연히 고흥을 무대로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고, 멀리서 뜻있는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찾아오는 꿈의 산실이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창조하고 지역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으로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여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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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김 대석 평화인권센터 선임연구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헤겔은 역사는 단계별 발전과정을 거치며 마치 한 사람의 생이 나고 성장하며 늙어가는 과정과 같다고 하였다. 아울러 그는 관념론적 사관에서 역사는 이성의 지배를 따르며 자유라는 목적지를 향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고 보았다. 믿을 뻔 했다. 아니 지금도 사고의 밑바탕에는 이 말에 대하여 여전히 신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극화된 계급사회의 고착화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미 챗지피티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은 3.0, 3.5버전에 이어서 4.0버전을 지나 어디까지 나아갈지 예측불가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비례적으로 향상되면 유토피아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인가.그럴 리는 없다. 이는 제2차 산업혁명에 따른 석유문명의 가속화시대와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혁명 시대를 거쳐 오면서 사회적 격차 문제의 경향을 보자.즉 기술의 폭발적 발전에 따른 사회적 과실 분배로 빈부의 격차와, 새로운 계급의 고착화·세습 문제가 얼마나 극복 되었는지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1차 산업혁명기의 빈부격차가 10:90에 가까웠다고 한다.반면 2차 산업혁명기에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병폐인 경제공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그리고 동·서 이념대립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의 복지정책 확대와 평등을 향한 노력으로 20:80 정도였다고 한다. 수치적으로 보면 빈부의 격차가 완화되고 있는 같아 역사는 정으로 발전 하겠구나 하는 착각을 갖게 한다.한편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뜻밖에 해체되면서 동구권 전체가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를 두고 서방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한 것으로 자평하며 의기양양했다.그러나 이에 대해서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크리스 하먼’은 ‘1991년 소련 붕괴는 사회주의의 몰락을 뜻하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종류의 자본주의가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로 전환된 “게 걸음”이었을 뿐’이라고 일갈 했다.여하간 동구권의 몰락은 서방의 ‘신자유주의’ 사조의 등장을 촉발하였고, 이와 더불어 정보혁명이라는 제3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게 된 글로벌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깃발아래 세계를 다시 재구조화 하였다.그런데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 물결이 휘졌고 지나간 사회에서는 중산층의 급격한 몰락과 복지의 축소라는 공통된 상흔이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이 상흔들을 통해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역사의 정의로운 발전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좌초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 폐해 극복을 고민해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제4차 산업혁명기의 사회에서는 단 1%의 가진 자(부와 권력)가 99%의 가지지 못한 자를 오롯이 통제·지배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왜냐하면 AI(인공지능)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정교한 지배와 통제의 방법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진 자의 숫자는 작을수록 그들의 파이는 커지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를 그렇게 구조화 하려고 할 것이다.우리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의 본류에 진입도 하기 전에 1%대 99% 사회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즉 상속받을 유산이 없는 사람이 순전히 개인의 노력과 힘으로 신분상승을 이룩하기는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이미 급격하게 세습계급의 사회로 진입하였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는 K-POP으로 유명세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그런데 놀라운 일은 ‘강남’만의 스타일이 현재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강남’에는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 장벽은 한국의 1% 사람들이 만들고 있고 우리 사회 신분 사다리의 최상부에서 철옹성이 되어 있다.즉 이 장벽의 카르텔에 신규회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서 기득권을 가진 1% 그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기득권에 의한 모든 특권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들에게로 고스란히 되 물림하기에 여념이 없다.2022년도 서울대 정시 등록자 중 강남3구(강남/송파/서초) 출신이 22.1%로 양극화와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기사가 이를 방증하는 일례로 볼 수 있다.특히 전국 의대 정시 등록자 가운데 강남3구 출신 비중이 2022년 기준으로 22.7%에 달하는데, 강남3구의 고교생 주는 전국의 3.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성골과 진골, 양반상놈의 신분을 구분하고 계급을 나누는 것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 역사의 유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지금도 우리는 1%의 강남과 99%의 비강남이라는 신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이 계급은 사실상 세습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 한 신분사회에서 가지지 못한 99%의 계급은 일상의 삶이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상이변, 물부족, 식량부족, 지구온난화, 지하수고갈 등의 환경문제 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고통은 오롯이 이 99%의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문제는 이와 같은 ‘1%의 사람들’인 기득권 집단이 가지는 계급적 성격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탈계급과 탈신분세습의 원리는 변질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왜냐하면 계급주의의 극복의 역사가 이른바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이었고, 탈계급주의는 탈세습신분과 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극우 정부가 가져온 퇴행들우리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완화에 관심을 가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진영의 정부를 3번 경험했다. 그 중 두 번의 정부는 앞선 극우정부의 파탄지경의 국정난맥상을 넘겨받아 뒷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김대중, 노무현 중도우파 정부를 이어 집권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극우인사들은 두 번의 중도 우파 정부 동안을 잃어버린 통한의 10년으로 규정하였다.그들은 절치부심하며 재탈환한 정권에서 그 기간 동안 하지 못한 사욕을 채우기라고 하듯 온갖 악행을 대놓고 자행했다. ‘4대강 살리기’라는 기만적 선전을 통한 토건세력의 배불리기,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세월호 참사 축소 은폐시도 등 제동장치가 고장난 폭주 열차가 되어 치달았다.이와 같이 집권의 목적이 오직 사적 이익추구의 극대화에 있던 극우 보수의 두 번에 걸친 집권과 그들의 본말이 뒤바뀐 국정운영은 시민들 삶의 직접적 붕괴 요인이 되었다.청년실업의 증가, 비정규직 확대, 중산층의 붕괴, 빈부격차의 심화, 2014년 30대 여성이 어린자녀들과 동반자살 한 사건처럼 생활고에 따른 비관자살의 다발적 발생 등 무능하고 부패한 집권세력이 초래한 재앙적 사회를 두고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자조하게 되었다.권력의 일탈적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지경이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여 사이 검찰수사를 받던 피의자 중에 46명이 자살을 했다.이 수치는 2005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피의자 자살건수 100건 중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2년 동안 발생한 피의자 자살건수가 10년 전체 자살건수의 절반에 해당한다.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 국정원 그리고 또 하나의 권력기관인 기레기라 매도되고 있는 우리 언론은 철저하게 권력에 복종하였다. 그들은 조직과 개인의 사적영달에 충실히 복무하면서 집권세력의 무능과 부패를 옹위하는 전위 조직으로서의 모든 역량을 솥아 부었다.결국 이러한 무능과 부패의 극우적 보수 집권세력은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민심에 의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이 광장에서 부패척결과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자처벌을 통한 민주주의의 복원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투항한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촛불민심의 요구를 등에 업고 다시 집권하게 된 세 번째 중도 우파 민주정부는 결과적으로 촛불민심의 기대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것이다.그 결과 민주정부는 좌초되었고 수구적 과거 세력이 재집권하면서 그들의 파렴치한 준동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파괴적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재집권에 성공한 수구 보수 세력은 이 번 기회에 자신들만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확고히 뿔리 내리려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이와 같은 수구적 극우보수 세력의 안하무인격 파렴치한 준동 앞에서 우리는 87년 체제의 형식적 민주주의의 허약한 체질을 시리도록 경험하고 있다.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론화를 말하면 빨갱이로 몰아가는 수구 보수 세력은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민주정부의 구성원들은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고 ‘엄중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결과는 그나마 믿고 있던 87년 체제의 민주주의 체제마저도 뿌리 채 뽑혀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사태를 직시하자. 그리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뿐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권력의 지배양식은 그 사회의 환경을 반영할 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민주적 합리성에 기반 한 권력이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의 정착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와 원칙에 대하여 치밀하게 고민하자.그리고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민주복지국가의 모습과 역할에 대하 상을 명확하게 그리자. 이제 더 이상 성장과 경제제일주의가 삶 자체의 목적이 아님을 알아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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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철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SG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지난달 28일 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가 발표됐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충북경찰청,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등 관계 기관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어느 기관도 이를 위한 사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은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공무원 등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재해 상황 전파, 교통통제 등을 소홀히 한 관련 공무원 63명은 징계하라고 요구했다.도무지 믿기가 어려운 이태원 참사에 이어 또다시 재난 대비 관리 감독 시스템 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무책임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서울이 115년 만의 폭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뒤에 윤석열 정부가 재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많은 사상자를 낳은 재난이 발생했다”고, 하였고, 블룸버그 통신 역시 “한국은 매년 여름 폭우로 고통받고 있으며, 자연재해로 해마다 수십 명이 사망한다”고 보도했다.가수 ‘싸이’의 노래로 유명해진 ‘강남 물바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이어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재난 공화국’이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것이다. 오송 대형 참사는 지난달 15일 오전 8시 9분 청주시 오송역 인근 지하차도 미호천교 부근에 쌓여 있던 임시제방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천수 6만여t이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고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임시제방 너머로 넘쳤고, 제방 붕괴 18분 뒤인 8시 27분부터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8시 35분에 지하차도 내부는 차량 주행이 불가능해졌고, 8시 40분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겼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3일 청주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참사는 부실한 임시 제방을 설치하고 붕괴위험에도 비상 상황에 대응하지 않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재난 컨트롤 타워로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충청북도, 미호강 범람위기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청주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7일 오전 11시 기준 이번 계속된 집중호우로 인한 중부·남부지방에 사망자가 40명(세종 1명, 충북 16명, 충남 4명, 경북 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번 중부·남부지방 집중호우가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제 폭우와 폭염,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더 많이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다. ◇ “향후 10년의 기후 행동이 온난화 제한을 결정한다” 지난 3월 20일 외교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승인한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3월 13일부터 3월 19일까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개최한 제58차 총회에서 통합적인 단기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The Sixth Assessment Report)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IPCC 제6차 평가 주기(2015~2023년) 동안 발간된 3개 특별보고서와 3개 평가보고서(WG, Working Group)의 핵심 내용을 통합적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완화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종합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관측된 증거와 인간에 의해 유발된 기후변화의 역사적·현재 요인과 영향 및 현재 시행된 적응·완화 반응을 평가하는 A) 현황 및 추세가 있다.미래 사회경제 발전상에 따른 2100년까지의 기후변화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제시한 B) 장기 기후변화, 리스크 및 대응,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적응 행동과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경로의 중요성을 적시하고, 단기(2040년까지)에 적응과 완화 행동 옵션들을 평가하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C) 단기 대응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표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The Sixth Assessment Report)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로 상승시켰으며, 과거와 현재 모두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역, 국가, 및 개인에 따른 기여도는 균등하지 않다.”고 지적햤다.“인류는 1850년에서 2019년까지 총 누적탄소 배출량은 2400±240 GtCO2 정도를 배출했고, 2019년 전체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은 2010년 대비 12% 증가한 59±6.6 GtCO2-eq이다.”고 하였다. ◇ 기후변화 적응의 불평등도 심화 보고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는 34~4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 하위 50%는 13~1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후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기후변화 적응의 불평등을 언급했다.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의 경우, “온실가스 증가를 포함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여 더 불평등한 결과 또는 복지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주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나타내는 오적응(maladaptation)의 증거가 모든 부문과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적응을 위한 전 지구 금융 흐름은 개도국의 적응 옵션을 이행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 2100년까지의 기후변화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제시하면서,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하였다.“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으며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급격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심각한 경고를 하였다. 또한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adaptation)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고 이미 기후 위기가 닥쳐왔음을 알리면서 이를 극복하는 적응 방법으로써 “오적응(maladaptation)은 유연하고 다양한 분야와 넓은 범위에서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 기후 재난 피해는 불평등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가혹한 재난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에도 그랬듯이 기후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이나 목숨을 잃는 이들은 선진국보다는 더욱 큰 피해를 입는 저개발국의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28일 IPCC가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 인간의 웰빙과 지구의 건강에 대한 위협”에서 과학자들은 “대처 능력이 가장 약한 사람과 생태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IPCC는 증가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폭염, 가뭄 및 홍수의 증가는 이미 식물과 동물의 허용 기준을 초과하여 나무와 산호와 같은 종의 대량 사망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기상이변은 동시에 발생하여 관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계단식 영향을 유발하고,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작은 섬, 북극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극심한 식량과 물 부족에 노출시켰다.”면서, “생명, 생물다양성 및 기반 시설의 손실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야심 차고 가속화된 행동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고 크게 줄여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지금까지 적응에 대한 진전은 고르지 않으며 취해진 조치와 증가하는 위험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것 사이에서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격차는 저소득 인구에서 가장 크다.”고 기후 재난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같은 날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에 관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WG2) 승인’ 자료에서는 5차 평가보고서(2014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물 안보, 빈곤, 건강 등 전 지구적 영향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기후변화 리스크 모니터링과 평가에 기반한 ‘기후 탄력적 개발’ 등 과학적․ 통합적인 적응계획 실행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 기후 재난 불평등 원인과 책임은? 기후 재난 원인은 지구온난화이고, 이를 가져온 탄소 배출은 선진국과 거대기업 및 화석연료 투자자들이 제공한 것임은 분명하다.그러나 재난 피해는 정반대로 저개발국과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불평등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탄소 배출은 소득분배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으로 불평등하고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하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 WORLD INEQUALITY DATABASE)에 따르면, 상위 10% 개인 탄소발자국 점유율이 1인당 탄소 배출량은 73t이었는데 하위 50%는 9.7t이었다.한국은 2019년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5t인데 상위 10%는 55t, 상위 1%는 180t에 달했다. 반면 중위 40%는 15t, 하위 50%는 7t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체 배출량 중 상위 10%가 약 3분의 1을, 상위 1%는 13%를 차지했다. 최근 변화를 보면 1990년에서 2019년까지 탄소배출량 증가의 21%를 상위 1%가 차지했고, 하위 50%는 16%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7%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함께 상위 1%의 배출량은 26%나 증가했다.여러 선진국 내에서 하위 50%의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부담도 부자 나라와 탄소 배출원이 더 많이 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기후 악당’ 국가로도 불린다. 기후 재난은 재난 대응력이 취약하고, 재난 시스템의 관리, 감독이 안이하고 무책임한 한 곳을 가장 먼저 덮치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이 큰 투자자나 기업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부담을 더 크게 지우는 일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기후 불평등, 재난 대비 관리 감독 시스템의 완결 등에 맞서는 정의로운 ‘기후 정의’가 우리 모두의 시민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중앙 정부를 비롯한 책임있는 이들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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