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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다가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는 예전처럼 조금 덜 나쁜 사람이나 이름값을 보고 뽑던 선거, 그래서 선거후 배신을 밥 먹듯 당했던 예전의 선거를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그날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유전자를 가진 대한민국 K-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중세 봉건체제로 전락해버린 이 나라를 원상 복구시킬 위대한 선택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억압과 불평등의 전제왕정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공화정을 세운 프랑스 파리의 혁명 시민들이 ‘바스티유감옥’을 점령한 것과 같은 역사적인 승리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추락하는 국격, 하락하는 경제, 활기 잃은 사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유일한 나라, K-방역과 한류문화 신드롬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나라였다.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엊그제까지 그런 나라였다고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만큼 국격이 추락하고 경제가 하락하고 전쟁 위험이 높아가고 생기를 잃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그 와중에도 마치 절대왕정국가의 군주와 귀족들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권력과 자유를 향유하는 특권집단이 국가기관 기관 곳곳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런 권력에 순응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그 권력에 도전하거나 특권적 제도를 바꾸려는 자는 피아(彼我)를 불문하고 철저히 색출, 척결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그의 또 다른 소설 「동물농장」에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을 수탈하던 존스 농장의 주인을 쫒아내고 새로운 권력자가 된 돼지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특별히 더 평등하다.”는 말로 자신들만의 특권과 탐욕의 기반을 만들고 합리화 하였다. ◇ 정의(正義)가 제대로 정의(定義)되지 않는 사회 ‘특별히 더 평등하다’는 말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이는 선동과 구호로 다른 동물들을 속여 권력을 잡은 지도자 돼지가 자신들의 거대한 욕망추구를 합리화하려는 말일 뿐이다.소위 나라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권력자들이 쏟아내는 그런 언어유희들을 우리는 매일 눈 아프게 보고 귀 아프게 듣고 있다. 그들은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나 「동물농장」의 돼지들이 만든 특권적 질서를 ‘공정’이라고 부르고, 그런 체제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그들만이 누리는 무제한적 권력을 ‘자유’라고 정의하고, 그런 사회를 비판하는 자들을 ‘법치’라는 이름으로 응징한다. 그런 사회가 정의(正義)로운 사회라고 강변한다.공정, 상식, 자유, 법치, 정의라는 오래 전에 확립된 개념들조차 그들에 의해 왜곡된 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를 강요당하는 전근대적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 잦은 루머, 국가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이 무엇인지, 국가발전 전략은 무엇인지 정권 출범 2년이 지난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더구나 국가의 근간을 흔들만한 외교, 국방, 교육, 노동 정책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채 뜬금없이 제시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나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철회되기도 한다.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국가안보와 재난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따를 수도 있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 실행되었다. 그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분분하다.국제적, 국내적으로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도하기 전에 대통령실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은 모르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루머들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런 루머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자료들이 유튜브나 신문지상에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왕(王)자가 쓰인 손바닥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이 결정적 심증을 갖게 만들었다.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루머가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국정의 최고 책임자에 대한 불신과 리더십의 하락, 국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사안들이 이런 불확실한 출처와 불투명한 정책결정과정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한두 가지 정책의 잘못이나 국정운영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국정의 방향과 전략내용, 의사결정 체계와 결정과정,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 등 국정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이 국민들 사이에 가득하다.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런 의혹과 불안의 정도는 국정수행 평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국정의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리셋 해야 한다. ◇ 국정수행평가가 낮은 이유, 국정수행 체제가 전근대적이기 때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30% 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국정수행 평가가 낮았던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다.특히 대통령 취임 초반에는 긍정 평가가 통상 60~70%를 보인다. 심지어 80%를 넘는 대통령도 있었다. 그게 정상이다. 한두 가지 정책을 잘못 입안했거나 국정수행 과정의 부실이 때문이라면 일시적으로 평가가 떨어지다가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국민들에게 인기는 없으나 반드시 해야 할 국가발전 비전을 담대하게 추진하다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이나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개발 억제나, 친환경적 생태 규제에 전력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국가 재정을 축내면서까지 초대기업에 과감한 감세혜택을 주면서 노조에 대해서는 범죄 집단처럼 대하고 있다.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꼭 집어서 적대시하고, 시장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사설 교육기관이나 강사들을 악의 카르텔로 단정하기도 한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을 친 북한 공산주의자로 매도한다. 국민들을 끝없이 편 가른다. 그렇게 지지층의 결집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였음에도 결과는 이렇게 초라하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물론이고 지지했던 국민들 상당수조차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체제 전반에 깔려있는 비근대성이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한다. 조금 과한 평가일 수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몇 가지 점에서 마치 공화정이 수립되기 전 중세 유럽의 전제왕정 체제의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제왕정 체제의 특징이 이 정부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 민주공화국에서 전제왕정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가? 첫째, 주권을 자신의 것으로 알고 있던 전제군주와 같이,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사나 의혹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으며,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야당 국회의원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심지어 입·틀·막으로 배제해버린다. 신년 연두 기자회견을 녹화 대담으로 대체하고, 형식적으로나마 몇 달간 시행하던 도어 스테핑도 사소한 이유를 들어 중단해버렸다.대통령의 저속어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와 사주에 대한 압수수색과 영장청구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집권 여당보다 많은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 대표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주권이 전제 군주에게 소속된 절대왕정 체제 하에서나 가능한 국정운영 방식이다. 둘째, 경제적, 정치적, 사법적 특권을 가진 소수의 신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 봉건 신분제 사회에는 세 가지 신분층이 있었다.그 중 1%의 인구를 차지하는 제1신분인 성직자와, 2%의 인구에 해당하는 제2신분인 왕족과 귀족이 상층부 특권층을 이루었다. 그들은 국가의 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납세의 의무는 면제받았다.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경우 그들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는 제3신분의 평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압박을 받았다.따라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권 신분의 존재에 따른 불평등한 세제와 수탈적 국정운영은 프랑스혁명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 검찰, 중세 귀족처럼 정치·경제에 더해 사법적 특권까지 누려 중세 귀족들은 경제적, 정치적 특권에 더하여 사법적 특권까지 누렸다. 먼저, 귀족들은 일반 법정이 아닌 귀족들만의 특별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이러한 사법제도는 귀족들에게 더 관대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을 높여주었으며 때로는 법의 엄격한 적용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영지 내에서 사법권을 직접 행사할 권한이 있었다.따라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여 집행하곤 하였다. 마지막으로, 귀족들은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자체가 면제되었다.성직자나 귀족들의 사법적 특권은 이들 특권층의 불공정,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제3신분인 평민들에게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위협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따른 유사 신분계급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제도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한 없이 행사하는 신분이 허용될 수는 없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검찰이라는 특수한 신분은(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떤 권력에도 통제받지 않는 특수계급이 된 지 오래다.특별히, 특수부 출신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심지어 정당의 요직까지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행정부, 입법부, 언론까지 통제하고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최고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때로는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정치검찰의 역할을 자처하여 국민들의 불신과 원성을 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특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게 수사하여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도 한다.마치 중세시대 귀족들과 같이 사법처리 특권자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나아가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로 한 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수임한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기도 한다.또한 이들을 고 연봉 비상임 자문역으로 두고 유사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넘쳐난다. 전 현직 검찰이나 그 가족들은 어떤 경우에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확인하였기에 벌어지는 불의한 병리적 현상들이다. 국민들, 특별히 정의롭고 열정 있는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 국회와 언론의 견제, 감시기능 사실상 무력화 시켜 마지막으로, 삼권분립이 헌법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형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절대왕정국가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의 세 권력을 모두 전제 군주가 갖고 있었다.그러나 민주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삼권분립으로 국가권력의 분산과 상호견제를 통해 권력자의 국정 농단과 국민주권 침해의 위험을 막고 있다.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려면 국가권력이 집중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법부의 주요 기능의 하나인 행정부 견제와 감시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권분립이 없던 전제 왕정 시대와 닮아 있다.여당 대표 선출에 대통령이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도무지 권력행사 외에 국정운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야당이 발의하여 통과시킨 민생관련 법안들을 그 필요성과 긴급성 여부와 관계없이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무산시키고 있다.대통령과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이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불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언론은 따져 묻지도 않는다. 제4부인 언론의 자유는 찾기 어렵다. 과거 어떤 대통령, 어떤 정부에서도 이렇게 대놓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킨 적이 없었다. 정부의 주요 개혁정책들은 국회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그런데 야당과 협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집권 5년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 정책들을 일체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모든 국가들이 치열하게 국익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이 때에 윤 정부가 5년 동안 현상유지만 하고 보낸다면 우리나라는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실제로 외교, 안보, 언론, 민생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서 퇴행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압수수색과 영장청구 남발로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민주권주의와 민주공화국의 정체를 잃어버리고 후진국 체제로 전락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 4.10 총선, 공정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야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려면 가장 먼저 검찰 ‘캐비넷’을 떠올리며 두려워해야 하는 공포 정치가 나라의 모든 활기를 잠식시키고 있다.전제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는 봉건적 구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며 민주공화주의 정체의 기본가치를 져버리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위협받고 있다.이제 우리 모두가 각성하고, 이 땅에 민주공화주의 회복을 위해 결연히 나서야 할 때이다. 2024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시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한다면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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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중단되었다.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겠다.”고 대통령이 말하자,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21대 국회 회기 내 연금개혁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주요 개혁 의제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하여, 시민대표들이 선택한 50%보다 한참 낮은 44% 안을 여당이 제시하였고, 여당 안을 야당이 최종 수용했음에도, 여당은 갑자기 말을 바꿔 합의를 무산시켰다. 연금개혁 논의를 관장하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가시적 성과 없이 해체되었다. ◇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개혁구도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에 설치하겠다던 대선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파기했다. 스스로 1호 국정개혁과제라고 이름붙인 ‘연금개혁’에 대한 책임을 국회에 떠넘겨 버렸다.국회에 급조하여 설치한 ‘연금특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공·사 연금 전체를 망라하는 완성판 연금개혁’을 책임지고 성사시킬 수 있는 기구가 될 수 없다.더구나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들도 하나같이 자신들의 개혁대안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혁논의에 수동적으로만 참여하였다. 정부도 책임에서 빠졌는데 여·야를 불문하고 책임을 자처할 필요가 있겠는가?국민연금의 보험료율 하나를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 간의 연금개혁과정에서 확인되었다. 하물며, 윤석열 정부는 다섯 개의 공적연금은 물론, 퇴직연금과 주택(농지)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들까지 포괄하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그만큼, 정부와 사회의 역량을 장기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집중하여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는 어려운 개혁임에도 개혁의 어떤 그림도 없이 국회에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여당, 야당, 시민단체, 언론들 모두 침묵하였다. 특히 여당과 야당은 무슨 권한이나 얻은 것처럼 어떤 이의제기도 없이 ‘연금특위’에 참여했다. 공적연금개혁의 중차대함에 대한 이해나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방대한 범위의 개혁을 변변한 지원조직이나 정교한 로드맵도 없이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 의존하는 개혁논의가 제대로 진척될 수 없었다.예상대로 개혁 논의의 우선순위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였고, 논의의 범위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채 개혁논의가 공전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2024년에 들어 연금특위는 서둘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방대한 개혁과제들에 대한 방향을 시민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쳐 봉합하는 수순에 들어갔다.‘연금특위’가 최소한도로 줄여 정리한 7가지 개혁 주제들에 대해 이해집단들의 의견을 수렴 했고, 이와 함께 500인의 시민대표단을 선정하여 숙의토론과 투표를 거치면서 주제별 개혁대안 선호의 변화를 파악하였다.4월에 최종 투표가 있었고 그 결과, 정치적으로 예민한 ‘소득대체율’에 대해 여·야간 합의 단계에 이르렀으나 용산의 개입으로 논의가 중단 된 것이다. ◇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의 숨은 목적지...공적연금 축소, 사적연금시장 확대? 21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통해 진행된 연금개혁은 외형상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내실 있게 진행된 모습을 보였다. 입장이 다른 전문가들을 통한 사실자료 설명회와 개혁방향에 대한 사회적 학습, 이해집단 대표들의 문서화된 의견개진,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과 3차에 걸친 표결이라는 공론화 절차 이행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애초에 잘 못 끼워진 단추인, 개혁구도 중간에 이런 절차를 거친다는 것만으로 중차대하고 방대한 개혁과제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연금개혁의 책임 주체, 지원 조직, 개혁 로드맵, 진행 일정, 논의내용 등 모든 면에서 윤 대통령이 공약한 완성판 연금개혁을 달성할 수 있는 개혁구도는 처음부터 아니었다.나아가, 이번에 비상식적으로 중단된 연금개혁 사태를 보면서, 윤석열 정부가 애초에 의도적으로 국회에 바지 사장을 앉혀놓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혁 상황을 조정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그 보이지 않는 손이 의도하는 개혁 방향은 공적연금의 강화나 내실화를 통한 ‘빈곤예방’과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소득대체율’조정에 대해 여·야 간 최종 합의를 중단시킨 것이 그 증거이다.더 나아가,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확대로 자본시장 파이를 키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개혁구도 설정이 초래하고 있는 위험을 야당이나 시민단체, 언론, 학자 누구도 날카롭게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역시 이 개혁구도의 문제를 신문 칼럼을 통해 몇 차례 제기하는 소극적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언론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한 거대 야당조차도 아무 문제제기 없이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덜컥 참여하였다. ‘연금개혁의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 실세 사장의 들러리 역할을 해 온 모양새다. 국회의 ‘연금특위’ 호는 마치 조난당한 배처럼 방향키를 누가 잡을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시종 허둥거리다가 실세 사장의 한 마디에 난파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국회회기에서의 여·야 합의 불발이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시민대표단 다수가 선택한 소득보장 강화(소득대체율 50%로 상향조정)와 재정안정화(보험료율 13%까지 인상) 병행 안이 여·야의 손에서 크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만약 정부·여당이 고집한 안인 소득대체율 44%, 보험료율 13%로 야당이 합의했다면, 그리고 다음 국회에서 여당의 급여삭감을 의도한 (변칙)구조개혁안을 기초로 다시 개혁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야당은 세 가지 점에서 크게 명분과 실리를 잃었을 것이다.첫째, 시민들의 집단지성의 힘으로 어렵게 찾아낸 노후소득보장 강화의 명분과 기대를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둘째,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을 통한 사회적 학습과 이에 따른 대표성의 행사를 일거에 무산 시킬 권리를 누가 여·야에게 주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셋째, 개별적 연금개혁으로는 치유가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진 공적연금 체계 전반을 재구조화하여 공정하고, 평등하며, 효율적인 다층연금체계를 구축할 기회를 잃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이다. ◇ 합의가 안 된 것이 다행일수도...개혁구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이제 문제는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구도를 어떻게 다시 구축할 것인가이다. 이는 국민들의 노후의 삶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마음껏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와도 깊은 상관성이 있다.보험료와 급여주준에 대한 것은 비록 합의가 쉽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개혁 논제일 뿐이다. 그 외에도, 더 중대하고 다양한 개혁과제들이 지금 묻히고 있다. 예를 들어 정체성과 기능을 상실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소득의 역 분배 실태를 극복하지 못하는 국민연금, 시너지가 아닌 서로 발목 잡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대한 대책, 민·관 연금제도 구조 상이에 따른 끝없는 갈등과 형평성 시비, 장기적으로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이다.모수개혁이나 (변칙적) 구조개혁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정공법으로만 올바른 길을 열수 있다. 그러기 위해 야당은 가장 먼저 정부·여당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이고 민주적 개혁논의 구도를 만드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다음으로는, 연금개혁의 철학과 비전, 개혁 방향과 전략 등 연금체계개혁(pension systems reform)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꿈을 주고 논의와 선택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와 고용주와 국가의 3자 모두에게 재원부담의 짐을 기꺼이 지도록 설득할 수 있다.지금까지 우리나라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연금개혁의 비전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각 근로자, 고용주, 국가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려 노력한 정당을 본적이 없다.그런 면에서 정책 쇄빙선 역할을 자임하는 ‘조국혁신당’은 먼저, “왜 국민연금개혁이 아닌 연금개혁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후의 삶에 대한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개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공적연금 축소를 위한 위장된 구조개혁 주장에 현혹되지 말고 진정한 구조개혁이요 근본개혁인 ‘연금체계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권보장 정당으로서의 정책쇄빙선의 역할이다. ◇ 극심한 노후빈곤과 오작동하는 연금체계, 연금학자와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연금개혁, 특히 국민연금개혁은 국민들 편에서 보면 지나치기를 넘어 가혹하기까지 했다. 공무원 등 특수직역 공직자들을 위한 공적연금제도와는 다르게 대다수 민간 국민들이 가입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차별적이고, 선제적이며, 세계사에 유례없는 급격한 삭감개혁으로 일관했다.그 결과가 지금의 가혹한 노인빈곤과 노인자살의 현실이다. 비록 주어진 책무의 수행이라고는 하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국민연금 삭감 개혁에 앞장선 관료와 학자들 대부분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에 가입되어 있다.그들은 월 400만원 가까운 연금이 보장된 분들이다. 부부합산 월 7~8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평균 연금액 59만원인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입된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합리화하거나 묵인해 왔다. 그럴 수도 있다.그러나 뒤 늦게 태동하여 채 발육도 되지 않은 국민연금에 대해 왜곡된 ‘기금고갈론’과 ‘세대갈등론’으로 삭감개혁을 강요해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금상품이 아닌 공적연금은 왜 우리에게 필요하며, 보험수리 전문가가 아닌 연금전문가, 사회정책학자는 왜 필요한가? 삭감 개혁에 따른 국민들의 빈한한 노후의 삶도 문제지만, 가뜩이나 떨어진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들의 신뢰를 더 추락하게 만든 것은 더 큰 문제다.이는 결국 청년들의 연금가입 회피로 이어져 연금빈곤의 악순환을 야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제도의 장기적 유지가능성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극심한 노후빈곤과 노인자살의 참상이 개선되지 못하는 데에는 필자를 포함하여 연금학자나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정치권과 언론들은 때로는 의도를 가지고 때로는 잘 알지 못하여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원리를 혼동시키고 재정문제를 과장하여 부각시킨다. 또한 국가의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책임을 부정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국가는 자신의 역할의 많은 부분을 공적연금에 전가하여 수행하게 하고 있다. 즉 공적연금을 통해 강제적으로 소득을 재분배시켜 빈곤을 예방하게 하고 사회적 연대 기능을 강화시킨다.또한 출산과 군복무 등 사회공헌에 대하여 연금제도가 보상하게 만든다.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공적연금에게 부가시켰다면 마땅히 연금재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시혜가 아니라 의무다. 공적연금의 독특한 사회적 연대원리와, 과도기 가입자들에 대한 배려와, 국가의 재정책임원리에 대하여 연금학자와 전문가들은 정치인, 관료, 언론들을 교육하고 설득하고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연금정치의 구도를 간파하고 정책수단을 목적으로 도치시키려는 집단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여 개혁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 역시 연금학자들의 몫이다. 초기에 형성된 연금개혁 구도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과 속도를 실질적으로 제약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개혁구도에 대한 문제나 대안제시 없이 정부·여당이 제시한 대로 논의에 순응만 한다면 이는 연금개혁의 결과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학자로서의 무책임한 태도일 뿐이다. ◇ 22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 구도와 논의의 전개 방향은? 그렇다면 앞으로 진행될 연금개혁은 어떻게 될까?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절차가 다시 재개된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원하는 바가 달성될 때까지 연금개혁이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다.따라서 아무리 합리적 절차를 통해 타당한 개혁 방안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용산의 의도가 달성되지 않는 한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지금처럼 외면되거나 거부당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야당이 발의하여 통과시킨 모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행태를 보아 반드시 그럴 것이다.드러내 놓지는 않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인 실세 사장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적연금 영역을 축소하고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고 연금기금 관리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그간의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한 여러 조치들과 정책기조 발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또 예견되는 일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완성판 연금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아닌가 한다.이를 충분히 가만하고 연금개혁에 임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이 비록 중단되었지만 몇 가지 중요한 결실들이 있었다. 첫째,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올바른 길을 찾아간다는 사실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의 사회적 대타협과, 이번 21대 국회의 ‘연금특위’에서 주도한 ‘사회적공론화’는 사회적 과제를 집단지성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매우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무엇보다도 연금개혁 같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과제도 정확한 논의 주제가 주어지고 사실 자료와 이에 대한 여러 관점의 전문가들 설명과 질의응답과 토론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면 각각의 주제에 대한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정하게 주요 이해집단의 대표를 뽑고, 주제별로 정제된 의견을 문서화하여 잘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시민대표단의 선출을 어떻게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이해집단 대표 구성이나 주제 별 논의 선택지 구성에 있어서 불공정 시비 소지가 있는 일들이 있었다.예를 들어 노인 단체들에게 이해단체 정책의견서를 받지 않은 것과, 문재인 정부 사회적대타협에서 권고문에 만장일치로 들어간 기초연금 지급대상 확대를 선택지에서 제외시킨 것 등이다. 셋째, 그간의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주장하던 내용들이 프로파간다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들이 ‘기금고갈론’에 기반한 경고의 허상이다.또한 국민연금의 실질적 보장성이 매우 취약하여 더욱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에 대다수가 공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금제도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폰지 사기라는 세대갈등 조장도 당사자들이 비토 했다는 사실도 매우 의미가 깊다. 어려운 연금개혁의 여정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각 정당들은 먼저 각자의 연금개혁 비전을 명확히 밝히고 개혁의 방향과 목표, 개혁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연금개혁의 실제 상황을 가정하여 로드맵과 단계별 협상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짜서 주제별 이해집단의 의견수렴, 시민대표들의 숙의토론과 표결, 그 결과에 대한 국민보고회까지 하도록 하면 좋겠다.이를 통해 구조개혁을 넘어 역사적으로 모범적인 ‘연금체제개혁’을 한 나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공정하고 평등하며 효율적인 다층 연금체계를 구축하여, 노인이 존중받고 노후가 행복한 사회, 그래서 젊은이들 안심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도전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섭 공동대표는 사회정책학 박사(영국 University of Kent, 논문주제; 공적연금개혁의 정치)이며, 사단법인 복지국사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연금개혁특별대책위원장, 공적연금수급자유니온 공동대표, 전,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등을 엮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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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요즘 4당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청년 세대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오랜만에 이재섭 박사님께서 나오셨는데, 위원장님 이재섭 공동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재섭 박사님은 영국 켄트대학에서 ‘국민연금개혁의 정치’를 주제로 사회정책 박사학위를 받는 등 <복지정치>를 전공하는 분입니다.- 지난번 새날 방송에서는 공무원연금 연구소장을 지낸 공적연금 전문가로서 연금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제로 새날 방송에 출연하셨습니다.- 현재는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공적연금 유니온>을 창립해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정책 및 칼럼니스트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정책위원을 거쳐, 지금은 5명의 공동대표 중의 한 분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연금을 연구하다 보면, 지금 현재의 노인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문제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그들이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어떤 기준으로 선거에서 투표하는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이재명의 민주당, 다시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이 호응이 좋아서 오늘 모시게 되었습니다. ○ (사회자) 윤석열 후보는 청년은 국정의 파트너라고 하면서, 후보가 직접 청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미래와 청년에 관한 전담 부처를 신설해서 아예 청년들 스스로, 스스로가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하는 등 청년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각종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청년들의 표가 중요해진 이유가 있을까요?-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2030세대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s)의 역할을 청년들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망은 다수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적 분석입니다.-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최근 치러진 총선과 보궐선거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반면 1년 뒤 보궐선거에서는 역시 2030의 절대 지지를 얻은 국민의힘당이 서울과 부산 모두 승리했습니다.- 최근의 선거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고, 그 이하의 연령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높고 고정되어 있는데, 2030세대인 청년들은 표심의 이동이 많고, 이들의 표를 얻는 것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 (사회자) 2030세대의 젊은이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하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정의당 모두 젊은이를 위한 조직과 청년대표를 선임하는 등 나름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있지 않나요?- 2030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각 정당마다 청년위원회 등을 두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통로와 힘이 없습니다.- 지금 이재명 후보가 하는 매타버스를 타고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것과 같은 노력들을 그 이전에 집권 여당에서는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과 좌절은 그들을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집권 여당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과정은 결국 집권 여당의 정책 성과와 유권자를 대하는 태도를 평가받는 준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집권 정당인 민주당의 노력과 자세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복기(復棋)를 해 보는 것은 선거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될 것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2030세대의 젊은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정치적으로 어떤 경향성을 띤 집단일까요?- 2030세대들은 부모 세대의 성공담을 듣고 보고 자랐으며, 부모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교육을 잘 받았고 일할 준비도 누구보다 많이 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사이에, 사회가 더 빨리 변화해 그들의 준비는 쓸모가 없어졌고 그들을 반기는 일자리도 대폭 줄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이라고 하는 그들은, 기성세대의 아들딸들이며 현재의 세상을 살아내어야 하는 생활인들입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미래의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현 세상의 답습자일 뿐 아니라, 동시에 창조적 파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젊은이들입니다. 지금 그들이 당면하고 있는 세계는 그리 아름다운 세상이 아닙니다. ○ (사회자) 어떻게 다르게 느끼는 것인가요?- 기성세대들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다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전과 비교하면 그때가 더 힘들었다고 회고하면서 지금 얼마나 좋아졌는데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2030세대가 보는 세상은 좀 다릅니다. 월급이 많고 고용이 안정적이며, 기업복지가 잘 되어 있는 대기업은 급속히 자동화가 진행되어 신규 채용을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대부분(88%)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은 보수와 복지 수준이 열악합니다. 1980년대에 대기업의 80%~90% 수준에 이르던 중소기업의 근로자 임금은 이제 5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부부의 맞벌이가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일과 생활을 병행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기에는 중소기업의 근무조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입시는 대학에서 그치지 않고, 취업과 승진까지 끝없이 이어지면서 경쟁은 자신들이 자라던 때보다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집 장만을 하고 아이를 낳아 경쟁력 있게 제대로 기르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연예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그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고, 여전히 의욕도 넘치는데 자신의 준비와 역량에 걸맞는 사회적 위치는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들이 느끼는 “헬(Hell), 대한민국”입니다. ○ (사회자) 그런데, 여러 청년 정치인들도 있고, 청년 비례대표도 할당을 하는 등 청년들에게 정당에서 나름대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비례대표 한 두 명을 배치한다고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만들어졌다고 볼수는 없을 것입니다.- 2030세대들은 국가와 정부에 대해, 자신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준비할 만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소통의 통로를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심지어 학생운동으로 감옥에 가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지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그들은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험공부에 전념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통로도 없으니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적당히 관심을 표하는 시늉만 해도 되었던 것이 현실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진보 개혁 진영은 그들을 투표장에 얼마나 모으느냐에 최대 관심을 가졌고, 보수진영은 날씨가 맑아 젊은이들이 야외로 나가 투표를 하지 않기를 은근히 바랐습니다.- 참고로 스웨덴 등 복지국가에서는 정당의 각종 보직이나, 국회의원 할당에서 항상 일정 비율로 청년과 여성, 노인 등을 반영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합니다. 청년들이 사회에 대해, 또 정치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여도, 모르는 것 자체가 그들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고, 인구 비례에 따라 일정 비율로 할당을 하는 것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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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왔는데, 왜 지금에 와서 청년들의 표가 중요하게 된 것인가요?- 이제 그들이 유일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은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들의 어려움에 눈을 감는 정당에게 복수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의 지지층이 고정되면서, 또 민주당과 국민의 힘당 지지자들이 뚜렷하게 구분되면서, 이제는 인구비례에서도 큰 비중이 아니고, 정치적 목소리도 크지 않았던 청년들이 집권 정당을 교체하거나 대통령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지지자들이 각각 40% 수준으로 고정되면서, 이른바 젊은이들이 스윙보터(swing voter)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그들이 감정에 휘둘리거나 생각 없이 지지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줄 개혁정책에 대해 무관심하지도 않고, 민생 정책의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정부나 정당을 평가하고 심판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 (사회자) 전통적으로 진보향을 지닌 2030세대가 이전의 총선 때와 다르게 보궐선거에서는 왜 민주당에게 등을 돌렸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민주당은 그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고, 국힘당의 윤석열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입니다.- 어떤 정치평론가나 학자도 2030세대의 표심 전환의 이유에 대해 명쾌한 진단과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점과 국힘당의 인물이나 정책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보궐선거 참패 후 긴급히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초점집단 면접조사(focus group interview)에서 얻은 결론도 유사합니다.- 지나치게 오른 부동산 가격에 따른 좌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의 불공정성, 지나친 페미니즘 정책에 따른 실망, 대통령 주변의 내로남불 태도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30의 <세대 반란>으로까지 표현되는 급격한 표심 이동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진지하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당 정치를 정상화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사회자) 이재섭 박사님이 진단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먼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이유보다 앞서는 것은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민주당 당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열성 지지자들인 2030세대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였는가? 하는 집권 정당으로서 민주당의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정당은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들의 의사에도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어려운 젊은 연령층의 지지자들에게는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과연 그렇게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정책 과정과 공약의 집행 방법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대한 개혁정책이나, 공약사항을 집행할 때 그 영향과 효과, 그리고 이해관계 집단의 수용성까지 고려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책의 전환에는 항상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습니다. 특히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정책이나 제도를 바꿀 때는 내용의 타당성과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현실 적합성과 수용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 그러한 세밀한 관리를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회자) 그럼 어떻게 해야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제 민주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왜 2030이 지지를 철회하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내놓아야 합니다.- 막연하고 추상적 공약만으로는 2030의 표심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에게 생존과 자존심이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힘당도 지난 선거에서 왜 젊은이들이 자신을 지지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청년들이 지지를 한 것은 국힘당이 좋아서나 후보가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2030세대의 표를 다시 얻어 집권하려는 정당은 정치 공학적인 표 계산보다, 그 이면에 있는 젊은이들의 말못하는 고뇌와 좌절을 읽어 내야 합니다. 대권을 위해 일정을 이어가는 양당의 후보들은 이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감되는 공약을 준비해야 하고, 그것만이 2030의 마음을 얻는 길이고, 선거를 통해 정치가 발전하는 길입니다.- 과거 노사모 등 젊은이들의 지지에 힘입어 집권한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에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거시적 국가지표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과 부동산 개혁에 실패해 그들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고 그들의 지지를 잃어 정권을 잃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충고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힘당과 윤석열 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지금 집권 여당이 아니어서 2030의 표심 이반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사회자)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요? 특히 태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만큼 진지하고, 성실했던 분이 계실까요?-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권과 집권당 전체의 태도와 자세를 반성해 보자는 것입니다.- 정권 재창출이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쓴 것은 버리고, 단 것만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잘한 것뿐 아니라 잘못한 것도 인정하고 반성해야 더 나은 발전이 가능해집니다.- 선택받은 공약이니 밀어붙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에는 환영받았을지 몰라도, 이미 상당한 기득권이 조성되어 있고, 민주 의식이 상당히 형성되어 있는 현재의 국민들에게는 쉽게 수용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약과 정책이라도 국민들로부터 개개의 정책과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승인을 받은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현상에 근거하여 오늘을 살고 있고, 내일의 삶을 준비해온 국민들에게는 필요한 개혁정책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가거나 기회 상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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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날 '정권연장을 위한 씽크탱크' 263회는 2021년 12월 7일 방송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공동대표와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재섭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2030 세대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방송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소개한다.▲ 새날 유튜브 방송 화면○ (사회자) 개혁을 하는데, 기득권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모든 기득권이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고, 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기득권이라면 그 실체를 존중하면서, 개혁을 해 나가야 합니다.- 더구나 그 손해나 기회 상실자 중에는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들은 지지정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채택된 정책이라도, 구체적인 집행 방식과 속도까지 모두 지지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기울어진 언론 상황 속에서 정책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무조건 믿고서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민주국가에서 다수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면 그 수용성의 확보는 필수조건입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이나 최저 임금 정책,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서 과연 그렇게 세밀하게 조율하고, 설득하고, 대안을 준비했는지 의문입니다.- 정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과정에서의 국민 동의와 여론 형성 등의 과정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사회자) 그렇다면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 잘못이었을까요?- 예를 들면, 집권당의 이재명 후보가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부동산 정책의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민주당 차원의 공식적인 분석이나 반성을 발표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사실은 별로 책임이 없는 이재명 후보가 사과를 하는 것이 정당한가도 의문입니다.- 강남 3구의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24차례가 넘는 다양한 규제정책을 반복해서 발표할 때, 애초에 국민들에게 약속한 매년 공공임대 주택 10만 호 건설은 왜 초기부터 포기했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재산 축적이나 투기를 위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당장 직장이 있는 곳에 살 곳이 필요한 2030세대 같은 저소득, 무주택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추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권이 끝나가는 아직까지도 답이 없습니다.- 지난해 말에야 발표된 <도심지역 초고밀도 개발>은 정부가 예산을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준공공개발의 방식으로 2030세대에게 살고 싶은 지역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간접적으로 강남의 집값도 잡을 수 있는 정책이었는데, 왜 집권 후반기에 와서야 추진되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자산계급정치’ 또는 ‘부동산 계급정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확인되듯이 자산이 없는 가난한 자들은 투표를 포기해도 자산가는 절대 투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투표 결과의 여하에 크게 잃을 것이 없는 무산자들과 달리 자산가는 투표 결과에 따라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꼭 투표를 합니다.- 진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근로에만 전념한 사람을 어느 순간 ‘부동산 거지’로 만들고,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고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순식간에 부동산 부자가 된다면 다음 선거에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분명합니다. ○ (사회자) 청년들의 기대가 좌절되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마음이 떠난 것일까요?- 한 두 가지의 단순한 원인은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도 1)자신이 지지한 집권 여당의 정책을 믿었다가 부동산 빈곤자가 된 사람은 가장 먼저 정부 여당의 지지자에서 반대자로 돌아설 것입니다.- 2)다음으로 이미 부동산 자산가가 된 자들은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는 정부를 부동산 투기 유도 정부로 바꾸고 싶어할 것입니다.- 3)특히 ‘영끌’이나 ‘패닉투자’로 집을 산 2030들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결사적으로 부동산 친화 정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위의 3개 그룹은 아무리해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될 것이고, 그 숫자도 많지 않습니다.- 4)하지만 마지막으로, 늦게나마 집을 장만하려고 준비한 사람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면서, 주택자금 대출 제한 등 자산 마련의 기회를 막는 정부를 원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지지자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저렴한 주거 공간을 만들어 주지 못한 잘못에 더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 초기에 매년 10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겟다는 공약을 무산시키거나 집행하지 않은 세력들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 나서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 (사회자)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례와 같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정규직의 기득권 이기주의가 아닐까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도 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온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 최저임금 정책도 같은 오류를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힘들게 공사와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노량진의 골방에 앉아서 임용고시를 준비해온 젊은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정규직으로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사람을 우선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자신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뺏어가는 불공정 정책이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국공 사태>의 본질이 그것인데,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내어놓은 적이 없습니다.- 수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고생해온 분들을 지금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만 바라보고 비정규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도 포기하면서 자신의 삶을 투자해온 공기업 취준생들에게는 또 다른 “불공정”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일자리가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화하는 정책과 더불어서, 각 분야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동시에 발표했다면 그러한 박탈감과 배신감을 주지 않았을 텐데, 과연 문재인 정부는 다른 대안을 준비하는 세심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 (사회자) 최저임금 정책도 같은 맥락일까요?-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을 하는 분들이 남이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는 소인배들이 아닙니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 제시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고 옳은 것이니, 수용하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정부의 간접적인 폭력으로 느껴진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상가 임대료 인상 억제 정책이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부담을 경감 정책, 또는 신입 사원이 아니라도,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한시적으로 보전해 주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더라면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발표되는 착한 임대인 정책이나, 각종 지역 상품권 지급정책과 1+1 근로자 임금 지원정책 등 다양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보면, 이들 정책을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같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정권 초기 대통령 공약 추진을 총괄하던 청와대의 책임자들이 그러한 고민을 해 왔는지 않타깝습니다. ○ (사회자) 인수위도 없이 갑자기 집권을 해야 했고, 집권하자마자 당장 사드(THAAD) 문제나, 일본과의 무역전쟁, 그리고 코로나19 창궐 등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온 문재인 정부에서 세세하게 정책을 챙기는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은 국민들도 충분히 이해를 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그러한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정책의 방향이나 내용이 아무리 옳다 할지라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정책 전환에 적응할 시간의 보장 등이 충분했는지 반추해 봐야 합니다.- 최근의 2030세대의 반발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 대안을 준비하지 못하였거나,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검찰이나 언론, 의사들과 같은 힘 있는 집단들이 자신들의 불공정하고 과도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제도개혁을 막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의 많은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 실패는 2030세대로부터 지지를 철회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안정된 주거에 대한 꿈을 잃어버리고 자산 격차에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막연한 기대가 무산된 데 대해서까지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수립한 정권이기에, 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믿고, 자신의 삶을 성실히 준비한 분들의 합리적인 기대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기대권’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요합니다. ‘기대권’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집행은 그 자체로 정부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 (사회자)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신 이재섭 박사님께서 마무리 말씀을 해 주십시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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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공동대표:강충경/백혜숙/이상구/이재섭/조준호)20일 주거복지에 대한 정책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일관성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국회가 다시 한번 서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부자감세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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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이번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하나의 중요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지지하는 정당을 통해 실현하려던 공동체적 ‘이상(理想, vision)’이 좌절되었을 때, 유권자들은 평소에 지지했던 이념(ideology)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해(利害, interest)’를 좇아 투표 한다는 것이다. 소위 ‘욕구의 퇴행’에 의한 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보궐선거가 입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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