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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여느 해의 연말과 다름없이, 무심하게 한 해의 마지막 해가 졌다. 지역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힘들게만 느껴졌던 2023년이 저물었다. ◇ 지나간 한해의 기억들 치솟는 물가, 교사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알려진 무너진 교권,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전세 사기 피해 등 연말에 각 언론사에서 뽑은 10대 뉴스들은 하나같이 모두,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뉴스들이었다.한 해의 마지막 날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유명 배우의 억울한 자살 소식으로 장식되었다. 모두 지난 해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벌써 옛날 일들 같이 기억이 희미하다. 더 큰 뉴스로 앞의 뉴스를 덮는 일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이없는 표 차이로 드러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잼버리 파행과 해외 순방 중의 명품 쇼핑 등은 어렵게 쌓아온 국가의 위상을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렸다.눈 떠 보니 선진국을 외치던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한숨이 나온다. 국방, 외교, 문화, 정치, 경제, 서민 생활, 복지 등 어느 한 부분 무너지고 후퇴하지 않은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1년 반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어렵게 쌓아온 모든 것이 망가질 수 있는지도 놀라울 정도였지만,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것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루하고 힘들었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모든 일상이 본래대로 돌아가고, 우리의 삶도 다시 즐겁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힘든 나날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간절했던 국민들의 희망과 달리, 코로나가 끝나 선별 진료소도 철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 대 유행 기간 동안 써왔던 버킷 리스트는, 바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제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잊어 버린 것 같다. ◇ 또 다시 시작된 한 해 어렵고 힘든 한 해가 가고, 어느 사이엔가 새해의 새날이 왔다. 나태주 시인이 노래한 “새해 인사”라는 시에는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노력 없이도 주어진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기쁘고 즐겁게 받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노력해야 할 것인지 새해 첫날에 생각해 보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독재가 집권하면 국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넘어, 우리는 국민의 목숨으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듯이, 일부 장교들의 쿠데타에 침묵한 장성들과 정치인들 때문에 결국 국민들은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고, 87년 6월 항쟁에 나서야만 했다.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볼 수 있듯이, 또다시 무고한 백성들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적들을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수준으로 궤멸시키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선택과 같은 과감한 결단과 숭고한 희생이 있어야만 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을 돌이켜 보아도,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이명박 정부 때 용산 철거민 참사와 128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참사가 그러하였고,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가 그러하였다.그렇게 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빼앗기고 난 다음에야, 광화문 촛불혁명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또다시 159명이 사망하는 이태원 참사가 이어졌다.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권을 내어주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깨닳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4월에는 다시는 그런 과거와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냉엄한 국제 사회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무능한 정권이 주는 피해는 단순히 5년 동안의 정체기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또 우리 경제의 한계와 현실을 절감하였기 때문에, 이제라도 유능한 정권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치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각할 수 있었다. 재벌과 대기업들도 지금쯤은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 재벌 편의 봐주기 등으로 약간의 이득을 보았다고 할지라도, 러시아에 힘들어서 만든 자동차 공장을 헐값에 매각하고 나와야되는 상황, 그룹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만 되는 상황, 미국의 요청에 맹종하는 정권의 지시와 압박 때문에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억지로 투자를 해야만 되는 그러한 상황들은 재벌들이 윤석열 정권을 통해서 얻은 이득보다 훨씬 더 큰 피해로 돌아왔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외 순방에 따라가야 하고, 가기 싫은 술자리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은 자신들도 당황스러울 것이지만,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외면하면서 황금 시장에서 퇴출돼 나와야 하고, RE100의 국제적 기준을 기업들이 스스로 채워가야만 하는 작금의 현실이 얼마나 어이없는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이 진행되어왔던, 경제와 분리된 외교의 한계를 다시 한번 깨달아야 했다.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내년 총선이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총선에서 야당이 이긴다고 한들, 당장 많이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 권력이 없는 야당에게 지금보다 의석을 좀 더 주어진다고 한들,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지금까지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무기력했던 민주당이 어느 날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잘하기에는, 우리나라 국회의 역할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오히려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참패하면, 여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정도의 변화는 기대할 수 있을 수 있다. 답답한 현실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선거 혁명” 수준의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들의 삶이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또 최소한의 견제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야권 통틀어 200석에 육박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선거를 통한 평가는 온갖 요직을 독점하고도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검찰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귀결될 것이다.야당에 힘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권 여당이 반성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국민의힘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보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혁명적 수준의 선거 결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진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준비해야 한다. 휘어버린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본래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하여,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기소권과 공소권을 남용하는 검찰 권력의 폭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한다.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긴축 재정을 하고 있는 거꾸로 가는 정부의 재정 정책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이미 카운터다운에 들어간 부동산발 폭탄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침체된 내수 경제를 정상화하고, 취약해진 무역과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전략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을 넘어, 윤석열 정권에서 친미와 친일 일방 외교로 초래된 손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활용하여 대중, 대러 외교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항상 있는 일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러한 정치적 책동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정치인들과 정당에게 역으로 물어야 한다. 이렇게 나락으로 빠진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이렇게 국제적으로 고립된 우리의 외교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당신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는 정치가 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자신들이 약속했던 공약들은 어떻게 추진 되었는지에 대한 숙제를 검사하고,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성적을 매기는 시기가 온 것이다. 4년 만에 단 하루, 국민들이 헌법에 명기된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때라도 제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선택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자. 더 이상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농락당하고, 자신의 삶을 침탈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번 선거를 반전(反轉)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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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희 노무법인 벽성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그렇게 거침없이 외쳤다. 야만적 힘의 논리를 이보다 극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그 야만의 힘은 12.12 군사반란을 혁명으로 둔갑시켰고, 가담자들은 이후 모든 권력과 이권을 독식하며 줄기차게 나눠먹는다. ‘우리가 남이가’식 독식과 배제로도 부족해 5.18 광주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며 증오의 씨앗까지 뿌렸다. ◇ 진짜 서울의 봄을 이긴 또 다시 그들만의 봄 인간은 자신의 삶, 자기세상을 끝없이 개선해가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그런 욕망이 세상을 진보시킨다. 가까이는 87년의 6월항쟁, 2017년 대통령탄핵의 역사가 그랬다.권력자들이 나라를 팔아넘기다시피 한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조차 그런 욕망들의 씨앗은 싹트고 있었듯이 진짜 서울의 봄을 되찾기까지 인내로써 저항했던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욕망들이 득세할 때 역사는 또 얼마나 후퇴했던가. 임진왜란, 일제강점, 군부독재의 쓰라린 역사가 그랬다. 사회시스템은 중심을 잃고 권력의 사유화는 기승을 부린다.소수에 집중되는 권력의 독점은 비단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치, 경제, 노동, 문화 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결국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교육, 육아환경까지 위협한다. 책임과 의무를 권위로 잘못 이해하면 그 의무는 권력이 되고 독점의 대상이 된다. 그 동안 양당의 정치권력 나눠먹기에서 적당히 눈치봐가며 변신을 거듭해왔던 검찰이 권력의 중심무대로까지 등장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졌다.후진 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동안 형식적이나마 중립을 위장해왔던 그 사법, 준사법 권력이 이제 그 형식조차 아예 내팽개치고 권력쟁투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이제 정치권에서 역량과 실력 경쟁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대를 제압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영화 속 전두광식 약육강식이 극성을 부릴 뿐이다. 이처럼 권력의 사유화가 극성을 부리는 동안 노동•민생 현장에서는 신음소리조차 잦아들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발의한 간호법, 양곡관리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방송3법까지 민생현안들을 보란 듯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특히 노란봉투법의 거부는 법률가로서 자기모순적인 행위다. 노조법상 교섭의무를 질 사용자 범위를 규정한 노조법 2조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입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대통령이 직접 지명했던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조차도 후보 청문회에서 ‘노동자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힌’ 개념이라면서 위헌적 요소가 없고 그런 법리가 이미 확립돼 있는 만큼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한 그 조항이다. 이렇듯 뻔한 진실조차 권력의 손에서 무시되는 민생현장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 곳곳에 드리워진 양육강식의 생태계 산업현장에서는 하루하루 쓰러져가는 목숨들 숫자가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좀처럼 산재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날 기미도 없다.하루가 멀다 하고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젊은 생명들의 안타까운 뉴스에도 담담하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당장 응급처치와 함께 즉각적인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그러나 정부는 대책도 없이 그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의 뜻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권력층 인사들의 자녀나 가족이 그렇게 죽어나가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여유를 부렸을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 목숨을 담보한 의사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도 이미 용인의 수준을 넘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간호인력 노동의 착취 행태와 구조, OECD 기준 최하위권의 의사 인력으로 의료체계를 움직이는 나라, 그로 인해 현재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물론이고 향후 의료체계에 보다 심각한 문제가 예상됨에도 그들은 하늘이 준 권력이라도 가진 듯이 행동한다.눈앞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니 살인이 아닌가.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력을 부여했는가. 어째서 감히 자신들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연결된 산업생태계는 또 어떤가. 최근 카카오 등 IT 기반의 기업들이 벌이는 온갖 불공정, 착취 행태는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독점화된 거대 플랫폼들이 택시, 배달, 골목상권까지 곳곳을 누비며 약자들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야만의 힘을 보노라면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수많은 궁색한 변명들이 무심하게 어른거린다. 배달, 숙박, 금융, 택시 등 플랫폼 기업들이 기형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것은 IT 기업을 육성하겠다면서 치밀한 준비도, 생각도 없었던 정부의 무능과 잘못된 정책 방향이 맞물려 있다.바로 공유경제 이슈로 시끌벅적했던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간다. 당시 가상•증강현실, AI, 생명공학 등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바람이 일었고 정부는 막연한 불안감에 쫒기 듯 공유경제를 강행했다. 실은 공유경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결국 택시노동자 3명이 연달아 분신자살하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정부가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대표적 IT 기업인 카카오에 의지해 그들이 내세운 공유경제에 힘을 실어 그대로 밀어붙였던 것이다.그런 취약한 기반의 생태계로 어떻게 기술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세계적인 ICT 기업들의 미래형 기술 발전 양상과도 전혀 동떨어져 성장해버린 지금의 문어발식 카카오의 시작지점은 그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삶의 터전이 무너져가고 있던 택시종사자들의 희생만 강요당하고 새로운 생태계로 이행해갈 정부의 지원정책은 전무했다. 상생자금을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일도, 충분한 논의의 시간과 과정도 완전히 차단됐다.이것이 약육강식의 생태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당시에 섬세한 정책조정과 논의가 충분히 진행됐더라면 플랫폼 경제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의욕만 앞섰던 정책결과에 대해 반성하는 이도 없고 그런 무책임한 정부 행정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 약육강식의 토양에서 아이들은 성장을 멈춘다 이런 약육강식 생태계가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이미 시시각각 단골 뉴스가 되어버린 지도층 자녀들의 학교폭력, 입시비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악랄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그 부모들의 문제 해결 방식들이다. 자신들의 자녀를 악마로 키워낼 생각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누군가의 능력을 방해하고 가로채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현장은 이미 권력 나눠먹기를 훈련하는 훈련장과도 같다. 친구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구조다. 성공하면 혁명이 될 수 있다는 바로 그 논리다.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오면 진정한 실력경쟁이 가능할까? 질투와 권모술수로 상대를 눌러 이기는 방식이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의 방향과 중심에 정작 있어야할 인간은 없고 권력을 향한 욕망들만 넘쳐나고 있다.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눈 뜨면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정부 행태가 그런 욕망들의 근원지다. 그럼에도 그런 행태에 대항할 마땅한 대항권력을 갖지 못한 우리사회의 무기력한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지속가능성에 제동이 걸린 사회다. 집단자살 사회라는 수식어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생태적 기반이 출생과 육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럼에도 50년 후의 인구가 현재의 2/3로 급감할 것임을 예측하면서 해법은 베이비시터. 주택문제 등 눈앞의 단편적 대책에 머물러 있다. 출산•육아 정책은 일하는 부모들과 연결된 문제다. 다음 세대의 생명력까지 소진시키고 있는 지금의 노동 방식을 어떻게 재배치해 육아의 질을 개선해갈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육아기 이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환경도 중요한 문제다. 즉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는 한 인간이 살아갈 전체 생애를 고민하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그런데 이런 약탈적 사회 생태계는 눈감은 채 또 다시 값싼 이주 노동자들의 열정페이로, 청년들 주택대출과 같은 얄팍한 시각으로 문제를 대하고 있다. 누가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겠는가. ◇ 또 다른 약탈현장인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권력들, 수요자 중심조직으로 거듭나야 그렇다면 이런 약육강식이 점점 더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검찰, 법원 등 국가조직들에서 벌어지는 전관예우에 있다. 어이없게도 이행해야할 ‘의무’가 ‘권력’으로 둔갑해버린 기현상의 시작지점이다.LH공사에서 드러났던 전관문제, 이해충돌 등 공공기관들의 해묵은 탈법적 관행들도 충격적이다. 공고한 카르텔을 포기할 생각조차 없는 그들이 금속노조의 고용세습 관행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 몰염치함에 그저 할 말을 잊는다.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무력화시키는 카르텔 악습과 자기밥그릇 챙기는 모든 관행과 법령을 새롭게 뜯어고치지 않으면 건전한 경쟁 생태계는 살아날 수 없다.국민의 세금이 기반인 모든 조직들은 말 그대로 대국민 행정서비스조직이지 그들끼리 잘 해먹으라고 부여해준 권력조직이 아니다. 검찰, 법원, 의료, 교육, 노동 등 모든 조직의 운영원리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의 기능으로 거듭나야 한다. 온갖 후진적 특혜를 감싸 안고 있는 국회는 어떤가. 이미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도 없는 집단이 되어버렸다. 총선을 앞둔 지금 밀실에서 또 다시 국민이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거제 개악을 모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선거제도를 악용해 자기 당에 유리한 쪽으로 수 싸움이나 벌이는 퇴행적 행태에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 사유능력을 상실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 지금의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권력집단들을 지켜보는 관객이 아니라 주체들이다. 그리고 방치했던 모든 것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주체들의 사유이다. 사유하지 않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들로 정치가 굴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 독일의 친위대이자 홀로코스트 실무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자행한 엄청난 악행에 대해 죄의식은커녕 상부의 지시와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당시 법을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발견한다.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제도, 관행, 법령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할 때의 그 무의식적 행위들에서 수많은 아이히만들이 탄생한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규율사회의 착취방식을 지나 스스로 효율적 성과를 내리도록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이 시대의 위험성을 말했다. 약육강식 강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정보기술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다.‘관계’가 아닌 ‘연결’로 대체된 지금의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들 뒤에 ITC 기업들의 알고리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기술과 번영을 둘러싼 천년의 역사에서 기술 권력에 대항할 길항권력이 없을 때 인간이 얼마나 처참해졌는지도 방대한 역사적 사실로써 보여주고 있다(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김승진역). 그 길항권력을 만들어갈 첫걸음이 바로 사유의 확장이다. 최고 권력자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든 그저 보호하기 급급한 수많은 아이히만들, 규정된 법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권력자의 상명하복을 강요했던 채상병 사건, 이태원 참사, 세계 잼버리대회, LH 순살아파트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진정 무엇을 사유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악행들은 특별한 의도에서 벌어질 때보다 일상에서 사유가 정지될 때 더 많이 일어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흐르는 내내 나도 그들도 넋 높고 화면만 바라보았다. 비록 영화 한편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모처럼 스스로에게 사유할 시간을 허락했다.불과 몇 십 년 전 역사였고 지금도 틈만 나면 고개를 드는 한국사회의 야만적 정치권력의 행태. 잠시 상념에 젖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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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백혜숙 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의 후퇴를 불러일으킨다. 신자유주의는 정부 개입 및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여 복지 제도와 정책을 축소시켜 불평등 및 사회적 격차의 확대, 공공영역의 복지시스템 중단 등 다양한 국가적 문제를 유발한다.따라서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사회불안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부유한 나라이지만, 올해 발표된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137개 국가 가운데 57위,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한마디로 ‘성공한 나라 우울한 국민’으로 고착되는 듯하다. ◇ 복지국가 후퇴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정부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감세정책에 집중했다. 2024년 국세 감면액은 국세 수입 총액의 16.3%인 77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또한 조세 부담률을 2022년 23%대에서 20%대로 줄이고 있다. 건전재정이라는 미명하에 윤석열 정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방기하며 세금도 줄이고 재정지출도 축소하는 무책임 재정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민생과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조세정책으로 공정하게 세금을 걷어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소득재분배(시장소득 지니계수-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정도가 개선되면 경제성장률도 함께 오른다. 구체적으로, 소득재분배 정도가 1포인트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10%포인트 정도 상승한다고 했다. 한국 조세 경쟁력은 OECD 38개 국가 중 23위로 하위 수준이고, 노인 인구 1천만 시대에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란 프레임을 앞세워 뒤로는 부자 감세와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한편, 민생과 복지예산을 줄이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영역을 후퇴시키고 있다.투명한 데이터에 기초하여 공정하게 적정세금을 부담시키고 이를 보편적 복지에 지출하는 게 건전재정 정책 아니겠나. 그런 정책을 펼쳐야 우리 사회의 불평등 및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세금-보편복지 정책은 기후위기, 사회불안, 식량안보, 저출생, 고령화 등의 국가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 ◇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최악의 수출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곤두박질쳐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려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 적자 가구가 작년보다 82만 가구나 증가했다. 최하위 저소득층 20%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중이 62.3%로, 5.1%포인트나 급증했다. 분배 격차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푸는 해법은 소득재분배와 복지안전망의 확충에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사회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다.정부는 지난여름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살인 예고와 흉기 난동 등에 대응한답시고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곳곳에 배치했다. 서현역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하지만 왜 우리 사회에 이렇듯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했을까? 왜 세기말적 불안과 공포가 싹튼 것인가.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리 현상 아닌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사회불안 요소가 독버섯처럼 자라게 된다. 경찰특공대와 장갑차의 출현은 공포를 조장한다.이런 행태는 육상 보관이라는 해법이 있음에도,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의 해양투기를 강행한 일본의 짓거리와 닮았다. 핵 기지국이 되려는 일본의 시나리오처럼 공멸의 길로 가는 위험을 대량 생산하는 짓과 하등 다른 게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편 가르기 신냉전체제에서 사회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게 윤석열 정부다. 실패한 외교정책의 후과가 심히 우려된다. 동맹과 경제를 분리해야 함에도 동맹과 경제를 하나로 묶어버렸다.한・미・일 동맹을 한・미・일 경제화시킨 것이다. 수출 주도의 경제 구조가 고착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 편 네 편이 어떻게 수출 경제를 뒷받침하겠는가. 편 가름은 질곡으로 작용할 뿐이다.게다가 기후위기가 일상화되었다. 기상이변이 재난으로 닥쳐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가 경제가 추락하여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형편이다.저성장 흐름이 지속되어 민생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시대와 역사에 거침없이 역행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기형적으로 잘못 태어난 신자유주의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동맹에 기대어 호가호위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의 부자가 자산의 58.5%,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하위 50%는 자산을 5.6%만 가지고 있다.또한 탄소 배출에 있어서도 2019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54.5톤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톤을 배출하는 매우 불평등한 구조를 보인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상위 10%는 하위 50%의 삶을 알고 있을까?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4,800원인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쯤 되지 않았냐”고 해서 뭇사람을 ‘웃프게’ 만들었다. 불평등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하므로 서로 소통하지 않게 되고 서로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망가뜨린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한겨레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기조세션3 강연에서 미국 유씨(UC) 버클리대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소수에게 집중된 소득과 부의 힘은 정치적 힘의 집중을 의미하며 소득과 부가 커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예산 배분과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도 커지므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원칙까지 훼손할 수 있다.소득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은 다수에게 공평하지 못한 성장을 한 것이며 다수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또한 불평등은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분배 및 조세정책 실패로 커진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재 확충 등 공적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 다중위기 시대, 대량 생산되는 위험 인류와 지구에 대한 명백한 범죄인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위기, 즉 ‘생산된 위험’으로 진화하고 있다.2022년 원전 오염수의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질병관리청의 연구보고서, 2023년 원전 오염수가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는 해양수산부 연구보고서는 정책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2023년 10월 5일 시작된 2차 해양투기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 하한치보다 4번이나 높게 나왔는데, 일본은 문제없다며 11월 2일 3차 해양투기를 강행했다. 해양환경 및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위험은 대량 생산될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산 식품 수출을 위한 돌파구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활용하고 있다. CPTPP 핵심 국가는 일본이다. 완전 개방에 가까운 CPTPP 회원국 평균 관세 철폐율은 약 96%로, 다른 자유무역협정에 비해 높다.2023년 3월, CPTPP 12번째 회원국인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 독자적인 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으로 CPTPP를 선택했다. 그래서 후쿠시마 등 9개 현의 식품에 대해 방사성 물질 검사를 의무화했던 수입 규제를 6월 말에 철폐했다.대만은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2022년 2월에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 현의 식품 수입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주요 곡물 생산국의 기상악화나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은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지표 ‘엥겔지수’는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낮아지기 마련인데, 우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국제곡물가 상승,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식료품 가격이 올랐고, 실직자들이 늘어나 엥겔지수가 높아졌다. 2022년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는 식료품비 지출이 전체 지출액 대비 12% 이하인데 반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식료품에 21.4%를 지출했다. 향후 엥겔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유가, 고금리 정책 등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시대 철학은 생태적 복지국가다 생태적이란 생물이 살아가는 생활 상태와 관련 있는 것을 말하며,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생태도시는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도시를 말한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도시를 국가로 확장하면, 환경친화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작동되는 국가를 생태적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또한 세계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 흐름, 국내 저성장 경제 구조가 장기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는 한편, 기후위기・식량위기 등을 반영한 생물 지역 거버넌스(인간만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책임지는 통치)를 실현하는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엔농민권리선언」 중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친환경농업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농민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 시스템이 운영되는 국가가 생태적 복지국가다.농민이 공익적인 농사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이 창출한 가치만큼 보상을 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국민 대부분은 농촌 유지, 안전한 먹거리 생산, 생태환경 보전 등 국토 및 농산물 가치를 높이는 농민에게는 경제적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농민 삶의 질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스위스 농업정책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발굴하고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개발과 제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생태적 복지국가에서 도시라는 공간, 그리고 도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복지는 농촌 공간 및 농민과 연결되고 확장되어 나타난다. 공공의료에 이은 공공식료(食療) 시스템으로 농민의 권리 및 도시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먹거리로 농민 복지와 도시민 복지를 연결하는 공공식료 시스템 관리통합 플랫폼이 구축되고, 가락시장을 포함한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은 농민의 가격 결정권을 존중하여 계약재배된 식재료를 공급하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복지 재원은 우선 총량부터 부족하다. 복지 예산과 지출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생태적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탄소를 줄인 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탄소 화폐를 도입하면 된다. 농촌에서는 경축순환농업체계를 마을 단위로 구축한다. 공동자원화 설비를 갖추고 축산 분뇨를 퇴비 액비로 만들어 경종 농가에 지원하고, 경종 농가는 이를 조사료 재배에 사용하고, 재배된 조사료는 다시 축산농가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농가에는 탄소 배출권을 지급한다. 공공에서는 생산・유통・소비의 전 부문을 아우르는 농업(생태) 분야 전문 탄소 거래 시장을 설치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곳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고, 스위스처럼 농민과 농촌에 탄소 배당을 할 수 있게 된다. 도시에서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접근성을 강화해 먹거리 기본권이 보장되는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및 지역 내 직거래 유통 체계가 활성화된다. 이런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 지원 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농민이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비자(공동체)가 농산물의 대가를 미리 지급하고 수확기에 농산물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탄소 화폐가 지급된다. 도시와 농촌은 다시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케어 팜(Care Farm)’으로 이어진다. 케어 팜은 사회적 돌봄을 농장에서 실현하는 치유 농업 형태의 복지 시스템이다. 네덜란드의 케어 팜은 여러 기관(정부, 판매처, 복지기관, 의료기관, 지역공동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시스템 덕분에 탄탄하게 운영된다. 탄소 화폐를 매개로 생산-유통-소비-폐기-치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공공식료 시스템은 생태적 복지국가의 초석이다.‘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세계적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한 스웨덴처럼 굶는 사람이 없도록, 누구나 맘 편히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의 밥상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식료 시스템의 핵심이다.국민 밥상을 책임지는 공공식료 시스템이 작동되는 생태적 복지국가는 기후위기・식량위기의 시대 철학을 반영한 국가 경영전략이다. 국민과 함께 미래를 그리는 선도적 국가경영 전문가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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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봉석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사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R&D를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 예산을 삭감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약자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동의하기 어렵다.더군다나 예컨대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선심성 예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징조는 지난 8월 발표한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 예측도, 숫자도, 고민도 빠진 장기요양기본계획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비율은 18.4%로서 곧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인구로의 편입이나 높아지는 기대수명에 따른 노인인구의 폭증과는 반대로 생산인구와 출산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는 보장성 강화, 서비스고도화, 인프라품질관리, 지속가능성 제고 등 4개 분야에 걸쳐 지난 성과와 목표를 제시하였고,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수급자․인프라 및 요양보호사 수 확대, 서비스제공기관에 대한 평가와 지정갱신제를 통한 규제강화, 돌봄기술의 도입과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정부는 향후 5년간 145만명까지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계획에 나타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예측인지부터 알기 어렵다.즉, 제도시행 당시 약 21.4만명이었던 수급자 수가 2017년 58.5만명까지 늘어났고, 이후 2022년까지 5년동안 43.4만명이 새롭게 진입, 101.9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제도 시행 후 15년 동안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2008년 노인인구는 약 501만명으로서 10.3%였다. 하지만 지금은 1천만명에 육박한다. 이제부터는 해마다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여기에 더해 기대수명도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5년간 수급자가 43.1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증가 수보다도 적다. ▲ 노인인구 연령대별 인구 추이 [출처=보건복지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한편 저출산 ․ 초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수급자와 관련한 계획에 있어서는 보장성 강화도 요구되지만 진입예방 내지 지연이나 재정 등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라는 측면도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생산인구 감소 등 요인에 따른 인력문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정부는 공급인프라를 확대하고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처우나 근로환경개선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한다.하지만 진입예방에 관한 내용은 부실하며, 재정건정성 방안으로 적정수준의 보험료 결정, 적정국고지원검토, 미래준비금조성방안검토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수급계획도 마찬가지다. 장기요양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노동력 제공을 전제로 하는 휴먼서비스다. 때문에 인력확충이 공급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누구라도 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6월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은 61.4세다. 노노케어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자격증 취득자가 넘쳐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현장은 수요는 늘어가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정부도 2027년이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약 7.5만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 수를 75만명으로 늘리고 입소시설의 경우 종래 수급자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요양보호사배치기준을 높이겠다고 한다.당연한 얘기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품질향상과 요양보호사업무부담완화라는 취지도 충분히 공감할만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공급체계가 뒤따라야만 한다. 즉,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적정한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어떻게 서비스제공인력이 유입되도록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된다.다시 말해서 요양보호사 등의 임금수준을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로 향상할 것인가가 가장 기본적인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요양보호사 임금수준을 높이고 요양보호사 승급제나 장기근속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그런데 계획에 숫자가 빠져있다. 며칠 전 2024년도 장기요양수가를 2023년 대비 2.9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요양보호사 임금수준향상 정도를 최저임금인상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계획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교육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식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자 2.1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배치는 법정인력기준으로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관에서는 절대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얼마 전 현지조사를 받은 장기요양기관 중 약 92.4%가 부정수급으로 환수 및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 나타난 처분이유는 인력배치기준이나 직무배치기준위반이다.요양보호사가 간호업무를 했다거나, 사회복지사가 다른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당연한 처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기요양은 의료와 같은 사회보험이지만 성격이나 내용 등에서 보면 전혀 다르다.직무의 경계가 희미한 경우도 많다. 즉, 의료가 해당 질환 등에 대해 치료를 목표로 기간을 설정하고 의료인 ․ 의료기사 등 각각의 전문인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업무를 부과할 수 있는 반면, 장기요양은 재활이나 자활이라는 목표보다는 인간의 삶 전체 혹은 부분에 관여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간호와 같은 영역 뿐 아니라 복지 ․ 요양 ․ 돌봄 등 불명확한 개념이나 요소도 섞여있다.여기에 제도시행 당시부터 유지되어 온 저수가 ․ 저복지 기조로 인해 법정인력기준 자체도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법령에서부터 고시, 시행세칙 등등에 이르기까지 기관이 숙지하고 준수해야 할 내용 또한 방대하다.이것들이 행정처분의 사유가 된다. 때문에 위반사례가 의료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은 온전히 기관에게 있다. 나아가 행정처분이력과 평가결과 등을 2025년부터 시행예정인 지정갱신제와 연동, 적용할 예정인데 그 기준이나 요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퇴출기관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다.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개선방안, 방법 ․ 내용, 대응책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 2030년까지 50여개소의 국공립요양시설의 포함하여 5천개소의 장기요양기관을 신규로 늘리겠다는 것과도 모순된다. 일본의 ‘개호난민’이라는 용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시절 시행된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을 ‘노인 의료 ․ 돌봄 통합지원사업’으로 변경하면서 대상에 가정방문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기요양수급자를 포섭하고 있다.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이용자 중심 장기요양사례관리체계 구축이나 퇴원환자 ․ 장기요양등급외자 등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나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연계하겠다는 방향제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용어나 방향도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지방소멸의 원인이나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돌봄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돌봄제공인력이 유출되면 돌봄인프라도 함께 붕괴된다.그렇게 되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장기요양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통합돌봄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 대상도 장기요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당연히 충실히 반영되었어야 하는 것이지만 어디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돌봄기술에 관한 문제다. 노인돌봄기술개발을 통해 자립과 돌봄을 지원하고 특히 노인 ․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예산이 삭감된 R&D다.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 현 정부의 복지인식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암울한 미래 저출산․초고령화 사회가 미칠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복지영역에서도 그에 따른 세수나 돌봄제공인력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는 2024년도 복지예산안에서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를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고, 둘째부터는 3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그렇다면 현 정부들어 실시했던 부모급여가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즉,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부모급여는 한시적 제도이다. 자녀가 24개월이 넘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지금의 젊은 특히 청소년 세대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나 성향을 띄고 있다. 출산이나 양육 이전의 문제로서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는 이 급여가 혼인율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누가 저출산 대책을 체감한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정부는 2024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2.2% 늘려 편성하면서 핵심분야로 약자복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급여 인상율을 보면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해서는 테이블에 올라오지도 않았다.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체계 구축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적한 대부분의 문제가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늘리기식 ․ 보여주기식에만 급급한 것 같다.최근 시작된 일상돌봄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성과도 없을뿐더러 시행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사업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여기에 감염관련이나 임대주택 관련예산 등은 오히려 줄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에게는 당연히 사회보장․사회복지를 증진해야 할 의무가 따르게 되고 따라서 복지는 정치나 정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된다.그런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추진해 온 많은 복지정책들이 점검 ․ 평가되지도 못한 채 파기되거나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방향성마저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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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재 부동산학 박사/세대별 주거전략연구소 소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지난 5월 전세사기에 관한 기고문 이후 5개월이 지난 최근 또 다시 수원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하였다. 정부의 각종 대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 진다.문제의 근본원인을 찾아서 과감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전세사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 주위를 맴돌 것이다. 어설픈 대책이 오히려 문제의 심각성을 무디게 하고 불필요한 내성만 키운다. ◇ 전세사기, 주거 빈곤 계층의 생성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전통적인 주거취약계층으로써 피해를 당하는 즉시 주거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이들이 마련한 전세금의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아닌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금융기관으로 빌린 타인자본으로써 부채상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다.피해자의 대다수가 청년들로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악영향은 장기적이고 후유증이 또한 예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희망을 품고 열정을 쏟아야 할 미래의 시간들이 한 순간의 봉변에 의해 자신을 책망하고 사회를 원망하면서 국가를 불신하는 상황들이 크고 작은 사회문제가 생길 때마다 함께 누적되면서 확대될 것이다. 필자의 진단으로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급격한 시장상황에 따라 보증금 제도의 허술한 상황을 사악한 자들이 헤집고 들어와 범죄행각을 벌이는 것이 본질임에도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지난 5월에 제시한 대안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을 다시 상기해 본다. 일정 금액이하의 전세 계약(예시: 3억 원)시에는 전세 보증금액을 일정비율(예시 : 60%)로 제한해야 한다.감액된 보증금액(예시금액 3억 원의 40%인 1억 2천만 원))은 관련 법 규정에 따라 보증금의 월세 전환율에 따라 월세로 지불하게 한다. 즉, 일정금액(3억원) 이하의 전세계약에서는 100% 전세 보증금을 60% 전세 보증금으로 제한하고 기존의 40%에 해당하는 보증금은 월세로 받게 하는 소위 ‘반전세’계약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이견도 충분히 예상된다. 가장 큰 논쟁거리가 세입자의 월세 부담 증가와 임대인의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주장일 것이다.여기에 대해 반박하면, 현재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전세지원금을 월세로 대체하여 지원된다고 생각하면 임차인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마련해야 할 전세 대출금 규모가 줄어드는 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줄어드는 전세지원 대출금으로 통화량이 축소되고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이 밖의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순기능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다. 솔직히 과거 전세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정부의 거침없고 대대적인 청년전세자금 지원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그리고 임대인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약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령 등 많은 법조문을 통해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 존재하며 보증금이 채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채무를 사전에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한 아침 방송에서 어떤 진행자가 전세사기에 대한 방안으로 전세보증금 전액을 강제로 예탁시키는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비하면 필자 안이 훨씬 더 실효적이다.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전세 보증금의 일부(예시: 40-50%)를 보증보험증권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가령 보증금이 3억 원의 전세의 경우, 2억 원은 현행대로 현금으로 임대인이 현금으로 받고 1억 원은 보증보험 증권으로 대신하는 것이다.지금도 유사하게 보이는 제도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이다. 하지만 필자의 제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HUG의 전세보증보험은 보증금 전액을 현금으로 임대인에게 지급한 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불이행시에 주택보증보험공사가 대신해서 보증금을 반환을 주는 것이다.처음부터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50~60% 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보증보험증권으로 지급하는 것과 확실히 구분된다. 제안의 실행단계에서 임대인은 일부 월세를 부가할 수 있고 보증보험증권 발급 수수료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큰 비중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등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올해 상반기 누적 순손실은 지난해 보다 7배 증가한 1조 3281억 원이며 올해 말 순손실 예상액은 3조 4천억으로 예상된다고 한다.현 전세제도는 공공기관까지 관여하여 국고 손실을 입히는 주된 원인이 되었으며 과다 하게 전세가격을 평가하였다는 이유로 다수의 감정평가사가 징계를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현 전세제도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안 되는 보다 분명한 이유이다. ◇ 새로운 주거 빈곤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주택 소유 노인들 전통적인 주거 빈곤층은 전세사기 피해자처럼 여러 이유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환경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에서 반듯한 주택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주택이 있음으로 해서 실질적으로 비곤한 삶을 살아야 하는 계층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소득 없이 높은 가격의 집만 소유한 노인세대들의 이야기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상황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폭락의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도 일정 수요가 남아있는 주택시장을 제외한다면 상업용, 공업용, 사무용 부동산 시장은 분명히 하락하고 있으며 이들 시장 간에 영향관계를 고려할 때 곧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시간의 문제이다.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었는데 주택가격이 즉각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아마도 하락하면 절대 안 되는 이해관계자들이 합심하여 온 힘을 다해 가격하락에 대한 방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이런 저런 이유로 폭등시기에 올라간 주택의 가격(특히 공시가격)은 좀처럼 현재의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데 있어 시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어 현 정부는 부동산 세금정책에 있어서는 매우 온건한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전환하였지만 개별 가계가 체감하는 부동산 조세부담은 적지 않다.특히,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노인계층에 있어서 집 소유로 인한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외형적으로는 중산층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실지 주거로 인한 빈곤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전통적인 주거 빈민층과 달리 이들을 ‘신 주거 빈민층’으로 표현하고 싶다. 주택을 소유하기 때문에 빈곤계층으로 분류되는 점에서 전통적인 주거 빈민계층과 매우 대조적이다. 초고령 사회가 진행되고 경제상황이 팍팍해지면서 이러한 노인들의 주거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집값 폭등 현상이 쓸고 간 예상하지 못한 여파이다. 상황을 좀 더 구체화 해보자.대략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4~5인 가족이 함께 거주하던 널찍한 주거공간에 이제는 노인부부 내지 홀로 남겨진 노인 한 사람만이 남았다. 간단한 청소조차 힘겨운 공간은 이전과는 달리 사용하지 않은 방의 보일러를 잠글 수밖에 없다.아파트 가격이 두 세배가 올랐다는 주변의 부러움도 잠시 뿐 아파트 관리비도 오르고 주택 세금도 그 옛날처럼 가볍지 않다. 집을 유지하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 명의의 주택의 세금문제를 자식들에게 부담시키고 싶지는 않다.그래서 이미 오래 전에 노후대비 비상금을 조금씩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눈치 빠른 자식들은 그래도 말로는 ‘사시는 동안 맘껏 쓰시라’고는 하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 부모로서 마지막 자존심이면서 그래도 집 한 채라도 온전히 물려주고픈 부모의 마음으로 그냥 하루하루를 버틴다.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평균적인 주택소유 노인의 삶을 묘사해 보았다. 다소 감상적이고 냉소적인 표현이 있을지라도 이런 상황의 노인세대는 지천이다. 그런데 국가는 이런 노인들을 중산층으로 구분하여 각종 노인복지정책에서 제외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고 하니 부동산이 얼마나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인지는 집을 소유한다는 이유 때문에 제외될 경우에는 확실히 체감된다. 주택을 소유하기 때문에 여생을 빈곤하게 살아야 하는 비애는 한 개인의 결단만으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변화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유난히 주택소유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의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게 우리나라에도 일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다른 생계수단이 별로 없지만 집은 소유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주택연금’이란 역모기지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신청자격은 주택가격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12억 원 이하이어야 한다.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급등한 서울의 경우에는 매우 제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주택금융공사가 만들어진지 20년이 지난 현재 점차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급등한 주택가격 상황에서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주택가격의 상승은 직접적인 주택세금도 문제이지만 연동되는 건강보험료와 관리비 부담도 적지 않다. 노인은 주택을 소유함으로 인해 국가가 지급하는 노인복지수당 등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노인들의 입장에서 경제적 빈곤화와 더불어 심리적 박탈을 불러오게 만든다.그렇다면 집을 소유한 노인들의 주거문제 및 주거복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첫째, 노인들의 주택과 관련한 여생에 대한 가치관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 즉, 자신은 온갖 고생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자식들에게 온전히 물려줄 생각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높아진 집값 덕분에 보금자리 수준을 넘어서는 막대한 부의 또 다른 이름인 주택을 자식에 물려준다고 해서 자식의 삶이 순간은 모르겠지만 결코 영원히 행복해진다고 장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 자식의 능력과 의지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해야 한다.노인정이나 만나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상의해 보면 십중팔구는 비슷한 얘기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자식들이 둘 이상이라면, 부모의 재산문제로 생전에 명확히 법적으로 정리해 놓더라도 상상하기 싫은 자식들 간의 다툼을 예상해야 한다.그래서 노인들은 앞으로는 생전에 주택문제로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주거형태와 주택을 맞게 바꾸어서 쓸 만큼 충분히 쓰고 아프면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노년의 삶을 편안하게 보내기를 고민하고 힘써야 한다.역모기지 같은 제도와 여러 대안들에 대해 공부하고 찾아다녀야 한다. 그리고 생각과 계획의 구체화를 위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자신의 지금과 미래의 삶에 어울리는 지도 냉철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이런 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주택의 크기와 위치가 문제가 될 것이다. 주택의 크기는 필요 이상으로 ‘과다’ 할 것이고 위치(입지)도 상당부분 애매할 수 있을 것이다.결론적으로는 지금의 집을 팔아서 노인의 삶에 맞는 크기로 줄여나가고 새로운 주택의 위치도 주된 활동 지역이나 병원 같은 노년생활에 필요한 시설로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생각해 보면, 노인층일수록 도심에 거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아마도 역세권과 같은 대중교통(특히, 지하철)이 있어 이동이 원활한 지역에 사이즈가 작은 주택에 거주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합당할 것 같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문제인 기존 주택의 매각으로 인한 차액의 관리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관리 면에서 핵심어는 ‘안전성’과 원칙적으로 ‘임의 해지 불가’의 금융상품 내용이 되어야 한다. 이 상품을 통해 노인들은 생존 시까지 매월 생활비조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둘째, 이제는 정부 등 공적기관의 역할이다. 노인의 변화된 주택계획에 맞춰 새로운 제도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주택금융공사의 역모기지 상품에 기초하여 변화된 노인 주택시장 상황을 적극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개선의 핵심으로 대상자를 집을 소유하고 있는 노인 전체를 원칙적 대상자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역모기지 방식이 매월 고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개선방향에는 병원비와 같은 큰 목돈이 들어갈 경우를 상정하여 필요시 지급금액을 달리하는 금융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특히, 기존의 노인주택의 매각 차액금의 은행 위탁상품에 대한 임의해지 금지라는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병원비와 같은 목돈은 은행에서 직접 병원으로 지급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즉, 정부는 노인들의 주택 매각 차액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을 기획해서 출시해야 한다. ‘노인특별금융상품’으로 명명하여 기금형태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인주택 문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주택산업에도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 30평대의 아파트를 팔아서 10평~15평대의 작은 평수의 소위 ‘노인특화주택’으로의 이주바람이 불 것이다.지역적으로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을 중심으로 건립되어야 맞다. 이들 거점지역에는 노인계층의 집단거주 상황을 고려하여 긴급 요양 및 의료체계가 부대시설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현재는 역세권 활용으로 청년주택 건설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노인특화주택 건설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인들이 매각한 기존의 아파트는 새로운 민간공급주택으로 기능하여 주택시장에 매물로 공급될 것이다.이들 공급물량은 자녀를 양육하고 사회활동을 왕성히 수행해야 할 기성세대의 수요로 채울 것이며 대규모 신도시 개발형태의 공공주택 건설의 공급형태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 저출산은 이민을 낳고 이민은 주거 빈민을 낳는다 주거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정권의 성격을 따지지 않고 자주 방문하여 해답을 찾으려는 국가가 있다. 바로 싱가포르이다.우리나라 서울시 면적보다 조금 큰 국토면적에 총 거주인구는 2023년 6월 기준하여, 592만 명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들의 주거복지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알려져 있다. 주거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대체적으로 자가 소유 비율,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 민간임대주택 공급 비율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공적시스템에 의해 지원되는 자가 소유비율이 매우 높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다. 한편,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적인 기본적인 주거문제는 인종이나 국적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한 국가 내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그렇지만 현실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민과 비자국민을 주거문제에 있어서는 차별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 국가와 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진 사회일수록 그 간극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주거복지 최상의 선진국 싱가포르의 경우는 어떨까? 전체 인구의 61%인 361만 명이 국민이고 나머지 39%인 231만 명은 외국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국인 중에서 영주권자인 54만 명과 국민을 합한 415만 명을 전체 거주인구에서 제외하면 177만 명이 외국인 노동자에 해당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이들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문제는 주택관련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주택 보급율이 90% 이상이지만 실제 거주 전체 인구의 29.8%에 해당하는 177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실태는 자국민의 그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주거정책 모범국가 싱가포르의 어두운 이면이다.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이 213만 4천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우리나라 총인구(5,173만여 명)대비 4.1%를 기록했다. 이들 외국인의 59.8%인 127만 5천여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에는 20%(42만 6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즉 서울에만 42만6000여 개의 주거공간을 외국인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거실태는 어떠할까?공동주택이 대부분인 싱가포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의 비율이 더 많은 서울은 주거난맥 상황이 더할 것이 추정된다. 지옥고(지하실, 옥탑방,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 새로운 주거빈곤층을 위한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대안을 흔히 국가의 위상을 표상하는 지표로 GDP(국내 총생산), 1인당 GNP(1인당 국민소득) 등의 수치가 거론된다. 여기에는 인간의 기본 삶을 위한 ‘먹고, 입고, 잠자기’와 같은 기초적인 항목은 당연히 문제가 없음을 전제로 할 때 의미를 가진다.기본이 빠진 상황에서 다른 어떤 현란한 수치들은 필수적인 항목에서 과락이 발생한 것과 유사하다. 세계 10대 강국반열에 올랐음을 자부하는 수도 서울에 공식 용어로 ‘비주택’이 존재한다.주택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주거로서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말한다. 어째서 정부는 ‘비주택’에 국민들과 사람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절박한 심정으로 해결의 의지가 없는지 항상 궁금하다. 우리사회 고질병의 한 가지로 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구호가 있다. ‘재발방지’ 라는 말이다. 예전에 어떤 정치인이 ‘나 같은 불행한 군인은 다시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 라고 하면서 자신의 후임으로 군인출신을 적극 옹립하였던 모순된 행동처럼 ‘재발방지’라고 말하는 정부 책임자는 없었으면 한다.주택과 주거문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항상 정부는 주택문제 해결 수단으로 주택조세 정책카드를 꺼내곤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은 돈이면 뭐든 다 해결된다는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관료의 서랍 안에 들어있는 뻔한 주택정책이 아닌 창의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주택과 주거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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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 기업*은 고용증가를 견인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집중* 기업공개시장(IPO)에서 1조원 이상 가치를 지닌, 설립 10년 이내 스타트업◇ 중기부는 지난 8.9일,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 일자리 동향을 발표하며 대기업 보다 뛰어난 고용 효과를 높이 평가○ ’22.6월말 기준,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 3만 4,362곳의 고용인원은 76만 1,082명으로 전년 대비 9.7%(6만 7,605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 이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 고용증가율 3.3%보다 3배 높은 수준◇ 특히 이들 중 유니콘으로 인정받은 스타트업의 채용기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 주요 유니콘 14개사의 고용인원은 ‘21년 7,850명에서 ’22년 6월말 1만 942명으로 증가, 전년 대비 39.4%의 고용증가율을 기록○ 유니콘 기업은 기업당 220.9명을 추가 고용, 이는 전체 벤처기업 평균 추가 고용 인원(2명)의 110배를 상회하는 수치▲ 전체 벤처기업과 유니콘기업 고용 증가 추이◇ 올해 상반기에만 5개 신생기업(오아시스마켓·여기어때 등)이 추가되는 등 국내 유니콘 기업이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유니콘 기업) (‘17) 3→(’18) 6→(‘19) 10→(’20) 13→(‘21) 18→(’22.상) 23○ 제주에 있는 1개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플랫폼 기반인 유니콘 기업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 향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천억~1조)·아기유니콘(1백억~1천억)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마찬가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기업 57곳 중 50개사(87.7%), 아기유니콘 기업 100곳 중 8개사(88%)가 수도권에 위치□ 정부는 혁신적 스타트업(유니콘 기업)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 정부는 그간 K-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시장개척자금 외 금융․기술개발(R&D) 등 다양한 지원책(인센티브)을 마련하는 등 집중 지원○ 특히, 유니콘 기업 등 스타트업이 유발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주목, 청년 스타트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 인재육성 등에 초점◇ 새정부도 미래 먹거리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자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생태계 구현(32번)’을 국정과제로 수립○ 창업 기반 확충, 민간투자 활성화, 재도전 기반 조성 등을 통한 5년 내 신규 혁신창업 30만개 창출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 ‘유니콘 기업 생태계’ 구현 국정과제 주요 내용 >실행계획주요내용대학창업 요람화▹거점대학-신산업벨트를 연계하여 사업화까지 패키지 지원하는 ‘창업중심대학’ 확대신산업분야 육성▹신산업 분야 창업지원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 젝트’ 및 ‘민간주도 예비창업 프로그램’ 신설벤처투자 활성화▹모태펀드 규모를 대폭 확대, 청년·여성 창업 지원, M&A 투자 한 완화 등 벤처투자 생태계 고도화스케일업 지원▹해외 현지 창업 인프라 확충 및 정책자금·기술보증 프로그램 신설 등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 가동규제자유특구 고도화▹기업수요에 따른 자유로운 특례 이용을 확대하는 자 율참여 방식의 ‘규제자유특구 2.0’ 추진글로벌 혁신특구 조성▹권역별 혁신기업의 지역 유치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특구 지정, 투자·규제특례 등 지원◇ 또한 중기부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 등 미래의 유니콘을 발굴○ 아기유니콘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시장확대 지원을 위해 국외 지원기관과 연계프로그램 운영하고○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신속히 완화하는 등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시장 진출을 촉진·지원□ 자치단체도 지역 기반의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 지난 7월,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광주 등 비수도권에서 모인 ’지역유니콘기업연합’이 부산에서 첫 워크숍을 가져 주목○ 이들은 아기 유니콘기업마저 비수도권에 거의 없는 현재 상황이 향후 청년들의 지역 이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민선 8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 자치단체에서는 유니콘 기업과 같은 지역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이 청년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인식○ 민선 8기에서도 창업인재 양성을 균형발전의 핵심과제로 꼽으며, 미래 먹거리인 지역 창업 육성을 현안사업으로 추진◇ 지난 8.10일 부산시는 ‘금융창업정책관’을 신설하고, 창업 기능을 한데 모은 ‘부산창업청’ 설립을 위한 ‘추진단’을 발족○ 유니콘 기업은 아예 없으며 아기유니콘 기업은 현재 3개밖에 없는 부산의 척박한 창업환경 개선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창업청 신설 이유를 부산의 아기 유니콘, 예비유니콘을 육성으로 꼽으면서 시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사업인 ‘판교테크밸리의 글로벌 스타트업 메카화’를 통해 유니콘 기업 30개를 육성할 계획○ 판교테크노밸리 내 다양한 분야의 지원기관이 입주해 각 기관별 특화분야에 맞는 지원사업과 스타트업 보육 공간을 운영○ 특히,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바이오 등의 분야에 유망한 10개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 육성하는 사업에 주력◇ 경북도는 포스코·삼성전자·무역협회 등과 함께 ‘경북스타트업지원 협의회’를 구성하고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글로벌 진출을 지원○ 또한 수도권 대형 투자운용사를 지역에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12개 지역 스타트업에게 투자 모집 기회를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스타트업과 관련한 모든 기관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의 대표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며 원팀정신을 강조◇ 강기정 광주시장은 5,000억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투자기관을 설립해, 지역 청년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 이를 위해, 원스톱 창업 육성체계 확립, 지역 기반 투자 활성화, 유니콘 기업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할 방침◇ 일부 자치단체는 지역기업 육성 뿐 아니라 유니콘 기업 유치해 적극적으로 지원, 세계적인 유니콘 육성 모델을 조성한다는 방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7.1일 비전선포식에서 에너지 유니콘 기업 유치하고 해양풍력발전단지 일자리 12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 전문가들은 벤처생태계 조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제언◇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역 격차가 점차 확대돼 지방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 벤처스타트업 육성 기반인 벤처캐피탈과 청년인재·최신기술 등 스타트업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키고 있다고 지적◇ 전문가들은 지역 금융의 펀드 동참을 통해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지역 이점을 살린 창업 인프라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 특히, 최근 민간 투자사들은 지역에 관계없이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발굴 하는 추세라며, 민간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규제개선·세제지원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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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8기 첫 총회(제50차) 개최, 16대 임원진 선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8.19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민선 8기 출범 후 처음으로 ‘제50차 총회’를 개최○ 이번 총회는 민선 8기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첫 번째로 총회로, 시·도지사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 부산시장, 대구시장, 경기도지사, 충남도지사는 지역 일정으로 불참◇ 이날 협의회는 전원 만장일치로 이철우 경북지사를 제16대 회장으로 추대하고, 유정복·김관영 시·도지사를 부회장으로 임명○ 1년 간 협의회를 이끌 이 지사는 취임 소감을 통해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지방시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또한 협의회가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지방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사무처 정책 및 연구역량을 제고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운영 방향을 제시◇ 자치입법권·재정권, 자치교육권, 자치조직권 등 획기적인 분권을 통한 완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으로 지방의 창조성·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수도권병에 걸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에서도 교육·의료·문화· 예술·교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대폭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 결국 지방이 살아나면, 대한민국 5만불 시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 아울러 시도지사들은 새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반영된 균형발전 정책과제의 추진 방안과 중앙지방협력회의 개최 일정 등을 논의□ 정부에 조속한 지방시대 이행 촉구 한목소리◇ 이날 총회에서는 정부가 국정과제 수립 등을 통해 그간 약속해온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관리계획을 요구하는 등 시·도의 입장 전달 필요성을 강조◇ 아울러 지방시대에 상응하는 중앙 권한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지방 이양과 재정 분권의 필요성도 제기○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권한 이양 및 재정 분권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위해 중앙지방협력특별위원회 구성·운영을 제안◇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한 자치단체의 공동 대응을 제안○ 특히 오영훈 제주지사는 대통령의 지역공약과 수립된 정책과제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이에 대한 시도지사의 공동 대응을 제안하며○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과제의 이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반영되지 않는 과제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제언◇ 한편, 지자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한 소통기구로서 시도지사협의회·중앙지방협력회의의 중추적 역할을 강조○ 또한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하기 위한 정부 추진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 시도지사들은 지역 현안에 대한 공동 협력을 제안◇ 시·도지사들의 주요 발언과 제안사항은 간담회 종료 후 자치단체 보도자료, 지역 언론 등을 통해 공개○ 각 지역언론은 앞다퉈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한편, 지역균형발전 정책방향에 대한 시도지사의 공조 노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 또한 대전·광주·전남·경남·제주 등 일부 시·도지사들은 개인 SNS 게시글을 통해 간담회 현장 분위기, 참여 소감 등을 공유◇ 김영록 전남지사는 쌀값 안정 대책,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대, 농어촌 주택 양도소득세 특례 개선, 지방정무직부지사제 도입 등을 제안○ 특히 이날 쌀값 안정 대책과 관련해 안정적인 식량안보 수호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함을 호소하며, 쌀 주산지 시·도가 함께하는 ‘쌀값 안정대책 촉구 공동성명 발표’를 제안○ 아울러 ‘22~’23년 전라남도 방문의 해와 ‘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지역 관광자원을 적극 홍보하며 지자체의 협조를 요청◇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가 내년 6월에 출범하는 만큼, 지방자치의 성공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당부○ 특히 제주도·세종시에 특별자치시·도 준비사항에 대한 노하우 전수를 희망하는 한편, 세계산림엑스포대회를 소개하며 협조를 요청◇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시가 지방시대에 균형발전 거점도시, 미래 전략수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협의회의 관심을 부탁○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근거법 개정 완료에 따른 조속한 로드맵 마련과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세종시 개최 등을 건의○ 나아가 지방시대위원회의 세종시 설치와 특별자치시·도 위상에 걸맞은 행·재정 특례 확대에 관한 논의 필요성도 제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대정부 정책 건의과제로 인구 10% 범위 내 이민 비자 추천과 체류 외국인에 대한 자격별 추천 권한 이양을 제안○ 시도 협력과제로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손실보상 기간 확대와 내년 전북에서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 등 국제대회에 대한 협조를 요청◇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 등 특별연합에 대해 지방자치법에 특별연합의 근거만 제시해 놓고 재정 지원 및 권한 부여 등의 사항을 부여하는 법적 규정은 없다는 점을 지적○ 재정·권한이 뒷받침 되지 않은 특별자치단체 출범은 지방에 부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에 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동 건의를 요청○ 아울러 남해안의 세계관광단지 조성, 양식장 피해 관련 풍수해 보험법 개정 등과 관련해 정부의 규제 완화 필요성도 주장◇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균형발전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수도권에 불리한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 등을 건의○ 충북은 수도권에 식수를 제공하지만 규제만 받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비수도권에 불리한 제도 등을 시정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 유정복 인천시장은 부회장으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중앙과의 소통 역할을 긴밀하게 해 나가자고 제안하는 한편○ 지역 현안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B 노선 등의 조기 추진 등에 협조를 당부◇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월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참석과 총회 기간 내 중앙지방협력회의 대전 개최를 건의하는 한편○ 지역 현안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수도권에 불리한 정부 공모 방식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 김두겸 울산시장은 10월 울산에서 개최하는 ’22년 전국체전·장애인 체전에 지자체장의 방문과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협조를 요청○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확대된 이후에도 관련 규정이 개정되지 않아 원자력발전소 인근 자치단체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정부 설득에 협조를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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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그간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도 전체의 44%가 수도권에 집중◇ 1970년대 이후 수도권 중심의 압축성장을 지향, 그 결과 수도권 과밀과 지방의 경기침체라는 국토 양극화 문제를 야기○ 이에 정부는 수도권 집중억제 및 지방 육성을 위한 실천전략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근거를 마련○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수도권 346개 기관 중 176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05.6)’을 수립, 통폐합 등 절차를 거쳐 ‘19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 완료◇ 지난 10년간 균형발전 목표 아래 공공기관 이전이 추진됐음에도 여전히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이상은 수도권에 위치한 상황○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370개) 중 서울 등 수도권에만 164개(44.3%) 기관이 있는 것으로 집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으로는 대전(40개), 경기(31개), 세종(26개), 부산(22개), 대구·전남(각16개), 충북(14개) 순▲ 시도별 공공기관 수(‘22.8.23.)□ 새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국정과제로 수립, 로드맵 방향에 고심◇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성장 거점 육성(116번)을 포함한 120대 국정과제를 확정·발표○ 새정부도 기존 혁신도시 활성화 정책과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통해 새로운 균형발전 동력을 창출하고 지역 특화발전을 지원할 방침<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성장거점 육성 과제 주요내용 >전 략주요 내용공공기관 추가 이전⦁이해관계자(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노조 등) 의견을 폭넓게 수렴 하여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행정수도 세종 완성⦁제2 집무실 설치 및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지원, 행복도시 광역적 발전전략 마련 등을 통해 세종을 미래전략도시로 완성혁신도시 활성화⦁산·학·연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혁신도시별 특화발전을 지원하고 정주여건을 개선◇ 한편, 정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검토 중인 단계로, 지역의 조속한 로드맵 발표 요구에 대해서는 추진 의지를 재표명한 상황○ 지난 7.27일 국토부장관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을 두고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가 다수 보도되자,* 과거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은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됨(국토부장관, 7.27.일)○ 국토부는 7.30일, 총량 확대 방식이 지역의 지속적 성장에 효과가 없고 한계가 많다는 의미라며 기존대로 추진할 계획임을 강조◇ 또한 국토부는 8.18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새정부 균형발전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발표○ 이에 따라, 공공기관‧노조‧지자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추가 이전을 위한 추진 방향 및 전략 등을 수립할 계획□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의 지역인구 증가, 생활 인프라 확충, 지방세수 확대 등의 효과를 예상하며 조속한 이전을 촉구○ 지역사회는 공동성명 등을 통해 1차 이전 후 답보상태였던 공공기관 이전이 새정부 출범으로 가속화되기를 기대하는 양상◇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진천군수), 비수도권 9개 기초자치단체*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재차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06년 설립되었으며 전국 9개 혁신도시 11개 시군구가 참여, 비수도권 9개 기초자치단체는 ’21년 6월 창원시의 제안으로 결성, 충북 충주‧제천, 충남 공주, 전남 순천, 경북 포항‧구미‧상주‧문경, 경남 창원 등으로 구성○ 특히 협의회 측은 ”혁신도시 조성의 근본 취지에 맞게 2차이전 대상기관도 기존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 한편 민선 8기 자치단체는 새정부 기류에 맞춰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내부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등 물밑 경쟁에 나선 상황○ 시·도지사도 시도지사간담회, 관계부처 장관 면담 등을 통해 정부에 조속한 추진을 건의하고 지역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유치에 총력< 충남 : 공공기관 유치 우선권 요구 >◇ 충남도는 지난 정부에서 혁신도시로 후발 지정되어 공공기관 이전이 전무한 점을 근거로 들며 새정부에 우선 배려를 요구하는 상황○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7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20.10월에 혁신도시가 지정됐지만, 충남도로 이전된 공공기관이 전무하다며 대형 공공기관 이전 요구 등을 대통령에게 건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732명), 한국과학기술연구원(978명), 한국환경공단(1,632명) 등 기존 대상 기관 외 대형 공공기관 유치에 관심< 대전·경남 : 국방·항공우주 공공기관 이전 >◇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1일, 언론을 통해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과 예산 증액을 약속받았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 이어, 이전 부지로 정부대전청사 유휴부지나 안산국방산단을 검토 중임을 밝히며, 방사청 이전 TF팀 운영 계획을 언급한 상황◇ 박완수 경남지사 혁신도시 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공약으로 수립한 바, 지역 특화산업인 항공우주청 신설과 함께 항공우주·바이오 등 21개 핵심 공공기관을 선정, 지역 유치를 추진할 계획< 세종 : 법무부·여가부 등 부처 추가 이전 >◇ 최민호 세종시장은 법무부·여가부 등 부처 추가 이전 등 균형 발전을 상징하는 세종시 완성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계획임을 언급○ 8.16일 법무부‧여가부를 세종시로 이전토록 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지역에서도 기대감 고조◇ 행정수도 완성 시민연대는 지난 17일 성명 발표를 통해 여‧야합의를 통해 법무부‧여가부 이전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행정수도 개헌’ 공론화에도 적극 나설 것을 주장< 광주·전남 : 각각의 희망기관 물색 중 공동 유치 방안도 검토 >◇ 광주·전남는 당초 1차 이전과는 달리, 각각의 지역 특화분야에 부합하는 공공기관을 선별해 유치전략을 모색해왔으나, 민선 8기 출범 후 공동대응 전략도 다시 검토되는 분위기○ 광주시는 한국공항공사·한국데이터진흥원 등 인공지능 분야를 비롯한 35개 기관 유치를 희망, 전남도는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41개 기관을 유치대상으로 선별< 부산·강원·울산·전북 : 금융기관 유치 희망 >◇ 새정부가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 국정과제(38번)의 세부과제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수립○ 부산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시 경제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은행 부지도 부산국제금융센터에 마련한 반면○ 산업은행 노조는 매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상황◇ 또한, 부산시는 또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부산 이전 파급효과 분석 연구에 돌입하는 등 이전 작업에 착수◇ 김관영 전북지사는 7.21일, 국토부 장관을 만나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을 차질없이 추진해달라고 요청○ 이와 관련, 전북도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등 금융관련 기관을 포함, 그 외 새만금 관련 에너지 기관까지 30~40개 기관을 선정해 놓은 상태◇ 강원도는 최근 내부 용역을 통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국방연구원 등 32개 유치 희망 기관을 선정○ 김진태 강원지사는 대표 공약으로 한국은행 본점의 춘천 유치를 선정한 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치도 병행할 예정< 경북 : 지역간 경쟁 의식 비공개로 유치 대상 기관 선정 >◇ 경북도는 새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에 대비 400개 기관에 대한 선별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 다른 광역단체, 도내 시·군 간의 과열 경쟁 등을 이유로 외부에 드러난 원자력안전위원회 외 구체적인 기관 공개는 꺼리는 분위기□ 수도권 지역에서는 역차별 정책이라며 반발 제기◇ 반면 인천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은 역차별을 불러오는 정책이라고 비판○ 인천의 시민단체는 1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으로 6개 기관이 인천을 떠났다며 서울·경기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반발○ 또한 균형발전 명목하에 기계적으로 배분될 사항이 아니며, 지역 특성과 자원의 연관성을 고려해 현재 인천 소재 공공기관은 존치돼야 한다고 강조, 2차 이전에 대해서도 재고 요청◇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집착한 국가 자해적 정책이라며 비판○ 아울러 과천시에서는 ’19년 과기부 세종시 이전에 이어, 방사청 대전 이전이 현실화되면서 ‘대안 없는 이전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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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1. 신호탄을 쏘다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3시 3분 K-나눔의 성지인 청량리 다일공동체 2층 갈릴리 홀에서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이하 ‘선언’이라고 함)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조현주 도산애기애타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다. 오프닝 연주로 시작되고, 다일공동체 대표인 최일도 목사가 인사말을 한 후 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진다.선언문은 어린이, 청년, 장년, 시니어, 여성 등 7인이 함께 낭독한다. 이어 선언 이후에 이어질 활동 계획이 발표되고, 10인의 선언 공동대표들이 우리 사회를 향한 상생의 메시지를 한 마디씩 전한다.행사는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선언으로 우리 사회에서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신호탄이 쏴 올려지는 것이다. 선언에 대한 구상은 올해 3월 초 ‘씨ᄋᆞᆯ네트워크’’에서 나왔다. ‘씨ᄋᆞᆯ네트워크’’는 주민자치 인문학 강좌와 ‘씨ᄋᆞᆯ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자치 인문학 공부 모임이다.함께 공부하는 회원들 사이에서는 망국병인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된다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컸다.하지만 우리가 애쓴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자조가 있었고, 괜스레 진영논리 극복을 말하다가 박쥐 취급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침묵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차 공유되기 시작했다.그러면서 비록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더라도 뭔가 꿈틀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에 누군가가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자 뜻있는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선언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3월 15일 ‘진영논리 극복 TF 팀’을 꾸려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막상 일을 벌이고 나니 얼마 되지 못하는 TF 팀원만으로 일천인 선언자를 모으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각자 오십 명씩 모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우선 TF 팀원 각자 일대일 추천 형식으로 공동제안자 100명을 모은 다음 그 100명의 공동제안자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일천인 선언자를 모집하기로 했다.처음에 정했던 선언 이름은 <진영논리 극복을 위한 일천인 선언>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참여한 공동제안자 중에서 선언 이름이 부정적인 뉘앙스만 강조하여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에 선언 이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가 이뤄졌다.무려 11개의 이름 후보가 제시되었는데 4월 21일 공동제안자 사이버 투표를 통해 현재의 선언 이름이 채택되었다. 또한 공동대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다수가 공감하자 종교계ㆍ학계·시민사회계 등에서 10인의 공동대표가 추대되었다.추대된 공동대표 10인은 도법스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호인수 신부 (천주교 인천 교구 사제), 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문향허 교무 (나 살림 마음 일기 대표), 노태구 (동학민족 통일회 상임의장),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안성호 (전 한국 행정 연구원장), 조현주 (도산애기애타회 공동대표), 조인래 (삼균학회 이사장), 민인홍 (대종교 총본사 전리)이다.6월13일 회의에서 선언문 일부 수정 및 비준 절차를 밟았고, 6월 25일 서울 흥사단 4층 세미나실에서 공동제안자 첫 대면회의를 가지고 공동제안자 115명 이름으로 sns 등을 통해 일천인 선언자 공개모집을 시작했고, 8월 10일 선언 참여자가 1,000명을 넘었다. 한편 공동대표인 도법스님이 실무팀장과의 대화 자리에서 진영논리를 격화시키는 사회 현안에 대해 상생의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을 말했고, 그 말이 계기가 되어 7월 13일 상생의 소리 팀이 구성되었다.이어 7월 26일 상생의 소리 팀 주관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115인 공동제안자 내부 토론회가 열렸고, 그때 나온 의견을 취합하여 8월 3일 공동대표 10인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한 공개 제안을 했다.공개 제안의 요지는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영논리 극복과 인류애의 관점에서 시민 안전을 목표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대한민국의 자화상, 엘리트 제국 우리 헌법은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실상을 보면 정말 민주공화국인지 의문이 든다.그보다는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를 숭배하며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엘리트 제국을 철옹성같이 쌓고 있는 나라 아닐까? <한국 능력주의>의 저자 박권일 작가 말대로 모두가 강남 아파트와 서울대를 열망하며 무한 질주하는 바람에 99% 이상의 사람들이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의 자화상 아닐까?그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에는 빈부격차의 심화, 학벌주의와 입시지옥, 저출산ㆍ고령화, 노동 양극화, 양성 갈등, 지방 소멸 등 여러 사회문제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처럼 엘리트 제국에서 기인하는 산적한 사회문제는 정치가 풀어야 한다.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제대로 된 해법을 찾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하다.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사생결단의 적대 정치를 벌이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상당수 국민조차 진영논리의 환상에 사로잡혀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퍼부으며 준내전 상태로 분열되어 나라가 두 쪽 날 지경에 이르렀다.이처럼 정치가 작동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되자 산적한 사회문제는 사실상 방치되거나 자본과 기술관료의 논리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절망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과 출생률을 보면 그 말이 실감 난다.우리나라 자살률은 1990년대에는 인구 10만 명당 10명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후 계속 치솟아 2014년에는 자살률이 10만 명당 29.1명까지 올라갔고, 2021년 기준으로도 28.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출생률도 계속 떨어져 2022년에는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률은 OECD 국가 중 20년 동안 부동의 꼴찌를 고수하고 있다. ‘자살률 일등! 출생률 꼴찌!’ 이보다 헬조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지표가 있을까? 가장 죽고 싶은 나라,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3. 선언의 진단과 처방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엘리트 제국의 막을 내리고 국민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그래서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이 어떻게 하면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는지 치열하고 토론하고 소통하는 정치적 과정이 있어야 한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이제 선언이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제시하는지 보자. 먼저 진단을 보면, 선언은 우리 정치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진영논리를 꼽는다. 진영논리 때문에 정치적 양극화와 대결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나아가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된다면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이 등장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골수에 잠복해 있고 민주주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는 속성이 있는데 진영논리는 민주주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악성 독소라는 것이다.따라서 만연한 진영논리를 극복하여 파시즘의 마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내야 하고,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상생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음으로 처방을 보면, 선언은 자기성찰 수행, 통합사관 정립, 화합정치 실현이라는 3대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자기성찰 수행은 개인적 차원의 처방이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영과 진영논리는 다르다.우리는 혼자 살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어느 한 진영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합리성을 지녔기에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 있다.진영논리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념만 옳고 대립하는 진영의 이념은 그르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성찰을 통해 진영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다른 진영에 대한 증오와 혐오, 악마화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자각하게 된다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몸에 익을 것이다. 통합사관 정립은 역사관 차원의 처방이다. 모든 역사관은 엄밀히 말하면 환상이고 편견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관은 없다.그럼에도 통합사관 정립을 제시하는 까닭은 만연한 진영논리의 이면에는 좌편향 혹은 우편향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예컨대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하다고 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해전사 사관과 같은 좌편향 사관이나 경제성장에 과도한 비중을 두고 일제와 분단, 독재를 미화시키는 뉴라이트 사관과 같은 우편향 사관으로 국민 통합을 할 수 있을까?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최소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관이 필요하다. 이에 선언은 그러한 사관으로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ㆍ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는 통합사관을 제시한다. 화합정치 실현은 제도적 차원의 처방이다. 세계적인 비교정치학자 아렌드 레이프하트는 민주주의 유형을 대결 모델과 화합 모델로 나누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36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화합 모델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점을 실증했다.선언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고도의 중앙집권체제,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중심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결정치체제로 보고, 풀뿌리자치, 연방적 지방분권제, 직접민주제, 실질적 다당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권력의 분산과 공생을 통한 화합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3가지 실천과제는 마치 동학의 3대 개벽을 연상케 한다. 동학은 3대 개벽으로 정신개벽, 민족개벽, 사회개벽을 말하는데 자기성찰 수행은 정신개벽에, 통합사관 정립은 민족개벽에, 화합정치 실현은 사회개벽에 각각 상응한다. 4. 향후 활동 계획 앞서 본 바와 같이 8월 15일 선언식 때는 선언 이후 활동 계획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 계획은 크게 상생 일꾼 양성, 상생의 소리 활동, 지역별 상생사회네트워크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생 일꾼 양성을 보면, 상생이음세미나와 ‘‘씨ᄋᆞᆯ네트워크’공부방을 운영할 계획이다. 상생이음세미나는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의 철학적 토대를 성찰하고 3대 실천과제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9월부터 약 1년 동안 격주 1회 공개강좌 형태로 개최될 예정이다.‘‘씨ᄋᆞᆯ공부방은 기존의 ‘씨ᄋᆞᆯ네트워크’ ‘씨ᄋᆞᆯ’공부방을 그대로 계승하여 3대 실천과제를 주제로 zoom을 통해 소규모 단위로 운영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생 일꾼의 체계적인 양성을 위해 가칭 ‘상생 일꾼 대학’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상생의 소리 활동을 보면, 진영논리를 격화시키는 사회 현안에 대해 상생의 관점에서 토론회 개최, 성명서 및 기자회견 등의 방법을 통해 합리적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상생의 소리는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갈등 내부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염수 해법을 윤 대통령에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생의 소리를 미디어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셋째, 지역별 상생사회네트워크를 보면, 서울 지역부터 가칭 ‘상생사회서울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능한 지역(시도 또는 시군구) 별로 진영논리 극복 및 상생사회 실현을 위해 3대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한다.장기적으로는 읍면동 단위에서도 상생마을네트워크가 구성되어 마을 주민과 함께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마을 실현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5. 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굳게 연대하여 3대 실천과제를 실천하며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운동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친다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면서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지난 3월 진영논리 극복의 깃발을 올릴 때보다 진영논리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대통령이 진영논리 격화에 앞장서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야당과 진보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며 절멸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상황은 비관적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의 길 말고는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절망적 희망을 노래했다. 나 또한 비록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희망을 노래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각하든 못하든 누구나 선한 의지를 마음에 품고 있다.그 선한 의지의 힘을 믿고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는다. 이제 성경 말씀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21)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 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 지금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대결정치가 기승을 부리며 극우ㆍ극좌 선동과 권위주의적 독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진영논리가 활개를 치며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분열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권은 사생결단의 적대정치를 벌이고 있고, 국민은 준내전 상태로 분열되어 나라가 두 동강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습니다.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시대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이 등장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골수에 잠복해 있으며 민주주의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바이러스처럼 증식합니다. 진영논리는 민주주의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악성 독소입니다. 이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를 시급히 극복하여 파시즘의 마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내야 합니다.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깨어 있는 씨ᄋᆞᆯ(국민)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하는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하나, 우리 각자가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진영논리의 내면에는 비뚤어진 공감에서 생겨나는 혐오가 있습니다. 자기 진영에 대한 과잉 공감이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불러옵니다.하지만 사람은 하늘처럼 존엄한 존재이므로 결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사람은 사람을 혐오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둘, 통합적인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면 좌 편향 혹은 우 편향의 역사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ㆍ1운동 - 대한민국 임시정부 -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셋, 대결정치를 화합정치로 바꿔야 합니다. 대결정치의 제도적 원인은 권력의 집중과 독점에 있습니다. 고도의 중앙집권 체제,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중심제 등 승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탓에 대결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따라서 풀뿌리자치, 연방적 지방분권제, 직접민주제, 실질적 다당제 등을 제도화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권력의 분산과 공생을 통한 화합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서로를 죽이는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정파를 초월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ㆍ정치인ㆍ단체ㆍ시민과 연대하여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마을(읍면동)에서는 마을 주민과 함께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마을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각자는 자기 삶의 현장에서 자기성찰 수행, 통합사관 정립, 화합정치 실현을 실천한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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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주요섭 (사)밝은마을_생명사상연구소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한 여름 땡볕 아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동료 교사들의 눈물이 아프다. 아들과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기후재난의 현장이 고통스럽다.정치문제 이전, 기후문제 이전 우리의 신체가 반응한다. ‘나’의 몸이 신음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그러나, ‘정치’적 비상시국 이전에, ‘생명’의 비상시국이다. ◇ ‘생명’ 비상시국 이때 생명이란 무엇보다 ‘삶아있는 몸-마음’이다. 지금 여기 우리의 ‘몸-마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우울감으로, 좌절감으로, 열패감으로, 허기로 체험한다. 생명의 문제감각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있다. ‘나’로부터 출발한다. 이때 ‘나’는 초월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아니다. ‘나’로 지칭된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이면서 또한 사회적인 것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이다.그러나, 이때의 ‘나’는 무엇보다 살아나고 살아가고 사라지는 ’생명의 나’이다.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배고프고,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생명의 나’이다.기쁨을 나누고 마음을 열고 환대하며, 또한 환희하고 열반하는 ‘생명의 나’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욕망하고, 포기하고, 또한 저항하는 ‘생명의 나’이기도 하다. ‘생명의 나’를 자각하고 나면 외부가 다르게 느껴진다. ‘생명의 나’의 외부는 물질세계이기도 하고, 사회세계이기도 하고, 생태계이기도 하지만, 이제 세계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세계’로 경험된다. 외부는 ‘타자(他者)’가 아니라 ‘타아(他我)’가 된다.그/그들은 대상으로서의 타자가 아니라, 마음을 지닌 또 다른 ‘생명의 나’가 된다. 고양이의 눈빛이 정겹고, 먼지로 뒤덮인 길가의 화초들이 애처롭다. (감정이입만이 아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웃들과 회사의 동료들이 사회적 역할이나 직책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으로 경험된다. 그의 희로애락의 감정적 변화가 예사롭지 않고, 상처받기 쉽고 늙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요컨대, 사회적인 것 아래,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생명세계의 실존이 체험된다. 그렇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오늘날 가장 절박한 문제는 ‘생명’ 문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적 재난은 객관적인 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생명’의 문제가 되었다.이제 생태문제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공동체(공생체)의 절멸과 죽임과 고통의 문제이다. 그리고 죽임과 고통의 현실은 두려움과 우울의 ‘정동(情動)’을 격발한다. 어떤 이는 그것을 ‘파국시대의 정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세계를 ‘대전환기’라고 말하는 것은 기존의 질서와 체계(시스템)가 생명의 지속과 번영을 지지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자원수탈 및 생산력의 무한성장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제로성장과 저성장으로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시스템도 ‘진영화’된 이해집단과 생명-생태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무한 경쟁과 무한 능력주의의 직업시스템과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한 근대적 의미세계 전체가 ‘시스템 종식’의 위기에 처한 것인지도 모른다.이른바 ‘근대문명의 종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한국사회는 근대문명의 반생명성과 시스템적 한계의 치명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몸-마음’이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우리는 ‘정치공동체’ 이전에 ‘생명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에게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이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몸-마음’이다.비상품적 인간관계에 허기지고, 공생체(共生體)를 열망하는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정치의 최종심급은 우리가 가끔 ‘영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아름답고도 거룩한 ‘생명의 마음’이다. 그런데, 생명정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먼저 ‘생명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 요구된다. 요점은 이렇다.(일반적인 생명권력이론과 다르게) 생명사상의 관점에서는 권력이 (인간)생명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생명 스스로 자신을 길들인다는 것이다.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들이 그렇듯이 생명의 훈육은 항상 ‘자기훈육’이고, 그것은 ‘생존의 기술’인 것이다. ‘타자복종’이 아니라, ‘자기복종’인 것이다. (‘자율’이라고 말해도 좋다.)복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복종은 ‘인격적 복종’이 아니라, ‘결정에의 복종’이다. 코로나 백신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주민등록도 그렇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이 사회적 층위에서 국가를 생성해낸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생명을 과도하게 길들이려 한다면 저항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들뢰즈) 기존의 시스템을 전북하고, 또 다른 ‘자기복종 형식’을 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모든 정치는 ‘생명정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코드’로 표현된다. ‘경제성장/경제침체’이라는 코드, ‘민주/반민주’라는 코드, ‘정의/부정의’라는 코드가 그것들이다. 생명정치는 ‘경제성장’ 정치, ‘부국강병’ 정치와 다른 길을 지향한다. 한국경제를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은 이미 포스트 성장시대에 진입했다. 저성장, 제로성장을 피할 수 없다.억지 경제성장 드라이브는 지금까지의 성과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극단화되는 ‘부국강병’의 정치를 목격하고 있다. 한계상황의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그 결과는 전쟁과 파멸일 수밖에 없다. 생명정치는 무엇보다 ‘이념정치’와 구별된다. 부연하면, (좌파든 우파든) ‘정치적 올바름’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도덕(선악)정치’, ‘진리정치’와 대별(大別)된다.이념정치, 도덕정치, 진리정치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청산’과 ‘척결’을 정치의 목표로 삼게 된다. 생명정치는 ‘(적폐)청산정치’와 ‘(좌파)척결정치’와 같은 배타적 진리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이들은 국민의 적대감을 양산하면서 자신을 확대 재생산한다. 특히, 한국 진보의 경우, 진리정치 과잉이 역설적으로 진리정치의 이른 종말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그런 맥락에서 오늘날 목격되는 ‘가짜/진짜’ 정쟁은 ‘진리정치’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또한, 생명정치는 ‘환경정치’ 및 ‘생태정치’와 비교될 수 있다. 환경정치와 생태정치가 인간과 사회의 조건으로써 객관적 생태계에 주목한다면, 생명정치는 인간생명을 비롯한 생명의 내면과 마음의 흐름에 주목한다.예컨대, 기후변화는 인류의 종말을 위협하는 ‘생태학적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후우울’이 시사하듯은 기후문제는 이미 ‘생명의 마음’의 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명정치는 기존의 구별 도식을 뛰어넘는 도약적 차원변화를 기대한다. ‘초월적 돌파’를 고대한다. 생명운동의 핵심 논리 중 하나인 ‘이변비중(離邊非中)’의 차원변화가 그것이다.이변비중은 원효의 말로, 직역하면 “양 끝을 떠나되 중간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핵심은 ‘중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중간(中間)’과 중도(中道)는 구별되어야 한다. 진보/보수의 중간,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좌/우, 진보/보수의 구도 자체를 점프해 새로운 구도를 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 ’구공존이(求空存異)‘, 생명정치의 원리 생명정치의 원리는 ’구공존이(求空存異)‘다. 그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와 구별된다. ’구공존이‘의 관점에서는 ‘세계의 원초적 공허함’이 강조된다. 진영들의 척도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공(空)’을 구하고 ‘차이(異)’을 인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차이의 생성 가능성을 의미한다.‘공허의 지대’는 ‘비구별의 상태’로 ‘생기(生氣)’적 사건의 장이며 ‘정동적’ 사건의 장이다. 생성과 창조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공’을 구하되 ‘차이’를 생산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살 수가 없고, 사회는 자기생산을 할 수 없다. 구별하고 비교하지 않으면 문명사회는 불가능하다. 구공존이를 생명정치에 적용하면, 두 가지 측면이 강조된다. 하나는 ‘무지(無知)의 정치’다. 이를테면, ‘확실성의 정치’에서 ‘무지의 정치’로서의 전환이다. 이때 ‘무지’란, 물론 ‘무지의 지’를 말한다.다시 말하면, ‘맹점의 자각’이다. ‘볼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없는’ 삶-사회의 조건에 대한 깨달음이다. 진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영의 맹점을 인정하면서, 연찬(硏鑽)과 향연(饗宴)을 통해 풍요로운 ‘협력/경합’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접근할 수 있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문제가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없음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전 지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지질학적 훼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일본 어민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당신들은 바다를 모른다.” (이는 기후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지의 기후-생태학’이 요구된다.) 그러나, ‘구공존이’의 ‘공’은 인지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존재론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궁한 잠재력으로서의 공(空)의 역능에 유의한다.‘공’의 생성능력에 대한 ‘믿음’은 우리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킨다. ‘공’이라는 ‘미지의 지대’이자 ‘비구별의 지대’는 허무의 끝이 아니라, 풍요의 원천이다. 영점장(零點場)과 같은 무한에너지의 현장인 것이다. ‘구공존이’의 존이(存異)는 다(多)맥락적 사회, 다(多)세계적 세계를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다진영적 정치, 다당제적 정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예컨대, 생명정치는 생명문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디지털기술 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존이’는 타자로 인식된 진영들과의 협력을 강제한다. 구공존이의 생명명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치의 전환’을 실험할 수 있다. 정치체계를 포함해 사회적 체계의 핵심이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전제하에서, 첫째, 정치적 소통의 ‘주제’를 ‘투기 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전환시키는 것, 둘째, 정치적 소통의 ‘방법’을 ‘이성적 판단’에서 ‘생명의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것이다. ◇ 정치적 소통 ‘주제’의 전환 : ‘투기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지금까지의 정치적 소통의 핵심 주제는 ‘경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살림살이경제’와 구별되는) ’투기경제‘, 혹은 ’부자되기경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자본으로써 ‘능력’이었다.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것은 삶-생명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반생명적인 ‘악마적 거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의 관점에서, 이제 우리의 정치적 소통의 주제는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이 아니다. 투기 ‘능력’이 아니다. ‘삶-생명’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생명으로서의 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때 ‘삶’이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이다. 지난 생애의 삶이 투기적 삶이었다면, 이번 생애는 ‘아름다운 삶’, ‘건강한 삶’. ‘멋진 삶’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 정치적 소통 주제가 된다.‘자신의 환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노년의 자신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영국 정부에 있다는 ’외로움 장관‘만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 장관, ’존엄한 죽음‘ 장관, ’꿈을 또 하나의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관을 둘 수도 있다.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영역으로 자유경쟁에 방치되는 편의점을 ’호혜적 시장경제‘의 생활-거점으로 지원하고, 생물지역주의(bio-regionalism)에 기반한 ’공생체(共生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또 다른 지방세계‘의 탄생을 돕는 ’지방소멸/지방재생‘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다.생기있는 도시공간 만들기, 15분 도시, 스마트폰 프리의 날, 사회적 깨달음 학교, (직업학교가 아닌) ’생업학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이야기했다는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때 ‘생물’은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변화무쌍함을 가리키고 있지만, ‘생명’ 정치의 주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 생태정치: 기후변화, 생물종 절멸 등 생태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정치- 생활정치: 식의주학(食醫住學) 등 생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 예컨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인 주택문제의 경우 ‘주택 사회주의’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생업정치: 직업이 아닌 ‘생업’(生業). 일자리에 대한 다른 접근. - 돌봄정치: 요양원 수용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돌봄체계- 모성정치: 탄생과 양육의 ‘어머니 마음’의 정치 - 존엄정치: 존엄하고도 평온한,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을 만드는 정치- 재난정치: 기후재난시대의 ‘생명선(life line)’을 예비하는 정치- 풍류정치: 생명친화적이면서 미학적인, 우리 전통문화의 흥과 멋을 살린 정치.- 사물정치: ‘사물들의 의회’와 ‘코스모폴리틱스’(라투르), 경물사상(최시형)과 인물균론(人物均論)(홍대용)의 제도화. - 마음정치: 심금을 울리는 정치, 생명의 마음과 감응하는 정치- 해방정치: 억눌린 생명들의 자기해방을 돕는 정치- 공성(空性)정치/영성(靈性)정치: 숭고지향을 드높이는 정치. 구공존이(求空存異)의 정치-등등 그 외에도 생명정치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생명정치는 개인의 욕구를 탐욕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기업과 국가의 약탈적 자원사용을 외면한 채) 생태문제를 개인과 가정에 전가하는 개인컵 사용 캠페인에 유의한다.생명정치는 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이분법적 사고’ 등 개인의 성찰로 환원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화폐 만능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큰 ‘기본소득’에 찬성하지 않는다.생활주택, 생활임금 등 생활보장을 적극 검토한다. 생명정치는 이념적 성격이 강한 탈성장 체제전환론, 혹은 기후정의론보다, 포스트 성장시대에 걸맞은 다양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지금여기서 실험하도록 지원한다. 생명정치는 성적(性的) 미결정성과 자기선택을 존중한다. 등등. 그리고 또 한 가지, 생명정치는 ‘공간정치’와 비교되는 ‘시간정치’를 강조한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있다. 생명정치는 ‘공간’보다 ‘시간’에 주목한다.근대 산업문명에서 공간은 무엇보다 채굴과 개발의 대상이었다. 생명정치는 ‘생장소멸’하고 ‘생로병사’하는 우리의 실존적 생애주기와 생태계의 생명시간에 유의한다.진보/보수의 ‘선형적 시간’과 구별되는 ‘확산적 회귀의 시간’을 탐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에서 종말을 향해 가는 ‘시종(始終)의 시간’과 구별되는, 종말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종시(終始)의 시간에 주목한다. ‘다시개벽의 시간’에 주목한다. 생명정치는 ‘제국 일본’이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에 주목한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일본은 ‘실패한 국가’일지는 모르지만, ‘실패한 사회’만은 아니다.재난시대의 ‘라이프 라인(life line)’을 제도화하는 일본. 재난 경험을 통해 ‘이념’ 과잉과 ’의미’ 과잉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일본(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참조). ‘탈이념’과 ‘탈의미화’ 속에서 동시에 허무주의를 경계하는 일본. ‘신체’와 ‘정동’을 새로운 삶의 준거점으로 제시하는 일본. 재난 이후 폐허 위에서 새로운 삶의 형식을 실험하는 일본사회에 주목한다. 그리고, ‘생명경제’가 있다. ‘생태경제’만이 아니다. 30여전 년 접했던 일본의 지역자립의 경제학과 생명의 경제론이 떠오른다(『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 19세기 유럽에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의 ‘생명경제론’이 있었고, 21세기에는 자크 아탈리의 『생명경제로의 전환』이 있다.그리고, 심지어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른바 ‘생명경제’를 비전으로 제시한다(구체적인 프로그램에는 의문이 있다. 예리한 관찰이 요구된다.) ◇ 정치적 소통 ‘방법’의 전환 : ‘시비’를 기리는 정치에서 ‘심금’을 울리는 정치로‘심금(心琴)을 울린다’라는 말이 있다. 이때 심금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이다. 생명정치가 ‘생명의 마음’의 정치라면, 다시 말하면 ‘심금을 울리는 정치’ 아닐까.그러나,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마음’이지만, 정치엔 정치 나름의 문법과 작동원리가 있다. 정치와 마음은 ‘정치/마음’의 형식으로 연동되고 있지만, 마음을 정치체계로 ‘직접’ 배달할 수는 없다.정치와 마음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유권자의 마음은 (여론조사와) 투표를 통해서만 정치화될 수 있다. 정치적 메커니즘을 통해 번역되고, 정치적 문법으로만 작동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민주/반민주’나 ‘국가/반국가’라는 정치적 코드는 사람들 마음에 ‘직통(直通)’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 경험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미 반응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거꾸로 열망과 염원의 마음 역시 정치적 코드화되어야 한다. (이때 코드화는 잠정적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공은 정치적 코드화를 필수적인 조건으로 한다.대표적인 것이 ‘민주/반민주’ 코드이다. 생명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은 무엇보다 생명을 능욕하고 파괴하는 권력에 대한 생명의 저항이었다. 그러나 저항의 정치적 형식은 민주/반민주의 민주화투쟁일 수밖에 없다.그리고 ‘민주적인 것’과 ‘반민주적인 것’의 다양한 기준, 조건,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장착된다. ‘정강정책’도 그 중 하나이다.(그러므로, 역설적으로 생명정치는 정강정책으로부터 시작될 수 없다.) 이제 ‘코드’는 ‘서사’와 연결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1987년 6월 극적인 ‘민주항쟁의 승리’로 귀결된다. 생명정치의 코드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생명/반생명’이다. 그러나 생명정치적 사건은 코드만으로 촉발되지 않는다. 코드를 감싸고 있는, 코드에 들러붙어 있는 ‘정동’, ‘감응’, ‘유령’, ‘귀신’으로 이름붙여진, 다시 말하면 ‘신령한 힘’에 의해 격발된다.생명정치의 본령은 여기에 있다. 심금을 울려야 하는 것이다. 심금을 우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개인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과 집단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이 그것이다.이때 집단이란 생명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예컨대, ‘큐피드의 화살’과 ‘만파식적의 피리소리’가 그것이다. 이것들로부터 생명정치의 원형적 기예(技藝)를 배운다.(기존 정당들 역시 이미 생명정치, 정동정치의 기술을 구사해왔다. 경조사를 챙기며 슬픔과 기쁨을 같이하고, 식사자리와 술자리를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관계를 확인한다. 그리고 대규모 정치집회에 관광버스를 동원해 스킨십을 넓히고 정동적 감응을 강제한다.) ‘큐피드의 화살’ 되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큐피드의 화살’의 타겟은 그/그녀의 심장이다. 두뇌가 아니다. ‘사랑’은 ‘생각’을 통해 격발되지 않는다.사랑의 마음 역시 원천적으로 신체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형태가 없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정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은 ‘정(情)이 들고’ ‘정(情)이 쌓이는’ 마음을 조준한다.그리고, 거기에 정치적 판단이 연결되면서 감정이 격발된다. 그간 ‘정치적 사건’으로써 화살쏘기는 늘상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진보파의 화살은 주로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이념, 가치, 의미, 정책과 같은 이성적인 것들이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의 화살을 쏘았고,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살짝 걷어내면, 그때의 화살 역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가슴을 격발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 억압, 억눌린 마음과 자유의 염원이 폭발된 것이다. ‘만파식적(萬波息笛)’ 되기: 만파식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신라의 영험한 피리로써, 직역하면 ‘일 만개의 파도를 쉬게 하는’ 피리이다.‘큐피드의 화살쏘기’가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직접적인 개인의 감정의 격발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만파식적의 소리는 비-개체적이고 비-가시적으로 세상 전체를 조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만파식적은 소리의 힘으로 질병을 물리칠 수도 있고,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 산천초목을 편안케 할 수도 있다. 특히 만파식적은 듣지 못한 이들에게도 감응되는 우주적 울림이다.그리고, 만파식적의 영험한 소리는 아름답고 담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만파식적은 기후재난과 팬데믹 시대, 전 지구적 생명공동체를 평안케 하는 지구적 생명정치의 ’기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큐피드의 화살이 개인의 마음을 향한다면, 만파식적의 피리소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생명과 생명 사이에서 공명한다. 큐피드의 화살이 ’감성정치‘라면, 만파식적은 이를테면, ‘신명정치’다.‘영성정치’다. 신명정치는 이를테면 ‘특정한 감정을 격발하기’보다 ‘공(空)’의 에너지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도식과 구별과 프레임을 해체하는 ‘초월적 돌파’의 에너지를 소망한다. ‘생명정치’란 이를테면, ‘큐피드의 화살’의 정치이며, ‘만파식적’의 정치이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화살들’과 ‘피리들’이 있다. 모토, 구호, 슬로건, 몸짓, 심벌, 아이콘, 이미지, 그림, 노래, 의례 등등이 그것들이다.이것들은 모두 유권자의 마음을 향한다. 한 번이 아니다. 수없는 화살이 반복적으로 날아가고, 그것은 친근한 ‘이야기’로, 담대한 ‘서사’로, ‘대서사시(詩)’로 종합된다. 큐피드의 화살이나 만파식적도 하나의 이야기거니와, ‘산업화’와 ‘민주화’ 역시 하나의 서사였던 것이다. ◇ 생명정치, 2024년 총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과정에서 생명정치의 ‘무리(黨)’가 형성된다. 150여년 전 수십년 간의 개접/파접(開接/罷接)의 감응체험과 수많은 조직사건 등을 통해 형성된 ‘동학의 무리((東學黨)’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무리’와 ‘주체’는 구별된다. ‘주체’가 영속적이고 초월적이라면, ‘무리’는 일시적이고 경험적이다. 반복적이고 재귀적인 ‘무리 경험’이 또 다른 무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무리’는 ‘세력’이 된다. 생명정치 세력 역시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 없다. 한 번의 사건 만들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무리가 형성되고, 생명정치 사건이 거듭되면서 세력은 확대 강화된다. 다시 말하면, 사건을 통해 ‘출현’하고 반복을 통해 ‘구성’된다.노동자계급이 노동투쟁을 통해 형성되고, 태극기부대가 태극기시위를 통해서 형성되듯이. 생명평화 탁발순례 5년을 통해 생명평화결사가 만들어지고, 생명평화 진영이 생겨났듯이. 그렇다면, 또 다른 사회적 무리와 세력으로 거듭난 ‘새로운 우리’를 우리는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2024년 총선은 하나의 기회이다. 한국정치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정치가 노동정치, 젠더정치, 생태정치처럼 정치적 시민권을 얻게 될 수도 있고, 혹 ‘초월적 돌파’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삶-생명이냐, 아니냐?’의 새로운 정치적 구도, 새로운 정치적 진영이 형성될 수도 있다. 정치적 전환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한계상황의 강도(强度)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시 물어야 한다. “한국정치는 바닥을 찍었는가?” “바닥을 뚫고 올라올 힘이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추락을 떠받치고 있는 낡은, 그러나 단단한 기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단단하지만 낡은 기둥일 수도 있다.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은, 새로운 무리와 세력의 부재이다. ‘숲의 천이(遷移)’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환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떡갈나무의 발아와 성장과 확산만이 숲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多)세계적’ 세계관으로 볼 때, 전환이란 ‘단일한 세계’의 변혁이 아니다. ‘또 다른 세계’의 태동을 통해 세계들을 재배치하는 일이다.세계가 세계들이고 사회가 사회들이라면, 새로운 사회의 태동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체사회의 배치를 재배치할 수 없다.‘더 많은 민주주의’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협력/경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발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적 이념, 새로운 정치의 ‘주제’와 ‘방법’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그 이름은 ‘생명정치’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정치적 변이’의 태동과 전염과 확산을 격발할 정동정치적 사건의 현장이다. 정동정치적 축제들이다.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발발은 그 1년 전 보은취회에서의 수만명 동학당들의 ‘공생체(共生體) 식사’와 시천주(侍天主) 주문과 풍물굿으로 고양된 ‘정동적 힘’, ‘공명의 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올가을, 수많은 큐피드의 화살들과 만파식적들이 공명하는, 전라도 고부 들녘에서의 ‘생명정치 페스티벌’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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