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3
" 집권"으로 검색하여,
125 건의 기사가 검색 되었습니다.
-
▲ 이승봉(한울림교회 목사, SDGs더나은세상 상임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였다. 우리 언론은 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북의 해안포 사격과 관련한 뉴스를 쏟아내었다.북의 훈련이 남북 긴장을 고조시켰고, 그 결과 연평도 주민들이 점심을 먹다가 ‘허겁지겁’ 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팩트 자체가 틀린 보도였다.사실 팩트를 근거로 한 정확한 보도를 하려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전개된 한미연합 사격훈련을 언급해야만 했다.육군 발표에 의하면 이 훈련에는 한미연합사단과 미 2사단 예하 스트라이커여단이 참여했다고 한다. K1A2전차, K200장갑차, K600장애물개척전차, K30비호복합, AVLB(교량전차), KM9ACE(장갑전투도저) 등 장비와 A-10 공격기,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미군 장비 총 110여 대가 투입되어 실전성을 높였다고 훈련의 성과도 공개했다. ◇ 높아지는 한반도의 전쟁위기 한편 1월 3일에는 동·서·남해 전 해역에서 우리 해군의 새해 첫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되었다. 서해에서는 천안함과 을지문덕함 등 함정들이 해상사격훈련을 진행했다.만일 새해 벽두에 공군까지 동원되는 육해공 한미연합훈련을 전개하였다면 북한은 곧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1월 5~7일 북의 해안포 사격훈련이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군사훈련은 한미군사훈련에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패턴화되어왔다.한미훈련에 정교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에 미 항공모함이 들어왔다면 그 거리를 계산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대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은 앞의 상황은 쏙 빼고 매번 북이 군사 도발을 한다는 식으로 팩트와 어긋나게 보도를 해 온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우리 국민들이 경험할 수 없었던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협은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바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월간 조선(2023년 9월호)이 입수한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 북한의 핵 공격을 막을 목적인 ‘미국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연합훈련’은 4번밖에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리고 4번의 훈련도, 모두 임기 첫해인 2017년도에 있었다. 4번의 훈련 중 한미 공군 최대 규모(비질런트 에이스 이전)의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는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바로 다음 날인 2017년 5월 11일에 있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이전에 계획된 것으로 이를 뺀다면 취임 첫해 3번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양상은 달라졌다. 2022년 5월부터 23년 5월까지 1년여 간 미 전략자산을 전개한 훈련은 총 15회 진행되었다. 우리 각 군의 훈련 횟수도 연평균 200여 건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2017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는 1년에 평균 880여 건의 훈련을 시행했다.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는 평균 훈련 횟수가 1135건으로 증가한 것이다. 더군다나 동, 남해상에서는 일본의 자위대까지 포함하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도 전개되었다. ◇ 전쟁 위기가 증폭되는 이유는? 올해 신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고,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3축 체계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북한 핵·미사일 공격 시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그러니 대통령의 이 말은 북한을 선제타격하고 미국 핵무기를 가져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해 초부터 한미가 최전방 등지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대결의 언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 더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게다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선언 후 ‘완충구역 내 사격훈련’ 지침을 내렸다니, 앞으로 상황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정부가 이처럼 전쟁 위기를 증폭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지금의 전쟁 조장 행보가 혹시 총선 돌파용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지금 정권과 보수 기득권 세력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윤석열 김건희 리스크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8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 내부 보고서까지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 대통령 덕에 정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조장 행보는 윤석열 정권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도박으로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더군다나 윤정부가 최근 임명한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은 흡수통일, 대북응징론자들 이어서 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 김영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을 신념으로 간직한 극단적인 반북대결주의자다.평화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전쟁을 부르는 대북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한 사람이다.국방부 장관 신원식도 ‘힘에 의한 평화’를 신봉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북응징론’을 이야기해 온 사람이다. 신장관은 취임사에서 ‘즉강끝 원칙’을 들었다.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초토화’까지 이야기하며 반북 대결을 선동하고 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도망치다 물고기에게 삼켜진 요나란 인물이 나온다. 구약성경 요나서에 있는 이야기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니느웨로 가서 그들이 회개하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신다.니느웨는 이스라엘을 괴롭히던 강대국 앗시리아의 수도인데, 하나님이 요나를 통해 앗시리아를 회개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었다.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면 그들이 심판을 피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그래서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니느웨와는 정반대에 있는 스페인의 조그만 항구인 다시스(다르싯)로 도망가고자 하였다. 다시스로 가는 배에 오른 요나는 중간에 큰 폭풍을 만나게 된다. 뱃사람들은 제비를 뽑아 그들에게 닥친 재앙이 누구 때문인가를 찾았고, 제비뽑기에 요나가 당첨되었다.그리고 요나는 바다에 던져지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했다. 요나는 사흘 낮과 사흘 밤을 그 물고기 배 속에 있으며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뉘우친다. 하나님께서는 요나를 니느웨 근처 해변에 토해 내게 하신다. ◇ 니느웨의 회개와 북이스라엘의 멸망 요나는 니느웨로 들어가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니느웨 백성들은 요나의 말을 듣고 회개하게 된다. 그들은 단식을 선포하고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굵은 베 옷으로 갈아입었다.니느웨 임금도 용상에서 일어나 굵은 베 옷을 입고 잿더미 위에 앉아 단식하였다고 성경은 기록한다(요나 3:6). 니느웨 정부는 시민들에게 단식을 선포하고,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남을 못살게 굴던 나쁜 행실은 모두 버리라‘고 명령하였다(요나 3:8).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시고,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그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요나 3:10). 니느웨가 회개하자 심판의 계획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이 요나의 이야기가 당시 유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너희들이 미워하는 원수인 저 앗시리아인들도 왕으로부터 짐승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으로 회개를 하는데, 너희들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하면서 진정한 삶의 변화가 없다고 책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니느웨는 당시 유대인들의 적국인 앗시리아의 수도였다. 니느웨를 한 바퀴 돌려면 사흘 길을 꼬박 걸어야만 될 큰 도시였던 것이다. 성경은 어린이만 해도 12만 명이 사는 도시였다고 말하는데 당시의 인구는 6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그런데 그 성읍이 죄로 가득 차 하나님께서 40일 후면 멸망시킨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심판 소식을 요나로부터 들은 니느웨 사람들은 왕으로부터 가축들까지 금식하며 자신들의 죄를 회개한다. 그들의 회개 내용은 요나서 3장 8절에 언급된 대로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남을 못살게 굴던 나쁜 행실은 모두 버린 것“을 말한다. 이는 곧 국가권력으로부터 온 백성에 이르기까지의 완전한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앗시리아는 당시의 중동을 지배하는 제국이었다. 곧 약소민족을 침략하고 지배하는 전쟁을 통해 건설된 나라였다는 것이다. 니느웨 정부는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에 대해 회개하였다. 그리고 힘없는 백성들을 괴롭힌 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한 것이다. 요나가 회개를 선포한 때의 앗시리아 왕은 앗수르 단 3세(BC.772-754)였다. 회개를 통해 심판에서 벗어난 앗수르 단 3세 치하에서는 이웃 나라에 대한 정복 전쟁이 없었다.폭력(9절)을 그치고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 왕인 다그랏 빌레셋 3세가 들어서며 앗시리아의 정복 전쟁은 재개되어 다시 비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다면 요나의 메시지가 유대 사회에는 영향을 미쳤을까? 요나는 아밋대의 아들로서 나사렛에서 북쪽으로 약 5km 정도 떨어져 있는 가드헤벨에서 출생했다.유대인의 전설에 의하면 그는 엘리야가 살린 과부의 아들이라고 한다(왕상 17:8-24). 요나는 여로보암 2세 때에 활동하였으며 그는 여로보암 2세가 북쪽 원정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다른 선지자들은 민족의 앞날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예언을 했지만, 요나는 조국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과 같은 낙관적인 예언을 한 골수 민족주의자였다. 여로보암 2세는 이스라엘 지경, 솔로몬의 영토를 회복하여 ’하맛 어귀에서부터 아라바 바다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왕하 14:25). 여로보암 2세는 아람과의 전쟁에서도 이겨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할 정도로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만들었다.하지만 이방신들이 수입되고 지배층은 물질적 풍요에 싸여 부정부패로 썩어가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 역시 자신들이 번영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여 방탕한 삶에 빠져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여로보암 2세 사후 북이스라엘은 점점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다. 아들인 즈가리야가 왕이 되지만 여섯 달 만에 살룸에게 살해당하고 그 살룸은 다시 한 달 만에 므나헴에게 살해당해 왕위를 찬탈당한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끝까지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앗시리아의 사르곤 2세에 의해 멸망 당하고 만다(BC.722). 요나의 민족 사랑과 낙관적인 태도는 이스라엘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 이런 요나를 불러 니느웨의 회개 장면을 보게 한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하나님께서는 정의와 평화를 향하지 않는 나라는 멸망의 비운을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 돌이켜 회개하고 하나님의 뜻을 좇는 길만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주의를 견지했던 민족주의자 요나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예언은 전달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니느웨의 회개를 바라보면서 요나가 돌아와 어떤 일을 하였는지는 성경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요나는 하나님의 뜻을 간파하고 조국의 미래를 염려하는 활동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아 니느웨와는 다른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요나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 과연 종교가 하나님의 뜻, 적어도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지금 우리 사회는 이대로 두면 망할 수밖에 없는 길로 줄달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나의 이야기는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남과 북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다.전쟁의 위기로 한반도를 몰아가려는 모든 세력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40일이 지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는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닌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엄중한 현실이란 말이다. ◇ 부도조이(不道早已)의 노자가 던지는 메세지 북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한반도에서는 전쟁 발발 위기가 두 차례 있었다. 한 번은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남북한이 포격전을 벌이며 전쟁 위기로, 치달았는데, 미국과 중국의 극적인 중재로 해결되었다.또 한 번은 2017년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에 따른 전쟁 위기로,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반대와 중재로 해결되었다. 최근 북한은 남한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부르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먼저 군사적 긴장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남한도 이번 총선이 윤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선거인 만큼, 정부 여당의 대북 강경 입장의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15-17일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 따른 한미일 해상훈련에 이어 다음 달에는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한미일 공중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전쟁 위기가 또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노자 30장에는 “이도(以道)로 좌인주자(佐人主者)는 불이병강천하(不以兵强天下)하나니 기사호환(其事好還)이라。사지소처(師之所處)에는 형극생언(荊棘生焉)하고 대군지후(大軍之後)에는 필유흉년(必有凶年)이라”는 말이 있다.’도(道)로서 임금을 돕는 자는 군대를 강하게 함으로써 천하를 다스리게끔 하지 않으니 그 일은 마땅히 되갚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군사를 일으켰던 곳에는 가시덤불이 생겨나고 큰 군대가 지나간 후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는 말이다. 전쟁은 어떤 상황에 있어서도 결코 선한 것이 될 수 없다. 군사를 일으켰던 곳에는 언제나 가시덤불과 엉겅퀴만 무성하게 된다. 형극(荊棘)의 땅이 되는 것이다. 노자는 군대가 지나간 자리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고 말한다.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들은 군인으로 징발되고 나이든 남자들도 보급품을 나르는 일꾼으로 끌려간다.그래서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효과적인 생산을 할 수 없는 조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충당하기 위해 그나마 있는 것들도 모두 공출된다.후방은 전쟁터보다 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땅이 되고 만다. 이런 일들은 모두 도에서 어긋나 있는 것들이다. 도에 어긋나면 일찍 끝나는 법. 그래서 부도(不道)는 조이(早已)라 했다.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우리는 요나와 노자가 전하는 경고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멸망의 운명으로부터 구원받을수 있는 것이다. 니느웨가 멸망의 비운을 넘긴 것처럼 우리 민족도 슬기로운 선택을 하길 바란다. 올 4월 총선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
▲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여느 해의 연말과 다름없이, 무심하게 한 해의 마지막 해가 졌다. 지역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힘들게만 느껴졌던 2023년이 저물었다. ◇ 지나간 한해의 기억들 치솟는 물가, 교사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알려진 무너진 교권,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전세 사기 피해 등 연말에 각 언론사에서 뽑은 10대 뉴스들은 하나같이 모두,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뉴스들이었다.한 해의 마지막 날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유명 배우의 억울한 자살 소식으로 장식되었다. 모두 지난 해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벌써 옛날 일들 같이 기억이 희미하다. 더 큰 뉴스로 앞의 뉴스를 덮는 일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이없는 표 차이로 드러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잼버리 파행과 해외 순방 중의 명품 쇼핑 등은 어렵게 쌓아온 국가의 위상을 한순간에 무너트려 버렸다.눈 떠 보니 선진국을 외치던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한숨이 나온다. 국방, 외교, 문화, 정치, 경제, 서민 생활, 복지 등 어느 한 부분 무너지고 후퇴하지 않은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1년 반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어렵게 쌓아온 모든 것이 망가질 수 있는지도 놀라울 정도였지만,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것들이 얼마나 허약한지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루하고 힘들었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모든 일상이 본래대로 돌아가고, 우리의 삶도 다시 즐겁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힘든 나날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간절했던 국민들의 희망과 달리, 코로나가 끝나 선별 진료소도 철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 대 유행 기간 동안 써왔던 버킷 리스트는, 바쁘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제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잊어 버린 것 같다. ◇ 또 다시 시작된 한 해 어렵고 힘든 한 해가 가고, 어느 사이엔가 새해의 새날이 왔다. 나태주 시인이 노래한 “새해 인사”라는 시에는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의 노력 없이도 주어진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기쁘고 즐겁게 받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노력해야 할 것인지 새해 첫날에 생각해 보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독재가 집권하면 국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넘어, 우리는 국민의 목숨으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보듯이, 일부 장교들의 쿠데타에 침묵한 장성들과 정치인들 때문에 결국 국민들은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죽임을 당해야 했고, 87년 6월 항쟁에 나서야만 했다.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볼 수 있듯이, 또다시 무고한 백성들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적들을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수준으로 궤멸시키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선택과 같은 과감한 결단과 숭고한 희생이 있어야만 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을 돌이켜 보아도,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이명박 정부 때 용산 철거민 참사와 128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참사가 그러하였고,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가 그러하였다.그렇게 수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빼앗기고 난 다음에야, 광화문 촛불혁명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또다시 159명이 사망하는 이태원 참사가 이어졌다.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권을 내어주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깨닳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4월에는 다시는 그런 과거와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냉엄한 국제 사회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무능한 정권이 주는 피해는 단순히 5년 동안의 정체기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또 우리 경제의 한계와 현실을 절감하였기 때문에, 이제라도 유능한 정권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치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각할 수 있었다. 재벌과 대기업들도 지금쯤은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 재벌 편의 봐주기 등으로 약간의 이득을 보았다고 할지라도, 러시아에 힘들어서 만든 자동차 공장을 헐값에 매각하고 나와야되는 상황, 그룹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만 되는 상황, 미국의 요청에 맹종하는 정권의 지시와 압박 때문에 투자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억지로 투자를 해야만 되는 그러한 상황들은 재벌들이 윤석열 정권을 통해서 얻은 이득보다 훨씬 더 큰 피해로 돌아왔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외 순방에 따라가야 하고, 가기 싫은 술자리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은 자신들도 당황스러울 것이지만,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고 외면하면서 황금 시장에서 퇴출돼 나와야 하고, RE100의 국제적 기준을 기업들이 스스로 채워가야만 하는 작금의 현실이 얼마나 어이없는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이 진행되어왔던, 경제와 분리된 외교의 한계를 다시 한번 깨달아야 했다.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내년 총선이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총선에서 야당이 이긴다고 한들, 당장 많이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 권력이 없는 야당에게 지금보다 의석을 좀 더 주어진다고 한들,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지금까지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무기력했던 민주당이 어느 날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잘하기에는, 우리나라 국회의 역할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오히려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참패하면, 여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정도의 변화는 기대할 수 있을 수 있다. 답답한 현실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선거 혁명” 수준의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들의 삶이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또 최소한의 견제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야권 통틀어 200석에 육박하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선거를 통한 평가는 온갖 요직을 독점하고도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검찰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귀결될 것이다.야당에 힘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권 여당이 반성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국민의힘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보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혁명적 수준의 선거 결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진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준비해야 한다. 휘어버린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본래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하여,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기소권과 공소권을 남용하는 검찰 권력의 폭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한다.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긴축 재정을 하고 있는 거꾸로 가는 정부의 재정 정책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이미 카운터다운에 들어간 부동산발 폭탄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침체된 내수 경제를 정상화하고, 취약해진 무역과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전략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을 넘어, 윤석열 정권에서 친미와 친일 일방 외교로 초래된 손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국제 정세의 변화를 활용하여 대중, 대러 외교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항상 있는 일이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이러한 정치적 책동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정치인들과 정당에게 역으로 물어야 한다. 이렇게 나락으로 빠진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이렇게 국제적으로 고립된 우리의 외교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그리고 국민들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당신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는 정치가 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자신들이 약속했던 공약들은 어떻게 추진 되었는지에 대한 숙제를 검사하고,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성적을 매기는 시기가 온 것이다. 4년 만에 단 하루, 국민들이 헌법에 명기된 주권을 행사하는 기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이때라도 제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선택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하자. 더 이상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농락당하고, 자신의 삶을 침탈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번 선거를 반전(反轉)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2024-07-12▲ 박민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경제산업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23년 10월 21일 자 한 신문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어제 아내 도론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 사는 장모님을 뵈러 갔다. 큰애 라즈는 5살, 작은애 아비브는 2살이다. 아침에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집 안에 테러범들이 있다고 했다.나중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비디오를 봤다. 아내와 두 딸, 장모님이 수레 비슷한 데 실려 있었고,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 하마스 쪽에 요청한다. 제발 가족을 해치지 말아달라. 어린아이를, 여성을 해치지 말아달라. 가족 대신 나를 원한다면,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이스라엘 주민 요니 아세르)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모든 게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은 내 곁에 있었다. 한 명은 내 발 옆에, 또 한 명은 나와 나란히 있었다. 남동생 사베르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 아이들을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갑자기 사베르의 외침이 들렸다. ‘나 여기 있다’고 외쳤다. 구조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안정시키고는 나를 덮은 건물 잔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은 모두 죽었다. 칼레드도 죽었고, 카이스도 죽었도, 마리암도 죽었고, 아세프는 아직 찾지 못했다.”(가자지구 주민 사프린 아부 다카) ◇ 종교전쟁이 아닌 욕망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예측이 힘들다. 잠시의 휴전 후 다시 격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두 민족의 유혈 낭자한 분쟁은 7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전쟁의 명분도 표면적으로는 정당하기 때문에, 멈추기가 힘들다.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오랜 터전을 침탈한 이스라엘로부터 다시 정치적 독립을 획득한다는 명분이 있다.이스라엘은 테러와 학살의 위협을 멈추고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명분이다. 근현대사로만 보면 이스라엘이 침입자이나, 서구 역사 전체를 보면 이스라엘 또한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더 멀리 가보면 성경에도 팔레스타인과 하마스가 등장한다. 성경에 ‘팔레스타인’은 ‘블레셋’으로, ‘하마스’는 ‘하맛’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더라.가슬루힘에게서 ‘블레셋 Philistim’이 나왔더라”(창10:14). “아르왓 족속과 스말 족속과 ‘하맛 족속 the Hamathite’을 낳았더니 이 후로 가나안 자손의 족속이 흩어져 나아갔더라”(창10:18). “하맛 Hamath’과 아르밧의 신들이 어디 있으며 스발와임과 헤나와 아와의 신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이 사마리아를 내 손에서 건졌느냐”(왕하18:34). 하마스의 이번 공격의 작전명은 ‘알아크사 홍수’였다. 침공 일도 유대교의 안식일인 7일(토요일)이었고, 유대교 7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 마지막 날이었다. ‘알아크사’는 이슬람 성전산 전체를 가리킨다.현재 성전산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다. 7~8세기 건축된 ‘알아크사 모스크’와 ‘황금 돔’이 자리하고 있다. 소유권은 요르단에게 있다, 본래는 솔로몬 왕의 성전이 있던 장소다.솔로몬와의 아버지인 다윗왕이 금 육백 세겔로 산 땅이었다. ‘모리아 산’으로도 불리며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 제사로 바치려 했던 산이다. 그리고 기독교의 예수가 십자가로 처형된 곳이다. 그래서 전쟁의 본질적 배경에 종교적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전쟁을 명분화 하기 위한 정치적 배경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스라엘의 경우, 건국 이념은 유대교에 바탕을 둔 시오니즘이긴 하지만, 건국을 주도한 세력은 정통파 유대교인이나 하레디들이 아닌, 19세기 서구 세속주의 민족 이념에 영향을 받은 유대 민족주의였다.홀로코스트 같은 유대인 대학살과 폭력으로부터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서구 전역에 퍼져있던 유대인들은 18~19세기 계몽주의와 세속주의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숫자가 유대교 신앙을 포기한다.세속화된 유대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 금융 부문의 로스차일드 가문, 사상계의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후설.예술 분야의 말러와 모딜리아니. 자연과학 분야의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이들 중 거의 대다수는 유대교 정통을 떠나 있었고, 마르크스나 프로이트의 경우는 그들의 유일신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던진다.지금은 이스라엘인들 중 상당수가 유대교를 믿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는 디아스포라들 사이에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지난 70여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하마스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들은 종교분쟁을 명분화한 민족 간 영토와 권력 분쟁이었다.정치적·경제적 이권, 그리고 내분을 잠식하고자 하는 정치적 권력자들의 의도가 종교적 배경을 앞세워 무고한 생명의 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집권을 위한 도구이고, 내정 실책을 묻어버리려는 의도가 크다.11-12세기 십자군 전쟁조차도 본연의 동기는 영토와 이권을 위한 전쟁이었다. 맹자는 “춘추무의전(春秋無義戰)”이라 말한다. 의로운 전쟁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전쟁은 불의한 욕망 때문에 일어난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가자지구 하마스 정당 모두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은 호전적 지도자들의 모습이다.정권 연장의 한 방편으로 전쟁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러하다. 푸틴의 실정과 정권연장의 욕망이 그 원인이다. 욕망의 배경을 조그만 더 설명하자. 하마스의 공격 전, 이스라엘의 관심은 사법제도 재편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정부패로 인한 기소, 장기집권으로 인한 민심의 이반, 연정 구성의 위기, 총리직 상실시 불가피한 구속의 위기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시위가 발생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안보 강화로 정당화했다. 때마침 하마스의 공격이 일어났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눠져 있다. 각 지구를 통치하는 세력은 다르다. 가자지구는 1987년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시작한 하마스가 통치한다. 이들은 이슬람국가 건설이 목표다.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주축이 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족주의’를 앞세워 출발했지만, 권력의 부패로 정권 유지의 위기 상태다. 이스라엘과는 우호적이다.두 지구로 분리된 각 통치세력의 존재는 당연한 경쟁 관계가 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하마스가 이스라엘만큼 싫어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고 인정한 서안지구 자치 정부”라며 “하마스가 무리해 보이는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들의 경쟁 관계에서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한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로 ‘네옴시티’ 사업 등을 추진하고자 했다.이로 인한 중동 지역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사우디는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처우 개선을 수교 조건으로 포함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위상은 완전히 달라진다.국제사회가 인정한 정부로서 자리매김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까지 가능하다. 부패에도 불가하고 안정적 정권 유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하마스 입장에선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니파 사우디와 경쟁하는 시아파 이란도 마찬가지다. 결국 권력과 욕망의 유지를 위해 전쟁의 방법이 선택되어 버렸다. ◇ 전쟁을 멈출 수는 없는가? 1932년 10월 30일. 아인슈타인이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인슈타인은 ‘인류가 전쟁을 멈추기 위한 방안’에 대해 프로이드와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국제연맹의 의뢰로 제가 원하는 대로 수신자를 선택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인간은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전쟁은 이 시대에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지만 종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저의 지식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깊은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인간 본능에 대해 심오한 지식을 갖고 계신 당신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인류를 전쟁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 방안으로 국가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국가 권력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있고, 만약 국가들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면 전쟁을 통한 인류 존망의 갈림길에서 더욱 긍정적인 기대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비록 이상적이긴 하나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일말의 기대를 위해 프로이트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결정으로 인하여 다수가 겪어야 할 고통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권력을 가진 자의 욕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전쟁의 위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려는 소수의 탐욕, 증오와 파괴를 열망하는 인간의 이상 심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프로이드는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열망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는 본능과 지성 두 가지 면에서 전쟁을 멈출 방안이 있을 것이라 답변한다. 프로이드는 소수 권력집단이 전쟁을 유발하는 이유와 다수의 대중이 이에 호응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본능 때문이라 생각했다.이해관계가 부딪힐 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습성이고, 권력을 장악한 소수는 이러한 이해의 추구를 위해 전쟁을 유발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다. 이러한 파괴본능과 인간 본능은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유대감이라는 것이다.마치 폭력조직의 조직 내 유대감이 어떤 다른 사회조직보다 더 크게 작동하는 현상을 통해서 이러한 견해에 동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넘어선 유대감은 가능한가? 프로이드는 ‘사랑’을 하거나 동일한 관심사를 가져 ‘동일화’를 촉진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모든 인류가 서로 사랑하거나 동일한 관심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제안한 것은 바로 ‘성찰된 지성’이다. 프로이드는 아인슈타인에게 되묻는다. “아인슈타인, 당신 역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파괴적인 본능에 흔들리지 않고 권위의 남용에 분노하는가?”이는 “전쟁으로 생명의 권리는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타인을 죽이도록 강제해서도 안 되며, 인류가 만들어 온 문화와 유산을 파괴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성찰된 지성 때문이다”라고 답한 것이다. 즉 전쟁을 멈출 방법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간 그 자체, 그들의 지성이 구원의 열쇠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 지성은 사라지고 욕망만 남은 한국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 간에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효력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하마스 사태를 보며, 우리에게도 위협이 될 북한의 전선 지역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구축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을 통한 방어체제를 염두에 두는 듯하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로켓포는 하마스 주장에 따르면 6000여 발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는 1만1000문 이상이다. 전술핵도 가졌다고 봐야 한다.북한의 도발 징후를 아무리 감지한다 할지라도 북한의 전면적 공격에 한국형 아이언돔이 어느 만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 한 발을 놓치더라도 치명적이다. 인구 2000만 명이 DMZ 100㎞ 이내에 살고 있다. 정말 방어가 가능하다고 믿는가? 북한은 22일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무기를 장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는 시간문제다.전술핵 공격잠수함 김 군 옥 영웅 함은 자체 건조했다고 밝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기술적 보완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 도입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공군 F-22 랩터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기종이다. 전쟁을 위한 준비는 거의 임박한 듯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북한에 대한 응징을 변함없이 외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남북관계의 악화로 많은 합의사항은 무력화됐지만, 마지막까지 작동해 왔던 것이 ‘9·19 군사합의’다. 일부 도발 행위가 있음에도 무력 충돌로 가지 않았다. 전투비행과 군사력 투입도 없었다,그러나 우리 군사 당국의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 정지에 대응하여, 급기야 북한도 22일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합의가 무효화되면, 남북한 사이의 긴장은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막겠다’가 아니라 ‘응징, 보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2007년 이후 계속된 봉쇄와 압박은 이스라엘이 상상할 수 없는 군사모험을 감행하게 했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말한다.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으면 항복하거나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하마스 사례가 그러하다.”북한도 다르지 않다. “출구 없는 일방적 압박은 파국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통로가 열렸다.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구도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북·중·러 3각 협력을 부추겨 북한의 생존 공간을 새롭게 열어줄 수 있다…. 이스라엘 사태는 지도자의 독선과 오만이 국민의 희생을 불렀다. 한국 정부는 그런 과오를 답습하면 안 된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드러난 욕망의 그늘이 우리나라에 비쳐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찰된 지성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은 우리나라 정치의 끝자락에, 가자지구의 비명이 귓가에 와 닿는다.다음 세대의 희망을 위해, 아인슈타인이 프로이드에 던진 질문과 대답,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성찰된 지성의 지도자를 기다린다.
-
2024-07-12▲ 윤호창 상임이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행복’은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볼 수 있다. 철학도, 정치도, 경제도 결국 개개인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에피쿠르스나 제레미 벤담처럼 행복을 자기 철학의 주요 화두로 가져간 철학자들은 많았지만, 행복은 주관적 요소가 강해 사회정책이나 국가운영의 철학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성장과 번영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전제하에 시장경제를 전면화시켰지만, 대다수 개인들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제적인 성장과 물질적인 번영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의 행복감은 증진되지 않았고 오히려 풍요속의 빈곤과 불행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낀 국가에서는 ‘행복’을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시민들의 행복을 측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해왔다.금세기에 들어 이런 활동은 더욱 활성화되었고, 2012년부터는 UN에서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을 정하고,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별 행복순위를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제 10년을 넘긴 국가별 행복도 조사에서 언제나 1,2등을 다툰 나라는 덴마크와 핀란드였다.덴마크와 핀란드가 각각 5번씩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와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5개국(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는 항상 10위안에 랭크되었다. 대한민국은 거의 60위 안팎으로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 북유럽이 행복사회가 된 까닭은? 지난 10년간의 검증활동을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가 시민들을 행복의 길로 이끄는 지름길임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북유럽이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1921년부터 76년까지 4년을 제외하고 50년 이상을 연속 집권한 스웨덴 사민당의 역할을 꼽지 않을 수 없다.스웨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사회의 시스템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일관된 노력을 보여야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다.스웨덴 사민당의 성공적인 활동이 이웃 북유럽 국가들에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북유럽 복지국가 모형인 노르딕 모델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민혁명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단명은 두고두고 역사의 회한으로 남을 것 같다. 87년의 6공화국 체제가 만들어진 이후, 보수와 개혁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사회는 분열되고 국력은 소진해가고 있다.국가의 비전,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사라진 오늘날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이후에 20년·30년집권을 운운했지만, 준비도 실력도 자세도 되어 있지 않았다.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을 만든 것은 스웨덴 사민당과 탁월한 정치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수 백년간 북유럽에 흐르고 있던 문화가 있었기에 사실 가능한 일이었다.저변에 흐르는 문화적 코드를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북유럽 읽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북유럽의 문화코드를 읽기 위해서는 덴마크에서 출발한 그룬트비의 민중교육사상과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난 협동조합을 봐야 한다.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유틀란드 반도의 영토를 잃고 약소국으로 전락하자, 그룬트비는 덴마크 사회와 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지적했다. 소수의 엘리트를 지향하는 귀족적이고 허구적인 교육이 아니라, 민중의 삶에 기초한 실제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을 주장하고 평민들의 연대와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제안했다.당시 위기의식에 놓여 있었던 덴마크 사회는 이에 호응했고 인근의 북유럽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오늘 북유럽을 만든 보다 근원적인 힘은 평민교육과 협동조합에 있다고 볼 수 있다.물론 역사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공평한 분배를 강조했던 바이킹의 문화와 신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던 루터교가 북유럽에 자리잡은 것도 한몫 했다.이런 역사적인, 문화적인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을 20세기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말로 북유럽의 평민문화를 설명했다. 얀테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8. 남들을 비웃지 마라.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얀테의 법칙이 말하는 ‘자유로운 개인, 평등한 만인’을 지향하는 문화가 저변에 흐르고 있었기에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회민주주의, 보편적 복지국가가 튼튼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크게 흔들림이 없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만명의 자유 vs 만인의 자유 북유럽 모델을 많은 이들이 선망하지만, 한국 사회에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역사문화와 정치경제적 환경들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수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수입 자체를 완강하게 저항하는 세력들이 많기도 하지만. 우리는 북유럽 모델을 참고하면서 우리 토양에 맞는 실질적인 모델을 실험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난주에 수능이 끝났지만 한국사회를 망칠 주범으로 교육을 꼽는 이들이 많다.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으로는 지금이나 다가올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는 어렵다.흔히 한국의 교육을 19세기 교육관료들이, 20세기 학교에서,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전면적인 전환이 없이는 우물안 개구리들만 키우거나, 알지도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가는 열탕 속 개구리 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것도 마찬가가지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이 많은, 기존의 대의제로 선출된 권력엘리트들에게 담대한 미래 비젼과 깨끗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 백년하청에 가깝다.비단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엘리트 대의권력의 해악은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극우 파시즘이 부상하는 것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정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한국사회의 정치는 해악 정도가 좀더 심할 뿐이다.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나 아일랜드의 시민의회가 같은 정치실험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가 제대로 된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만명만 자유롭고, 만인은 불행한 사회’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만 하면 수십 번씩 자유를 언급하고 많은 이들이 비판하지만, 필자는 그의 자유론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패밀리들이 속한 만명의 자유론이기 때무이다.개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한 국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차마 가져야 할 자유론이 아니다. 대통령은 만명이 아닌 만인의 자유를 염두에 두고 비젼을 제시하고, 국가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 우리사회가 시도해야 할 것들 – 마을대학, 지역정당, 시민의회 북유럽의 복지국가를 만든 힘은 소수의 정치엘리트가 아니라, 평민학교·민중학교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협동조합 등을 통해 보통의 시민들이 만들어간 것이라 봐야 한다.물론 타게 엘란데르, 올로프 팔메 같은 탁월한 정치가들이 화룡점정의 역할을 했지만, 위대한 평민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북유럽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평민들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행여나’ 해서 기대하지만, ‘역시나’ 하는 행태를 수 십 년간 되풀이 해왔다. 대통령도, 좌우파를 막론하고 선출된 대부분의 정치인들도 언제나 역시나였다.북유럽을 통해 배울 핵심적인 것은 얀테의 문화 속에 스며있는 ‘자유로운 개인, 평등한 만인’의 정신과 보통의 시민들이 이를 실천하고 만들어가려는 노력이다. 마을대학협동조합,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지역정당네트워크, 전국민회와 같은 뜻있는 개인, 단체들이 ‘마을대학, 지역정당, 시민의회’란 화두로 걸고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기대할 만한 것이 없거나 마음 둘 만한 곳이 없는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시작해볼 만한 일이다. 왜냐면 복지국가, 행복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2024-07-12▲ 백혜숙 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신자유주의는 복지국가의 후퇴를 불러일으킨다. 신자유주의는 정부 개입 및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여 복지 제도와 정책을 축소시켜 불평등 및 사회적 격차의 확대, 공공영역의 복지시스템 중단 등 다양한 국가적 문제를 유발한다.따라서 신자유주의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사회불안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부유한 나라이지만, 올해 발표된 한국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137개 국가 가운데 57위,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한마디로 ‘성공한 나라 우울한 국민’으로 고착되는 듯하다. ◇ 복지국가 후퇴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정부 세입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감세정책에 집중했다. 2024년 국세 감면액은 국세 수입 총액의 16.3%인 77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또한 조세 부담률을 2022년 23%대에서 20%대로 줄이고 있다. 건전재정이라는 미명하에 윤석열 정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방기하며 세금도 줄이고 재정지출도 축소하는 무책임 재정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민생과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지출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조세정책으로 공정하게 세금을 걷어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소득재분배(시장소득 지니계수-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정도가 개선되면 경제성장률도 함께 오른다. 구체적으로, 소득재분배 정도가 1포인트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이 0.10%포인트 정도 상승한다고 했다. 한국 조세 경쟁력은 OECD 38개 국가 중 23위로 하위 수준이고, 노인 인구 1천만 시대에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란 프레임을 앞세워 뒤로는 부자 감세와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한편, 민생과 복지예산을 줄이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영역을 후퇴시키고 있다.투명한 데이터에 기초하여 공정하게 적정세금을 부담시키고 이를 보편적 복지에 지출하는 게 건전재정 정책 아니겠나. 그런 정책을 펼쳐야 우리 사회의 불평등 및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세금-보편복지 정책은 기후위기, 사회불안, 식량안보, 저출생, 고령화 등의 국가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된다. ◇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최악의 수출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곤두박질쳐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려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 적자 가구가 작년보다 82만 가구나 증가했다. 최하위 저소득층 20%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중이 62.3%로, 5.1%포인트나 급증했다. 분배 격차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푸는 해법은 소득재분배와 복지안전망의 확충에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사회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다.정부는 지난여름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살인 예고와 흉기 난동 등에 대응한답시고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곳곳에 배치했다. 서현역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하지만 왜 우리 사회에 이렇듯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했을까? 왜 세기말적 불안과 공포가 싹튼 것인가. 진지하게 들여다보자.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병리 현상 아닌가.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사회불안 요소가 독버섯처럼 자라게 된다. 경찰특공대와 장갑차의 출현은 공포를 조장한다.이런 행태는 육상 보관이라는 해법이 있음에도,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의 해양투기를 강행한 일본의 짓거리와 닮았다. 핵 기지국이 되려는 일본의 시나리오처럼 공멸의 길로 가는 위험을 대량 생산하는 짓과 하등 다른 게 없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편 가르기 신냉전체제에서 사회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게 윤석열 정부다. 실패한 외교정책의 후과가 심히 우려된다. 동맹과 경제를 분리해야 함에도 동맹과 경제를 하나로 묶어버렸다.한・미・일 동맹을 한・미・일 경제화시킨 것이다. 수출 주도의 경제 구조가 고착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내 편 네 편이 어떻게 수출 경제를 뒷받침하겠는가. 편 가름은 질곡으로 작용할 뿐이다.게다가 기후위기가 일상화되었다. 기상이변이 재난으로 닥쳐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가 경제가 추락하여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 형편이다.저성장 흐름이 지속되어 민생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시대와 역사에 거침없이 역행하는 게 윤석열 정부다. 기형적으로 잘못 태어난 신자유주의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동맹에 기대어 호가호위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의 부자가 자산의 58.5%,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하위 50%는 자산을 5.6%만 가지고 있다.또한 탄소 배출에 있어서도 2019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54.5톤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톤을 배출하는 매우 불평등한 구조를 보인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상위 10%는 하위 50%의 삶을 알고 있을까?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4,800원인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쯤 되지 않았냐”고 해서 뭇사람을 ‘웃프게’ 만들었다. 불평등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하므로 서로 소통하지 않게 되고 서로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망가뜨린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한겨레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기조세션3 강연에서 미국 유씨(UC) 버클리대 가브리엘 쥐크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소수에게 집중된 소득과 부의 힘은 정치적 힘의 집중을 의미하며 소득과 부가 커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예산 배분과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도 커지므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원칙까지 훼손할 수 있다.소득과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은 다수에게 공평하지 못한 성장을 한 것이며 다수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또한 불평등은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분배 및 조세정책 실패로 커진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재 확충 등 공적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 다중위기 시대, 대량 생산되는 위험 인류와 지구에 대한 명백한 범죄인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인간이 만들어 낸 위기, 즉 ‘생산된 위험’으로 진화하고 있다.2022년 원전 오염수의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질병관리청의 연구보고서, 2023년 원전 오염수가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는 해양수산부 연구보고서는 정책에 반영되고 있지 않다.2023년 10월 5일 시작된 2차 해양투기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 하한치보다 4번이나 높게 나왔는데, 일본은 문제없다며 11월 2일 3차 해양투기를 강행했다. 해양환경 및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위험은 대량 생산될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산 식품 수출을 위한 돌파구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활용하고 있다. CPTPP 핵심 국가는 일본이다. 완전 개방에 가까운 CPTPP 회원국 평균 관세 철폐율은 약 96%로, 다른 자유무역협정에 비해 높다.2023년 3월, CPTPP 12번째 회원국인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 독자적인 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으로 CPTPP를 선택했다. 그래서 후쿠시마 등 9개 현의 식품에 대해 방사성 물질 검사를 의무화했던 수입 규제를 6월 말에 철폐했다.대만은 2021년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2022년 2월에 후쿠시마를 포함한 5개 현의 식품 수입을 허용했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주요 곡물 생산국의 기상악화나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은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지표 ‘엥겔지수’는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낮아지기 마련인데, 우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국제곡물가 상승,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식료품 가격이 올랐고, 실직자들이 늘어나 엥겔지수가 높아졌다. 2022년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는 식료품비 지출이 전체 지출액 대비 12% 이하인데 반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식료품에 21.4%를 지출했다. 향후 엥겔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유가, 고금리 정책 등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시대 철학은 생태적 복지국가다 생태적이란 생물이 살아가는 생활 상태와 관련 있는 것을 말하며, 복지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생태도시는 사람과 자연(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도시를 말한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도시를 국가로 확장하면, 환경친화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작동되는 국가를 생태적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또한 세계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 흐름, 국내 저성장 경제 구조가 장기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는 한편, 기후위기・식량위기 등을 반영한 생물 지역 거버넌스(인간만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를 책임지는 통치)를 실현하는 복지국가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엔농민권리선언」 중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친환경농업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농민이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 시스템이 운영되는 국가가 생태적 복지국가다.농민이 공익적인 농사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이 창출한 가치만큼 보상을 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국민 대부분은 농촌 유지, 안전한 먹거리 생산, 생태환경 보전 등 국토 및 농산물 가치를 높이는 농민에게는 경제적 보상이 뒤따라야 하고, 농민 삶의 질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스위스 농업정책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발굴하고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개발과 제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생태적 복지국가에서 도시라는 공간, 그리고 도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복지는 농촌 공간 및 농민과 연결되고 확장되어 나타난다. 공공의료에 이은 공공식료(食療) 시스템으로 농민의 권리 및 도시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먹거리로 농민 복지와 도시민 복지를 연결하는 공공식료 시스템 관리통합 플랫폼이 구축되고, 가락시장을 포함한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은 농민의 가격 결정권을 존중하여 계약재배된 식재료를 공급하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복지 재원은 우선 총량부터 부족하다. 복지 예산과 지출 자체가 적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생태적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탄소를 줄인 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탄소 화폐를 도입하면 된다. 농촌에서는 경축순환농업체계를 마을 단위로 구축한다. 공동자원화 설비를 갖추고 축산 분뇨를 퇴비 액비로 만들어 경종 농가에 지원하고, 경종 농가는 이를 조사료 재배에 사용하고, 재배된 조사료는 다시 축산농가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농가에는 탄소 배출권을 지급한다. 공공에서는 생산・유통・소비의 전 부문을 아우르는 농업(생태) 분야 전문 탄소 거래 시장을 설치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곳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할 수 있고, 스위스처럼 농민과 농촌에 탄소 배당을 할 수 있게 된다. 도시에서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접근성을 강화해 먹거리 기본권이 보장되는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및 지역 내 직거래 유통 체계가 활성화된다. 이런 사례로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 지원 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농민이 지속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비자(공동체)가 농산물의 대가를 미리 지급하고 수확기에 농산물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탄소 화폐가 지급된다. 도시와 농촌은 다시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케어 팜(Care Farm)’으로 이어진다. 케어 팜은 사회적 돌봄을 농장에서 실현하는 치유 농업 형태의 복지 시스템이다. 네덜란드의 케어 팜은 여러 기관(정부, 판매처, 복지기관, 의료기관, 지역공동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시스템 덕분에 탄탄하게 운영된다. 탄소 화폐를 매개로 생산-유통-소비-폐기-치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공공식료 시스템은 생태적 복지국가의 초석이다.‘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세계적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한 스웨덴처럼 굶는 사람이 없도록, 누구나 맘 편히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의 밥상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식료 시스템의 핵심이다.국민 밥상을 책임지는 공공식료 시스템이 작동되는 생태적 복지국가는 기후위기・식량위기의 시대 철학을 반영한 국가 경영전략이다. 국민과 함께 미래를 그리는 선도적 국가경영 전문가는 과연 누구일까?
-
2024-07-12▲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강서구 구청장 재보궐 선거가 마무리되었지만,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진교훈 후보의 당선으로 강서구 구민들이 승리한 것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 당의 패배라는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승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 강서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다 민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민주당의 승리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거 전(前)에도 또 선거가 끝난 지금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진교훈 후보의 득표율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의 방법과 조사 대상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민의 힘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여전히 비슷하거나 오차범위 이내에 있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를 자신의 승리로 생각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경계해야 하고, 떨어지는 낙엽도 철모쓰고 맞는다는 제대 말년 병장의 몸조심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는 확실한 것은, 민주당이 앞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 뿐이다.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또 강서구 보궐선거 이겼다고 해서 민주당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정권을 내어주어서 죽지 않아도 될 159명이 이태원에서 희생되었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해서 대낮에 청주의 지하차도에서 수 십 명이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수장(水葬)을 당했다고 원망하는 국민들도 보듬어야 한다.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서 여전히 집값은 오르고,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다. 2찍들에게 책임을 묻고 윤석렬 정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국민들의 상처가 너무 크고, 피해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듯이, 민주당이 잘못해서 정권을 내주었고, 그 때문에 국민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을 불식시킬 구체적인 전략없이, 내년 총선을 치루는 것은 힘들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아직까지 찾을 수 없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을 그대로 하다가는 내년 총선은 물론, 이어지는 대선에서의 답도 정해져 있다. 참패(慘敗)하거나 잘해야 석패(惜敗)가 될 것이라고 본다면 너무 심한 것일까?냉철한 공천과 치밀한 선거 전략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를 살기기 위한 각종 법안과 정책을 배치하는 등 총선을 넘어, ‘26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27년 대통령선거를 관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윤석열의 실패에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사상 최악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민주당 지지율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는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정치적 의도로 무리하게 발급된 구속영장이 마침내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그리 좋아지지 않고 있다. 9.19 군사 합의의 일방적 파기를 언급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으로 앞으로 러시아와 할 수 있는 통상과 협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말도 않되는 대북정책과 외교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반등의 조짐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내심 기대하던 반사이익은 없었다. 윤석열의 실정으로 반사이득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깨끗이 버려야 한다.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그리고 윤석렬 정부의 실패가 앞으로도 계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정신을 차리지는 않는다고 해도,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의 의원들과 이번 선거 패배를 기회로 삼아 당내 투쟁을 할 것이다. 김 행 여가부 장관 후보를 사퇴시켰듯이, 이준석과 유승민도 끌어안고 수도권에 청년 인재를 대거 공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집권 여당이 더 이상 자살골을 넣고 있을 바보들도 아니다.용와대와 국민의 힘 지도부가 바뀌지 않으려고 해도, 내년 선거의 위기감이 그동안 입 닫고 눈치 보고 있던 보수 세력들의 목소리들을 현실 공간으로 불러낼 것이다. 이미 하태경 의원이 해운대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적어도 변신에 관한 한 국힘당은 대학생이고 민주당은 초딩 수준이다. 황교안이 이끌었던 태극기 국힘당을 대선을 앞두고 오세훈, 이준석, 윤석열의 당으로 변신했듯이, 국민의 힘 당은 생존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또 다시 신비한 변신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 이재명 대표가 안동에서 출마하라 무엇을 해야 내년 총선에서 이길수 있을 것인가? 또 민주당은 남은 6개월 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먼저,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혁신’이다.당 대표부터 의원들까지 “기득권 내려놓기 대회”를 해야 한다. 험지로, 험지로 내려가는 대열이 민주당에서 자발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반성도 없고, 혁신도 없는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고, 이길 수도 없다. 혁신(革新)은 못해도 최소한 변신(變身)은 해야 한다. 바꾸는 척이라도 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비록 적은 표의 차이였지만, 국민의 힘 당이 이긴 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한 오세훈의 재활용, 30대 청년 당수 이준석의 기용, 그리고 적군이었던 윤석열의 발탁, 경쟁 후보 안철수 포섭 등, '변신의 승리'였다. 혁신의 핵심은 혁신공천이다. 민주당도 역대 최대 규모로 혁신공천을 해야 한다. 다선의원들의 험지 공천, 정책 전문가들을 발탁하는 유능 공천, 열성 당원들의 요구가 아닌 여론조사에 따른 과학공천, 정치 공천이 아닌 민생공천, 이런 것들이 공천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도 놀라고 힘들 만큼, 물갈이 규모를 키워야 한다. 임명직 최고위원 등의 주요 당직들을, 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의원들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수 있다. 그런다고 당권이 비명에 넘어가진 않는다. 이미 이재명을 중심으로 하는 구심점은 확보되었다.지금 누가 이재명을 대신한단 말인가? 그리고 '독주(獨走)는 독약(毒藥)'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이라고 이기는 방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손에 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재명 당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출마하겠다는, 그래서 TK의 온상인 대구 • 경북에서 출마하여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는 <안동역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자.김부겸 전 총리에게 또 다시 외로운 싸움을 위해 대구에서 출마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들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구와 경북에서 동시 출마하는 과감한 동진(東進) 전략을 발표해 보자.지도부와 중진들이 먼저 나선다면, 전략 공천에 대해서도 반발이 없을 것이고, 당내 경선도 치열하게 진행되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이 선출될 수 있을 것이다. ◇ 험지에 출마하는 분들에게는 가산점을 주자 PK 지역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이반(離反)된 민심들이 이번에는 국민의 힘 당이 아닌 후보를 찍고 싶다고 하는데, 정작 민주당에는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적어도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의 후보는 내보내야 하는데, 당선이 불확실한 곳이라 여전히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다. 내년 선거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다음 선거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떨어지면 몇 년 동안 거들터 보지도 않다가, 대선이 다가오면 갑자기 내려와서 표를 모아 달라고 요청하고, 또 그 다음 총선에서는 당사자가 알아서 하라는 소모적인 방식으로는 좋은 후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국민의 힘 당에게 빼앗긴 시 • 도지사 자리를 찾아올 후보군이 없다. ‘26년 지방선거는 ’27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국민의힘당 시 • 도지사, 국힘 시장과 군수를 그대로 두고 또 다시 대선을 치를 것인가? 험지 출마가 지선 시도지사 후보군을 키우는 대선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험지로 나가는 다선의원은 2026년 지방선거의 시도지사 공천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험지에서 출마하여 일정 정도 이상의 득표를 하는 후보에게는, 그다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에서 획기적인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을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한다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도전하겠다는 분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장관 출신들도 있을 것이고, 연고는 있지만 수도권에 안정적인 지역구를 가진 다선 의원들이 자진해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 총선전략이 아니라 집권전략이 필요하다 중도층이라고 불리는 국민들은 국민의 힘당도 싫지만, 민주당의 뻔뻔스러움에도 이를 간다. 돈 봉투, 성 범죄, 정책 실패, ‘내로 남불’의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하는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쑈 라고 폄하되어도 좋으니, 무릎 꿇고, 과거와 절연하겠다는 다짐 대회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말로 그치는 반성은 역효과만 초래한다. 이제는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관계자 처벌, 즉 자진해서 떠나게 하고, 과감하게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 행동이 따르는 반성, 이것이 승리의 제1의 조건이다. 코로나 방역도 성공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이루어내는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심판 투표를 했을까?국민들이 심판 투표를 한 이유는 문재인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집값도 잡고, 매일 매일 이어지는 나의 삶도 개선해주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만들어 주고, 노인들에 대한 부양 부담도 줄여주는 등 촛불혁명의 요구를 받아 안고, 좀 더 잘해 주기를 바랬는데,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반성,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변신을 하자. 반성도 공천으로 증명할 수 있다. 꼬일대로 꼬인 외교를 풀 수 있는 인재, 파탄 난 경제를 살리고, 피폐해진 민생을 구해 낼수 있는 유능한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공천해야 한다.민주당이 싸우기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일도 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중도가 돌아오고 무당층이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싸우는 민주당에서 '일하는 민주당'으로 변신해야 한다. 수권능력이 있는 정당,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줄지어 있고, 언제라도 집권하면 바로 정책들을 실행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권력투쟁이 아닌 민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내부적으로는 공천 혁명을 추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노동∙복지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놓고 경쟁하고 필요한 경우 적들과도 대화와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의 전국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이 야당일 때 확실하게 승리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탈퇴 환골의 혁신과 변혁이 없다면, 다음 선거결과가 지금의 의석수 보다 나아지는 것이 쉽지 않다.내년 4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 구체적인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집권 여당을 도와주면 강경파가 반대하고, 국힘 지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는 기우(杞憂)다.남은 국회의원 회기 중이라도 적극적으로 챙기려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쌈박질에 진절머리난 중도층,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에 기권했던 유권자들이, 정치를 복원하려는 민주당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의 숭리의 기준은 과반을 넘기는 것도 아니고, 지금보다 좀 더 의석수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
▲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너희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 하며 세월호에서 혼자 도망나간 무자격 선장을 우리는 보았다. 304명의 생떼 같은 생명들이 우리 눈앞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6.25 전쟁이 나자 "서울은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방송하며 몰래 서울을 빠져나간 무자격 ‘한국호’ 선장이 있었다.북한군 치하에 남겨진 서울시민들이 무수히 죽어갔다. "안전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호언한 ‘대한민국호’ 선장이 있다. 그가 밤새 술잔을 비우며 무면허 음주운전을 계속하는 사이, 159명의 젊은 생명들이 도심 한복판 길거리에서 죽어갔다. ◇ 억울한 죽음 뒤에 있는 인간의 탐욕과 불의한 제도 우연히 생기는 억울한 참사는 없다. 그 뒤에는 무능하고 탐욕적인 권력이 있고, 그 무능과 탐욕을 위장해주며 공생하는 집단이 있고, 그 권력집단의 탐욕을 보장해주는 불의한 제도가 있다. 불의한 제도는 처음부터 불의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쿠데타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어떤 명분으로든 다수의 국민들이 선호하거나 적어도 묵시적 동의하에 제정된다. 하지만 제도의 관리권을 위임받은 관료들과 그들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이 공적제도를 사적이익 추구의 도구로 왜곡, 변질시킨다. 우리나라 같이 권위주의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게 되면 주권을 위임해 준 국민들이 위임받은 자들로부터 착취와 위협을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다. 주인과 종의 처지가 뒤바뀌는 것이다. 비민주적 정치 후진국의 모습이다.우리나라의 경우, 권위주의적 대통령제 속성이 국가기관 전반에 깊이 배어있다. 특히 일제 식민시대의 수탈적 조직과 인적자원을 승계 받은 군대,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 기관의 수장들은 수탈적 조직문화와 제도는 그대로 둔 채 자신을 임명해준 권력자에게 과하게 충성하는 경향을 보인다.자신들의 신분을 세탁하고 입지를 다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주어진 임기 동안 사익 추구의 유혹에 쉽게 휩쓸린다. 이를 제어할 국가시스템은 부실하다. 그런 기관의 관료들은 몸을 사리거나 인사권자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전체 국민의 봉사자로서 공정하게 일해야 할 관료들이 자의든 타의든 국민이 아닌 권력자의 눈치만 보게 될 때 국가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제도적 안전망이나 인적 보호망은 허술해지고 국민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사고 확률이 높아지고, 사고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사고 시 신속한 대응도 어려워진다.사고의 근인(根因)과 사고원인 제공자는 숨겨지고 죽음과 사투한 현장 지휘자와 실무자들은 과도하게 처벌된다. 결국, 각종 사고들은 재발하게 되고, 억울한 죽음과 희생양적 처벌이 반복된다. ◇ 그들이 참사 원인 규명을 두려워하는 근본 이유 극단의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정당은 공적 영역인 사회안전망을 축소하고 공익과 사익을 애써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이념을 갖고 있는 정당이 집권하게 되면, 대통령의 능력과 책임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참사 발생의 가능성이 커진다.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이어 채 상병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을 우리는 계속 보게 된다. 억울한 죽음의 근저에는 이렇게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권력집단과 그들의 사적이익 추구 수단으로 변질된 공적 제도의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굳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이태원 참사를 길거리 사고로 단순화하고, 현장 책임자들로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고 한다. 사고의 복합 원인 중 정치적, 제도적 원인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참사의 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 실무진의 잘못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밝혀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그들은 외면한다. 이유가 있다.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불의한 제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자신들의 이익카르텔이 무너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사적이익 추구는 민주적 정치제도를 바로 세워 제어해야 공공제도가 사적 이익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과정은 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으로 잘 설명된다. 정치인들과 관료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민주적 감시체계나 제어장치가 없다면 시장의 상인들처럼 행동한다.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도 한다.이를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행위’라고 하는데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곧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공인들도 결국은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제어장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이론이다. 이런 공공 영역의 주체들의 이기적 행태를 제어하고 제도의 변질을 막는 방법은 실질적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하고 작동시키는 것뿐이다. 민주공화국 헌법가치를 실현할 민주적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를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그래야 유권자인 국민이 정치인들을 제어하고, 국가기관들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도의 변질을 막고 공인들의 사익추구 욕망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는 정당의 민주화가 시급하다. 정당 대표의 선출이나 정강정책 수립에 당원들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지금 우리나라 정당들의 핵심 문제는 정당소속 국회의원들이 당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파의 수장이나 공천권 행사자의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당원들의 뜻에 따라 정치노선을 정하고 입법 활동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거취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이는 정당이 비민주적인 파벌 정치, 정략 정치, 선거공학 정치에 매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정당이 여당인 경우 국정 쇄신이 불가하고, 야당인 경우, 비록 다수당이어도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거나 정권의 일탈행위를 제어할 수 없다. ◇ 당원의 뜻에 따르는 정당만이 불의한 제도와 관행을 막을 수 있어 다음으로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민주적 선거제도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하여 국민들의 의사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정당 민주화’와 ‘민주적 선거제도’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치가나 관료 집단을 국민들의 통제 하에 둘 수 없다. 국민의 인권과 안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복들이 공적 제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변질되게 만드는 빌미가 된다. 그렇게 민주적 통제를 받지 못해 변질된 대표적 사례가 지금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검찰제도이다. 지금의 검찰은 입법, 사법, 행정부의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제어 받지 않은 채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 있다.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라고 국민이 부여해준 칼을 수시로 국민을 향해 휘두른다. 바꿔야할 제도를 지키려고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검찰에 도전하거나 검찰제도를 개혁하려는 자들을 집요하게 공격한다. 개인과 기본적 자유가 억압되고, 두려움에 움츠러들게 만드는 공포사회, 죽음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그동안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문민정부를 거쳐 민주정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군, 기무사, 국정원 등의 ‘권력기관 개혁’은 상당히 이뤄졌다. 하지만 합법을 가장하여 국가권력을 임의적, 선택적으로 휘두르는 검찰과 경찰, 사법부 개혁은 계속 실패한 채 지난한 과제로 남아있다. 계절이 바뀌면 화초도 수목도 해와 달의 움직임에 순응하고 생명의 순환을 이룬다. 자연의 겸허한 모습이고 생명의 질서이다. 그처럼, 사회제도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공정하고 불의한 제도를 바꾸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결사적으로 거부하고 있다.생명의 질서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의 변화 요구를 그들은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들만의 자유의 세상'에 대한 불순한 침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거부가 강고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얻는 이득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어떤 사회에서 한 집단이 향유하는 권력과 이득이 비교할 수 없이 크다면 그것은 다른 대다수 집단들의 희생을 강요한 결과이다. 따라서 그것을 허용하는 제도는 공정하지 못하고 불의한 것이다. 가을에 푸르던 잎이 붉게 변해 땅에 떨어지는 것을 죽음 의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봄에 새 잎을 내고 다시 소생하기 위한 자연의 대 서사시이다.자신을 내려놓고 변신과 변태를 통해 새 생명을 얻는 과정이다. 이를 거부하거나 이에 맞서서는 안 된다. 한 때 필요했던 제도와 관행일지라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제 계절을 다한 것이다. 순응해야 한다. ◇ 라멕의 세상은 결국 파멸로 갈 수밖에 없어 그러나 그들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스스로 선과 악의 심판자가 되어 누구의 통제도 거부하며 마치 절대자인 듯 무모하게 힘을 행사하고 있다.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그 모습을 보면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라멕’이라는 인물이 떠오른다. 무력을 숭상하는 그는 자신에게 조그마한 피해라도 주거나 대적하는 자에게는 최초의 살인자인 ‘가인’보다 열 배가 넘는 피의 보복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모습을 우리는 현 정권, 특히 검찰에서 보고 있다. 그들이 범죄자라고 지적하면 누구든 범죄자가 되어야 하고, 사기꾼이라고 지명하면 사기꾼이 될 때까지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들의 표적이 되면 처참하게 찢기거나 낭떠러지서 떨어져야 상황이 끝난다.그들의 눈에 거스르는 자는 누구나 사냥감이 된다. 반면, 어떤 죄도 어떤 불법도 그들의 편에 서면 무죄가 되고 불기소가 되고 사면되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안타깝다. 언제까지 이런 불공정한 세상이 계속되어야 하나? ◇ 휘어지지 않는 화살은 부러져_ 국민의 개혁 요구에 순응해야 신제도주의(new-institutionalism) 이론에 따르면, 제도는 한 번 세워지면 비록 환경이 바뀌어 그 제도가 불합리하고 불의한 것으로 밝혀져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공고한 이해로 얽힌 집단들의 제도변화에 대한 거부 때문이다.이런 제도의 특성을 ‘제도의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이라고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어떤 제도 하에서 권력과 이익을 향유하는 자들은 제도가 부여한 힘을 가지고 그 제도를 옹호한다. 얻는 이득이 크면 클수록 제도의 변화 요구자에 대한 반격은 거세진다. 마치 라멕이 자신에 대항하는 자에게 피의 보복을 선언하는 것처럼 개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그들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을 옹호하고 힘없는 자들을 멸시한다.자신들의 판단이 정의이고 자신들의 결정이 진리라고 여긴다. 자신들의 욕망을 제어 받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나라가 자유의 나라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불의한 제도에 눈감고 그럭저럭 살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힘과 폭력이 지배하는 라멕의 세상은 하나님이 원하는 세상이 아니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조차 도 그러하다.어떤 면에서는 라멕의 기개와 힘을 부러워하며 그들 집단에 편승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차 대전 당시, 많은 크리스천들이 나치즘을 옹호하고 히틀러의 선동에 마음을 뺏겼던 것처럼 말이다.인간의 내면 한 편에는 폭력을 숭상하고 힘에 굴종하고 싶은 충동, 즉 죽음을 향해 가는 힘인 ‘타나토스(tanatos)’가 있다는 프로이드의 가설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라멕의 길은 결국 함께 멸망하는 길이다. 그의 희생자들은 물론, 그 길을 따르는 자들과 그 자신도 결국 비참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히틀러는 전쟁으로 600만 유태인들은 물론 독일 국민들을 포함하여 전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의 말로도 비참하게 끝났다. 일본 제국주의자들로 인해 일본인들은 원폭을 맞고 21만 명 이상의 자국민들이 일시에 죽고 수백만 명이 지금까지 질고에 시달리고 있다.인근 국가 국민들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힘과 무력을 우상화하는 부당한 권력과 이를 허용하는 불의한 제도는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라멕의 세력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용납하거나 미화해서는 안 된다. ◇ 라멕의 세상은 억울한 죽음을 양산하는 세상_ 용기 있게 맞서야 억울한 죽음의 행진이 계속될 것이다. 커다란 참화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그들은 지금의 공고한 기득의 권력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제의 땅에 무한 보복을 선언하는 광복절 행사 연설을 들었다.얼마 전,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있었다. 북한을 연상시키는 사열과 시가행진이 눈에 들어왔다. 구호는 ‘힘에 의한 평화’인데, 연설에는 ‘힘’만 있고 ‘평화’는 찾을 수 없었다. 휴전선 대북 선전 확성기를 재가동한다고 한다.북한이 대놓고 표적 사격을 하겠다고 공언한 장치이다. 대북 삐라 살포도 재연될 것 같다. 북한 정권을 자극하게 될 두 사안이 실행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전쟁의 촉발제가 모두 장착된 것이다. 전쟁은 항상 사소한 데에서 촉발된다.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이 비록 한정된 범위나 기간에 국한된다고 하더라도 희생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최소 수백만의 국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다. 경제는 소생이 불가할 정도로 무너질 것이다. 일본은 재기의 절호의 기회를 맞을 것이고 우리의 비극을 발판으로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 위험하고 무모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라멕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글을 마쳐야겠다. 라멕이 스스로 돌이켰다는 말은 성경에 없다. 그처럼 지금의 권력도 쉽게 돌이킬 것 같지 않다. 화살은 잘 휘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휘어지지 않는 화살은 언젠가 부러진다.다시 살펴볼 때, 신제도주의로 세상과 역사를 보는 관점은 한마디로 '제도는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 그 이론의 생생한 증거를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바뀌지 않는 제도는 결정적 국면(critical juncture)에서 붕괴 된다.’는 것도 신제도주의의 유력한 가설 중 하나다.제어 받지 않는 권력은 자만심에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grave digging)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그 증거다. 나는 다시 자문해 본다. 라멕의 세상은 과연 변할 것인가? 이재섭: 사회정책학 박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공적연금수급자유니온 공동대표
-
2024-07-07▲ 김 대석 평화인권센터 선임연구원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헤겔은 역사는 단계별 발전과정을 거치며 마치 한 사람의 생이 나고 성장하며 늙어가는 과정과 같다고 하였다. 아울러 그는 관념론적 사관에서 역사는 이성의 지배를 따르며 자유라는 목적지를 향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고 보았다. 믿을 뻔 했다. 아니 지금도 사고의 밑바탕에는 이 말에 대하여 여전히 신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극화된 계급사회의 고착화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미 챗지피티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은 3.0, 3.5버전에 이어서 4.0버전을 지나 어디까지 나아갈지 예측불가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이 비례적으로 향상되면 유토피아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인가.그럴 리는 없다. 이는 제2차 산업혁명에 따른 석유문명의 가속화시대와 제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혁명 시대를 거쳐 오면서 사회적 격차 문제의 경향을 보자.즉 기술의 폭발적 발전에 따른 사회적 과실 분배로 빈부의 격차와, 새로운 계급의 고착화·세습 문제가 얼마나 극복 되었는지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1차 산업혁명기의 빈부격차가 10:90에 가까웠다고 한다.반면 2차 산업혁명기에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병폐인 경제공황과 두 번의 세계대전 그리고 동·서 이념대립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의 복지정책 확대와 평등을 향한 노력으로 20:80 정도였다고 한다. 수치적으로 보면 빈부의 격차가 완화되고 있는 같아 역사는 정으로 발전 하겠구나 하는 착각을 갖게 한다.한편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뜻밖에 해체되면서 동구권 전체가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를 두고 서방은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의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한 것으로 자평하며 의기양양했다.그러나 이에 대해서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크리스 하먼’은 ‘1991년 소련 붕괴는 사회주의의 몰락을 뜻하는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종류의 자본주의가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로 전환된 “게 걸음”이었을 뿐’이라고 일갈 했다.여하간 동구권의 몰락은 서방의 ‘신자유주의’ 사조의 등장을 촉발하였고, 이와 더불어 정보혁명이라는 제3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게 된 글로벌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깃발아래 세계를 다시 재구조화 하였다.그런데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 물결이 휘졌고 지나간 사회에서는 중산층의 급격한 몰락과 복지의 축소라는 공통된 상흔이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이 상흔들을 통해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역사의 정의로운 발전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희망은 여지없이 좌초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우선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글로벌자본주의 폐해 극복을 고민해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제4차 산업혁명기의 사회에서는 단 1%의 가진 자(부와 권력)가 99%의 가지지 못한 자를 오롯이 통제·지배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왜냐하면 AI(인공지능)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정교한 지배와 통제의 방법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진 자의 숫자는 작을수록 그들의 파이는 커지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를 그렇게 구조화 하려고 할 것이다.우리 사회는 제4차 산업혁명의 본류에 진입도 하기 전에 1%대 99% 사회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즉 상속받을 유산이 없는 사람이 순전히 개인의 노력과 힘으로 신분상승을 이룩하기는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이미 급격하게 세습계급의 사회로 진입하였다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는 K-POP으로 유명세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그런데 놀라운 일은 ‘강남’만의 스타일이 현재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강남’에는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 장벽은 한국의 1% 사람들이 만들고 있고 우리 사회 신분 사다리의 최상부에서 철옹성이 되어 있다.즉 이 장벽의 카르텔에 신규회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서 기득권을 가진 1% 그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기득권에 의한 모든 특권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들에게로 고스란히 되 물림하기에 여념이 없다.2022년도 서울대 정시 등록자 중 강남3구(강남/송파/서초) 출신이 22.1%로 양극화와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기사가 이를 방증하는 일례로 볼 수 있다.특히 전국 의대 정시 등록자 가운데 강남3구 출신 비중이 2022년 기준으로 22.7%에 달하는데, 강남3구의 고교생 주는 전국의 3.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성골과 진골, 양반상놈의 신분을 구분하고 계급을 나누는 것은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 역사의 유물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지금도 우리는 1%의 강남과 99%의 비강남이라는 신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심지어 이 계급은 사실상 세습까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 한 신분사회에서 가지지 못한 99%의 계급은 일상의 삶이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세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상이변, 물부족, 식량부족, 지구온난화, 지하수고갈 등의 환경문제 등으로 발생하는 모든 고통은 오롯이 이 99%의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문제는 이와 같은 ‘1%의 사람들’인 기득권 집단이 가지는 계급적 성격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탈계급과 탈신분세습의 원리는 변질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왜냐하면 계급주의의 극복의 역사가 이른바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이었고, 탈계급주의는 탈세습신분과 궤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극우 정부가 가져온 퇴행들우리는 이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완화에 관심을 가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진영의 정부를 3번 경험했다. 그 중 두 번의 정부는 앞선 극우정부의 파탄지경의 국정난맥상을 넘겨받아 뒷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김대중, 노무현 중도우파 정부를 이어 집권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극우인사들은 두 번의 중도 우파 정부 동안을 잃어버린 통한의 10년으로 규정하였다.그들은 절치부심하며 재탈환한 정권에서 그 기간 동안 하지 못한 사욕을 채우기라고 하듯 온갖 악행을 대놓고 자행했다. ‘4대강 살리기’라는 기만적 선전을 통한 토건세력의 배불리기, 국정원 선거 개입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세월호 참사 축소 은폐시도 등 제동장치가 고장난 폭주 열차가 되어 치달았다.이와 같이 집권의 목적이 오직 사적 이익추구의 극대화에 있던 극우 보수의 두 번에 걸친 집권과 그들의 본말이 뒤바뀐 국정운영은 시민들 삶의 직접적 붕괴 요인이 되었다.청년실업의 증가, 비정규직 확대, 중산층의 붕괴, 빈부격차의 심화, 2014년 30대 여성이 어린자녀들과 동반자살 한 사건처럼 생활고에 따른 비관자살의 다발적 발생 등 무능하고 부패한 집권세력이 초래한 재앙적 사회를 두고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자조하게 되었다.권력의 일탈적 오남용 문제도 심각한 지경이었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2년여 사이 검찰수사를 받던 피의자 중에 46명이 자살을 했다.이 수치는 2005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피의자 자살건수 100건 중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2년 동안 발생한 피의자 자살건수가 10년 전체 자살건수의 절반에 해당한다.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 국정원 그리고 또 하나의 권력기관인 기레기라 매도되고 있는 우리 언론은 철저하게 권력에 복종하였다. 그들은 조직과 개인의 사적영달에 충실히 복무하면서 집권세력의 무능과 부패를 옹위하는 전위 조직으로서의 모든 역량을 솥아 부었다.결국 이러한 무능과 부패의 극우적 보수 집권세력은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민심에 의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이 광장에서 부패척결과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자처벌을 통한 민주주의의 복원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투항한 것이다.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촛불민심의 요구를 등에 업고 다시 집권하게 된 세 번째 중도 우파 민주정부는 결과적으로 촛불민심의 기대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것이다.그 결과 민주정부는 좌초되었고 수구적 과거 세력이 재집권하면서 그들의 파렴치한 준동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파괴적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재집권에 성공한 수구 보수 세력은 이 번 기회에 자신들만이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확고히 뿔리 내리려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이와 같은 수구적 극우보수 세력의 안하무인격 파렴치한 준동 앞에서 우리는 87년 체제의 형식적 민주주의의 허약한 체질을 시리도록 경험하고 있다.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론화를 말하면 빨갱이로 몰아가는 수구 보수 세력은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민주정부의 구성원들은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고 ‘엄중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결과는 그나마 믿고 있던 87년 체제의 민주주의 체제마저도 뿌리 채 뽑혀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사태를 직시하자. 그리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뿐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권력의 지배양식은 그 사회의 환경을 반영할 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민주적 합리성에 기반 한 권력이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의 정착을 위하여 필요한 제도와 원칙에 대하여 치밀하게 고민하자.그리고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민주복지국가의 모습과 역할에 대하 상을 명확하게 그리자. 이제 더 이상 성장과 경제제일주의가 삶 자체의 목적이 아님을 알아채자.
-
2024-07-07▲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1. 신호탄을 쏘다 광복절인 8월 15일 오후 3시 3분 K-나눔의 성지인 청량리 다일공동체 2층 갈릴리 홀에서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이하 ‘선언’이라고 함)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조현주 도산애기애타회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다. 오프닝 연주로 시작되고, 다일공동체 대표인 최일도 목사가 인사말을 한 후 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진다.선언문은 어린이, 청년, 장년, 시니어, 여성 등 7인이 함께 낭독한다. 이어 선언 이후에 이어질 활동 계획이 발표되고, 10인의 선언 공동대표들이 우리 사회를 향한 상생의 메시지를 한 마디씩 전한다.행사는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선언으로 우리 사회에서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신호탄이 쏴 올려지는 것이다. 선언에 대한 구상은 올해 3월 초 ‘씨ᄋᆞᆯ네트워크’’에서 나왔다. ‘씨ᄋᆞᆯ네트워크’’는 주민자치 인문학 강좌와 ‘씨ᄋᆞᆯ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자치 인문학 공부 모임이다.함께 공부하는 회원들 사이에서는 망국병인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된다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컸다.하지만 우리가 애쓴다고 세상이 바뀌겠느냐는 자조가 있었고, 괜스레 진영논리 극복을 말하다가 박쥐 취급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침묵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차 공유되기 시작했다.그러면서 비록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더라도 뭔가 꿈틀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에 누군가가 선언문 초안을 작성하자 뜻있는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선언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3월 15일 ‘진영논리 극복 TF 팀’을 꾸려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막상 일을 벌이고 나니 얼마 되지 못하는 TF 팀원만으로 일천인 선언자를 모으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각자 오십 명씩 모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우선 TF 팀원 각자 일대일 추천 형식으로 공동제안자 100명을 모은 다음 그 100명의 공동제안자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일천인 선언자를 모집하기로 했다.처음에 정했던 선언 이름은 <진영논리 극복을 위한 일천인 선언>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참여한 공동제안자 중에서 선언 이름이 부정적인 뉘앙스만 강조하여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에 선언 이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가 이뤄졌다.무려 11개의 이름 후보가 제시되었는데 4월 21일 공동제안자 사이버 투표를 통해 현재의 선언 이름이 채택되었다. 또한 공동대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다수가 공감하자 종교계ㆍ학계·시민사회계 등에서 10인의 공동대표가 추대되었다.추대된 공동대표 10인은 도법스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상임대표), 호인수 신부 (천주교 인천 교구 사제), 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문향허 교무 (나 살림 마음 일기 대표), 노태구 (동학민족 통일회 상임의장),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안성호 (전 한국 행정 연구원장), 조현주 (도산애기애타회 공동대표), 조인래 (삼균학회 이사장), 민인홍 (대종교 총본사 전리)이다.6월13일 회의에서 선언문 일부 수정 및 비준 절차를 밟았고, 6월 25일 서울 흥사단 4층 세미나실에서 공동제안자 첫 대면회의를 가지고 공동제안자 115명 이름으로 sns 등을 통해 일천인 선언자 공개모집을 시작했고, 8월 10일 선언 참여자가 1,000명을 넘었다. 한편 공동대표인 도법스님이 실무팀장과의 대화 자리에서 진영논리를 격화시키는 사회 현안에 대해 상생의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을 말했고, 그 말이 계기가 되어 7월 13일 상생의 소리 팀이 구성되었다.이어 7월 26일 상생의 소리 팀 주관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115인 공동제안자 내부 토론회가 열렸고, 그때 나온 의견을 취합하여 8월 3일 공동대표 10인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한 공개 제안을 했다.공개 제안의 요지는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영논리 극복과 인류애의 관점에서 시민 안전을 목표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대한민국의 자화상, 엘리트 제국 우리 헌법은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실상을 보면 정말 민주공화국인지 의문이 든다.그보다는 자본주의와 능력주의를 숭배하며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엘리트 제국을 철옹성같이 쌓고 있는 나라 아닐까? <한국 능력주의>의 저자 박권일 작가 말대로 모두가 강남 아파트와 서울대를 열망하며 무한 질주하는 바람에 99% 이상의 사람들이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의 자화상 아닐까?그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에는 빈부격차의 심화, 학벌주의와 입시지옥, 저출산ㆍ고령화, 노동 양극화, 양성 갈등, 지방 소멸 등 여러 사회문제가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처럼 엘리트 제국에서 기인하는 산적한 사회문제는 정치가 풀어야 한다.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제대로 된 해법을 찾는 정치적 과정이 필요하다.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사생결단의 적대 정치를 벌이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상당수 국민조차 진영논리의 환상에 사로잡혀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퍼부으며 준내전 상태로 분열되어 나라가 두 쪽 날 지경에 이르렀다.이처럼 정치가 작동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되자 산적한 사회문제는 사실상 방치되거나 자본과 기술관료의 논리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절망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과 출생률을 보면 그 말이 실감 난다.우리나라 자살률은 1990년대에는 인구 10만 명당 10명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후 계속 치솟아 2014년에는 자살률이 10만 명당 29.1명까지 올라갔고, 2021년 기준으로도 28.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출생률도 계속 떨어져 2022년에는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률은 OECD 국가 중 20년 동안 부동의 꼴찌를 고수하고 있다. ‘자살률 일등! 출생률 꼴찌!’ 이보다 헬조선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지표가 있을까? 가장 죽고 싶은 나라, 가장 태어나기 싫은 나라,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3. 선언의 진단과 처방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엘리트 제국의 막을 내리고 국민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그래서 여야는 물론 모든 국민이 어떻게 하면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있는지 치열하고 토론하고 소통하는 정치적 과정이 있어야 한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이제 선언이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처방을 제시하는지 보자. 먼저 진단을 보면, 선언은 우리 정치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든 가장 큰 원인으로 진영논리를 꼽는다. 진영논리 때문에 정치적 양극화와 대결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나아가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된다면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이 등장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골수에 잠복해 있고 민주주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바이러스처럼 증식하는 속성이 있는데 진영논리는 민주주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악성 독소라는 것이다.따라서 만연한 진영논리를 극복하여 파시즘의 마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내야 하고,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상생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음으로 처방을 보면, 선언은 자기성찰 수행, 통합사관 정립, 화합정치 실현이라는 3대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자기성찰 수행은 개인적 차원의 처방이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진영과 진영논리는 다르다.우리는 혼자 살지 않는 한 불가피하게 어느 한 진영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합리성을 지녔기에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 있다.진영논리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념만 옳고 대립하는 진영의 이념은 그르다는 논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기성찰을 통해 진영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다른 진영에 대한 증오와 혐오, 악마화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자각하게 된다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몸에 익을 것이다. 통합사관 정립은 역사관 차원의 처방이다. 모든 역사관은 엄밀히 말하면 환상이고 편견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관은 없다.그럼에도 통합사관 정립을 제시하는 까닭은 만연한 진영논리의 이면에는 좌편향 혹은 우편향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예컨대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하다고 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해전사 사관과 같은 좌편향 사관이나 경제성장에 과도한 비중을 두고 일제와 분단, 독재를 미화시키는 뉴라이트 사관과 같은 우편향 사관으로 국민 통합을 할 수 있을까?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최소한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관이 필요하다. 이에 선언은 그러한 사관으로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ㆍ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는 통합사관을 제시한다. 화합정치 실현은 제도적 차원의 처방이다. 세계적인 비교정치학자 아렌드 레이프하트는 민주주의 유형을 대결 모델과 화합 모델로 나누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36개국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화합 모델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점을 실증했다.선언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고도의 중앙집권체제,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중심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결정치체제로 보고, 풀뿌리자치, 연방적 지방분권제, 직접민주제, 실질적 다당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권력의 분산과 공생을 통한 화합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3가지 실천과제는 마치 동학의 3대 개벽을 연상케 한다. 동학은 3대 개벽으로 정신개벽, 민족개벽, 사회개벽을 말하는데 자기성찰 수행은 정신개벽에, 통합사관 정립은 민족개벽에, 화합정치 실현은 사회개벽에 각각 상응한다. 4. 향후 활동 계획 앞서 본 바와 같이 8월 15일 선언식 때는 선언 이후 활동 계획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 계획은 크게 상생 일꾼 양성, 상생의 소리 활동, 지역별 상생사회네트워크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생 일꾼 양성을 보면, 상생이음세미나와 ‘‘씨ᄋᆞᆯ네트워크’공부방을 운영할 계획이다. 상생이음세미나는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의 철학적 토대를 성찰하고 3대 실천과제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9월부터 약 1년 동안 격주 1회 공개강좌 형태로 개최될 예정이다.‘‘씨ᄋᆞᆯ공부방은 기존의 ‘씨ᄋᆞᆯ네트워크’ ‘씨ᄋᆞᆯ’공부방을 그대로 계승하여 3대 실천과제를 주제로 zoom을 통해 소규모 단위로 운영하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생 일꾼의 체계적인 양성을 위해 가칭 ‘상생 일꾼 대학’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상생의 소리 활동을 보면, 진영논리를 격화시키는 사회 현안에 대해 상생의 관점에서 토론회 개최, 성명서 및 기자회견 등의 방법을 통해 합리적이고 건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상생의 소리는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갈등 내부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염수 해법을 윤 대통령에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생의 소리를 미디어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셋째, 지역별 상생사회네트워크를 보면, 서울 지역부터 가칭 ‘상생사회서울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능한 지역(시도 또는 시군구) 별로 진영논리 극복 및 상생사회 실현을 위해 3대 실천과제를 수행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한다.장기적으로는 읍면동 단위에서도 상생마을네트워크가 구성되어 마을 주민과 함께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마을 실현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5. 그래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굳게 연대하여 3대 실천과제를 실천하며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운동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친다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면서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회의가 든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지난 3월 진영논리 극복의 깃발을 올릴 때보다 진영논리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대통령이 진영논리 격화에 앞장서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야당과 진보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며 절멸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상황은 비관적이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의 길 말고는 엘리트 제국을 극복하고 참된 민주공화국을 만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절망적 희망을 노래했다. 나 또한 비록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희망을 노래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각하든 못하든 누구나 선한 의지를 마음에 품고 있다.그 선한 의지의 힘을 믿고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는다. 이제 성경 말씀 한 구절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21)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 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 지금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대결정치가 기승을 부리며 극우ㆍ극좌 선동과 권위주의적 독재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진영논리가 활개를 치며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분열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치권은 사생결단의 적대정치를 벌이고 있고, 국민은 준내전 상태로 분열되어 나라가 두 동강 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습니다. 진영논리가 이대로 격화한다면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시대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파시즘이 등장해 우리 사회가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골수에 잠복해 있으며 민주주의의 면역체계가 약화되면 바이러스처럼 증식합니다. 진영논리는 민주주의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악성 독소입니다. 이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를 시급히 극복하여 파시즘의 마수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내야 합니다. 나아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깨어 있는 씨ᄋᆞᆯ(국민)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하는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하나, 우리 각자가 자기성찰을 해야 합니다. 진영논리의 내면에는 비뚤어진 공감에서 생겨나는 혐오가 있습니다. 자기 진영에 대한 과잉 공감이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불러옵니다.하지만 사람은 하늘처럼 존엄한 존재이므로 결코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사람은 사람을 혐오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둘, 통합적인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려면 좌 편향 혹은 우 편향의 역사관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운동에서 비롯되어 3ㆍ1운동 - 대한민국 임시정부 -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흐름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찾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역사관을 정립해야 합니다. 셋, 대결정치를 화합정치로 바꿔야 합니다. 대결정치의 제도적 원인은 권력의 집중과 독점에 있습니다. 고도의 중앙집권 체제, 제왕적 대통령제, 거대 양당 중심제 등 승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탓에 대결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따라서 풀뿌리자치, 연방적 지방분권제, 직접민주제, 실질적 다당제 등을 제도화하는 정치개혁을 단행하여 권력의 분산과 공생을 통한 화합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서로를 죽이는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서로를 살리는 상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정파를 초월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ㆍ정치인ㆍ단체ㆍ시민과 연대하여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마을(읍면동)에서는 마을 주민과 함께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마을 실현을 위한 운동을 펼친다. 하나, 각자는 자기 삶의 현장에서 자기성찰 수행, 통합사관 정립, 화합정치 실현을 실천한다. 진영논리 극복과 상생사회 실현을 위한 일천인 선언자 일동
-
▲ 유럽 주요국 영국‧독일‧프랑스 및 유럽연합(EU)의 국기 [출처=CIA][유럽] 유럽연합(EU),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앱 팀즈 키워팔기’와 오픈 AI 투자 반독점법 위반 잠정 결론, 팀즈와 소프트웨어 앱 묶어 판매한 행위는 엄연한 경쟁 제한*MS, 시정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과장금 물 수 있어… 이에 MS 일부 제품군에 팀스 제외했으나 EU “반독점 우려 해소에 불충분하다”[영국]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텔란티스(Stellantis), 영국에 있는 2개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공장 운영을 중단할 계획…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이 합작한 스텔란티스는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닷지, 오펠, 복스홀,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모기업*마리아 그라치아 다비노 스텔란티스 영국 CEO “영국 정부가 전기차(EV) 수요 진작을 위한 조치 취하지 않으면 영국 내 생산을 1년 이내에 중단할 수 있다”*스텔란티스, 英 엘즈미어포트 공장에서 전기 밴 제작 중이며 루턴 공장에서는 2025년부터 전기 밴 생산 예정이나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 영국 외 다른 생산지 검토할 것”*영국 정부, 당초 2030년까지 신형 휘발유차‧경유차 판매 금지하기로 목표했으나 5년 연기… 전기차 구매 비용이 여전히 너무 높아 소비자들 EV 전환에 시간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영국] 英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Boots) CEO 세바스찬 제임스, 부츠 50억 파운드 매각 계획 중단되자 사임… 2018년부터 부츠 운영해온 제임스, 올 11월 CEO서 물러나 헬스케어 부문 맡기로*부츠 보유한 지주회사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WBA), 2년 만에 다시 부츠 매각과 주식 상장 보류… 2022년 당시 부츠 인수 후보 기업 부츠의 매각 희망가 70억 파운드 충족시키지 못해 매각 불발*175년 업력의 영국을 대표하는 드러그스토어 부츠, 2023년 영국 내 매장 650개 폐쇄 및 최대 10억 달러 비용 절감 계획 발표… 올 2월 기준 484개 매장 폐점하고 1900개 매장 남아[영국] 英 수련의 2만5000명 임금 35% 인상 요구하며 6월27일부터 파업 돌입… 2022년부터 의사 집단과 정부 임금 인상안 두고 갈등, 올 2월 5일간 파업 때 진료 예약 9만1000건 취소된 바 있어 의료 공백 우려*영국의사협회(BMA) “근 15년간 임금 사실상 25% 하락” 주장 vs 현 집권 보수당 정부 “2023년 의사 임금 최대 10.3% 인상됐다”… 차기 총리 유력 후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만일 집권하더라고 의사들이 요구하는 35%까지 임금 인상할 계획은 없다”*올해로 의사 파업 11번째… 2022년부터 앞선 10차 의사 파업까지 140만 명의 외래환자들 진료 취소 및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의료계 혼란 최소화에 지출한 비용 17억 파운드(약 2조974억원)*영국 재정연구소(IFS) 2023년 말 공공 부문 실질 임금 2010년 대비 평균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 이 중 교사(10%↓)‧간호사(6.5%↓)‧의사(15%↓) 임금 감소폭 훨씬 커 6~15% 사이 추산… 반면 민간 부문 실질 임금은 4% 증가[독일] 獨 FTI투리스틱(FTI Touristik GmbH)의 지난달 파산 신청 후 소비자 및 자회사‧고객사도 줄줄이 파장… 유럽 3위 여행업체인 FTI투리스틱, 전 세계 40곳에서 운영하며 120개 지역의 여행 상품을 판매해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피해 우려*FTI그룹 중 FTI투리스틱이 올 6월3일 최초로 뮌헨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함. 뒤이어 FTI투리스틱의 독일 자회사인 빅엑스트라(BigXtra Touristik GmbH)와 플라이트트레이딩(Flight Trading GmbH)도 파산- FTI의 호텔 전문업체 미팅포인트호텔매니지먼트(Meeting Point Hotelmanagement Holding GmbH)와 미팅포인트인터내셔널(Meeting Point International GmbH)는 6월24일 파산 신청- FTI의 스위스 법인 FTI Touristik AG와 BigXtra Touristik AG는 6월26일 파산 절차 개시 신청서 제출* 독일 FTI Touristik GmbH, 5vorFlug GmbH, BigXtra Touristik GmbH에서 여행상품을 예약한 FTI투리스틱 고객은 모두 취소해야 함… 단 패키지여행 예약자는 독일의 여행보장기금(DRSF)을 통해 보험이 적용되어 환불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개별여행(항공권, 호텔, 교통‧렌터카 등) 서비스는 보험 미적용 분야라 해당 고객의 피해가 예상됨*플라이트트레이딩은 독일 저가항공사 유로윙스(Eurowings)와 콘도르(Condor), 튀르키예-독일 합작 항공사 썬익스프레스(Sun Express) 3개 항공사와 전세 항공편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향후 재정적 피해 우려[독일] 폭스바겐(VW), 獨 작센주 츠비카우 공장 기간제 근로자 1000명 수개월 내 감원 예정 및 2025년말까지 인원 감축할 계획... 전기차에 대한 수요 여전히 약해 신규 주문 부진*2025년 계약 만료되는 기간제 근로자 계약 연장 여부, 향후 시장상황에 달려 있어… 츠비카우 공장 올 8월 중순부터 공장 3교대제 2교대로 축소할 예정[프랑스] 통계청(INSEE), 2023년 11월 시행된 인플레이션에 따라 2024년 재산세 3.9% 인상... 2023년 파리, 그르노블, 트루아 등 대도시는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재산세를 7.1% 부과[프랑스] 수소 에너지 선두업체 HDF 에너지(HDF Energy), 유럽연합(EU)으로부터 최대 1억7200만 유로의 지원금 받을 예정... EU는 에어버스, BMW, 미쉐린 등 유럽 7개국 소속의 11개 기업에 14억 유로의 에너지 관련 지원금 배분[이탈리아] 유틸리티 기업인 아이렌 그룹(Iren Group), 향후 7년 동안 24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82억 유로를 투자해 2023년 대비 6억 유로의 매출을 확대할 방침[그리스] 재무부, 1~5월 재정 흑자 규모 24억 유로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2023년 소득세, 교통세 등이 기여... 1~5월 세금 부과의 정확성이 높아지며 부가가치세(VAT) 2억9600만 유로 및 3% 초과 ▲ 장은영 기자[출처=iNIS]
1
2
3
4
5
6
7
8
9
10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