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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마을대학협동조합 이사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진보적인 교육감이 다수 당선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교육은 학교라는 제도의 울타리에만 갇히지 않고, 일상의 시·공간인 마을에서 연대하고 협력하는 삶을 배우고 역량을 기르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으로 교육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이미 전국적으로 교육청-기초지방자치단체-시민들이 협력하여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조성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무려 191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이에 함께하고 있다.마을이 배움의 주제가 되고, 마을 사람들과 기관들이 학교와 협력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아동·청소년들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적 역량을 기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을 한 단계 높여 새롭게 전개할 마을대학운동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 풀뿌리에서 시작하는 마을대학운동 작년 10월에 <마을대학 협동조합>이 창립되었다. 마을대학은 아동·청소년 교육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을 전개해 나가자는 것이다.마을대학은 국가와 시장이 배제해왔던 마을과 지역에 기초한 지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지혜에 중심을 두고 지난 시대의 가치있는 것들을 복원하고 또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만들어 가고자 하는 풀뿌리 운동이다. 각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마을대학을 통해 삶과 지혜의 공동체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90년대 말 광명 등 기초지자체로부터 시작된 평생학습은 성과도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밖으로는 제대로 된 민관거버넌스를 형성하지 못했고, 안으로는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에 접근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때문에 ‘평생학습도시’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본격화한 지 4반세기가 되었지만, 제대로 된 평생학습의 지역모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시민중심의 학습이 아니라, 행정 중심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탓이 크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행정중심에서 벗어나 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를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시민 주도의 혁신적인 평생학습공동체을 지향하는 마을대학을 통해 시민의 역량이 지역사회에 축적되고, 다른 지역에 파급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지역정당, 지역학, 시민의회 등 이전에 진행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사업과 내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현재까지 전국에 30여개 지역에서 마을대학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고, 실제로 17개 기초지역이 협동조합에 출자를 했다. 교육사업과 함께 지역특산물 공동구매를 통해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물적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내 선순환경제를 위한 모델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마을대학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 연대를 통해 시민평생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좋은 시민을 많이 양성하지 못했다는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토크빌의 말처럼, 결국 모든 문제는 시민들의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적극적으로 좋은 시민을 양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이 강한 국가와 정부가 문제지만, 좋은 정부를 만들고 국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시민들과 시민사회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풀뿌리부터 다시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세 번의 민주개혁정부를 경험했지만, 시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변화없이 포장만 바꾸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지역에서부터 혁신적인 평생교육,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상장의 과정을 통해 좋은 시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다시 이를 전국적으로 연결하고 확산해야만 제대로 된 사회혁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뜻이 있는 지자체는 행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평생학습의 주도권을 지역주민들에게 양도하고 지원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습의 성과물들이 지역사회에 축적되고,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이다. ◇ 위기의 대한민국, 풀뿌리부터 시민과 함께 혁신을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에 대해 지역의 평생학습차원에서 공론장이 형성되도록 하고, 행정기관과 지방정부는 겸허하게 이를 경청해야 한다.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시민들의 지역평생학습원 강당에 모여 차분하게 토론하며 미래의 대안을 찾는 모습을 우리는 시도할 수 없는가?상대방대과의 토론없이 극좌, 극우 유투버들의 말만 듣다보니 사회는 점점 극단화되고 심지어는 정치테러와 같은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의 파멸, 파국적인 상황만이 남겨질 것이다. 마을대학은 ‘지역사회가 자체가 하나의 큰 학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다. 지역사회만큼 좋은 대학이 어디에 있겠는가?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한 사람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책’이며, 공간은 그 자체가 학문과 실험의 대상이며, 수많은 지역사회 자원은 훌륭한 교보재다.이런 지역사회를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교육과 학습을 찾았기에 지금의 한국 사회가 엉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뒤죽박죽 얽혀버린 한국사회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마을대학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1월12일에 인천지역의 <부평마을대학협동조합>이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출자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지역기반 마을대학 협동조합의 설립이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상반기에 3~5개, 하반기에는 10개 이상 지역에서 마을대학협동조합이 설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사회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마을대학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aeulu.com)을 참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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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박민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경제산업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23년 10월 21일 자 한 신문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어제 아내 도론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 사는 장모님을 뵈러 갔다. 큰애 라즈는 5살, 작은애 아비브는 2살이다. 아침에 아내에게 전화했는데, 집 안에 테러범들이 있다고 했다.나중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비디오를 봤다. 아내와 두 딸, 장모님이 수레 비슷한 데 실려 있었고, 하마스 테러범들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 하마스 쪽에 요청한다. 제발 가족을 해치지 말아달라. 어린아이를, 여성을 해치지 말아달라. 가족 대신 나를 원한다면,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이스라엘 주민 요니 아세르)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모든 게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은 내 곁에 있었다. 한 명은 내 발 옆에, 또 한 명은 나와 나란히 있었다. 남동생 사베르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 아이들을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갑자기 사베르의 외침이 들렸다. ‘나 여기 있다’고 외쳤다. 구조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안정시키고는 나를 덮은 건물 잔해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3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들은 모두 죽었다. 칼레드도 죽었고, 카이스도 죽었도, 마리암도 죽었고, 아세프는 아직 찾지 못했다.”(가자지구 주민 사프린 아부 다카) ◇ 종교전쟁이 아닌 욕망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 예측이 힘들다. 잠시의 휴전 후 다시 격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두 민족의 유혈 낭자한 분쟁은 7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전쟁의 명분도 표면적으로는 정당하기 때문에, 멈추기가 힘들다.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오랜 터전을 침탈한 이스라엘로부터 다시 정치적 독립을 획득한다는 명분이 있다.이스라엘은 테러와 학살의 위협을 멈추고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명분이다. 근현대사로만 보면 이스라엘이 침입자이나, 서구 역사 전체를 보면 이스라엘 또한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더 멀리 가보면 성경에도 팔레스타인과 하마스가 등장한다. 성경에 ‘팔레스타인’은 ‘블레셋’으로, ‘하마스’는 ‘하맛’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더라.가슬루힘에게서 ‘블레셋 Philistim’이 나왔더라”(창10:14). “아르왓 족속과 스말 족속과 ‘하맛 족속 the Hamathite’을 낳았더니 이 후로 가나안 자손의 족속이 흩어져 나아갔더라”(창10:18). “하맛 Hamath’과 아르밧의 신들이 어디 있으며 스발와임과 헤나와 아와의 신들이 어디 있느냐 그들이 사마리아를 내 손에서 건졌느냐”(왕하18:34). 하마스의 이번 공격의 작전명은 ‘알아크사 홍수’였다. 침공 일도 유대교의 안식일인 7일(토요일)이었고, 유대교 7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 마지막 날이었다. ‘알아크사’는 이슬람 성전산 전체를 가리킨다.현재 성전산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다. 7~8세기 건축된 ‘알아크사 모스크’와 ‘황금 돔’이 자리하고 있다. 소유권은 요르단에게 있다, 본래는 솔로몬 왕의 성전이 있던 장소다.솔로몬와의 아버지인 다윗왕이 금 육백 세겔로 산 땅이었다. ‘모리아 산’으로도 불리며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 제사로 바치려 했던 산이다. 그리고 기독교의 예수가 십자가로 처형된 곳이다. 그래서 전쟁의 본질적 배경에 종교적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전쟁을 명분화 하기 위한 정치적 배경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스라엘의 경우, 건국 이념은 유대교에 바탕을 둔 시오니즘이긴 하지만, 건국을 주도한 세력은 정통파 유대교인이나 하레디들이 아닌, 19세기 서구 세속주의 민족 이념에 영향을 받은 유대 민족주의였다.홀로코스트 같은 유대인 대학살과 폭력으로부터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서구 전역에 퍼져있던 유대인들은 18~19세기 계몽주의와 세속주의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숫자가 유대교 신앙을 포기한다.세속화된 유대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 금융 부문의 로스차일드 가문, 사상계의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후설.예술 분야의 말러와 모딜리아니. 자연과학 분야의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이들 중 거의 대다수는 유대교 정통을 떠나 있었고, 마르크스나 프로이트의 경우는 그들의 유일신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던진다.지금은 이스라엘인들 중 상당수가 유대교를 믿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는 디아스포라들 사이에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이스라엘 안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지난 70여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하마스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들은 종교분쟁을 명분화한 민족 간 영토와 권력 분쟁이었다.정치적·경제적 이권, 그리고 내분을 잠식하고자 하는 정치적 권력자들의 의도가 종교적 배경을 앞세워 무고한 생명의 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집권을 위한 도구이고, 내정 실책을 묻어버리려는 의도가 크다.11-12세기 십자군 전쟁조차도 본연의 동기는 영토와 이권을 위한 전쟁이었다. 맹자는 “춘추무의전(春秋無義戰)”이라 말한다. 의로운 전쟁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전쟁은 불의한 욕망 때문에 일어난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가자지구 하마스 정당 모두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잃은 호전적 지도자들의 모습이다.정권 연장의 한 방편으로 전쟁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러하다. 푸틴의 실정과 정권연장의 욕망이 그 원인이다. 욕망의 배경을 조그만 더 설명하자. 하마스의 공격 전, 이스라엘의 관심은 사법제도 재편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정부패로 인한 기소, 장기집권으로 인한 민심의 이반, 연정 구성의 위기, 총리직 상실시 불가피한 구속의 위기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시위가 발생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안보 강화로 정당화했다. 때마침 하마스의 공격이 일어났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눠져 있다. 각 지구를 통치하는 세력은 다르다. 가자지구는 1987년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시작한 하마스가 통치한다. 이들은 이슬람국가 건설이 목표다.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주축이 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족주의’를 앞세워 출발했지만, 권력의 부패로 정권 유지의 위기 상태다. 이스라엘과는 우호적이다.두 지구로 분리된 각 통치세력의 존재는 당연한 경쟁 관계가 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하마스가 이스라엘만큼 싫어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고 인정한 서안지구 자치 정부”라며 “하마스가 무리해 보이는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들의 경쟁 관계에서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한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로 ‘네옴시티’ 사업 등을 추진하고자 했다.이로 인한 중동 지역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사우디는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처우 개선을 수교 조건으로 포함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위상은 완전히 달라진다.국제사회가 인정한 정부로서 자리매김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까지 가능하다. 부패에도 불가하고 안정적 정권 유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하마스 입장에선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니파 사우디와 경쟁하는 시아파 이란도 마찬가지다. 결국 권력과 욕망의 유지를 위해 전쟁의 방법이 선택되어 버렸다. ◇ 전쟁을 멈출 수는 없는가? 1932년 10월 30일. 아인슈타인이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인슈타인은 ‘인류가 전쟁을 멈추기 위한 방안’에 대해 프로이드와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그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국제연맹의 의뢰로 제가 원하는 대로 수신자를 선택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인간은 전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전쟁은 이 시대에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지만 종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저의 지식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깊은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인간 본능에 대해 심오한 지식을 갖고 계신 당신의 답을 듣고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인류를 전쟁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 방안으로 국가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국제기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국가 권력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있고, 만약 국가들이 그 결정을 존중한다면 전쟁을 통한 인류 존망의 갈림길에서 더욱 긍정적인 기대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비록 이상적이긴 하나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일말의 기대를 위해 프로이트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결정으로 인하여 다수가 겪어야 할 고통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권력을 가진 자의 욕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전쟁의 위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려는 소수의 탐욕, 증오와 파괴를 열망하는 인간의 이상 심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프로이드는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열망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는 본능과 지성 두 가지 면에서 전쟁을 멈출 방안이 있을 것이라 답변한다. 프로이드는 소수 권력집단이 전쟁을 유발하는 이유와 다수의 대중이 이에 호응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본능 때문이라 생각했다.이해관계가 부딪힐 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습성이고, 권력을 장악한 소수는 이러한 이해의 추구를 위해 전쟁을 유발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다. 이러한 파괴본능과 인간 본능은 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유대감이라는 것이다.마치 폭력조직의 조직 내 유대감이 어떤 다른 사회조직보다 더 크게 작동하는 현상을 통해서 이러한 견해에 동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넘어선 유대감은 가능한가? 프로이드는 ‘사랑’을 하거나 동일한 관심사를 가져 ‘동일화’를 촉진하는 방법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모든 인류가 서로 사랑하거나 동일한 관심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제안한 것은 바로 ‘성찰된 지성’이다. 프로이드는 아인슈타인에게 되묻는다. “아인슈타인, 당신 역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파괴적인 본능에 흔들리지 않고 권위의 남용에 분노하는가?”이는 “전쟁으로 생명의 권리는 결코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타인을 죽이도록 강제해서도 안 되며, 인류가 만들어 온 문화와 유산을 파괴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성찰된 지성 때문이다”라고 답한 것이다. 즉 전쟁을 멈출 방법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간 그 자체, 그들의 지성이 구원의 열쇠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 지성은 사라지고 욕망만 남은 한국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권 간에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를 최대한 신속하게 효력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하마스 사태를 보며, 우리에게도 위협이 될 북한의 전선 지역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구축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을 통한 방어체제를 염두에 두는 듯하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로켓포는 하마스 주장에 따르면 6000여 발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북한이 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는 1만1000문 이상이다. 전술핵도 가졌다고 봐야 한다.북한의 도발 징후를 아무리 감지한다 할지라도 북한의 전면적 공격에 한국형 아이언돔이 어느 만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 한 발을 놓치더라도 치명적이다. 인구 2000만 명이 DMZ 100㎞ 이내에 살고 있다. 정말 방어가 가능하다고 믿는가? 북한은 22일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핵무기를 장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는 시간문제다.전술핵 공격잠수함 김 군 옥 영웅 함은 자체 건조했다고 밝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기술적 보완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57 도입도 계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공군 F-22 랩터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기종이다. 전쟁을 위한 준비는 거의 임박한 듯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북한에 대한 응징을 변함없이 외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남북관계의 악화로 많은 합의사항은 무력화됐지만, 마지막까지 작동해 왔던 것이 ‘9·19 군사합의’다. 일부 도발 행위가 있음에도 무력 충돌로 가지 않았다. 전투비행과 군사력 투입도 없었다,그러나 우리 군사 당국의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 정지에 대응하여, 급기야 북한도 22일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합의가 무효화되면, 남북한 사이의 긴장은 국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막겠다’가 아니라 ‘응징, 보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2007년 이후 계속된 봉쇄와 압박은 이스라엘이 상상할 수 없는 군사모험을 감행하게 했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말한다.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으면 항복하거나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하마스 사례가 그러하다.”북한도 다르지 않다. “출구 없는 일방적 압박은 파국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통로가 열렸다.정부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구도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북·중·러 3각 협력을 부추겨 북한의 생존 공간을 새롭게 열어줄 수 있다…. 이스라엘 사태는 지도자의 독선과 오만이 국민의 희생을 불렀다. 한국 정부는 그런 과오를 답습하면 안 된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으로 드러난 욕망의 그늘이 우리나라에 비쳐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찰된 지성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은 우리나라 정치의 끝자락에, 가자지구의 비명이 귓가에 와 닿는다.다음 세대의 희망을 위해, 아인슈타인이 프로이드에 던진 질문과 대답,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성찰된 지성의 지도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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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철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SG위원장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지난달 28일 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가 발표됐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충북경찰청,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등 관계 기관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어느 기관도 이를 위한 사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은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공무원 등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재해 상황 전파, 교통통제 등을 소홀히 한 관련 공무원 63명은 징계하라고 요구했다.도무지 믿기가 어려운 이태원 참사에 이어 또다시 재난 대비 관리 감독 시스템 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무책임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서울이 115년 만의 폭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뒤에 윤석열 정부가 재난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많은 사상자를 낳은 재난이 발생했다”고, 하였고, 블룸버그 통신 역시 “한국은 매년 여름 폭우로 고통받고 있으며, 자연재해로 해마다 수십 명이 사망한다”고 보도했다.가수 ‘싸이’의 노래로 유명해진 ‘강남 물바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이어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까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재난 공화국’이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것이다. 오송 대형 참사는 지난달 15일 오전 8시 9분 청주시 오송역 인근 지하차도 미호천교 부근에 쌓여 있던 임시제방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천수 6만여t이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고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임시제방 너머로 넘쳤고, 제방 붕괴 18분 뒤인 8시 27분부터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8시 35분에 지하차도 내부는 차량 주행이 불가능해졌고, 8시 40분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겼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3일 청주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참사는 부실한 임시 제방을 설치하고 붕괴위험에도 비상 상황에 대응하지 않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재난 컨트롤 타워로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충청북도, 미호강 범람위기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청주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7일 오전 11시 기준 이번 계속된 집중호우로 인한 중부·남부지방에 사망자가 40명(세종 1명, 충북 16명, 충남 4명, 경북 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번 중부·남부지방 집중호우가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제 폭우와 폭염,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더 많이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다. ◇ “향후 10년의 기후 행동이 온난화 제한을 결정한다” 지난 3월 20일 외교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승인한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3월 13일부터 3월 19일까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개최한 제58차 총회에서 통합적인 단기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The Sixth Assessment Report) 종합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IPCC 제6차 평가 주기(2015~2023년) 동안 발간된 3개 특별보고서와 3개 평가보고서(WG, Working Group)의 핵심 내용을 통합적 관점에서 서술함으로써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영향 및 적응, 완화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종합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관측된 증거와 인간에 의해 유발된 기후변화의 역사적·현재 요인과 영향 및 현재 시행된 적응·완화 반응을 평가하는 A) 현황 및 추세가 있다.미래 사회경제 발전상에 따른 2100년까지의 기후변화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제시한 B) 장기 기후변화, 리스크 및 대응,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적응 행동과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경로의 중요성을 적시하고, 단기(2040년까지)에 적응과 완화 행동 옵션들을 평가하고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C) 단기 대응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표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The Sixth Assessment Report)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로 상승시켰으며, 과거와 현재 모두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역, 국가, 및 개인에 따른 기여도는 균등하지 않다.”고 지적햤다.“인류는 1850년에서 2019년까지 총 누적탄소 배출량은 2400±240 GtCO2 정도를 배출했고, 2019년 전체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은 2010년 대비 12% 증가한 59±6.6 GtCO2-eq이다.”고 하였다. ◇ 기후변화 적응의 불평등도 심화 보고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는 34~4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 하위 50%는 13~1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후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기후변화 적응의 불평등을 언급했다.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의 경우, “온실가스 증가를 포함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여 더 불평등한 결과 또는 복지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주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나타내는 오적응(maladaptation)의 증거가 모든 부문과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적응을 위한 전 지구 금융 흐름은 개도국의 적응 옵션을 이행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 2100년까지의 기후변화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제시하면서,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하였다.“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으며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급격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심각한 경고를 하였다. 또한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adaptation)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고 이미 기후 위기가 닥쳐왔음을 알리면서 이를 극복하는 적응 방법으로써 “오적응(maladaptation)은 유연하고 다양한 분야와 넓은 범위에서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 기후 재난 피해는 불평등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가혹한 재난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에도 그랬듯이 기후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이나 목숨을 잃는 이들은 선진국보다는 더욱 큰 피해를 입는 저개발국의 취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28일 IPCC가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 인간의 웰빙과 지구의 건강에 대한 위협”에서 과학자들은 “대처 능력이 가장 약한 사람과 생태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IPCC는 증가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폭염, 가뭄 및 홍수의 증가는 이미 식물과 동물의 허용 기준을 초과하여 나무와 산호와 같은 종의 대량 사망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기상이변은 동시에 발생하여 관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계단식 영향을 유발하고,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작은 섬, 북극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극심한 식량과 물 부족에 노출시켰다.”면서, “생명, 생물다양성 및 기반 시설의 손실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야심 차고 가속화된 행동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고 크게 줄여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지금까지 적응에 대한 진전은 고르지 않으며 취해진 조치와 증가하는 위험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것 사이에서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격차는 저소득 인구에서 가장 크다.”고 기후 재난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같은 날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에 관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WG2) 승인’ 자료에서는 5차 평가보고서(2014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물 안보, 빈곤, 건강 등 전 지구적 영향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기후변화 리스크 모니터링과 평가에 기반한 ‘기후 탄력적 개발’ 등 과학적․ 통합적인 적응계획 실행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 기후 재난 불평등 원인과 책임은? 기후 재난 원인은 지구온난화이고, 이를 가져온 탄소 배출은 선진국과 거대기업 및 화석연료 투자자들이 제공한 것임은 분명하다.그러나 재난 피해는 정반대로 저개발국과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불평등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탄소 배출은 소득분배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으로 불평등하고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하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 WORLD INEQUALITY DATABASE)에 따르면, 상위 10% 개인 탄소발자국 점유율이 1인당 탄소 배출량은 73t이었는데 하위 50%는 9.7t이었다.한국은 2019년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5t인데 상위 10%는 55t, 상위 1%는 180t에 달했다. 반면 중위 40%는 15t, 하위 50%는 7t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체 배출량 중 상위 10%가 약 3분의 1을, 상위 1%는 13%를 차지했다. 최근 변화를 보면 1990년에서 2019년까지 탄소배출량 증가의 21%를 상위 1%가 차지했고, 하위 50%는 16%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7%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함께 상위 1%의 배출량은 26%나 증가했다.여러 선진국 내에서 하위 50%의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부담도 부자 나라와 탄소 배출원이 더 많이 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기후 악당’ 국가로도 불린다. 기후 재난은 재난 대응력이 취약하고, 재난 시스템의 관리, 감독이 안이하고 무책임한 한 곳을 가장 먼저 덮치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이 큰 투자자나 기업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부담을 더 크게 지우는 일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기후 불평등, 재난 대비 관리 감독 시스템의 완결 등에 맞서는 정의로운 ‘기후 정의’가 우리 모두의 시민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중앙 정부를 비롯한 책임있는 이들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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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주요섭 (사)밝은마을_생명사상연구소 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한 여름 땡볕 아래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동료 교사들의 눈물이 아프다. 아들과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기후재난의 현장이 고통스럽다.정치문제 이전, 기후문제 이전 우리의 신체가 반응한다. ‘나’의 몸이 신음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그러나, ‘정치’적 비상시국 이전에, ‘생명’의 비상시국이다. ◇ ‘생명’ 비상시국 이때 생명이란 무엇보다 ‘삶아있는 몸-마음’이다. 지금 여기 우리의 ‘몸-마음’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우울감으로, 좌절감으로, 열패감으로, 허기로 체험한다. 생명의 문제감각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 있다. ‘나’로부터 출발한다. 이때 ‘나’는 초월적 주체로서의 ‘자아’가 아니다. ‘나’로 지칭된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이면서 또한 사회적인 것의 복합체로서의 인간이다.그러나, 이때의 ‘나’는 무엇보다 살아나고 살아가고 사라지는 ’생명의 나’이다.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배고프고,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고,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생명의 나’이다.기쁨을 나누고 마음을 열고 환대하며, 또한 환희하고 열반하는 ‘생명의 나’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욕망하고, 포기하고, 또한 저항하는 ‘생명의 나’이기도 하다. ‘생명의 나’를 자각하고 나면 외부가 다르게 느껴진다. ‘생명의 나’의 외부는 물질세계이기도 하고, 사회세계이기도 하고, 생태계이기도 하지만, 이제 세계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세계’로 경험된다. 외부는 ‘타자(他者)’가 아니라 ‘타아(他我)’가 된다.그/그들은 대상으로서의 타자가 아니라, 마음을 지닌 또 다른 ‘생명의 나’가 된다. 고양이의 눈빛이 정겹고, 먼지로 뒤덮인 길가의 화초들이 애처롭다. (감정이입만이 아니다)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웃들과 회사의 동료들이 사회적 역할이나 직책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으로 경험된다. 그의 희로애락의 감정적 변화가 예사롭지 않고, 상처받기 쉽고 늙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요컨대, 사회적인 것 아래,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생명세계의 실존이 체험된다. 그렇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오늘날 가장 절박한 문제는 ‘생명’ 문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태적 재난은 객관적인 사실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생명’의 문제가 되었다.이제 생태문제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공동체(공생체)의 절멸과 죽임과 고통의 문제이다. 그리고 죽임과 고통의 현실은 두려움과 우울의 ‘정동(情動)’을 격발한다. 어떤 이는 그것을 ‘파국시대의 정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세계를 ‘대전환기’라고 말하는 것은 기존의 질서와 체계(시스템)가 생명의 지속과 번영을 지지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자원수탈 및 생산력의 무한성장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시스템은 제로성장과 저성장으로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시스템도 ‘진영화’된 이해집단과 생명-생태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무한 경쟁과 무한 능력주의의 직업시스템과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한 근대적 의미세계 전체가 ‘시스템 종식’의 위기에 처한 것인지도 모른다.이른바 ‘근대문명의 종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한국사회는 근대문명의 반생명성과 시스템적 한계의 치명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몸-마음’이다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우리는 ‘정치공동체’ 이전에 ‘생명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우리에게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이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몸-마음’이다.비상품적 인간관계에 허기지고, 공생체(共生體)를 열망하는 ‘살아있는 몸-마음’이다. 정치의 최종심급은 우리가 가끔 ‘영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아름답고도 거룩한 ‘생명의 마음’이다. 그런데, 생명정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먼저 ‘생명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 요구된다. 요점은 이렇다.(일반적인 생명권력이론과 다르게) 생명사상의 관점에서는 권력이 (인간)생명을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생명 스스로 자신을 길들인다는 것이다.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들이 그렇듯이 생명의 훈육은 항상 ‘자기훈육’이고, 그것은 ‘생존의 기술’인 것이다. ‘타자복종’이 아니라, ‘자기복종’인 것이다. (‘자율’이라고 말해도 좋다.)복종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복종은 ‘인격적 복종’이 아니라, ‘결정에의 복종’이다. 코로나 백신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주민등록도 그렇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이 사회적 층위에서 국가를 생성해낸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생명을 과도하게 길들이려 한다면 저항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들뢰즈) 기존의 시스템을 전북하고, 또 다른 ‘자기복종 형식’을 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사상의 관점에서 모든 정치는 ‘생명정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코드’로 표현된다. ‘경제성장/경제침체’이라는 코드, ‘민주/반민주’라는 코드, ‘정의/부정의’라는 코드가 그것들이다. 생명정치는 ‘경제성장’ 정치, ‘부국강병’ 정치와 다른 길을 지향한다. 한국경제를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은 이미 포스트 성장시대에 진입했다. 저성장, 제로성장을 피할 수 없다.억지 경제성장 드라이브는 지금까지의 성과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극단화되는 ‘부국강병’의 정치를 목격하고 있다. 한계상황의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그 결과는 전쟁과 파멸일 수밖에 없다. 생명정치는 무엇보다 ‘이념정치’와 구별된다. 부연하면, (좌파든 우파든) ‘정치적 올바름’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도덕(선악)정치’, ‘진리정치’와 대별(大別)된다.이념정치, 도덕정치, 진리정치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청산’과 ‘척결’을 정치의 목표로 삼게 된다. 생명정치는 ‘(적폐)청산정치’와 ‘(좌파)척결정치’와 같은 배타적 진리정치에 동의할 수 없다.이들은 국민의 적대감을 양산하면서 자신을 확대 재생산한다. 특히, 한국 진보의 경우, 진리정치 과잉이 역설적으로 진리정치의 이른 종말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그런 맥락에서 오늘날 목격되는 ‘가짜/진짜’ 정쟁은 ‘진리정치’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또한, 생명정치는 ‘환경정치’ 및 ‘생태정치’와 비교될 수 있다. 환경정치와 생태정치가 인간과 사회의 조건으로써 객관적 생태계에 주목한다면, 생명정치는 인간생명을 비롯한 생명의 내면과 마음의 흐름에 주목한다.예컨대, 기후변화는 인류의 종말을 위협하는 ‘생태학적 사실’이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대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후우울’이 시사하듯은 기후문제는 이미 ‘생명의 마음’의 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명정치는 기존의 구별 도식을 뛰어넘는 도약적 차원변화를 기대한다. ‘초월적 돌파’를 고대한다. 생명운동의 핵심 논리 중 하나인 ‘이변비중(離邊非中)’의 차원변화가 그것이다.이변비중은 원효의 말로, 직역하면 “양 끝을 떠나되 중간도 아니다”라는 뜻이다. 핵심은 ‘중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중간(中間)’과 중도(中道)는 구별되어야 한다. 진보/보수의 중간,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좌/우, 진보/보수의 구도 자체를 점프해 새로운 구도를 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 ’구공존이(求空存異)‘, 생명정치의 원리 생명정치의 원리는 ’구공존이(求空存異)‘다. 그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와 구별된다. ’구공존이‘의 관점에서는 ‘세계의 원초적 공허함’이 강조된다. 진영들의 척도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공(空)’을 구하고 ‘차이(異)’을 인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차이의 생성 가능성을 의미한다.‘공허의 지대’는 ‘비구별의 상태’로 ‘생기(生氣)’적 사건의 장이며 ‘정동적’ 사건의 장이다. 생성과 창조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공’을 구하되 ‘차이’를 생산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살 수가 없고, 사회는 자기생산을 할 수 없다. 구별하고 비교하지 않으면 문명사회는 불가능하다. 구공존이를 생명정치에 적용하면, 두 가지 측면이 강조된다. 하나는 ‘무지(無知)의 정치’다. 이를테면, ‘확실성의 정치’에서 ‘무지의 정치’로서의 전환이다. 이때 ‘무지’란, 물론 ‘무지의 지’를 말한다.다시 말하면, ‘맹점의 자각’이다. ‘볼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없는’ 삶-사회의 조건에 대한 깨달음이다. 진영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영의 맹점을 인정하면서, 연찬(硏鑽)과 향연(饗宴)을 통해 풍요로운 ‘협력/경합’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접근할 수 있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문제가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없음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전 지구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지질학적 훼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일본 어민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당신들은 바다를 모른다.” (이는 기후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지의 기후-생태학’이 요구된다.) 그러나, ‘구공존이’의 ‘공’은 인지적인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것은 존재론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궁한 잠재력으로서의 공(空)의 역능에 유의한다.‘공’의 생성능력에 대한 ‘믿음’은 우리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킨다. ‘공’이라는 ‘미지의 지대’이자 ‘비구별의 지대’는 허무의 끝이 아니라, 풍요의 원천이다. 영점장(零點場)과 같은 무한에너지의 현장인 것이다. ‘구공존이’의 존이(存異)는 다(多)맥락적 사회, 다(多)세계적 세계를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다진영적 정치, 다당제적 정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예컨대, 생명정치는 생명문제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디지털기술 문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존이’는 타자로 인식된 진영들과의 협력을 강제한다. 구공존이의 생명명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정치의 전환’을 실험할 수 있다. 정치체계를 포함해 사회적 체계의 핵심이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전제하에서, 첫째, 정치적 소통의 ‘주제’를 ‘투기 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전환시키는 것, 둘째, 정치적 소통의 ‘방법’을 ‘이성적 판단’에서 ‘생명의 마음’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것이다. ◇ 정치적 소통 ‘주제’의 전환 : ‘투기경제’에서 ‘삶-생명’으로 지금까지의 정치적 소통의 핵심 주제는 ‘경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살림살이경제’와 구별되는) ’투기경제‘, 혹은 ’부자되기경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자본으로써 ‘능력’이었다.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것은 삶-생명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반생명적인 ‘악마적 거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명의 관점에서, 이제 우리의 정치적 소통의 주제는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이 아니다. 투기 ‘능력’이 아니다. ‘삶-생명’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생명으로서의 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때 ‘삶’이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이다. 지난 생애의 삶이 투기적 삶이었다면, 이번 생애는 ‘아름다운 삶’, ‘건강한 삶’. ‘멋진 삶’이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 정치적 소통 주제가 된다.‘자신의 환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노년의 자신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영국 정부에 있다는 ’외로움 장관‘만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 장관, ’존엄한 죽음‘ 장관, ’꿈을 또 하나의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관을 둘 수도 있다.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영역으로 자유경쟁에 방치되는 편의점을 ’호혜적 시장경제‘의 생활-거점으로 지원하고, 생물지역주의(bio-regionalism)에 기반한 ’공생체(共生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또 다른 지방세계‘의 탄생을 돕는 ’지방소멸/지방재생‘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다.생기있는 도시공간 만들기, 15분 도시, 스마트폰 프리의 날, 사회적 깨달음 학교, (직업학교가 아닌) ’생업학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이야기했다는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때 ‘생물’은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변화무쌍함을 가리키고 있지만, ‘생명’ 정치의 주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 생태정치: 기후변화, 생물종 절멸 등 생태적 문제들에 대처하는 정치- 생활정치: 식의주학(食醫住學) 등 생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 예컨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핵심인 주택문제의 경우 ‘주택 사회주의’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정책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생업정치: 직업이 아닌 ‘생업’(生業). 일자리에 대한 다른 접근. - 돌봄정치: 요양원 수용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돌봄체계- 모성정치: 탄생과 양육의 ‘어머니 마음’의 정치 - 존엄정치: 존엄하고도 평온한,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을 만드는 정치- 재난정치: 기후재난시대의 ‘생명선(life line)’을 예비하는 정치- 풍류정치: 생명친화적이면서 미학적인, 우리 전통문화의 흥과 멋을 살린 정치.- 사물정치: ‘사물들의 의회’와 ‘코스모폴리틱스’(라투르), 경물사상(최시형)과 인물균론(人物均論)(홍대용)의 제도화. - 마음정치: 심금을 울리는 정치, 생명의 마음과 감응하는 정치- 해방정치: 억눌린 생명들의 자기해방을 돕는 정치- 공성(空性)정치/영성(靈性)정치: 숭고지향을 드높이는 정치. 구공존이(求空存異)의 정치-등등 그 외에도 생명정치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생명정치는 개인의 욕구를 탐욕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기업과 국가의 약탈적 자원사용을 외면한 채) 생태문제를 개인과 가정에 전가하는 개인컵 사용 캠페인에 유의한다.생명정치는 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이분법적 사고’ 등 개인의 성찰로 환원하지 않는다. 생명정치는 화폐 만능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큰 ‘기본소득’에 찬성하지 않는다.생활주택, 생활임금 등 생활보장을 적극 검토한다. 생명정치는 이념적 성격이 강한 탈성장 체제전환론, 혹은 기후정의론보다, 포스트 성장시대에 걸맞은 다양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지금여기서 실험하도록 지원한다. 생명정치는 성적(性的) 미결정성과 자기선택을 존중한다. 등등. 그리고 또 한 가지, 생명정치는 ‘공간정치’와 비교되는 ‘시간정치’를 강조한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있다. 생명정치는 ‘공간’보다 ‘시간’에 주목한다.근대 산업문명에서 공간은 무엇보다 채굴과 개발의 대상이었다. 생명정치는 ‘생장소멸’하고 ‘생로병사’하는 우리의 실존적 생애주기와 생태계의 생명시간에 유의한다.진보/보수의 ‘선형적 시간’과 구별되는 ‘확산적 회귀의 시간’을 탐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에서 종말을 향해 가는 ‘시종(始終)의 시간’과 구별되는, 종말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종시(終始)의 시간에 주목한다. ‘다시개벽의 시간’에 주목한다. 생명정치는 ‘제국 일본’이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에 주목한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일본은 ‘실패한 국가’일지는 모르지만, ‘실패한 사회’만은 아니다.재난시대의 ‘라이프 라인(life line)’을 제도화하는 일본. 재난 경험을 통해 ‘이념’ 과잉과 ’의미’ 과잉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일본(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참조). ‘탈이념’과 ‘탈의미화’ 속에서 동시에 허무주의를 경계하는 일본. ‘신체’와 ‘정동’을 새로운 삶의 준거점으로 제시하는 일본. 재난 이후 폐허 위에서 새로운 삶의 형식을 실험하는 일본사회에 주목한다. 그리고, ‘생명경제’가 있다. ‘생태경제’만이 아니다. 30여전 년 접했던 일본의 지역자립의 경제학과 생명의 경제론이 떠오른다(『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 19세기 유럽에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의 ‘생명경제론’이 있었고, 21세기에는 자크 아탈리의 『생명경제로의 전환』이 있다.그리고, 심지어 ‘전북특별자치도’는 이른바 ‘생명경제’를 비전으로 제시한다(구체적인 프로그램에는 의문이 있다. 예리한 관찰이 요구된다.) ◇ 정치적 소통 ‘방법’의 전환 : ‘시비’를 기리는 정치에서 ‘심금’을 울리는 정치로‘심금(心琴)을 울린다’라는 말이 있다. 이때 심금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이다. 생명정치가 ‘생명의 마음’의 정치라면, 다시 말하면 ‘심금을 울리는 정치’ 아닐까.그러나, 정치의 최종심급은 ‘생명의 마음’이지만, 정치엔 정치 나름의 문법과 작동원리가 있다. 정치와 마음은 ‘정치/마음’의 형식으로 연동되고 있지만, 마음을 정치체계로 ‘직접’ 배달할 수는 없다.정치와 마음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유권자의 마음은 (여론조사와) 투표를 통해서만 정치화될 수 있다. 정치적 메커니즘을 통해 번역되고, 정치적 문법으로만 작동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민주/반민주’나 ‘국가/반국가’라는 정치적 코드는 사람들 마음에 ‘직통(直通)’할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 경험과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미 반응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거꾸로 열망과 염원의 마음 역시 정치적 코드화되어야 한다. (이때 코드화는 잠정적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해체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공은 정치적 코드화를 필수적인 조건으로 한다.대표적인 것이 ‘민주/반민주’ 코드이다. 생명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은 무엇보다 생명을 능욕하고 파괴하는 권력에 대한 생명의 저항이었다. 그러나 저항의 정치적 형식은 민주/반민주의 민주화투쟁일 수밖에 없다.그리고 ‘민주적인 것’과 ‘반민주적인 것’의 다양한 기준, 조건,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장착된다. ‘정강정책’도 그 중 하나이다.(그러므로, 역설적으로 생명정치는 정강정책으로부터 시작될 수 없다.) 이제 ‘코드’는 ‘서사’와 연결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1987년 6월 극적인 ‘민주항쟁의 승리’로 귀결된다. 생명정치의 코드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생명/반생명’이다. 그러나 생명정치적 사건은 코드만으로 촉발되지 않는다. 코드를 감싸고 있는, 코드에 들러붙어 있는 ‘정동’, ‘감응’, ‘유령’, ‘귀신’으로 이름붙여진, 다시 말하면 ‘신령한 힘’에 의해 격발된다.생명정치의 본령은 여기에 있다. 심금을 울려야 하는 것이다. 심금을 우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개인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과 집단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이 그것이다.이때 집단이란 생명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예컨대, ‘큐피드의 화살’과 ‘만파식적의 피리소리’가 그것이다. 이것들로부터 생명정치의 원형적 기예(技藝)를 배운다.(기존 정당들 역시 이미 생명정치, 정동정치의 기술을 구사해왔다. 경조사를 챙기며 슬픔과 기쁨을 같이하고, 식사자리와 술자리를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 관계를 확인한다. 그리고 대규모 정치집회에 관광버스를 동원해 스킨십을 넓히고 정동적 감응을 강제한다.) ‘큐피드의 화살’ 되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큐피드의 화살’의 타겟은 그/그녀의 심장이다. 두뇌가 아니다. ‘사랑’은 ‘생각’을 통해 격발되지 않는다.사랑의 마음 역시 원천적으로 신체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형태가 없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정동’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은 ‘정(情)이 들고’ ‘정(情)이 쌓이는’ 마음을 조준한다.그리고, 거기에 정치적 판단이 연결되면서 감정이 격발된다. 그간 ‘정치적 사건’으로써 화살쏘기는 늘상 있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진보파의 화살은 주로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이념, 가치, 의미, 정책과 같은 이성적인 것들이었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의 화살을 쏘았고,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살짝 걷어내면, 그때의 화살 역시,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가슴을 격발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 억압, 억눌린 마음과 자유의 염원이 폭발된 것이다. ‘만파식적(萬波息笛)’ 되기: 만파식적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신라의 영험한 피리로써, 직역하면 ‘일 만개의 파도를 쉬게 하는’ 피리이다.‘큐피드의 화살쏘기’가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직접적인 개인의 감정의 격발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만파식적의 소리는 비-개체적이고 비-가시적으로 세상 전체를 조율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만파식적은 소리의 힘으로 질병을 물리칠 수도 있고, 전쟁을 막을 수도 있다. 산천초목을 편안케 할 수도 있다. 특히 만파식적은 듣지 못한 이들에게도 감응되는 우주적 울림이다.그리고, 만파식적의 영험한 소리는 아름답고 담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만파식적은 기후재난과 팬데믹 시대, 전 지구적 생명공동체를 평안케 하는 지구적 생명정치의 ’기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큐피드의 화살이 개인의 마음을 향한다면, 만파식적의 피리소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생명과 생명 사이에서 공명한다. 큐피드의 화살이 ’감성정치‘라면, 만파식적은 이를테면, ‘신명정치’다.‘영성정치’다. 신명정치는 이를테면 ‘특정한 감정을 격발하기’보다 ‘공(空)’의 에너지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도식과 구별과 프레임을 해체하는 ‘초월적 돌파’의 에너지를 소망한다. ‘생명정치’란 이를테면, ‘큐피드의 화살’의 정치이며, ‘만파식적’의 정치이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화살들’과 ‘피리들’이 있다. 모토, 구호, 슬로건, 몸짓, 심벌, 아이콘, 이미지, 그림, 노래, 의례 등등이 그것들이다.이것들은 모두 유권자의 마음을 향한다. 한 번이 아니다. 수없는 화살이 반복적으로 날아가고, 그것은 친근한 ‘이야기’로, 담대한 ‘서사’로, ‘대서사시(詩)’로 종합된다. 큐피드의 화살이나 만파식적도 하나의 이야기거니와, ‘산업화’와 ‘민주화’ 역시 하나의 서사였던 것이다. ◇ 생명정치, 2024년 총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과정에서 생명정치의 ‘무리(黨)’가 형성된다. 150여년 전 수십년 간의 개접/파접(開接/罷接)의 감응체험과 수많은 조직사건 등을 통해 형성된 ‘동학의 무리((東學黨)’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무리’와 ‘주체’는 구별된다. ‘주체’가 영속적이고 초월적이라면, ‘무리’는 일시적이고 경험적이다. 반복적이고 재귀적인 ‘무리 경험’이 또 다른 무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무리’는 ‘세력’이 된다. 생명정치 세력 역시 깊은 산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 없다. 한 번의 사건 만들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무리가 형성되고, 생명정치 사건이 거듭되면서 세력은 확대 강화된다. 다시 말하면, 사건을 통해 ‘출현’하고 반복을 통해 ‘구성’된다.노동자계급이 노동투쟁을 통해 형성되고, 태극기부대가 태극기시위를 통해서 형성되듯이. 생명평화 탁발순례 5년을 통해 생명평화결사가 만들어지고, 생명평화 진영이 생겨났듯이. 그렇다면, 또 다른 사회적 무리와 세력으로 거듭난 ‘새로운 우리’를 우리는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2024년 총선은 하나의 기회이다. 한국정치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정치가 노동정치, 젠더정치, 생태정치처럼 정치적 시민권을 얻게 될 수도 있고, 혹 ‘초월적 돌파’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삶-생명이냐, 아니냐?’의 새로운 정치적 구도, 새로운 정치적 진영이 형성될 수도 있다. 정치적 전환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한계상황의 강도(强度)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시 물어야 한다. “한국정치는 바닥을 찍었는가?” “바닥을 뚫고 올라올 힘이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추락을 떠받치고 있는 낡은, 그러나 단단한 기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단단하지만 낡은 기둥일 수도 있다.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은, 새로운 무리와 세력의 부재이다. ‘숲의 천이(遷移)’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환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떡갈나무의 발아와 성장과 확산만이 숲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多)세계적’ 세계관으로 볼 때, 전환이란 ‘단일한 세계’의 변혁이 아니다. ‘또 다른 세계’의 태동을 통해 세계들을 재배치하는 일이다.세계가 세계들이고 사회가 사회들이라면, 새로운 사회의 태동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체사회의 배치를 재배치할 수 없다.‘더 많은 민주주의’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협력/경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발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적 이념, 새로운 정치의 ‘주제’와 ‘방법’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그 이름은 ‘생명정치’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정치적 변이’의 태동과 전염과 확산을 격발할 정동정치적 사건의 현장이다. 정동정치적 축제들이다.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발발은 그 1년 전 보은취회에서의 수만명 동학당들의 ‘공생체(共生體) 식사’와 시천주(侍天主) 주문과 풍물굿으로 고양된 ‘정동적 힘’, ‘공명의 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올가을, 수많은 큐피드의 화살들과 만파식적들이 공명하는, 전라도 고부 들녘에서의 ‘생명정치 페스티벌’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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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다가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는 예전처럼 조금 덜 나쁜 사람이나 이름값을 보고 뽑던 선거, 그래서 선거후 배신을 밥 먹듯 당했던 예전의 선거를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그날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유전자를 가진 대한민국 K-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중세 봉건체제로 전락해버린 이 나라를 원상 복구시킬 위대한 선택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억압과 불평등의 전제왕정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공화정을 세운 프랑스 파리의 혁명 시민들이 ‘바스티유감옥’을 점령한 것과 같은 역사적인 승리의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추락하는 국격, 하락하는 경제, 활기 잃은 사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유일한 나라, K-방역과 한류문화 신드롬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나라였다.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엊그제까지 그런 나라였다고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만큼 국격이 추락하고 경제가 하락하고 전쟁 위험이 높아가고 생기를 잃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그 와중에도 마치 절대왕정국가의 군주와 귀족들처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권력과 자유를 향유하는 특권집단이 국가기관 기관 곳곳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런 권력에 순응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그 권력에 도전하거나 특권적 제도를 바꾸려는 자는 피아(彼我)를 불문하고 철저히 색출, 척결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그의 또 다른 소설 「동물농장」에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을 수탈하던 존스 농장의 주인을 쫒아내고 새로운 권력자가 된 돼지는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특별히 더 평등하다.”는 말로 자신들만의 특권과 탐욕의 기반을 만들고 합리화 하였다. ◇ 정의(正義)가 제대로 정의(定義)되지 않는 사회 ‘특별히 더 평등하다’는 말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가? 이는 선동과 구호로 다른 동물들을 속여 권력을 잡은 지도자 돼지가 자신들의 거대한 욕망추구를 합리화하려는 말일 뿐이다.소위 나라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권력자들이 쏟아내는 그런 언어유희들을 우리는 매일 눈 아프게 보고 귀 아프게 듣고 있다. 그들은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나 「동물농장」의 돼지들이 만든 특권적 질서를 ‘공정’이라고 부르고, 그런 체제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한다.그들만이 누리는 무제한적 권력을 ‘자유’라고 정의하고, 그런 사회를 비판하는 자들을 ‘법치’라는 이름으로 응징한다. 그런 사회가 정의(正義)로운 사회라고 강변한다.공정, 상식, 자유, 법치, 정의라는 오래 전에 확립된 개념들조차 그들에 의해 왜곡된 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를 강요당하는 전근대적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 잦은 루머, 국가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이 무엇인지, 국가발전 전략은 무엇인지 정권 출범 2년이 지난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더구나 국가의 근간을 흔들만한 외교, 국방, 교육, 노동 정책들이 출처가 불분명한 채 뜬금없이 제시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나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철회되기도 한다.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국가안보와 재난시스템이 마비될 위험이 따를 수도 있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 실행되었다. 그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분분하다.국제적, 국내적으로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도하기 전에 대통령실 이전을 최우선 과제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은 모르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루머들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런 루머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갖게 하는 자료들이 유튜브나 신문지상에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왕(王)자가 쓰인 손바닥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것이 결정적 심증을 갖게 만들었다.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루머가 국정수행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국정의 최고 책임자에 대한 불신과 리더십의 하락, 국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정책 사안들이 이런 불확실한 출처와 불투명한 정책결정과정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한두 가지 정책의 잘못이나 국정운영의 실패에 대한 우려가 아니다. 국정의 방향과 전략내용, 의사결정 체계와 결정과정,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 등 국정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이 국민들 사이에 가득하다.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런 의혹과 불안의 정도는 국정수행 평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국정의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한민국을 그야말로 리셋 해야 한다. ◇ 국정수행평가가 낮은 이유, 국정수행 체제가 전근대적이기 때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30% 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국정수행 평가가 낮았던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다.특히 대통령 취임 초반에는 긍정 평가가 통상 60~70%를 보인다. 심지어 80%를 넘는 대통령도 있었다. 그게 정상이다. 한두 가지 정책을 잘못 입안했거나 국정수행 과정의 부실이 때문이라면 일시적으로 평가가 떨어지다가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국민들에게 인기는 없으나 반드시 해야 할 국가발전 비전을 담대하게 추진하다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이나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개발 억제나, 친환경적 생태 규제에 전력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국가 재정을 축내면서까지 초대기업에 과감한 감세혜택을 주면서 노조에 대해서는 범죄 집단처럼 대하고 있다.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꼭 집어서 적대시하고, 시장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사설 교육기관이나 강사들을 악의 카르텔로 단정하기도 한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주장하는 세력을 친 북한 공산주의자로 매도한다. 국민들을 끝없이 편 가른다. 그렇게 지지층의 결집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였음에도 결과는 이렇게 초라하다.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물론이고 지지했던 국민들 상당수조차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체제 전반에 깔려있는 비근대성이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한다. 조금 과한 평가일 수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몇 가지 점에서 마치 공화정이 수립되기 전 중세 유럽의 전제왕정 체제의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제왕정 체제의 특징이 이 정부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 민주공화국에서 전제왕정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가? 첫째, 주권을 자신의 것으로 알고 있던 전제군주와 같이,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사나 의혹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려 하지 않으며,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야당 국회의원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심지어 입·틀·막으로 배제해버린다. 신년 연두 기자회견을 녹화 대담으로 대체하고, 형식적으로나마 몇 달간 시행하던 도어 스테핑도 사소한 이유를 들어 중단해버렸다.대통령의 저속어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전용기에 태우지 않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와 사주에 대한 압수수색과 영장청구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집권 여당보다 많은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 대표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주권이 전제 군주에게 소속된 절대왕정 체제 하에서나 가능한 국정운영 방식이다. 둘째, 경제적, 정치적, 사법적 특권을 가진 소수의 신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 봉건 신분제 사회에는 세 가지 신분층이 있었다.그 중 1%의 인구를 차지하는 제1신분인 성직자와, 2%의 인구에 해당하는 제2신분인 왕족과 귀족이 상층부 특권층을 이루었다. 그들은 국가의 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납세의 의무는 면제받았다.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경우 그들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는 제3신분의 평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압박을 받았다.따라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권 신분의 존재에 따른 불평등한 세제와 수탈적 국정운영은 프랑스혁명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 검찰, 중세 귀족처럼 정치·경제에 더해 사법적 특권까지 누려 중세 귀족들은 경제적, 정치적 특권에 더하여 사법적 특권까지 누렸다. 먼저, 귀족들은 일반 법정이 아닌 귀족들만의 특별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이러한 사법제도는 귀족들에게 더 관대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을 높여주었으며 때로는 법의 엄격한 적용을 회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영지 내에서 사법권을 직접 행사할 권한이 있었다.따라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여 집행하곤 하였다. 마지막으로, 귀족들은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자체가 면제되었다.성직자나 귀족들의 사법적 특권은 이들 특권층의 불공정,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제3신분인 평민들에게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위협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따른 유사 신분계급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제도에 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한 없이 행사하는 신분이 허용될 수는 없다.그런데 우리나라의 검찰이라는 특수한 신분은(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떤 권력에도 통제받지 않는 특수계급이 된 지 오래다.특별히, 특수부 출신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부기관과 산하기관, 심지어 정당의 요직까지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행정부, 입법부, 언론까지 통제하고 사법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최고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때로는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정치검찰의 역할을 자처하여 국민들의 불신과 원성을 사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특권에 도전하는 세력을 무자비하게 수사하여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도 한다.마치 중세시대 귀족들과 같이 사법처리 특권자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거리낌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나아가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로 한 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수임한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기도 한다.또한 이들을 고 연봉 비상임 자문역으로 두고 유사시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넘쳐난다. 전 현직 검찰이나 그 가족들은 어떤 경우에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확인하였기에 벌어지는 불의한 병리적 현상들이다. 국민들, 특별히 정의롭고 열정 있는 젊은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 국회와 언론의 견제, 감시기능 사실상 무력화 시켜 마지막으로, 삼권분립이 헌법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형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전의 절대왕정국가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의 세 권력을 모두 전제 군주가 갖고 있었다.그러나 민주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삼권분립으로 국가권력의 분산과 상호견제를 통해 권력자의 국정 농단과 국민주권 침해의 위험을 막고 있다.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려면 국가권력이 집중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법부의 주요 기능의 하나인 행정부 견제와 감시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권분립이 없던 전제 왕정 시대와 닮아 있다.여당 대표 선출에 대통령이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도무지 권력행사 외에 국정운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야당이 발의하여 통과시킨 민생관련 법안들을 그 필요성과 긴급성 여부와 관계없이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무산시키고 있다.대통령과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이해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불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언론은 따져 묻지도 않는다. 제4부인 언론의 자유는 찾기 어렵다. 과거 어떤 대통령, 어떤 정부에서도 이렇게 대놓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킨 적이 없었다. 정부의 주요 개혁정책들은 국회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그런데 야당과 협치하지 않겠다는 것은 집권 5년 동안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 정책들을 일체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모든 국가들이 치열하게 국익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이 때에 윤 정부가 5년 동안 현상유지만 하고 보낸다면 우리나라는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실제로 외교, 안보, 언론, 민생 등 거의 모든 국정 분야에서 퇴행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압수수색과 영장청구 남발로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민주권주의와 민주공화국의 정체를 잃어버리고 후진국 체제로 전락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 4.10 총선, 공정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되찾는 출발점이 되야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려면 가장 먼저 검찰 ‘캐비넷’을 떠올리며 두려워해야 하는 공포 정치가 나라의 모든 활기를 잠식시키고 있다.전제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는 봉건적 구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며 민주공화주의 정체의 기본가치를 져버리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위협받고 있다.이제 우리 모두가 각성하고, 이 땅에 민주공화주의 회복을 위해 결연히 나서야 할 때이다. 2024년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시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한다면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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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도영인 전)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작년 몇 달 동안 나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남양주 별내 신도시에 있는 고층 아파트를 팔고 제주시의 신축 빌라로 이사하게 되었다.부동산 시세의 하락과 건축업계의 재정난 때문에 원래 공지되었던 날짜보다 몇 달씩 입주일이 지연된 것이다. 임시거처에서 새 빌라의 완공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지인들이 내게 자주 물었다.은퇴 후 삶의 터전으로 비교적 살기 좋은 지역에 잘 정착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왜 번거롭게 다시 이사를 결정했냐고 의아해했다. 그것도 차로 왕래하기 어려운 제주도까지 꼭 이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내 응답은 간단했다. 자연의 품 가까이 살겠다고. 일 위주로 살아온 내가 은퇴할 때까지의 바쁜 생활을 돌아다보니 집 주변 자연환경 속에서 큰 행복을 누렸었던 기억이 뚜렷했다.나는 미국 동부의 아름다운 해변마을에서 만끽했던 지구 어머니의 평온한 생명 에너지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나는 제주도의 푸근하고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누리려고 내 생애 마지막 이사를 감행한 것이다. ◇ 인간이라는 섬, 사회적 동물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1938~), ‘섬’ 인간(人間)은 서로 간격을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 인간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어를 사용하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상의 고등 동물’이라고 정의된다.우리는 각자 다른 이와 분리된 몸으로 섬에 비유될 수 있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산다. 동시에 다른 인간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내면의 욕구가 있다. 의식주 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각자 다른 모습의 몸을 생산적으로 쓰는 가운데 자기 피부의 안팎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창조한다.아직 미성숙한 사춘기이거나 외모만 돌보기에 바쁜 경우에 눈에 보이는 모습이 진정한 자신인 줄로 아는 사람도 많다. 자기 몸의 모양새가 진정한 자신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사용하는 삶의 임시도구일 뿐이라는 걸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 걸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인간은 겉모습보다는 자기만의 은밀한 내면 정체성이 훨씬 더 중요한 동물이다. 표층적인 동물의식을 갖고 먹고사는 욕구에만 집중하는 동물과 인간이 서로 다른 점이다. ‘단세포적인’ 인간이라든가 의식 수준이 낮은 ‘파충류’ 인간이라는 표현은 단연코 모욕적인 언사일 수밖에 없다. 인간 욕구는 생존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몸이 홀로 선 섬과 같다면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세계라는 미묘한 섬을 각자 만들어낸다.사람은 자기만의 의식세계를 보전하기 위한 서로의 거리가 필요한 존재이다. 보통 인간은 혼자만의 심리세계와 동기부여의 방향에 따라 감성적 특성을 가진 내면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정현종의 시적 표현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개인은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가진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이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정현종 시인의 마음에서 나는 섬이 주는 물리적인 거리감보다는 심리적인 고립을 먼저 읽는다.언어라는 개념 도구를 가진 고등한 존재로서 사람들에게는 고립된 섬 (즉 물리적 정체성)과 또 다른 서로 다른 내면세계를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다.미국의 한 유행가 가사 구절인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서처럼 섬을 잇는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우리 인간은 모두가 하나라는 인류의식을 가져야 한다.서로 떨어져 있는 신체적인 정체성을 넘어 각기 다른 내면의 존재감을 존중하는 배려심과 상대방을 돌보려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오랜 타국 생활 후에 내가 2010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지난 수 십년 동안 개인주의 체제로 무지막지하게 변화했다. 이제 일인 가구가 거의 25%에 달한다.한국전쟁 이후 너도나도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경제 시스템 속에서 매우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쟁 위주의 일상패턴에 빠져 ‘나 몰라라’ 하는 개인 중심적 인간관계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가 낳은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통계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인 대부분은 고립되어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급히 연락할만한 지인이 있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보다 아무도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고립성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등 거시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지역공동체 삶의 방식에서 다시 찾지 않으면 안 된다.기본적으로 홀로 선 섬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어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 서로를 돌보는 ‘돌봄 공동체’가 가능한가? 화상회의와 SNS 소통방식으로 상징되는 비대면 인간관계가 점점 더 보편화 되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기술적인 방식으로나마 사회적인 연대감을 유지하고 산다.이미 ‘가상공동체’라는 현실이 일반인들에게도 점점 더 익숙해진 세상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각자 처한 시간과 공간이 큰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코로나 사태 이후에 글로벌 차원의 가상공동체인 시공간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내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한국시간으로 밤 12시부터 전 세계 지구인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이라는 웨비나 토론에 참여한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증가하는 기술적 교류로 인해 인간관계의 질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지 않나 우려하기도 한다. 현란한 속도의 정보교환에 의존하는 가운데 개인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화상회의 방식의 학술대회나 소그룹 모임이 증가함에 따라 친분 있는 동료와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 악수하고 미소짓는 자연스러운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다.현시대의 비대면 생활패턴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좀 더 인간적인 관심이나 배려심을 나누는 시간을 없애고 있다. 기계화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에서조차 사회적 효과성보다는 기회비용, 가성비 혹은 시간 효율성에 더 신경 쓰게 된 현실이 씁쓸하다. 인간이 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공감과 연대감을 나누기를 원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 가운데 ‘우리’를 잊고 사는 개인 중심 일상에 갇히게 되었다.기계화된 체제 속에서 인구 대부분이 자기도 모르게 외로운 느낌과 삭막한 고립감의 늪에 빠진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이제 사람들이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성과 영성적 존재감을 깊이 인식하는 사회체제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다행히 일부 지식층과 깨어있는 시민들 중심으로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중위기 시대로 접어든 한국에서 현재 직접민주주의연대, 상생돌봄공부방, 마을공화국, 지역자치당, 시민사회위원회 등 온갖 유형의 시민연대를 증대시키려는 사회활동이 활발하다.집단협력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위기감에서 벗어나고 더 안정된 사회생활을 실현하려는 지혜로운 집단지성이 왕성하게 표출되고 있다. 한국 사회를 밝히는 희망의 촛불들이 많이 있다. 전통 방식대로 반찬을 따로 자기 접시에 담지 않고 한 상에서 나누어 먹는 식습관이 아직 건재하다. 개인들 사이의 거리감을 함께 나누는 음식문화로 좁혀온 한국인의 오랜 집단의식을 엿볼 수 있다.코로나 사태 후로 바뀐 면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는 나눔과 돌봄의 문화가 아직 진하게 남아있다. 나라 전체의 빡빡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5개월 전에 제주도로 이사 온 후 한국문화 속 풍요로운 연대감과 푸근한 인간관계를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 꿈속의 내 고향이 제주도는 아니다 연약한 날개로 장거리 여행을 감행하는 나비들과 고향 땅에 두고 온 둥지를 잊지 않고 찾아 돌아가는 황새와 같은 생명은 고귀한 존재들이다.위험을 무릅쓰고 표출하는 끈질긴 사랑 에너지와 생명 존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일상의 삶 속에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우주적 힘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등 동물이 아닌 생명체들조차도 사랑과 생명의 보금자리를 보전하려는 본능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은 신비한 우주적 원리에 기반하여 타고난 생명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고유한 존재의미를 창조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서울이나 육지의 큰 도시에서 살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제주도민들을 지난 몇 달 사이에 여럿 알게 되었다. 내가 제주도에 안착한 것은 태어난 고향이 제주도이기 때문은 아니다.돌아보건대 30년이라는 타국 생활 동안에 여러 번 직장을 옮긴 건 마음의 고향을 찾으려는 매우 인간적인 본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에게 있어서 출생한 지역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붙이고 살만한 마음의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나는 2010년도에 한국에서 얼마간만 살아 보려는 생각으로 임시로 귀국했었다. 그리고 결국 퇴직 후에 한국에 정착하기로 하고 미국 집을 팔았었다.생각해보면 내가 끊임없이 중요시해 온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며 살만한 지역공동체를 찾으려는 무의식적 욕구(needs)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 1960년대 한국이 너무 가난했던 시절에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미국식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서 이민행을 감행하는 인구가 많았다.군사독재와 국가폭력을 피해서 1980년대에도 줄줄이 이민 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2024년 현재 ‘헬조선 신계급사회’를 탈출하려는 젊은 청장년층이 느는 추세다.최근에 카이스트 연구원을 포함하는 최고급 기술인력이 R&D 예산을 삭감한 권위주의 정부의 무도한 정책에 실망하여 미련 없이 이민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지난 이삼십 년 동안의 역이민 추세를 역행하며, 불안정한 교육정책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의 인구절벽 시대에 제주도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 제주도는 희망의 섬 은퇴자의 천국이라 할만한 제주도에서의 내 개인 생활은 여러모로 매우 만족스럽다. 검소한 채식 생활이지만 도심의 나쁜 공기와 불쾌한 인구 조밀 상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축복이다.나는 가까이 해변에서 건강에 최고라는 맨발 걷기도 하고 숲속 산책도 하는 호강을 누리고 산다. 도시개발로 많이 훼손되기는 했어도 제주도에서는 아직 풍성한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나는 제주도 특유의 자연환경의 고귀함을 실감하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영어소통이 가능하므로 사실 나는 지구 어느 곳에 살더라도 새 지역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자신감이 있다.작년에 2개월 가까이 칠순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두 여성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했을 때 그 자신감이 허황한 오만함이 아니었음을 체험한 바 있다.그러나 나는 한국사회의 못남과 자랑스러움을 모두 함께 사랑하는 한국인이자 세계인이다. 판소리와 고전무용을 포함하여 한국문화를 즐기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본래부터 내게는 딱히 이름 지을 수 없는 일종의 ‘한국사랑’ 같은 의식이 내재해 있다. 그러나 나는 좁은 의미의 민족주의 정신을 추종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인류 하나됨’을 추구하는 지구인이다. 영성 면에서 ‘하나됨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기에 형이상학적으로 외롭지 않지만 내 삶의 실존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한국 시민으로서, 미국 시민권자로서, 그리고 이제 제주도민으로서 나는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분열의식으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있는 지구 어느 구석에서도 온전히 평안한 의식세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내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만한 온전한 공동체는 아직 계속 진화하고 성취되어야 할 이상향으로 남아있다.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고 항상 고마움이 있으나, 나는 아직 큰 소원이 있다. “삼촌은 소원이 뭐예요?”삼촌은 곰곰이 생각하다 낮은 목소리로 쑥스러운 듯 말했습니다.“조국 통일.”세상에나 소원이 조국 통일이라니, 신문에서나 보던 말을 실제로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게 소원인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습니다. - [없는 층의 하이쎈스] 김멜라 장편소설 (2023, 327쪽)에서 그렇다. 다시 찾은 내 고향 한국은 절대로 반쪽인 체제로 계속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분단을 극복해야 한다. 제주도 내에서의 환경문제 등 여러 산적한 공적 이슈들과 함께 해결되어야만 할 가장 큰 문제는 분열의식이다.위에 인용된 것처럼 요즘 젊은 층에서 다소 신기하게 들리겠으나 내 소원은 “‘조국 통일’”이다. 일부 극우 그리스도교인들이 꿈꾸는 “빨갱이” 때려잡고 성취하는 흡수통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독일에서 불완전하게 이룬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자본주의 중심의 통일도 아니다.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무엇보다 인권이 존중되는 그런 통일을 원한다.같은 동포를 부자연스럽게 양편으로 갈라놓은 DMZ 경계선을 넘나들며 왕래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하기를 바란다.소통과 왕래를 통해 한민족이 공통으로 갖는 크고 밝은 공동체 정신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그리하면 언제라도 한 국가체제로서의 정치적 통일까지도 점차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제주도에는 섬이라는 특수한 제약을 극복하면서 제주도민이 함께 겪어낸 몽고항쟁과 일제 수탈과 같은 고난의 역사가 있다.일본에 의한 식민지 경험과 처참한 4.3항쟁에서 흘린 피눈물을 제주 곳곳에서 흔히 보이는 검은 돌들이 끌어안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잘못된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오랜 슬픔과 한을 공기처럼 숨 쉬게 된다. 그래서 제주도는 어느 지역공동체보다도 더욱 세계평화에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새내기 제주도민으로서 나는 조만간 우리 민족끼리 서로 왕래하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북한에서든 남한에서든 한국(조선)인 모두 인권 중심의 새로운 체제를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정치적 조작으로 오염된 근대역사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의 본성은 원래 평화로운 돌봄 문화의 가치를 추구한다. 사랑 에너지가 동백나무처럼 꽃 피어 나는 온전한 생명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도는 ‘평화의 섬’ 특유의 세계적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본다.인생 후반기 70대에 들어선 나는 제주도에서 그런 희망의 걸음마를 새로 시작한 셈이다. 제주도는 이제 내게 희망의 섬이 되었다. 도영인 님은 전)우송대 사회복지학 교수를 정년 퇴임했고, 현재는 Deep Change Inc에서 영성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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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섭 생명운동가 [출처=복지국가소사이어티]4.10 총선 후 여당은 탄식을 하고 야당은 환호를 했지만, 내가 살고있는 전북 정읍의 정치적 무풍지대였다. 차라리 쓸쓸했다. 민주당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된 후 투표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4월10일 투표장에 가긴 했지만 나는 신성한 한 표의 권리를 포기했다. 지역구 후보를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40여 년간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을 석권했다. 파랑 일색이다. ◇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본 4.10 총선 관전 포인트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나의 4.10 총선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첫째, 기존의 보수/진보의 구도를 넘어서 차원변화의 ‘신호’와 ‘변이’가 출현할 것인가? 둘째 정동(情動)의 생명정치는 어떻게 작동되는가? 셋째, 양대 진영정치 사이 녹색정의당은 생존할 수 있는가?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바이다. 첫째, 변이는 없었다. 둘째, ‘정동정치’는 넘쳤다. 셋째. 녹색정의당은 생존하지 못했다.두 번째 관전 포인트와 관련한 부분만 부연하자면, 조국의 정치적 부활과 승리에는 대통령의 오만과 여당의 무기력을 비롯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정동정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념’과 ‘파토스’와 ‘감정’의 정치학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돌아보면,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꿈’이다. 나의 이번 총선의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꿈’의 존재 여부였다. ‘꿈이 있는 정치’, 혹은 ‘정치적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지점이 그것이다.오늘 우리는 ‘꿈을 꾸지 않는’ 시대, ‘꿈을 꿀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20대 정읍으로의 낙향 이후 오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배꼽’ 정읍의 꿈이 그것이다. ‘지역구성체’의 꿈이 그것이다. 사회학자 김홍중에 따르면, 이 세계는 ‘사회구성체’이기도 하고 ‘기술구성체’도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몽상구성체(dream formation)’이다. 지역은, 정읍은 2024년 4월 나의 ‘몽상구성체’의 거점이다. ◇ 지역이라는 ‘꿈’, 지역이라는 ‘틈’ 나에게 지역은 ‘꿈’이다. 나에게 지역은 ‘틈’이다. 나에게 그 ‘꿈’은 새로운 변이 출현의 ‘틈’이기도 하다. 지역은 틈이다. 지역은 또 다른 삶, 사회, 그리고 새로운 정치의 ‘입구’이다. 지역은 ‘생동하는 생명의 장’이다. 차원변화의 창조적 생성이 시작되는 “예감으로 가득 찬”(김지하) 여백이다. 틈은 열려있기에, 고정되지 않았기에 틈이다. 틈은 비어 있기에 틈이다. 그늘이고 변방이기에 틈이다. 초점은 ‘지역’이다. ‘지역(地域)’이라는 한자말 그대로 ‘땅’을 전제로 한다. 지역은 땅 없는 인공도시와 구별된다. 도시가 사람을 당기는 힘은 돈과 인간과 문화이다.그런데, 지역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지역의 마력(魔力)은 공기와 숲과 경관이다. 나는 거기에 이름을 붙여보았다. ‘감응적 끌개’ 혹은 ‘정동(情動)적 끌개’가 그것이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다. ‘말씀’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땅이 있어야 한다. 숲이 있어야 한다. 농작물과 나무들만을 위해서 아니다.땅의 기운, 숲의 기운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지역에는 무엇보다 ‘정(情: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땅 사이 정(情)이 흐르고 있어, 지역은 하늘의 무늬와 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온전한 삶의 터전이 된다.지역은 무엇보다 ‘다정(多情)한’ 생명의 고향이다. 한국 전통의 ‘풍수(風水)’의 사유는 이를 잘 보여준다. 서구의 생태이론에는. ‘생명-지역주의(bio-regionalism)’라는 말이 있다. ◇ 지역은 가장 강력한 ‘권력’의 현장이다 그러나 지역은, 동시에 강력한 권력 작동의 현장이다. 권력 행사의 자리에 특정한 인물을 앉히는 권력, 지역의 돈과 자원을 배분하는 권력, 패거리를 모으는 권력, 다수결 투표를 통해 패권을 추인받는 권력 등이 그것이다.‘권력’은 사람들을 오른쪽으로만 걷게 하기도 하고, 나이를 한 살 줄이게도 한다. 권력은 힘이 세다. 권력은 산허리를 끊어 도로를 내게 하기도 하고, 권력은 있던 기관을 없애기도 하고 새로운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은 ‘필요악’이 아니다. 잘못 행사되었을 때, 결과적으로 ‘악’이 될 뿐이다. 권력을 혐오할 일도 기피할 일도 아니다. 그 작동과정을 잘 살펴보고, 또한 내가 가진 권력(선거권/피선거권)을 잘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력체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투표는 기본이고, 당원되기와 정당만들기도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이다. 권력이 ‘타자의 행위를 강제하는 사회적 힘’이고, 정치가 그러한 권력의 작동 메커니즘이라면, 정치의 가장 강력한 현장은 ‘지역’이다. 특정 국회의원 후보자에 투표를 하고, 혹은 아는 시의원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돕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지역정치는 길냥이들의 사료공급 여부를 결정하고, 산업쓰레기 매립장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양이당’이나 ‘환경당’을 만들어야 한다. 법적인 정당은 아니라도, 정치적 무리를 형성하고 정치세력을 조직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단 여론을 통한 영향력만이 아니라 정치체계에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듯이, 현재의 규칙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 또 다른 세계의 태동을 위한 조건 전국이 ‘지방소멸’시대다. 주민들은 늙고, 인구는 줄어든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지역이 비어간다. 그러나, 비어야 채울 수 있다. 지방소멸이 반갑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태동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전에 배제되었던 또 다른 꿈과 열망이 작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다’는 복잡계이론의 유명한 경구를 다시 떠올린다. 130년전 변방 고부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개벽의 꿈, 집강소의 실험을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도 조직도 사회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당과 정치적 구도는 외부의 강력한 충격이 없이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민주당’도 ‘국민의 힘’도 웬만해서는 바꿀 수 없다.혹시 당은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좌/우’ 혹은 ‘진보/보수’의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구도는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바꾸기’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를 ‘태동’ 시키기이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세계는 ‘세계들’이다. 정읍도 하나가 아니고, 전북도 하나가 아니다. ‘2차전지’의 전북도 있지만, ‘수라갯벌’의 전북도 있다. 민주주의의 전북도 있지만, 동학과 개벽의 전북도 있다. 더욱이 170만명 도민 마음 속에는 자기만의 ‘전북들’이 있다.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 외에도 수많은 정당들이 있다.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도 좋다. 그러나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또 다른 세계를 창발할 수 없다. ‘한국정치의 차원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기존 정치체계와 다른 ‘변이’와 그것의 폭발적 확산만이 기존의 정치구도를 ‘다시개벽’할 수 있다. ‘개발과 성장의 전북특별자치도’와 구별되는 ‘또 다른 전북특별자치도’의 태동을 통해 기존 전북의 ‘배치를 재배치’할 때에만 전북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특별함과 또 다른 특별함을 불연속적이다. ‘새로운 것’의 태동을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과 ‘공존’하되 ‘단절’해야 한다. 단절은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이다. ◇ ‘허무’와 ‘쓸쓸함’과 ‘죽음’이 정치의 주제가 될 수는 없을까? 유권자는 이념전쟁을 선포한 대통령과 여당을 심판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명정치의 관점에서는 야당은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야당은 국민이 명확하게 ‘시/비’를 가른 것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정동정치의 관점에서 심판의 최종심급은 ‘거부감(感)’과 ‘저항감(感)’, ‘거부의 감각’, ‘저항의 감각’이다.생명정치의 발동이다. 들뢰즈가 말한, “권력이 생명을 대상화할 할 때, 생명은 레지스탕스가 된다”라는 경구대로 ‘생명의 담지자인 유권자’는 오만한 권력에 본능적으로 저항한 것이다. 생명정치는 좌/우-진보/보수의 이념정치와 구별된다. ‘삶-생명의 정치’를 지향한다. 생명정치의 척도는 ‘몸-마음’이다. 생명정치의 척도는 ‘느끼는 몸’, ‘고통하는 몸’, ‘그리워하는 몸’, 그리고 ‘꿈꾸는 몸’이다. 생명정치는 몸의 이로움을 생각하는 마음, 즉 이기심(利己心)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익만 따지는 마음은 경계한다. 생명정치는 무엇보다 "마음이 움직여지고 있는 '나' 자신"에 유의한다. 외로움, 고독, 허무와 쓸쓸함이 정치의 주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인간, 동물, 식물, 숲, 강고 바다의 ‘감응적 관계’의 단절에 주목한다.생명정치는 치매와 죽음의 정치이다. 그러나 의료문제로만 접근하지는 않는다.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치매는 ‘불행의 끝판왕’이 아니라, “치매야말로 인생의 마지막에 주어진 은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죽음. ‘죽음’은 생명정치의 결정적인 주제 중 하나이다(안락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한다.). 그러므로, 생명정치는 유권자들의 생명의 ‘마음’을 향한다. 정동정치가 그것이다. 이를테면, 마음의 울림, 다시 말해 ‘심금(心琴)을 울리는 정치’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정치, 다시 말해 ‘예술정치’, ‘우주적 마음의 정치’다. ◇ 상상력과 몽상력 국어사전에서 ‘상상력’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입이다. ‘환상력’이라는 단어도 있다.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생각이나 공상을 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또 다른 힘이 있다. ‘몽상력(夢想力)’이 그것이다. ‘꿈꾸는 힘’ 말이다. 나에게 ‘몽상력’은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어떤 힘에 대한 느낌과 알아차림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꿈꾸기의 능력이다. 꿈은 신체적이다. 동시에 꿈은 우주적이다. 대체로 일관되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지만, 그것은 시공을 초월한다. 단, 몽상력은 그것이 ‘하나의 꿈’이라는 자각을 전제로 해야 한다. 꿈이라는 자각이 없으면, 맹목적 확신이 되어 스스로를 구속하고 파멸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꿈속에서 살고 있이. 꿈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믿어지면, 훗날 산업화, 민주화 식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김홍중의 ‘몽상구성체’가 그것이다. ◇ ‘개벽정치’의 꿈 전북은 개벽사상 및 개벽운동의 고향이다. 코로나19를 겪고,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오늘, 이른바 ‘팬데믹-기후재난 시대, ’생명정치‘는 ’개벽정치‘가 된다. 나는 요즘 다시 꿈을 꾼다. 환상적인 꿈이다. 생명정치는 환상정치다. “정읍이 우주의 배꼽이다.” 정읍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말이다. ‘우주의 배꼽’은 ‘생명의 중심’, ‘우주의 중심’을 상징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보천교 시절 ‘우주의 배꼽’은 정치적이었다.가혹하고 절망적인 식민지 치하에서 보천교는 ‘시국(時國)’이라는 나라와 그 도읍지 ‘정읍(井邑)’라는 정치적 서사와 꿈을 발명해냈고, 식민지 민중에게 적지 않게 위로가 되었다. ‘우주의 배꼽’ 정읍에서 만드는 새로운 몽상구성체를 꿈꾼다. 정읍과 전북이라는 ’지역‘으로부터 시작하되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나에게 그것은 ’정읍당‘이면서 ’전북당‘이면서 ’생명당‘이면서 ’개벽당‘이다.기존의 풀뿌리 정치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했다. 생명정치는 조금 다르다. “우주적으로 감응하고 지구적으로 연결하고 지역적으로 실험한다.“ 개벽세상을 꿈꾼 이들의 경구를 다시 떠올린다.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만국을 살릴 계책이 조선 남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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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센터 바케가든(Senior Center Bakkegården)Taxvej 18, 2880 BagsværdTel: +45 3957 4300www.gladsaxe.dk브리핑덴마크코펜하겐6/17(금)10:00~11:30□ 방문 개요구분내용브리핑Charlotte Rugh(코디네이터)세부일정 방문사진 □ 연수 내용◇ 일반 노인과 치매노인을 위한 공동 생활공간○ 시니어센터 바케가든(Bakkegarden)은 자치구인 글라드삭스(gladsaxe)에서 운영하는 치매노인들을 위한 공동생활공간으로 107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이곳에서는 자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도 있지만, 정원 가꾸기, 청소 등이 가능한 일반 환자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1년 이상 장기간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몇 주만 머무는 사람도 있는데, 원칙은 환자 우선이며, 병원에서 요양 치료 진단을 받고 오는 분들을 위해 그 보다 조금 건강한 분들이 양보를 하기도 한다.○ 연간 운영예산은 135억 원 정도로 1인실 임대료는 월 115만 원 정도이다. 덴마크는 노인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돈이 없는 사람도 이런 시설에 입주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다.시니어센터는 ‘경제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치매노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라드삭스의 인구는 7만 명인데, 바케가든과 같은 시니어센터는 모두 4개가 있고, 이 중 1개의 시니어센터는 전문치료센터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120명이 3교대로 107명의 노인 돌봄○ 시니어센터 바케가든은 1969년 주변이 아름다운 녹지대로 둘러싸인 바케가든이라고 불리던 농장에 터를 잡았다. 이 때문에 시니어센터의 이름도 ‘바케가든’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시설은 대부분 1983년에 지었고 2002년 12월에 주요시설을 리모델링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설립 초기에는 일반 노인들도 입주할 수 있었지만 치매환자의 수요가 늘면서 2002년 리모델링 이후에는 치매환자 위주의 시설을 갖췄다.치매환자의 활동습관과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를 하고, 노인들의 건강을 고려한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등 노인친화적인 건축 설계 디자인을 결합했다.○ 직원은 120명이 3교대로 일하고 있으며, 의료진은 70여명에 이른다. 107명의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 120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시니어센터는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최상의 환경과 시설,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노인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도 매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직원들을 고용하여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주민과 은퇴자들의 자원봉사 활발○ 지역주민과 은퇴자들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을 활용함으로써 센터는 운영경비를 줄이고 자원봉사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노인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센터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는 40여 명 정도로 가족이 함께 봉사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 가족들이 자원봉사로 나서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인근 시민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지역 노인클럽 회원들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건강한 노인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老老케어’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자는 시설 담당자와 인터뷰를 통해 적격성과 능력을 심사받고 일을 시작한다.◇ 노인 친화적 건축 설계와 가정집 같은 정원 조성○ 시니어센터는 치매환자를 수용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도 마지막 여생을 건강하면서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 센터의 여러 공간을 꾸며 놓았다.○ 건강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자동문과 보행유도 손잡이 등 다양한 노인친화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입주자들이 센터에서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식당과 주방, 공동 거실을 가정집처럼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건물 외부 공간에 있는 정원에는 동물, 꽃, 야채 등을 키우면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병실에서 가까운 곳에는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공동거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노인들이 이곳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이전에는 공동 거실을 관리하는 간호사가 관리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공간을 구성했는데, 최근에는 입주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입주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노인들에 의한 자발적 동아리 운영○ 마지막 인생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노인들이 그들의 활동능력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은 노인들에게 아직 남아 있는 감각을 활용하여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도록 하는 동물·원예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치유 프로그램은 전문 치유사가 아니라 직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입주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환자들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원모임, 음악모임 등 다양한 그룹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치료사가 치료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보다는 자율적인 동아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그 이유에 대해 안내를 맡은 샬롯테 코디네이터는 “치료효과를 측정하는 시간에 환자들이 더 많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돕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 말했다.○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에게는 세탁하는 방법이나 목공, 뜨개질 등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다.○ 센터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행사와 파티를 열고 있는데 노인들은 몸은 불편해도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생일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역주민도 시니어센터의 시설 이용○ 한편, 시니어센터 바케가든은 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은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은퇴자를 위해 컴퓨터, 음악, 스트레칭, 위생 교육뿐만 아니라, 기억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지역 주민 교류 프로그램 등 노인들이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센터에 있는 주방,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체육관, 카페, 미용실, 매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은 지역 은퇴자와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도록 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은 수영장과 휘트니스센터이다.□ 질의응답-부부간에 오는 경우도 있는가? 이런 경우 방을 같이 쓸 수 있는지."방이 1인실 밖에 없어서 같이 커플로 오셔도 분리해서 쓰도록 하고 있다."-우리나라는 민간이나 종교법인이 요양원을 많이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어떤지."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굉장히 적다. 글라드삭스구도 민간운영 요양원이 1개 있는데 자치단체가 요양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원칙대로 운영하도록 하기 때문에 민간요양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가 힘들다."-네덜란드의 치매 행복마을 호그백 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덴마크는 네덜란드와 다른 법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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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9□ 폭염, 매년 더워지고 빨라지고 길어지는 추세◇ 올 여름 평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이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 지난 1일 오후 경남지역에서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 3일에도 경기 부천시에서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추가 발생○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5.20~7.2일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 행안부는 지난 2일, 전국 폭염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작년에 비해(‘21.7.20일) 18일이나 앞당겨 상향 조정하는 한편,* 전국의 40% 지역에서 일최고체감온도 33℃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 지난 3일에는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 발생 경위를 밝히면서, 관계부처·자치단체에 철저한 대응태세를 주문하는 한편, 폭염 시 국민 행동요령을 배포하는 등 폭염재난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은 평년(’91~’20년) 23.7℃ 대비 최근 10년(’12~’21년)은 24.3℃로 0.6℃ 상승※ 여름철 평균 해수온은 ‘00년 18.6℃에서 ‘21년 23.8℃로 21년간 5.2℃ 상승, 최근 6년간 여름철 해수온은 평균 23.1℃○ 연간 폭염일수(33℃이상)도 ’81~’10년은 평균 9.5일, ’91~’20년은 11일, 최근 10년(’12∼’21년)은 14.6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폭염 시작일도 ’90년대는 7.11일, ’00년대 7.7일, ’10년대는 7.2일로 점차 빨라지는 추세이며, 이에 여름기간도 과거에 비해 길어진 상황** 과거 30년(1912~1941년) 98일 → 최근 30년(1988~2017년) 117일▲ 여름철 평균기온(1974~2021년)▲ 여름철 평균 해수온(2000~2021년)□ 정부, 폭염 대비 재난 대응 체제 돌입◇ 폭염은 지난 ’18.9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 이후, 폭염 재난관리 주관기관인 행안부를 중심으로, 그간 유관기관에 산재된 폭염 대응체계 정비를 완료하고,○ ’19년 이후, 매년 5월경 관계부처 및 자치단체와 함께 폭염 종합대책을 마련해 사전 대처 중* (행안부) 폭염대책 총괄, (복지부·고용부·질병청 등) 온열질환 대응, (농식품부·산업부·국토부 등) 농수산물·전력·기반시설 등 분야별 대응, (지자체) 지역단위 정책 집행◇ 정부는 금년 폭염대책으로 5대 전략, 18대 중점과제를 마련하는 한편, 지난 27일에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0억원*을 자치단체에 지원* ’21년 77억8000만 원에서 22억2000만 원 증액된 금액< 2022년 폭염 종합대책 추진방향 >5대 전략18대 중점과제3대 취약분야 집중관리 및 인명피해 최소화△공사장 야외근로자 △고령층 위주 논·밭 작업자, △독거노인·노숙인 등 취약계층 폭염피해 방지 추진범정부 대응체계 확립△관계기관 합동 대응체계 구축, △신속한 피해 확인· 지원 및 현장 구급체계, △제도정비, △담당자 교육‧훈련국민 생활 밀착형 폭염대책 추진△옥외 건설사업장 근로자 등 안전관리, △농·어민 폭염 피해 예방, △폭염 취약계층 보호, △무더위쉼터 운영· 활성화, △실외 유원시설 및 교육기관 안전교육 강화폭염피해 저감시설 확충 및 주요 예방대책 추진△폭염피해 저감시설 확충 및 관리 강화, △농림·축산· 어업 피해 예방대책, △여름철 전력대란 예방대책 추진, △사회기반시설(도로·철도) 폭염 피해 최소화 추진폭염 예방 홍보 및 미래 폭염재난 대비△폭염 대응 대국민 인식 개선 및 홍보 확대, △미래 폭염재난 대비 연구 및 기술개발 추진◇ 올해 폭염대책에는 3대 취약분야 집중관리를 신규 전략으로 추가하고 이를 최상위 전략에 배치해 중점 관리한다는 방침○ 공사장 야외근로자 폭염사고 대비 행안부·지자체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보급 등을 병행* 휴게시간 부여 등 예방조치 실시 여부 점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안내○ 고령층 논·밭 작업자 대비책으로, 지역 농업기술센터, 마을이장단협의회, 마을방송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현장 예찰도 보강할 방침○ 취약계층 대책으로는 무더위쉼터 확대 및 다양화, 각종 시설을 통한 안정적 식수 공급,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응급상황 대처 등 추진* 손목밴트, AI스피커, 스마트콘센트 등 활용, 폭염특보 알림 및 건강상태 체크□ 자치단체, 정부 종합대책을 토대로 지역별 대응방안 마련◇ 17개 시·도를 비롯한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서도 정부의 폭염 종합대책을 기본 토대로 이와 연계한 지역별 대응방안을 마련○ 지역별로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각종 홍보 매체를 통해 실시간 안내에 나서는 한편, 현장 모니터링 및 구급체계 운영 등에도 만전○ 농축수산 분야 대책,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 도로·철도 시설 관리 강화 방안 등 분야별 대책도 마련·시행 중◇ 지역사회 독거노인·노숙인·쪽방거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 대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자치단체 차원의 추가 지원도 병행○ 서울시오세훈 시장은 첫 행보로 창신동 쪽방촌을 방문해 폭염대비 생활환경 개선방안을 발표(에어컨 150대 설치, 추가 전기요금 지원, 여름침구세트 제공)○ 전북도복지사각 발굴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한 폭염 고위험 가구 집중 발굴, 공적서비스 지원과 함께, 적십자 등과 협의해 추가적인 후원에 나설 방침○ 부산시 등노숙인·쪽방거주자 전용 피서공간 마련, 지역 경로당 냉방비 지원◇ 또한, 지역별 여건과 인구 및 산업 특성에 따른 대응 방안도 시행○ 경기도도시지역에는 그늘막 추가 설치 및 무더위쉼터 확대 운영, 무료 양산 대여 등을 시행, 축산농가에는 폭염 피해 지원을 위한 ‘동물의료지원단’ 운영○ 전남도드론동호회 업무협약을 통한 농촌마을 논·밭 작업자 예찰 지속, 폭염 취약 어르신 1,666가구에 10만원 상당의 예방물품(선풍기·쿨매트·쿨토시) 지원○ 경남도수산분야 폭염대책으로 고수온 대응 상황실 및 현장대응반 운영, 어장별 책임 공무원 지정, 고수온 대응장비 확충 등을 통한 신속대응체계 구축□ 취약계층 안전관리 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책도 병행될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자치단체의 폭염 대응체계 운영, 종합대책 마련이 매년 반복됨에 따라, 노하우가 축적되어 폭염 대응 안전관리는 일정 궤도에 올라섰으며,○ 시민들 또한 폭염 정보 인지율, 사고 대응요령 이해도 등 안전 의식도 상당 수준 성숙한 것으로 평가◇ 다만, 전문가들은 폭염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방안도 추가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 폭염안전 대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일일 생계를 위해 근로현장에 내몰리거나,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질적인 문제라고 지적○ 이에, 폭염 취약계층 대상 전기요금 감면 등 재정 지원과 저리융자·상환유예 등 금융 지원방안도 폭염대책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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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전체 가구의 1/3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것으로 조사◇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 세계 인구 구조의 변화로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증가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 ‘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448만 명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 반려견 가구 483만으로 가구당 1.2마리, 반려묘 가구 154만으로 가구당 1.4마리◇ 이에 ’펫팸족(Pet+Family)‘, ’펫코노미(Petconomy)*‘ 등 신조어가 탄생하고 관련 산업(펫케어)와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 및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의미, 반려동물산업도 성장세를 지속(’16년 2.1조 원 → ’20년 3.4조 원 → ’26년 5.7조 원)▲ 지역별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 (단위:만)◇ 한편 ‘14.1월부터 반려동물의 유실·유기 방지를 위하여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 시행○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미등록 시 과태료를 부과함에도 전국의 등록률은 38.6%(’20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 (’17년) 1,175 → (‘18년) 1,304 → (’19년) 2,092 → (‘20년) 2,321□ 정부는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에 노력◇ 정부는 ’20년 1월, 동물보호 국민 인식 향상 등에 따른 시대적 요구사항을 반영한「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수립·발표, 성숙한 동물보호·복지 문화를 위한 6대 분야 26개 과제를 제시△ 동물 보호·복지 인식 개선 △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 △ 동물실험 윤리성 제고 △ 유기·피학대 동물 보호 수준 제고 △ 농장 동물의 복지 개선 △ 동물 복지 거버넌스 확립◇ 이어 ’21.2월에는 ‘91년에 제정된「동물보호법」을 31년 만에 전면 개정(55개 → 110개 조항)하는 등 동물복지 강화에 지속 노력* 동물학대자 처벌 강화(2년/2천만원 → 3년/3천만원), 사육포기 동물 지자체 인수제도 도입 등◇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세부과제들이 다수 포함○ 동물보험청구 제도 간소화, 반려동물 진료비 경감을 위한 세제 지원 등 구체화된 내용을 포함하는 한편,○ 현재 가입률이 저조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도 추진과제로 선정, 올해 안에 관련 법령(수의사법·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 지자체도 반려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전개◇ 지역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감에 따라 관련 산업도 지속 성장 중이며, 지자체들도 관련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음○ 경기도는 동물등록제 강화, 유기동물 무료 입양문화 활성화, 반려동물 놀이터 확대 등 4대 분야 12개 과제 내용을 담은 ’동물복지 종합대책(‘18~’22)‘을 수립하여 추진 중* 지난 8일에는 반려동물 입양정보를 한눈에 볼수 있는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을 개설하여 온라인으로 도내 유기동물의 정보를 확인, 입양신청이 가능하도록 운영○ 대구시는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표방하며, 매년 반려동물 가족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대구수의사회와 협력해 감영병 7종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DB보험사와 협업해 전국 최초로 유기견 펫보험 지원사업을 시행○ 광주시는 증가하고 있는 관내 유기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39억원을 투입해 ’광역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건립하고 지역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를 조성하는 등 인프라 확충 노력○ 경남도는 올해 178억원을 투입해 반려동물 지원센터 4개소(밀양·창원·양산·거제)에건립을 추진 중이며, △ 직영 동물보호센터 건립 △ 동물보호센터 운영비 지원 △ 반려동물 등록비용 지원 등도 시행 중◇ 대다수의 민선 8기 자치단체장 당선인들도 반려동물 복지 강화 또는 관련 산업 육성 공약을 제시한 상황* 한편, 1알 선거를 앞두고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권대선대응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선거 공약에 대해 내용의 구체성이 약하고,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 서울시동물복지 지원센터 및 유기동물 입양센터, 애견학교 추가 조성○ 세종시반려동물 등록시민 대상 위탁바우처 지급○ 대구시인공지능·빅데이터 활용 반려동물 산업 확장 및 관리방안 모색○ 충북도동물복지보호팀 신설, 진료비 지원, 복지센터 및 테마파크 시설 조성○ 전남도반려동물문화센터 및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반려동물 복지 관련 쟁점도 재부각되는 양상< 반려동물 의료 표준수가제 도입 관련 >◇ 수요자-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전문 의료서비스 분야인 점을 악용해 일부 비양심적 수의사들이 과잉진료·과잉청구하는 사례가 발생* 지난 ’19년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84.8%의 소비자들이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병원진료비가 가장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 특히, 진료비 과다 청구가 전체 피해 사례의 38.5%를 차지◇ 또한 병원별로 의료비 편차가 높은 점도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지적○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동일 진료항목 기준으로 가격차이가 3배이상인 항목이 8개, 4배 이상인 항목이 5개로 조사◇ 이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반려동물도 사람과 동일하게 진료 항목별로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표준수가제 도입을 주장◇ 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는 언뜻 보기에 동일한 증상이더라도, 원인에 따라 검사비나, 치료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 수의사 측은 반료동물 진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규제문제도 지적○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 진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며, 치료약품 대부분이 인체용이나, 동물병원은 도매 공급을 받지 못한다고 토로○ 동물병원은 2종시설로 지정되어 있어, 1종시설인 일반 병원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있다는 입장◇ 찬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동물병원 진료비 투명성 강화와 관련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 수술 등 중대진료행위에 대한 사전설명의무 △ 예상진료비용 고지 △ 동물진료에 대한 표준화된 분류체계 마련 △ 주요 진료항목 진료비용 사전 게시 등○ 대한수의사회도 지난 5.26일 동물질병·치료행위 표준코드 제정 공청회를 개최하고, 발빠르게 대처하는 상황◇ 소비자단체에서는 이번 코드개발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내용이 의료표준수가제로 직접 연계되는 것은 아니며, 병원이 표준 질병코드를 의무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계를 지적◇ 표준수가제 도입의 첫발을 뗀 점에 의의가 있으나, 전면 적용을 두고 소비자와 수의사계 간 논쟁은 지속될 전망○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 가격비교 플랫폼도 등장, 일부지역에서는 과다진료비 문제가 자정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는 상황< 반려동물의 낮은 보험 가입률 관련 >◇ 반려동물보험은 반려동물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비·수술비, 배상책임 손해 등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13년 동물등록제 의무화와 함께 손보업계 중심으로 본격 출시◇ 다만,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지속적 증가, 반려동물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도 높아지고 있으나, 보험가입률은 0.25%로 저조한 상황○ 수요자 입장에서는 높은 보험료 부담과 낮은 보장금, 사전 절차인 반려동물 등록이 번거로운 점 등을 원인으로 지목○ 보험업계는 병원별 진료비가 달라, 합리적 보험료 산출이 어려운 점, 동물 등록 시 무선식별장치(내장칩) 활용도가 낮음으로 인해, 개체 식별이 쉽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 정부는 국정과제로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를 수립,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고, 보험금 청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방침○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 또한, 반려동물 코주름, 홍채 인식 등 첨단기술 활용방안도 제시< 반려동물 조세·부담금 등 부과 관련 >◇ 지난 ’20년 동물복지종합계획에 ’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1월 유튜브 59초 공약을 통해 ‘반려동물 세금 부과 및 의료혜택 부여’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관련 논의가 촉발◇ 국정과제에 최종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전개○ 찬성 측은 정부·지자체 동물복지 시책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보며, 오히려 충동적인 반려동물 입양을 억제할 것이라고 주장○ 반대 측은 이미 관련용품 구매, 병원비 등을 통해 부가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실제 반려동물 보유 확인의 어려움을 지적◇ 관련 논의는 점차 확대될 전망, 다만, 전문가들은 도입 시에도 기존 양육자 과세 유예, 유기견 입양 혜택 등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 정책적 시사점◇ 전문가들은 파편화된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 증가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갈등 발생도 필연적이라고 지적◇ 이에 정부·자치단체에서 동물복지 시책과 아울러 갈등 해소 및 예방을 위한 ‘초기 규범 마련 및 제도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 또한 반려인, 비반려인 상호 간 관용과 배려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 운영 필요성도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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